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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readers_5044
    작성자 : 레드레몬
    추천 : 3
    조회수 : 260
    IP : 61.37.***.5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2/12/02 21:19:35
    http://todayhumor.com/?readers_5044 모바일
    [오유과거] 산문 - 하얀 겨울 늦은 밤 그녀 집 앞.
    <p>하얀 겨울 늦은 밤 그녀 집 앞.</p><p><br></p><p>얽매여진 시간 속에 우리가 만날 수 있었 던 건... 회사 내 분위기 때문이었을지 모른다.</p><p>실타래가 풀려나가 듯 우리는 서로에게 끌렸고, 충무로에서 멀리 더 먼 곳에 있는 CGV를 찾아</p><p>단 둘이 외진 자리에서 영화를 보기에 이르렀다.</p><p><br></p><p>돌이켜 보면 도봉산 자락 단합회 후 소주와 막걸리로 점철된 뒷풀이 자리에서 </p><p>나는 그만 필름이 끊겨 그녀를 와락 안아버렸던 것이 시작이었던 것 같다.</p><p>다음 날 멋적은 마음에 너에게 미안하다 전하려 점심을 따로 했지만,</p><p>너는 기억하지 못했고 나는 너에게 그 말을 전해 주었다.</p><p><br></p><p>"이렇게 되면 뭐가 바뀌기라도 해?"</p><p><br></p><p>모르겠다. 이게 무슨 소리인지 그 때는 알 수가 없었으니 말이다.</p><p>알게된건 얼마 지나지 않아... 네가 결혼한다고 했을 때였다.</p><p>나는 우리가 이런 관계에 놓인 것이 그 때 그 말 때문이었다고 했다.</p><p>나는 바뀔 것이다 라고 대답해 줬기 때문이다.</p><p><br></p><p>'응 맞아 내가 바꿀 수 있어. 내일부터 우리는 사귀는거니까'</p><p><br></p><p>하지만 이미 결혼날짜 까지 다 잡혀있는 그녀의 마음. 돌아올리 없다.</p><p>그렇지만 나는 내가 내 뱉은 말에 믿음을 가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p><p>결혼도 무엇도 나를 막을 수 없고 감정을 지배할 수 없었던 것 같다.</p><p>그렇게 어리석게 시작한 나의 첫 연애는 막을 내릴 줄 모르고 내달렸다.</p><p><br></p><p>CGV에서 낯선 남자가 네 옆에 앉았었고, 귀가행 국밥집 옆 모텔촌을 그냥 빠져나온 것 하며,</p><p>전철 안에서 낯선 여인이 너의 무릎에 쓰러져 잠을 잤던 모든 것들이</p><p>그리고 남부고속터미널에서 의정부까지 그렇게 거리가 먼데도 너의 집 앞에 바래다주며</p><p>무엇이 진짜 연애이고 무엇이 가짜 연애인지 어렴풋이 보이는 듯 했다.</p><p><br></p><p>너는 남편이 될 사람을 나에게 보여줬었고 나는 그날 500cc에 소주 두병을 원샸했다.</p><p>가짜 연애는 그렇게 야한 노래를 서로 주고받는 사이에 이루어졌고 소주와 함께 녹아버리는 듯 했다.</p><p>손도 안잡고 어깨를 걸쳐주지도 않느냐며 핀잔을 줬던 그 가짜 연애는 나에겐 어쩌면 진짜 연애였는지 모르겠다.</p><p><br></p><p>하얀 겨울 늦은 밤 그녀 집 앞.</p><p>너는 가로등을 등지고 예쁘게 말 없이 서 있었고,</p><p>우리 손은 끈적이다 못해 거의 하나가 될 정도로 꼭 잡고 있었다.</p><p>네 눈가에 뭔가 아른 거렸던 것이 눈이었는지 아니면 가짜 연애의 진짜 눈물인지 모르겠다.</p><p><br></p><p>날은 추웠지만 하얀 겨울 늦은 밤 그녀 집 앞에서 나는 불타오르고 있었으나</p><p>양심이라는 녀석과 사투를 벌이다 결국 불타 죽어버린 것으로 기억한다.</p><p>너는 무언가 기대했겠지만, 빈 집 너의 방 안에 나는 금기시 해야 할 내 발 한자욱을 내디딜 용기가 없었던 것을 너도 알고 있었겠지.</p><p>우리는 얽혀있는 세상속에 8년이라는 집요한 정이 만들어낸 진짜 연애가 가짜 결혼에 뭍혀버리는 사건을 경험했다.</p><p><br></p><p>그리고 나는 돌아섰다.</p>
    레드레몬의 꼬릿말입니다
    <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206/1339136651715.JPG" style="height: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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