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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드레몬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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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story_53597
    작성자 : 레드레몬
    추천 : 11
    조회수 : 1488
    IP : 61.37.***.5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3/04/12 09:51:09
    http://todayhumor.com/?lovestory_53597 모바일
    [BGM] 회사 여직원과의 썸씽 ... 모아보기

    안녕하세요 친절하고 자상하신 오유님들 


    유머게에 올렸다가 게시판 잘못 알고 들어가서 한 소리 들었기에... 어디에 글을 올려야 할지 몰라 여기에 이렇게 적습니다.


    제가 몇년 전 겪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거의 있는 그대로의 기억을 적은 것입니다.


    즐겁게 감상해 주시길 바랍니다.


    (*스압주의... 다 읽으시면 나중에 대참사가 일어남)





    회사 여직원과의 썸씽... #1


    글쓴이 : 레드레몬





    벌써 몇년 전 일이다.


    "왜...그랬어? 이러면 당장 내일부터 뭐가 달라져?"




    도봉산에서의 회사 야유회


    2차... 3차에 이은 동동주와 막걸리 러쉬에 속은 이미 '소주'라는 알콜 녀석과 뒤범벅이 되어 있었고, 

    사람들은 하나 둘 쓰러져 가듯 집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평소 그녀에게 눈길로만 관심을 주고 있던 나는 술기운에 그만 그녀를 택시에 태운다는게 뒤에서 안아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어깨를 감싸앉은 채 ... 그저 그녀를 품에 안고 싶었던 욕망의 분출이었을까? 한동안 그렇게 꽉 껴안았던 기억이다.


    그녀의 샴푸냄새가 코에 들어왔다. 나는 지금도 가끔은 새로 삶아 빤 이불에서 나는 은은한 포푸리 향기가 좋다.


    그리고 ...


    나에게 안긴 채 술취한 눈빛으로 나를 돌아보며 나에게 던진 그녀의 말 한마디...

    덜컥 손을 놓을 수 밖에 없었고, 순간 범죄라도 저지른 죄인인양 고개를 푹 숙일 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정신이 있는지 없는지 택시에 올라탔고 그렇게 멀어져 갔다.



    ...


    콧속으로 봄바람이 살랑살랑 들어오는 어느 따스한 봄날...


    어지간히도 술맛이 좋았던 계절이라 술이라면 장사였던 나는 그날의 회상을 이렇게 되짚어 본다.


    도봉산, 망월사, 회룡...


    집은 단지 두 정거장이었을 뿐인데, 무려 4시간 동안 집에 가지 못하고 상행선과 하행선을 번갈아 타며, 한 정거장씩 지나쳐서 내렸었다.


    마치 야구하다가 얼굴에 야구공을 쳐 맞은 듯 그녀의 말 한마디는 머릿속을 온통 헤집어놓았기 때문이었다.



    '아... 내가 무슨 짓을 한걸까...'



    조상님 중에는 정씨 가문 좌의정이었는지 우의정이었는지... 여튼 올곧은 성품 덕에 술자리에서 칼 맞아 죽은 조상이 있다 했다.


    바른 말을 하다가 그렇게 변을 당하셨다던가...


    평생을 바른생활을 하며 살아왔던 나에게 그날의 실수는 인생 최대의 실수이자 오점이 될 것 같았다.



    '그 뜻이 무엇이었을까...'


    저녁 늦게서야 겨우 집에 찾아올 수 있었는데, 술에 완전 떡이 되어서는 걸음은 제멋대로였다. 

    몸은 그렇게 엉망이었지만 궁금증은 머릿속에 또렷하게 반복되고 있었다.



    몇일 뒤... 회사 점심시간 채팅을 이용하여 그녀에게 점심시간에 따로 만날 것을 요청하였고, 그녀는 흔쾌히 승낙해 주었다.


    왠지 기분이 좋았다.


    인생 살아가며 누군가에게 점심을 같이 먹자고 했던 적이 있었던가...

    때로는 나 자신에게 있어서 자신감을 좀 가질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


    봄날 햇살은 따뜻했으나, 우리 둘은 무려 점심시간 15분 전부터 회사 1층에서 몰래 만나 시장이 있는 골목으로 숨어들어갔다.


    "뭐 먹을래?"


    "응? 뭐 암거나"


    "그래? 그럼 여기 들어가자"


    그렇게 그냥 문 열고 들어간 곳은 조그마한 일식집... 점심이라 카레덮밥을 해주는데 맛이 일품인 집이었다.



    "아주머니 카레덮밥 둘이요"



    그녀가 그냥 웃고 있다


    "그래서... 날 왜 부르셨어?"


    "응? 뭐야 나 미안하다고 하려고 부른거야"


    "???"


    "아 기억 안나?"


    "??? 뭐가?"


    "아... 이거 참..."


    "뭔데 뭐야 나 실수했어?"


    "아냐... 그런건 아니고..."



    밥이 나왔다.


    한수저씩 입에 가져다가 넣었다.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할지 참 난감했다. 이야기를 안하면 서른 동정인 나에게 그 일은 나만이 간직할 만한 좋은 추억거리가 되었으리라.


    그저 좋아하는 여직원을 뒤에서 껴안은...



    "말해봐 뭔데~"


    그녀가 웃으면서 재차 묻는다. 워낙 상냥하고 긍정적인 생활을 하던 그녀라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모른채 동그란 눈빛을 반짝거리며 천진난만하게 묻고 있다.



    "그게.. 그러니까... 음...


    내가... 널 뒤에서 확 안아버렸어"


    "... 뭐?"


    "아니 그러니까... 아..."


    "큭큭 그래서 안으니까 좋으셨어~?"



    대놓고 나를 약올리고 있다. 그녀는 참 못됐다.


    "...응 그래 맞어 좋았지. 무지 좋았지. 하하핫"


    "이그..."


    "미안해. 내가 사실 진짜 그러려던건 아니었는데"


    "뭐가?"


    "아니 ...그러니까 내가 막 껴안아서 그거 미안하다고. 아 정말 미안해... 누구한테도 이야기 안했어"


    "하하하 그래? 미안했구나? 미안할 짓 했네. 그래서 밥 사준다고 나 꼬셔서 여기 데려온거야 ?"


    "응... 미안 미안"


    "하하하 알았어."


    "... 근데 너 그게 무슨 말이었어?"


    "응?"


    "'왜...그랬어? 이러면 당장 내일부터 뭐가 달라져?' 라고 너가 그때 그랬거든... 나 돌아보면서..."


    "...!? 어? 뭐라고 했다고?"


    "내일부터 뭐가 달라지느냐고 그랬다니깐?"


    "진짜? 내가 그렇게 말했단 말이야?"


    "응 진짜. 그랬어. 그래서.. 아 내가 정말 죽을 죄를 지었구나... 했지"


    "진짜야? 내가 그렇게 말햇어?"


    "응"


    "..."


    갑자기 그녀의 즐거웠던 표정이 조용해졌다.


    그 말의 의미를... 알기 전 까지는...


    난 그저 내가 잘못한 것인 줄로만 알았다...








    회사 여직원과의 썸씽... #2


    글쓴이 : 레드레몬




    '왜...그랬어? 이러면 당장 내일부터 뭐가 달라져?'


    달라지는건 없었다.


    그 날 그녀의 표정에 뭔가 변화가 있었다는 것 빼고는 아무것도 몰랐다.



    난 왠지 신이나서 일은 모두 제쳐두고 채팅에만 여념이 없었다.


    그러면서 알게된 그녀의 취향과 취미... 관심사...


    지금까지도 그 모든 것들은 나에게 이상형의 한 조건으로 자리잡게 되었을 정도로 참으로 즐거운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버스를 좋아하고... 만화도 좋아했던 그녀...


    생각보다 공통관심사가 많았고 그만큼 즐거운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었다.


    소소한 이야기를 하더라도 그녀와 나는 같이 웃을 수 있었고 그렇게 즐거운 대화가 끊이지 않았던 것이었다.


    당시 유행했던 노래들을 mp3 로 주고 받기도 했는데, 특히 나는 그녀에게 내 마음을 표현하고자 Hold the line 노래를 보내주었다.


    특히 이런 가사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i think i love you

    u must love me babe

    너무 오래 끌면 졸릴지 몰라

    너무 빠르면 나 놀랄지 몰라

    진정 날 아낀다면 그 맘을 담아 내게 보여줘

    너무 오래 끌면 졸릴지 몰라

    차라리 좀 빠른 게 더 낫겠어

    진정 사랑 한다면 그 사랑을 모두 다 쏟아줘


    말 그대로 나는 흥분 상태였는지도 모르겠다.


    "미야쟈키 하야오 라고 혹시 알아?"


    "응? 그게 누군데?"


    "옛날에 코난이라는 만화 있었는데, 기억할런지 모르겠다"


    "아~ 알아 코난. 미래소년 코난!"


    "응 거기 여주인공하고 아주 닮은애가 등장하는 만화가 뒤에 또 있거든! 라퓨타 라고... 잼있게 본 만화야"


    "아... 뭔지 알거 같아. 토토로 였나? 그거랑 마녀 나오는거도 있었지?"


    "응 어? 잘 아네~ 그 만화들 감독이 하야오 라고... 할아버지야"


    그렇게 당시 지브리 만화들이 국내 각 영화관에서 상영하던 시기에 맞춰 대화가 훈훈해지고 있었고,


    상암 월드컵 경기장 CGV 에서 '이웃집 야마다군' 을 둘이 보러 가기에 이르렀다.


    "이건 하야오 감독이 아니야"


    "뭐 어때"


    "하긴. 뭐 어때 하하하"


    그랬다.


    영화를 보러 가는 우리는 이미 회사 동료로서라기보다는 친구처럼 가까워진 상태가 되어있었다.



    수많은 좌석 중에 그녀가 고른 자리가 왜 하필 그곳이었는지 이제서야 이해가 갔다.


    좌석들의 맨 왼쪽...


    텅텅 비어있는 좌석들을 보며... 멍충했던 나는 자리가 왜 그런 자리였는지 눈치도 못챘던 것 같다.


    게다가 벽 쪽에는 내가 앉았는데... 그녀가 영화관의 중간쪽에서 볼 수 있게 끔 하려고 했던 것 같다.



    희한하게도 이상한 일들은 그때부터 시작 되었다.


    저만치 앞자리에 앉아있던 모자 쓴 남정네 하나가 우리를 돌아보더니 여직원 옆에 와서 앉는 것이었다.


    멍충하게도 자리를 바꿔주지도 않았고 이상하게 생각하지도 않았 던 것 같다. 이것이 동정남의 특징 중 하나랄까 ...



    영화가 끝났고, 그녀는 영화 내용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즐거웠고, 합정에 가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합정... 그곳에 무슨 맛집이 있는지 기억도 안났지만, 얼핏 어디선가 들은 바로는 맛집이 있다고 했던거 같다.


    그녀가 정했는지 내가 정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무얼 먹고싶느냐고 그녀가 물어봤다.


    "나?... 글쎄... 날이 조금 쌀쌀하니까... 국물 있는거 ..."


    "국물?"


    "응... 그리고 밥..."


    "국물에 밥..."


    "어 그거 두개 조합하니까 국밥이 되네 국밥 먹으러 가자"


    그렇게 얼토당토않게 국밥집을 찾아가게 되었는데... 그녀의 집은 남부터미널이었고, 나는 의정부 였다.


    둘 다 집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홍대 근방에서 밥을 먹고 있는 상황이란...


    참 미묘했다. 첫 데이트였고, 그녀는 생글생글 싫은 내색 하나 없었다. 뭔가 바라는 바가 있었는지도 ...


    나도 그랬다. 난 그녀의 손이 무척 잡고 싶었으나...


    아직 왠지 모르게 잡으면 그녀가 화를 낼 것만 같았고, 왠지 그래서는 안될 것만 같았다. 그래서 잡지 않았다.


    멍청하게도 이런 이야기를 해버렸던 것이었다.


    "아... 영화관에서 손 잡고 싶어 죽을 뻔 했어"


    "아하하하하"


    왠만해서는 받아주기 힘든 멍청한 발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꺄르르 잘도 웃어주며 장단을 맞춰주었다.


    국밥은 속을 뜨끈하게 해주었고, 소주도 한병 먹었던 것 같다.


    둘은 칠흑같이 어두워진 밤거리를 걸어 신촌까지 가게 되었는데, 집에 바래다 주겠다고 나선 것은 무슨 용기였을까...


    너무 멀었기에 ...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는 바래다 준다는 것을 극구 사양하였다.


    그리고 몇일 뒤...


    야근을 하는 날...


    저녁을 먹고 휴게실에 부랴부랴 들어와 그녀에게 전화를 했다.


    "야... 나 너 좋아하는거 같아"


    "지금 전화로 뭐라는거야"


    "아니 그러니까... 음... 좋아하는 것 같다고"


    "같다는거야 뭐야"


    "아... 미안. 좋아해 좋아하는 것 같은게 아니라 좋아해"


    "하하하하"


    그녀가 간드러지게 웃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나 결혼해"


    "... 어? 뭐?"


    "결혼한다고. 좋아해 봤자 소용 없다. 아하하"


    뭐랄까 머릿속에 혼란이 오기 시작했다...


    그 몇일동안 많이 친해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결혼을 한다니 ...


    왠지 어처구니 없는 용기가 샘솟았다. 쓸데 없는 자존심이었을지도 모르겠으나, 남자로서... 분하기 이를 데 없었다.



    "결혼...한다구..."


    "어."


    그녀는 평상시와 같았다. 전혀 미안해 하는 기색도 없었고, 나를 놀리려는 듯한 기색 또한 없었다. 사실 그대로를 말하고 있었다.


    "방금 들은 이야기... 못 들은거로 하겠어"


    "뭐라고?"


    "난 너 좋아하니까... 못 들은거로 할꺼야"


    "..."


    잠시 정적이 흘렀고... 그녀가 이어서 한 말은 대략 이랬다...































    "... 그런다고 내일부터 뭐가 달라져?"








    회사 여직원과의 썸씽... #3


    글쓴이 : 레드레몬







    "... 그런다고 내일부터 뭐가 달라져?"


    "..."




    "어! 달라져 달라지니까 내가 이러는거 아냐"


    난 단호하게 말했다.


    정말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솔직한 마음이었다.


    마치 활화산 처럼 터져오르는 그런 마음...


    "푸하하하하핫"


    그녀의 웃음소리가 전화 너머로 터져나왔다.


    "어떻게? 어떻게 달라지는데?"


    "여하튼 달라져!"


    "뭐... 결혼 망치기라도 할 생각이야?"



    "..."


    거기까지는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여튼 끊고 내일 봅시다. 아저씨"



    엄청난 폭풍우가 지나간 이후의 넋놓음이랄까...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방금 내가 무슨 말을 내뱉은 것인지 알지 못했다.


    그것을 이해하는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얼굴이 붉어지고 괜히 입가에 미소가 서렸다.


    왠지 힘든 마라톤을 끝내고 1등을 한 뒤의 성취감...


    12년 학창시절을 보내고 수능을 끝마쳤을 때의 그런 기분...


    그런 기분이 들었다.




    "허.... 내가 뭔 소리를 한거지 ..."


    나도 내가 무슨 소리를 내뱉었는지 ... 그게 무얼 의미하는지 몰랐다.


    그냥 불장난? 이건 불장난인가... 아니면... 나에게 있어서 연애인가...




    다음날 아침... 그녀는 내 책상으로 쪼로로 달려와서는 우측 파티션에 달라붙었다.


    아무래도 회사 내에서는 아무도 모르고 있었기에 나는 그녀의 갑작스런 등장에 주변부터 의식해야 했다.


    "엇... 좋은 아침........ 어 헉?"


    그녀는 바람머리 스타일로 헤어 스타일을 아주 파격적으로 바꾸고 나타난 것이었다.


    "나 어때?  이쁘지 이쁘지"


    "!!!"




    바람 머리라는게 저런 거구나... 난생 처음 보고 말았다...






    그 머리스타일은 ...


    대락 이랬다...


    그 당시로서는 아직은 유행하지 않았던 헤어 스타일이라서 바람머리 혹은 숏헤어 라는 것도 몰랐었고...


    게다가 그 헤어 스타일은 손이 엄청 간다는 것도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었다.



    여튼 너무 이뻐서 말이 안나올 지경이었다...


    "어... 이쁘네..."


    "칫... 뭐야~ 시큰둥한 반응..."



    왠지 어딘지 삐친 듯 쿵쾅거리며 자리로 돌아간 그녀...


    동료들이 흘깃 보고서는 별일 아니구나 라고 생각할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나에겐 정말 너무나 놀라운 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여...자가... 나한테 뭘 자랑하러 먼저 다가오다니 이럴 수가...'


    그때까지만 해도 자신감이라고는 하나도 없던 녀석이었고 숫기도 없던 녀석이었던 터라... 어찌 해야 할지 몰랐던 것 같다.




    그리고 또 즐거운 업무... 아니 채팅 시간이 이어졌고 몇일 전에 신나라고 보내준 노래의 가사 중 희한하게 걸리는 가사 내용이 생겨버렸다...


    Hold the line ...


    선은 넘어 가라고 그어졌고

    룰은 깨어지기 위해 만들어졌어

    그걸 가르쳐야 아니 밀고 넘어지는 줄다리기


    ...


    연애 경험도 없는 나로서는 정말 온 몸이 불덩이가 될 지경이었다.


    그리고 영화를 또 한편 보게 되었으니...



    캐리비안의 해적 2탄...




    종로의 서울 극장 커플석을 예약한 나...


    커플석이... 팔걸이가 없었다는걸 극장 자리에 앉고나서야 알게 되었었다.


    "야 커플석이잖아"


    "응? 왜 머..."


    "아냐 암것도"


    "어? 어라 ... 팔걸이가 없네...?"


    "너 몰랏냐?"


    "엉... 몰랐지 이런건 줄은 ... 의자도 붙어있네?"


    "너 웃긴다 파하하하"



    여튼 신나는 영화... 잭 스패로우가 물레방아 바퀴 위를 걷고 뛰고 구르고 난리가 났더랬다...


    어느샌가 귓가에 입김이 느껴지길래 얼핏 돌아봤더니...


    그녀가 나를 빤히 보고 있다.


    아주 가까이 얼굴을 들이댄 채...




    "어우~ 야 너 뭐야 왜"


    "..."


    "영화에 집중합시다 영화에~"


    "..."


    그때... 분명 나는 신호를 받았으나...


    나의 양심이 차마 넘지 못하는 선을 느꼈기에...


    그래서 그녀에게 ...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영화가 중반부를 지나고 키이라 나이틀리 하나를 두고 올랜도 블룸과 조니 뎁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는 내용이 나왔다.


    그녀는 감기에라도 걸린 듯 숨을 몰아쉬며 영화를 보고 있었고,


    난 왠지 이 영화 내용이 지금의 내 상황과 뭔지 모를 연관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감은 적중했는데, 영화가 끝나고서야 눈치를 챘다.



    "우와~ 잼있어 잼있어 대박이야"


    "... 어 그랬어...? 나 정신 없어서 무슨 내용인지 하나도 기억이 안나..."


    "왜?"


    "몰라... 지금 머리 아프고 장난 아니다"




    스파게티를 먹었는지 볶음밥을 먹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녀가 무언가에 휩싸여서 매우 불안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영화 떄문이었을까...?


    아니면 나 때문이었나...




    그리고 3호선에 올라타서 집까지 바래다 주기로 했다.







    꽤 늦은 시간... 전철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우리 둘은 조용히 한켠에 앉아있었는데 어떤 술취한 여성 한분이 그녀 옆에 앉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잠에 취해 골아떨어졌는데...


    그녀의 어께에 기대는 정도가 아니라 허벅지를 베고 누울 정도로 골아떨어졌다.



    "와... 이분...봐..."


    "헐... 대박"


    "너가 여기 앉았어야 했네 크크크"


    "그러게... 많이 피곤하신가보다..."



    왠지 어색해진 우리 사이에 그분이 끼어들어서 너무 재밌는 상황이 연출 되었다.



    전철 하고 많은 빈 자리에 기대서 주무실 것이지... 왜 하필...


    저번 극장에서도 참 외로워 보이시던 한 청년분이 그녀 옆에 와서 영화 관람을 했던 기억이 났다.



    "그러고보니 저번에 영화관에서도 어떤 청년이 옆에 앉았었잖어"


    "어 글게 그랬네"


    "그 남자 좀 이상한 짓 하고 그런 변태... 라고 해야하나 그런 놈 아니었어?"


    "응. 뭐 별일 없었는데? 조용히 영화 봤었지"


    "흠... 우리 사이를 사람들이 가까이 하지 않게 하려는건가 ?"



    "..."




    그 말이...


    어쩌면...


    내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던 양심에서 우러나온 말이었기에...


    그래서 ... 그녀가 그 뒤로는 아무 소리도 안했던 것 같다.




    남부 터미널


    그녀의 집을 가기 위해 꽤 먼 거리를 걸어야 했다.



    터벅 터벅...


    꽤 쌀쌀한 날씨...



    어디서 주워들은 매너는 있어서 길가에 내가 섰고, 


    "야 춥지? 이거 입어"


    웃 옷을 벗어서 걸쳐주었다.


    "... 쌩유~"


    아주 유쾌하게 대답하는 그녀. 즐거워 보인다.





    집 앞에 다다랐을때... 그녀가 한숨섞인 말을 내뱉었다.


    "휴.... 야 너 뭐냐"


    "으... 응?"


    "뭐냐고..."



    "... 왜 뭐 머...왜그래"


    "아니.. 남자가... 여기까지 오는데 손도 안잡아?"



    "어?"



    "손도 안잡느냐구 ..."


    "아.... 푸핫핫 아니 내가 원체 ... 잘 모르잖냐"



    그리고 낼름 그녀의 손에 내 손을 가져갔다.



    "어쭈... 잡으랬더니 진짜 잡을라고 그러냐?"


    "아.... !! 아 하하하 미안 미안"



    머릿속이 온통 혼란스러워서 뭘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랐다.


    "미안하기는 뭐가 미안해"


    "아니... 그러니까 손 잡으람서"


    "안돼"


    "응? 잡으랄 때는 언제고?"


    "늦었어"


    "알았다. 알았어"


    "푸하하하하하하하하"


    왜 웃고 그러는지 몰랐다. 참 날 가지고 노는게 그렇게 잼있나...


    "자. 손"


    "어 응"


    "내가 잡아준다 잡아줘 어휴"


    "흐흐흐흐... "


    좋아서 입이 헤벌쭉 나오고 말았다. 어떤 남자가 이런 상황을 싫어할 수 있을까...




    그녀의 집 앞까지...


    손에 땀이 나도록 꼭 쥐었다.


    그녀는 매우 부끄러운 듯 한 표정을 지었고...


    나도 기분이 매우 좋았다...















    그리고 그녀의 집 문앞에 섰을 때...


    가로등 불빛은 그녀를 하얗게 비추고 있었고


    시간은 멈춘 듯 했으며


    그토록 그녀가 아름답게 보인 적이 없었다.




    차마 굿바이 키스를 하....


    할까... 말까... 막....


    양심의 선을 넘어서려는 순간..




    "잘 들가. 그럼 난 간다"


    하며 웃으며 홱 하니 뒤돌아서는 그녀...



    타이밍을 놓쳤다.


    ... 어쩔 수 없지


    "으... 응... 들어가..."





    그녀는 웃는 것인지 실망한 것인지 알듯 모를듯... 희한한 표정을 지은 채 몇번을 뒤돌아 보며 집으로 들어갔고


    나는 끝까지 그녀가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녀는 홀로 자취중이었기에...



    왠지 이 선을 넘어서면,


    ...


    그렇다... 후에 무슨 일이 생길 줄 누가 알겠는가...


    나는 거기까지 갈 용기가 나질 않았 던 것 같다.










    회사 여직원과의 썸씽... #4


    글쓴이 : 레드레몬











    봄날의 밤 거리를 걸어다녀 본 적 있는가...


    새벽 1시... 봄날의 밤 거리는 유난히 쌀쌀하다.


    하지만 그 적막은 마치 눈이 가득 내린 산자락과 닮았다.


    술도 안 마셨는데 마치 만취한 듯한 기분.


    난 지금 무슨 생각을 한걸까...


    결혼을 앞둔 처자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걸까...



    당장 후회하더라도 용기를 내고 싶었다.


    내 인생은 한번 뿐이니까.



    다음 날...


    그녀가 먼저 채팅으로 말을 걸어왔다.





    '정대리 이거 들어봐'


    '응? 뭔데'


    파일을 보내는 중입니다 ... JJJ.mp3


    '응? 이건 무슨 노래야? 제목이 왜이래?'




    리쌍 이녀석들... 그런 노래를 만들었을 줄 몰랐다.


    특히나 가사를 듣고 엄청난 충격에 빠지게 되었는데 ...




    노래를 만들면 111, 222, DDD, KKK 이런식으로 저장해둔다는 리쌍...


    그러다가 JJJ 노래의 제목을 선정해줄 때가 되었는데, 딱히 이름을 지어줄 수가 없었다는 그 노래...


    가사는 대략 이러했다... 아니 가사 중에 그런 부분만 들려왔다...



    불 꺼진 버스의 맨 뒤 칸

    아무도 모르게 표정을 숨긴

    두 남녀의 서로를 애무하는 손길

    그처럼 비밀스런 인간의 손짓


    그 감추고픈 진실에 때론 너무 충실해

    언젠간 부끄러운 드러운 과거가 밝혀 질 거란 두려움 때문에

    느껴지는 망설임 하지만 가슴 졸인 시간은 잠시 일뿐

    결국엔 얼굴에 색칠한 각설이



    ...



    어둠 속에 쾌락을 매달아 벌어진 입술 사이에 울리는 쾌락의 싸이렌

    그 소리가 그치고 그는 무언가 깨달아 낮은 목소리로 그녀에게 묻지

    대체 난 누구지? 내 남자 친구

    그럼 넌 누군데? 니 동생의 여자.



    ...





    그 이후의 가사 내용들도 가히 파급적이라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뭐 이런 내용이 다 있지?


    처음엔 리듬이 좋아서 듣다가 가사 내용이 들어오니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숫기없는 나는 또 그녀에게 물어본다...


    '이거 가사 대박'


    '난 이런 류의 노래 풍이 참 좋던데'


    '아니 가사는 안들어봤어?'


    '가사? 신경 안썼지'


    '진짜? 완전 대박인데 이거 뭐야...'




    노래에 대해 그녀는 더 이상 왈가왈부 하지 않았으나, 머릿속은 온통 엉망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어제 밤 이후로 계속 불타던 나의 마음이 조금 사그러 들었던 것 같다.


    왠지 더 이상은... 





    갑자기 그녀가 옆에 와서 서 있다.


    "어 뭐야 깜짝이야"


    "두 유 커피~?"


    "콜"





    탕비실에서 마주보고 서서 마시는 커피가 어찌나 맛있고 달던지...


    '그래... 오늘은 그녀의 집으로 직접 쳐들어 간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는지 모르겠다.




    "(후룹)... 언제 끝나?"


    "뭐... 6시 반?"


    "같이 가자"


    "뭐? 퇴근도 같이 하는거야 이제?"


    "응"


    "하하하 그래 알았어"



    밝게 웃는 그녀 모습이... 6개월 뒤 결혼하는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단지 지금의 나에게 그녀는 너무나 눈부시게 아름다운 나의 연인으로 보일 뿐이었다.







    버스에 탄 우리 둘은


    마치 노래 가사처럼 버스 맨 뒷자리에 앉았고


    뭔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를 바라 보다가 문득 노래 가사가 생각 났다.







    몰래...



    아무도 몰래 잡는 손...








    그녀의 손은 참 보드랍고 따뜻하다.













    "어쭈... 은근 잡는다?"




    한참 붙들려 있다가 꺼낸 한마디...


    "왜 뭐~ 어때서!"


    "푸핫핫핫"








    남부터미널 앞에는 예술의 전당이 있다.


    봄이라 산책하기도 좋은 날씨였고...


    기억하기로는 일주일에 한번 예술의 전당에서 분수 쇼를 했던 것 같다.


    그날은 분수 쇼를 하는 날이었나보다.



    그녀는 나를 이끌고 어느 벤치 한켠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런 저런... 가족 이야기...


    사는 이야기...


    회사 이야기...


    ...






    몇 시간이 흘렀을까... 날은 어둑해졌지만 사람들은 자리를 떠날 줄을 몰랐다.


    참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구경을 하고 있다.



    그들도 ... 우리처럼 조용하다. 별로 말이 없다. 입가에는 미소 뿐이다.






    "사촌 동생이 와서 같이 살고 있어"


    "으... 응?"


    "지방에 살던 동생인데 지금 올라와서 내 방에서 같이 살고 있어"


    "아 그래? 혼자 보다는 훨 잼있겠네"


    "잼있지"


    "언제부터 올라온거야?"


    "어제 연락 오더니만 지금 와 있어"


    "아... 하..."





    제길 왠지 계획이 실패한 것 같은데...


    이게 신의 섭리라면...


    신의 간섭이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영화관의 청년...


    전철의 아가씨...


    사촌 동생...














    아무래도... 난...


    너무 어려운 사랑을 하고 있는 것 아닐까 싶었다









    회사 여직원과의 썸씽... #5


    글쓴이 : 레드레몬







    사무실...


    한창 바빠야 할 오전 시간이지만, 누군가는 채팅에 빠져있다.


    업무를 뒤로 한채...





    (타닥 타닥)


    '국수 집 맛난 곳 발견!!!'


    (토토토톡)


    '오오오~~ 국수 굿 콜 콜 어디삼?'


    (타탁 타닥 툭탁)


    '굿 콜콜이 뭐냐... 콩글리시 하고는...'


    (토토톡 토톡 토독)


    '왜 뭐 어때서. 의미만 잘 전달되면 그만이지'


    (타닥 탓 타타닥)


    '미국 가서 그렇게 써봐라  누가 알아듣나'


    (토독 톡톡톡)


    '어이구~ 그러셩~~ 외국 안나가봤으니 알 수가 있나. 우물안 개구리 양반'


    (타닥 타닥 타닥)


    '알어 알어~ 개코처럼 말해도 말코처럼 알아듣는 사람이 친절한거지... 제대로 말 안하는게 잘하는 짓은 아니잖어'


    (타다닷 타닥 탁탁)


    '아 정말~ 자꾸 잔소리 할꺼야?'


    (톡톡토도독 톡토돗)


    '아 놔 회의 쫌따 보삼. 커피는 니가 사'


    (타닥 탓탓)


    '쳇... 빠져나가다니'






    충무로의 어느 국수집에서 우리는 국수를 맛나게 먹었고, 날씨 화창한 봄날


    근처의 한옥마을에 나들이를 가게되었다.





    헌데... 왠지...





    서로 그냥 바라보며 웃기만 할 뿐...





    채팅으로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와는 달리 서먹한 기운이 감돌았다.






    "날씨 좋네~~~~"


    "그러게~ 남산에 꽃 핀거 봐..."



    그렇게 두리번 거리며 어디론가 걸어갔는데...


    2000년 타임캡슐이라며 무슨 큰 공터가 나타났다.



    타임캡슐...




    ... 과거의 기억...


    나는 지금 그녀의 기억에 각인되고 있을 것이다.



    분명 넘지 못하는 선은 정해져 있다. 그건 누구도 바꿀 수 없어...




    왠지 나도모르게 어느새인가 결정을 내려놓은 듯 했다.


    이렇게 하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인간이라는게 참 간악한 동물 아닌가 싶기도 하다.




    멋대로 근처의 들꽃을 꺾어서 반지를 만들었다.





    "야 주연아 이거봐"


    "응?"









    그녀는 깜짝 놀라며 눈물을 흘릴 듯 말듯 그렁그렁한 눈빛으로 반지를 바라보았다.



    "뭐... 야 이거..."


    "모르겠어 그냥..."








    타임캡슐 공터에서...


    난 그렇게 그녀에게 결코 의미없는 꽃반지를 끼워주었고,


    그녀는 마냥 즐거워 했다.




    마치 어린아이 처럼...



    하지만 서로 말 못할 운명의 시간이 도래할 것이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마치 인간이 필연적으로 죽을 수 밖에 없는 걸 알고 있다는 듯...


    우리는 즐거운 가운데서도 왠지 모르게 슬픈 부분이 있었다.







    "어때 이쁘지?"


    "잘 만드는데? 이런건 배운거야?"


    "아니? 아마 세상 모든 남자들은 그 어떤 재료를 가지고서도 반지를 만들어 낼 수 있을걸?"


    "어쭈... 로멘틱좀 아는데..."


    "훗..."






    반지는 손가락에 끼워주자 마자 풀려버렸다.




    "아 뭐야... 내꺼도 만들었는데..."


    "푸훕"


    "이거 낄래?"


    "아냐 됐어. 하하하"





    저만치 웃으면서 앞장서서 걸어가는 그녀...






    한옥마을은 ... 참 좁다.




    하지만 타임캡슐은...


    나에게 타임머신을 기억하게 하였고,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갔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했다...




    "과거에 우리가 좀 더 일찍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음..."


    "그치? 좀 더 일찍 말야"


    "글쎄... 난 개코도 감정을 못느꼈을 걸?"


    "그런가?"


    "푸핫핫"


    "난... 남자로서 몇점 정도 될까?"


    "어이구 점수 책정중이셔?"


    "응 우리 회사 일이 그런거랑 비슷하잖아. 업무적으로 판단하다보니 그만..."


    "흠... 한... 8, 90점?"


    "오오오~~!! 기대 이상인데?"


    "남자로써 꽤 괜찮다고 볼 수 있지."


    "그래? 내 어디가?"


    "몰라... 그런건~ 근데 좀... 아직 연애에 대해 암거도 모르는 애들을 만나는게 좋겠어"


    "아무래도 난 공부 중인건가?"


    "응. 교육비 내놔"


    "아 뭐야 나 교육받는 중이야? 연애교육?"


    "몰랐어?"


    "쳇... 그랬구나?"








    이야기를 끌어가면 갈 수록 이런 식이 되었다.


    연애에 대해 너무도 모르는 나로서는...


    질문도 이상하고 대답도 이상했지만, 그녀는 웃으면서 모두 들어주었다.





    그리고... 아무래도 나의 행복은 오래가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왠지 슬프지만...




    이런 것도 다 경험이라고 생각하니... 그래도 좀 마음이 놓였다.










    그렇게 시간은 화살처럼 지나갔다...













    회사 여직원과의 썸씽... #6


    글쓴이 : 레드레몬







    "어떻게 만났어?"


    "누구?"


    "결혼하시는 분"


    "아아..."


    괜한 걸 물어봤나? 그녀는 잠시 생각 중...




    "대학교 때... 내가 술을 좀 많이 마신 적이 있었어.

    매번 그럴 때 마다 오빠가 와서 집까지 바래다 줬었거든..."


    "그렇구나..."


    "든든한 사람이야"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할 수 있었을텐데?"


    "충분히 그럴 수 있었지..."




    거기까지 대화를 나누고 나서는... 왠지 결혼하실 분이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왜였을까...


    만나서 남자 대 남자로서 승부라도 내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난 턱을 쓰다듬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렇군... 그러니까 주연씨도 그게 좋았던거 아니었을까?"


    "물론이지 나쁠 게 없지않아?"


    "흠... 그런가...?"


    "저번에도 이야기 했지만, 당신도 아직 철 없을 나이의 여자를 꼬시는게 나을 꺼야"


    "음.... 난 그런 생각 해본 적이 없는데..."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붙잡지 않아"






    "흠... 난 모르겠어. 난 지금 내가 좋아하는 사람밖에 안보이거든... 어떻게 보낼 수 있지?"


    "푸핫핫. 연애 초보니까 그런거야. 공부를 더 해야겠군?"


    "음..."





    이야기를 나누면서 연애 공력이 부족한 것을 뼈저리게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는 나의 연애 코치인 것은 점점 확실해 지는 것 같았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다면...


    그래도 그녀가 직접 나서서 코치를 해준다는 것이었다.





    난... 결혼을 앞둔 처자에게 불똥을 튀긴 것일까...?




    그렇다면 언제나 조심해야 할 것 같다... 결혼을 앞둔 사람들에 대해...


    아니, 그 보다는 매력적인 사람일 수록 조심해야 할........





    "이제 연락 하지마"


    "응?"


    "연락... 해도 안받을 거야."


    "왜... 왜?"


    "이것 저것 준비하느라 바쁠테니까"




    바쁠 것 같다.


    최소한 이것 하나는 확실해져 가는 것 같다.





    난 연애 초보자로서... 그녀에게 두근거리는 그 무언가를 아주 뜨겁게 느꼈고...


    그녀는 날 가지고 논 것은 아니지만...


    최대한 나의 감정을 모두 포용해 주면서 즐겁게 해준 것 같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정말 몇일 동안이었지만, 그토록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 있었나 싶기도 하다...


    헌데...



    내 속마음은 흑심으로 가득 가득 했다...






    "연락... 그래도 하겠어."


    "애 처럼 떼 쓰기는... 남자들은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더니 딱 그렇네"


    "으으..."


    "안받을 거니까 하던 말던 맘대로 해"




    약간은 무표정한 그 모습이... 


    나에게는 화난 듯하게 보였다.


    그리고 그런 생각들은 나의 양심과 뒤엉켜 더욱 날 괴롭혀만 갔다.







    그로부터 몇일이 지났고...


    그녀의 결혼식은 점점 다가와 갔다.


    난... 원인도 모르는 초조함과 불안함...


    쓸데없는 객기를 부려 되려 화를 초래한 이 모든 것들에 대해 후회와 반성을 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느끼는 이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다... 난 어쩌면 좋지?'


    참으로 어리석은...


    하지만 사랑에 빠져버린 바보같은 한 인간에게는 헤어나올 수 없는 깊은 배고픔이었다.







    "정대리~ 오늘 저녁 시간 되나?"


    "으응?"




    뜬굼없이 또 회사 옆자리에 나타난 그녀...


    그녀의 이런 모습 하나 하나가 너무나 사랑스럽다. 그리고 지금도 그립기도 하다...


    "오늘 저녁 시간 있느냐구"


    "무... 물론이지"


    "오케이 좋아. 이따 봐"






    보나마나 뻔했다.


    데이트?


    데이트가 있을 수 없다. 지금의 그녀에게는...




    단지 가벼운 식사이거나 그런 것이겠지... 지금의 그녀에게는...







    호프집에는 회사 사람 여럿이 모여 앉아있었다.


    약간의 업무로 약속 시간에 늦은 나는 호프집에 들어서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 앉아있는 저 남자...


    그리고 그녀는 그의 품에 안겨 웃고 있다. 해맑게... 언제나 처럼...



    잠깐 경계심이 머리 끝까지 쳐 올랐으나...


    '내가 왜 이러지...'




    정신을 차리고 그 남자를 자세히 뜯어 보았다.


    덩치가 산만한데 웃는 건 코알라 처럼 웃고 있다.........




    덩치는 나의 거진 두배가 넘는다.


    엄청난 거구...





    그가 나를 보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안녕하십니까 대리님"


    "어익후...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살가운 인사. 나의 경계심이 한순간에 무너진다. 이 사람은 느낌이 참 괜찮다.




    "주연이한테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하하하하하하"


    "아... 네"



    식은땀이 쭈륵 흘렀다. 그 소리마저 들리지 않았을까 조마조마 했다.





    범죄같은건 저지르지 않았으나...


    어디까지나 그녀의 마음을 훔치려 했던 절도 미수죄가 있지 않은가...


    절도 미수죄라고 있나? 여튼... 난 엄청 찔렸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나눴단 말인가...






    난 그들이 차려놓은 재미난 퍼즐판 위의 단순한 말이었을까?


    거기까지는 어떻게 해도 알아낼 수가 없었다...




    커플은 까도 부부는 깔 수 없는...


    그런 넘사벽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나에게 단 한마디 말도 걸지 않았다.


    내 쪽을 바라보며 웃지도 않았으며, 결혼 전 조촐한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충분히 즐기고 있었다.


    최소한 나를 위한 자리는 아니었다.






    왠지... 나 자신이 초라해 지고 슬퍼지기만 했다.






    "있어봐. 도련님 불러올께"



    "어?"




    그녀가 나에게 말을 건냈다.


    도련님?





    곧이어 등장하신 분은...


    결혼하실 분의 동생으로서... 날 더욱 놀라게 했다.




    그는 자신이 아마추어 레슬러 라고 했다. 학교에서 열심히 고되게 훈련중이라고 ...


    덩치는 작았지만, 다부진 몸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참 건강하신 분이군...



    갑자기 도련님 되시는 분이 한마디 했는데... 


    (곧 대참사가 벌어짐)




    회사 사람들은 좋다고 즐기기 시작했다.


    500cc 맥주잔에 오이를 얇게 썰은 것을 두개를 넣고서는


    소주를 가득 채웠다.




    "저희는 가끔 이렇게 마십니다. 안주 따위는 필요 없지요. 오이는 소주의 쓴 맛도 덜어주고요"




    당찬 녀석이다. 저걸 인간이 마실 수 있는가 싶었다.






    헌데... 이 사람이... 자신이 마실 생각은 않고 타깃을 찾는 듯 했다.




    아 뿔 사.....


    그는 나를 주시했다.






    "드시죠?"


    "무엇... 무어ㅓㅁ!@%?"





    모든 회사 사람들이 나를 주시했고, 그녀도... 그녀의 남편 되실 분도... 흐믓한 표정으로 날 보고 있었다.




    '뭐야... 이게 왜 나한테 온거야 대체 왜?'


    마시면 죽을 것 같았던 그 잔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어디선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내면의 무언가를 느꼈다.


    속으로는 욕지기가 다 나오면서도... 이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나갔다.




    '내 연애의 끝이구나'





    그것은 단호하고도 어쩌면 상당히 외로움에 지친 한 짐승의 눈물겨운 작은 몸짓이 아니었을까 싶다.






    소주는 생각보다 하나도 쓰지 않았다.


    "오!!!!!!!!!!! 오이 대박!"



    사람들은 웃으며 신나했고, 도련님 되실 분은 뭔지 모르겠지만, 안타까워 하는 듯 했다.






    그리고 그녀는... 몇분 뒤 근처 약국에서 컨디션을 한다발 사와서는 각자에게 나눠주었다.


    "야 그걸 먹으라고 다 먹냐... 어휴 진짜"


    "왜... 맛있구만..."


    "이거나 먹어"






    이후 술자리에서 느끼는 외로움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직시하고나니 가슴 한켠으로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이제 모든 걸 내려놓자... 그녀에 대한 기억은 나에게 피와 살이 될 것이야...'









    몇일 뒤 결혼 식...









    세상 누구보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그녀,


    등이 훔뻑 파인... 가슴골도 그대로 다 드러나는 아주 아주 섹시하면서도 멋진 드레스를 입고 있는 그녀...



    당당한 모습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그녀의 드레스... 그리고 그녀의 결혼식...
















    신부... 입장... 




    그녀는 나를 보았을까... 나는 그저 박수만 쳐 대고 있었다.







    너무나 멋진 그녀의 모습은 평생 잊을 수 없는 광경으로 각인되고 있었다.





























    -- 그 후...


    그녀에 대한 추억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나는 이미 결혼한 그녀에게 친근하게 대했지만,


    결혼 전과는 180도 바뀌어버린 냉대한 그녀의 모습에 안타까워할 수 밖에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아이를 낳았고...


    "오~~~ 아기 이쁘다. 고놈 잘 생겼네. 아빠 닮아서 건장한 녀석이야"


    "이런.... 얘 딸이거든?"


    "헉... 그...그래..? 이쁘다 이뻐 그래도 푸핫핫"




    하지만 그렇게 거리를 두면서도 나는 연애 초보자로서의 지위를 망각한 채 자꾸 그녀를 귀찮게 대했고,


    그녀는 얼마 지나지 않아 퇴사를 했다.


    나 때문이었을까... 고된 육아생활 때문이었을까...






    난 나 때문이었다고 단정지었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는 것 만이 그녀를 내 안에서 완전히 잊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또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이제 나도 누군가를 만나야 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 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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