<p>한 회사가 있습니다. 이 회사에는 돈 열심히 벌어오는 사업본부와 별로 하는 일 없이 이런저런 삽질만 하는 사업본부가 있었죠.</p><p>많은 회사가 그렇겠지만 실적 별로인데도 꿋꿋이 잘 버티는 부서는 회사 내에서 파워가 제법 셉니다.</p><p>그 파워로 이런저런 실책을 무마하며 삽질만 열심히 하는데도 되도 않는 사업 아이디어만 잔뜩 쏟아내고 지원은 빠방하게 받아요.</p><p>웃긴 게, 회사 업종은 미디어 분야인데 별로 하는 일 없는 이 부서는 어디에 연줄 대서 뭔가 있어보이는 걸 끌어오는 건 또 곧잘 합니다.</p><p>회사 본연의 업종과는 상관이 없어서 의 주가를 올리는 데 별로 기여를 못하는 게 문제지만요.</p><p>그런데 이게 또 임원진에게는 쏠쏠합니다. 제법 때깔도 나고 떨어지는 떡고물도 좀 있거든요.</p><p>그렇다보니 회사 내에서 발언권도 세지요. 딸랑거리기도 잘해서 임원진이 예뻐합니다.</p><p>반대로 실적 잘 내는 부서는 묵묵히 일만 열심히 하다 보니까 임원진들이 돈이 제법 들어온다는 것만 알지 그 부서 직원들이 어떤 환경에서 일하는지는 관심도 없어요. 그도 그럴 게 일하느라 정신없어서 부서장들이 임원진들에게 어필을 잘 안하니까. 비위 맞춰 줄 시간도 없고 여력도 없고.</p><p>실적 좋은 부서 직원들은 불만이 쌓여갑니다. 불만이 많으면 뭐하나요. 당장 오늘 업무시간 내내 일만 하기도 빡센데.</p><p>그래도 눈치는 보였는지, 임원진들이 제법 그럴듯한 시스템 만듭니다.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회의도 가끔씩 해보고 노사위원회 같은 걸 만들어서 직원들의 의견을 창구도 만듭니다. 보기에는 그럴싸해져서 '우리회사는 민주적임 ㅇㅇ'하며 임원들이 만족합니다.</p><p>그런데 그 창구에 임원들이 예뻐하는 실적 별로인 부서들을 박아넣습니다.</p><p>그렇다 보니 실적 좋은 부서 직원들의 의견이 잘 올라오질 못하네요. 열심히 이런저런 의견을 올리면 임원진 심기 불편할까봐 어지간한 건 쳐내고 과격하다 싶은 의견이 올라오면 조용히 해당 팀장이나 직원 불러서 훈계합니다. '회사가 어려운데 이러면 쓰나?'</p><p>이런 창구가 만들어져서 쾌재를 불렀던 실적 좋은 부서 직원들은 멘붕. 그래도 시스템은 나름 민주적인 것처럼 보이기에 저런 형식상의 창구에서 결정된 사항들을 묵묵히 따릅니다. '논의해서 나온 결정이니 승복해야지 뭐'</p><p>이런다고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이 대인배스럽다며 대견해하냐면 그건 또 아닙니다. 의견수렴 창구를 맡고 있는 실적 별로지만 임원진 사랑을 받는 부서 사람들은 임원진들 불편하지 않게 까칠한 의견 잘라낸 게 스스로 대견합니다.</p><p>이렇게 일 열심히 하는 부서 사람들은 다시 일에 파묻히고 바뀌는 건 없고 또 호구가 됩니다. 나름 합리적으로 결정된 사항을 어른스럽게 따른다며 스스로 위안해 보지만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은 들죠. 그런데 그런 생각 할 틈이 어디 있나요. 내일 할 일이 또 잔뜩인데. 노조같은 거 만들자는 얘기라도 꺼내면 '거 쓸데없이 분란 만들려고 까칠하게 왜그래? 일이나 해'라는 핀잔 듣기 일쑤입니다.</p><p><br></p><p>그리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는 모습이지요.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나요?</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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