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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data_1205641
    작성자 : 레드레몬
    추천 : 11
    조회수 : 2054
    IP : 118.32.***.80
    댓글 : 6개
    등록시간 : 2012/11/01 23:42:05
    http://todayhumor.com/?humordata_1205641 모바일
    [BGM] 비 오는 날... 낯선 여인에게 우산을 씌워주다.

    안녕하세요 오유님들, 저도 오유인의 저주를 받은지라 여친과 헤어진지 얼마 안되었답니다.
    어제 있었던 실화를 적어보겠어요. 저도 편하게 음슴체를 쓰겠습니당 ^ㅠ^

    제 직장은 역삼역. 집은 의정부 호원동. 무려 1시간 30분이나 걸리는 엄청난 거리임.
    (그래도 총알이 언제나 부족한지라 열시미 매일 출퇴근)

    어제는 날이 꾸리꾸리한것이 집에 가기 싫었으나 그래도 어적어적 회사에서 야근아닌 야근을 하고
    (오유 눈팅질로 야근시간동안 팽팽 놈) 집에 오기로 작정함. (오유님들 절 집에 안보내실 작정입니까!)

    밤 11시 30분. 도봉산역에 도착함. 늦은시간에 1호선은 넘 늦게 오니까 버스를 타기로 했슴.
    날이 꾸물텅 꾸물텅 하더니만 결국은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함.

    집은 회룡역임. 도봉산역에서 133번을 탑승하면 호원2차 아파트 앞에서 바로 하차 가능함.
    때마침 133번이 나타나서 쾌재를 부르며 탑승. 때마침 자리도 남.
    그래서 얼른 앉아서 평소 즐겨하던 3D 탁구를 켰음. 갤탭이 게임할땐 참 좋음.

    비오는 버스 안에서 소리 소문없이 퍼져나가는 탁구공의 톡탁거리는 소리가 날 즐겁게 해줬음.

    옆자리가 비었는데... 어느순간 어여쁜 처자님께서 앉으셨음.
    모든 남자들이 다 그렇듯 반대편 노선도를 보는 척 하며 흘깃거리면서 외모를 관찰하였음.

    아... 무척 이쁘셨음. 외모로 표현하자면... 살짝 손담비님 닮으셨었음.

    아래는 참고 자료. 풋풋한 당시 상황을 위해... ^ㅠ^

     

     

     

    곧 게임을 접고 비 오는 버스 안의 낭만을 만끽하기 시작했음.


    이어서 나에겐 우산이 있고 그분에게는 우산이 없다는 사실을 파악했음 ! (+_+) 레이더 풀 가동중...

    시나리오 작성에 들어감.
    '1. 집에서 내리지 않고 따라 내린다'
    '2. 비가 오는 것을 확인하는 척 하며 뒤에서 소리나게 우산을 편다'
    '3. 그분을 앞질러 가며 자연스레 우산을 씌워줘도 되겠느냐고 물어본다'
    '4. 집까지 바래다 준다'
    '5. 명함을 건넨다' (참고로 명함 꼭 가지고 다니고 있었음)

    아주 멋진 시나리오 였음!


    얼마 지나지 않아 버스는 본인의 집을 지나쳐가게 되었음.
    그 순간부터 두근두근 쿵쾅쿵쾅이 시작되었음 !

    '아차! 간과한 것이 있었다! 이 버스는 양주까지 가는데!!!'

    설마 그 늦은시간에 양주까지 가리라곤 생각 못했음. 다행히 그분은 6정거장 정도 이후 내릴 준비를 하셨음..

    그 동안 본인은 비가 왕창 왕창 내리길 바랬으나 보슬비는 그냥 보슬비였음.

    하차 후 시나리오 대로 뒤따라 가기 시작함. 그분은 전혀 눈치를 못챈 상황이었음.

    늦은 시간에 게다가 거구가 뒤따라 오면 놀랄 것을 우려한 나머지 시나리오 2번대로 행동이 잘 안되었음.
    게다가 비가 오니까 그분은 종종걸음이 빨라지셨음.

    마음을 단단히 먹고 '저... 저기요' 를 꺼내 말했고 시나리오 3번을 시전하였음.



    "네?"

    "저... 저기... 제가 우산 씌워드려도 괜찮을까요?"

    속으로 시나리오 4번을 예상하고 있었으나 결과는 참담하였음 !!!

    "아... 저기 집 다 왔는데"

    딱 보니 옆에 골목으로 들어가려는 찰나였음... 이런 아뿔싸

    머릿속에서 모든 시나리오가 삭제되고 백지상태가 되어버렸음... 5번이 뭐였지 5번? ...

    말도 섞기 전에 명함을 쑥 내미는건 뭔가 아니다 라는 직관적인 예감이 들었음.
    "아... 저기요 책 읽는 모습이 너무 이쁘셔서요..."

    5초간의 어정쩡한 시간이 흐르고 ...

    "에고... 뻘쭘하네... 드... 들어가세요"

    "네... 네"

    그분은 토끼같은 걸음으로 집으로 들어가셨음.



    .......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참...

    안타깝고 아깝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음...

    어제 그분 이쁘신 손이 거뭇거뭇 하시던데 어떤 일을 하시는 걸까요...

    책 읽는 모습이 너무 이쁘셨는데...

    집에 오는 버스 6정거장의 거리는 상당했음. 가지고 있던 작은 로션과 함께 왜 명함을 못 건넸는지 후회하기 시작함...

    어제에 이어 오늘도 날이 꾸물꾸물 한 것이... 참... 그러그러 하네요...

     




     


     

    레드레몬의 꼬릿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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