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헤어진지 몇달 째
빠르면 빠른건지 마음이 조금은 무뎌졌다
주변 사람한테 니 얘기 안하고 혹여 듣더라도 쿨해게 넘기곤 했는데
그래도 너무 보고 싶을땐 꿈에라도 나오길 바랬는데
다시 번호를 저장해 까똑 프로필 사진을 본다던가
페이스북 로그인해서 친구의 친구의 다리를 건너 너를 숨어 보려 하던
그런 지저분한 짓은 헤어진 그 주 말고는 한적이 없어
그래도 꿈에 나오길 바라는건, 나오면 더할나위 없이 좋지만 안나와도 그만이기에
간간히 욕심을 부려 봤어
몇달 동안 니가, 내가 그렇게 바라던 꿈에 나온건 두번이야
첫번째는 언젠지 기억은 안나는데
꿈속에서도 너무 보고싶어서 여기저기 너를 찾아 헤매던 상황인거 같았는데
저기 멀리서 보이는 뒷모습만 보고도 한눈에 너인걸 알았는데
꿈인데도 너무 신나서 방방 뛰면서 어떻게 가서 아는척을 해야할까
간단하게 눈인사만 하고 지나갈까
우리 그렇게 안좋게 헤어진게 아니니까, 그럴까 싶었는데
뒤돌아서서 나를 발견하고 짓던 니 표정이 잊히질 않아
그 김연아짤..고개 살짝 기울이고 찡그린 그 표정
그리고 난 다 포기하고 돌아섰지
너 소개 시켜준 동생한테 너 꿈에 나왔다! 하고 말던지자마자
"오빠 ㅇㅇ이도 오빠 생각해서 꿈에 나왔나봐요!"
라던데 ㅋㅋㅋ 정말 그래서 내꿈에 나와서 그런표정 지은거면
안좋게 헤어졌다는건 내 생각뿐인걸까.
그래 두번째 꿈은 어제
설날인데 집에도 못가고 일하는건 너랑 나랑 같겠구나
무튼 일하고 간단하게 직원들이랑 식사하고 친구랑 맥주한잔하고 들어 와서 뻗었는데
몇개의 꿈을 꿨는데 유난히 맑은 그 꿈에서 다행히 널 봤어
내가 졸업한 초등학교의 급식소 같았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려고 줄을 서있는데
한결같이 내가 다 아는, 내 지인들이 성인이 된 지금의 모습이었어
설날이라 인사도 해야겠고 여기저기 쏘다니며 인사를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는데
앞번 꿈처럼 저 멀리서 비스듬하게 뒤돌아 있는 널 한번에 알아봤어
내가 너 처음본날 입었던, 한번 더 입은 모습 보고 싶다고 칭얼댔던
그 예쁜 겨자색 원피스에, 지난 가을 입었던 병아리 같다 했던 노오란 가디건을 걸치곤
꿈속인데도 지난번 꿈이 떠올라 인사하면 안되겠다
그리고 눈에 안띄어야 겠단 생각이 크게 들어서 될수 있으면 니 시선에 안들려고 뒤쪽에만 서 있었어
내가 짝사랑 했던 애도 있었고
전 여자친구도 있었고
나 좋다했던 몇 안되는 여자애들도 보였는데
하나도 안중요 했어
소소하게 수다 떨면서 방방 뛰는 그 모습이 얼마나 이쁘던지
다시 보고 싶어 미칠거 같던 그 미소만 봐도 모든게 풀려서 기분이 너무 좋았거든
꿈속임에도 꿈에서 깨기 싫단 생각이 들 정도 였으면 정말 침착 했나 보다
근데 그 때 였어, 밖에까지 길게 늘어섰던 지저분했던 줄이 일렬로 가지런하게 정리 되더니
"야 기차온다 길터라!!"라는 누군가의 외침에
꿈에서 깰것만 같은 느낌을 크게 받았고
무궁화호 한대가 쌔앵 소리를 내며 비정차역을 지나가는 ktx 마냥 빠른속도로 지나갔지
매캐한, 그 특유의 기차역 냄새가 순간 났고
넌 내 시야에서 사라졌어
다시 찾겠노라고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가려는데
누가 내 어깨를 탁 잡았어
놀란 마음에 너인걸까 싶어 뒤돌았는데 친구놈이 안된다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손에 힘을 더 세게 쥐었지
두리번 거리다 배식을 받고 친구들이랑 앉아서
즐겁게 밥먹는 널 발견했고
이제 곧 꿈에서 깨겠노라 마음을 다잡는데
친구가
"야 저기봐라, 개이쁘다"
하며 가리킨 곳엔 영양사로 보이는
예쁜 여자가 한손에 파란 파일을 끼곤
도도하게 구둣발 소릴내며 또각 또각 걸어가고 있었어
그래, 니가 날 보고 있는것도 아니고
죄책감 가질 필요 없다고 생각하며 곁눈질로 훑어 봤지
검은 원피스에 검은 스타킹
하아
동시에 저 멀리서 누군가가 또 외쳤고
기차가 들어 옴을 알수 있었어
이번엔 ktx인가봐
사람들이 벽에 밀착을 했어
눈 깜짝할새 지나가버렸는데
친구가 내 등을 팍 치면서 다시 그 영양사를 가리키는데
마릴린 먼로의 그 장면 보다 더하게
원피스가 뒤집혀서 몸에 붙어버렸는데
보라 빨강 반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