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크루이프.
지금도 네델란드에서는 전설이라고 하는 축구선수였죠.
선수로서의 성공 뿐만 아니라 감독으로서도 큰 성공을 거둔 크루이프입니다.
그의 이름과 '토털축구'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죠.
강한 몸싸움, 절묘한 볼컨츠롤, 강력한 슈팅, 지치지 않는 체력, 경기를 읽는 눈.
축구선수로서 갖추고 있어야 할 모든 것을 구비한 크루이프였습니다.
전원수비, 전원공격이라는 새로운 전술은 요한 크루이프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아약스 암스테르담을 여러 차례 유럽축구의 정상에 올려놓았던 요한 크루이프.
그는 1974년 서독 월드컵에서 조국 네델란드를 준우승팀으로 올려놓았습니다.
12세가 되던 해 아약스에 입단한 그는 17세 때 아약스 성인팀 선수가 되었습니다. 19세 때 네델란드 국가대표팀 선수가 된 요한 크루이프. 첫 출전의 상대였던 헝가리와의 게임에서 첫 득점을 올렸습니다.
크루이프는 13년간 A매치 48경기에서 33골을 뽑아냈습니다.
팀 아약스를 세 차례나 유럽컵 정상으로 이끌었고 유럽 최우수선수도 세 차례 수상했죠. 그의 명성이 알려지는 계기가 된 74년 월드컵은 그를 좌절시키기도 했습니다. 예선전 아르헨티나 4-0, 준결승전 브라질 2-0으로 세계축구팬을 경악시킨 요한 크루이프.
그는 월드컵 이후 국제무대에서의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홈팀 텃세를 넘는 심판의 악의적인 판정이 있는 게임에 출전할 수 없다는 폭탄선언. 더 이상 비신사적인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는 그의 말은 충격이기도 했죠. 은퇴한 후 그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감독으로 다시 한 번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난공불락의 팀이던 레알마드리드를 꺽고 바르셀로나를 중흥시킨 크루이프 감독.
아약스의 감독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그 때문에 요한 크루이프라는 이름은 다시 한 번 유럽축구계를 감동시켰죠. 그런 이유에서 그는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축구선수 중 하나로 손꼽히기도 합니다.
요한 크루이프와 박지성을 비교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박지성이 그에 버금가는 선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지성과 요한 크루이프는 닮은 점이 적지 않습니다.
과연 뭐가 닮았는지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성실하다는 점입니다.
박지성과 요한 크루이프의 트레이드마크는 지치지 않는 체력과 성실하다는 거죠. 축구를 제외한 다른 일에는 절대 빠져들지 않는 성실성도 같습니다. 체격조건 또한 그러하지요.
박지성의 신장은 176센티미터로 크루이프와 똑 같습니다.
체중 70킬로그램의 박지성과 체중 73킬로그램의 크루이프는 약간 다를 뿐이죠.
심폐기능이 특별하다는 점 또한 거의 같습니다.
경기장 전체를 종횡무진 달린다는 점도 같죠.
경기를 읽는 시야가 넓다는 점도 일치합니다.
같은 팀에서 활약을 하고 있는 동료들과 잘 지낸다는 사실도 비슷합니다.
자기발전에 투자하는 시간이 많다는 점도 일치하지요.
박지성이나 크루이프는 천재라는 말을 듣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천재적인 자질을 보여줍니다.
과거 크루이프가 출전했던 경기를 잘 살펴보면 더욱 놀라운 점을 볼 수 있습니다. 수비선수를 순간적으로 젖히고 일직선으로 튀어나가는 크루이프. 그를 막을 방법은 반칙밖에 없습니다.
박지성이 보여주고 있는 동작과 크루이프의 동작은 일치합니다. 아마 크루이프는 그런 점을 발견했을 겁니다. 크루이프는 마치 자기 분신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을지도 모릅니다. 그 때문이었는지 크루이프는 박지성에 큰 선물을 주었습니다.
작년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전 PSV와 AC 밀란의 경기를 앞둔 시간. 중계하는 방송사의 해설자로 나선 크루이프는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다음과 같은 말을 했습니다.
"만약 PSV가 기적을 일으킨다면 박지성에 의해서이다."
네델란드 축구팬들에게 크루이프의 말은 기독교신자에게 예수의 언급과 같죠.
이후 네델란드 축구팬들은 박지성에 열광하기 시작했습니다.
맨유에 있는 지금도 네델란드 축구팬들의 박지성에 대한 관심은 대단하지요.
크루이프의 말 때문이기도 하겠습니다만, 그보다는 박지성을 자세히 보니 크루이프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깨달게 되었다는 것이 더 정확한 말입니다.
위대한 축구선수라고 해도 가끔 실수가 있는 법입니다.
영국월드컵이 열린 1966년 펠레의 브라질은 조별예선조차 통과하지 못했죠. 지구방위대라는 레알 마드리드도 형편없이 깨질 때가 있습니다.
축구공은 둥굴고 게임결과는 미리 알 수 없습니다.
요한 크루이프 또한 그러하였으니 바로 서독월드컵 결승전이었습니다.
쉔감독은 서독팀이 우승하려면 먼저 요한 크루이프를 마크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크루이프의 네델란드를 일찌감치 결승전상대로 지목했던 것이죠.
쉔감독의 선택은 포그츠였습니다.
월드컵이 열리기 6개월 전부터 쉔감독은 포그츠와 함께 요한 크루이프 연구에 열중했습니다. 즉 비밀병기를 키우고 있던 셈이죠. 크루이프의 일거수일투족을 연구한 다음 '막는 비법'을 포그츠에게 가르쳤던 겁니다. 과연 네델란드는 서독과 결승전을 치르게 되었으며.
포그츠는 결승전 시작을 알리는 휫슬이 울리자마자.
요한 크루이프에게 착 달라붙었습니다.
서독팀은 10명이 뛰는 듯 했고, 토털사커의 중심 크루이프는 포그츠에 꽁꽁 묶였죠. 결과는 쉔감독의 승리였습니다.
크루이프는 경기 중 힘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했고 네델란드는 결국 패했습니다.
브라이트너와 게르트뮬러와 베켄바우어.
서독팀의 핵심은 그러했지만 결승전은 전혀 달랐습니다.
진짜 핵심은 크루이프와 포그츠였죠.
위대한 축구선수들에게 있어 가장 큰 약점은 드러나있다는 거죠.
상대에게 연구할 시간을 주는 한편 자신은 상대를 알 수 없다는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지금 맨유에 있는 박지성은 계속 성장할 것이 분명합니다.
동시에 그를 연구하는 상대팀 또한 늘어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합니다.
박지성은 지금 크루이프와 비교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에 필적하는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꽤 많죠.
그런 점에 유의하면서 계속 박지성을 지켜본다면, 프리미어리그에서 벌어지고 있는 게임은 더욱 흥미진진하겠지요. 박지성 또한 그런 점에 유의하면서 더욱 큰 선수로 성장하기를 저는 바랍니다.
아자~~!
ⓒ서훈 (출처:서프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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