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버스 정류장</div> <div><br></div> <div>순간을 망설이다 올랐습니다.</div> <div>그저 몇분이 아쉬워 올라설 용기가 날 만큼</div> <div>마주하기 두려웠던 그 정류장은 이제</div> <div>내 가죽처럼 건조한 이유가 되었습니다.</div> <div><br></div> <div>숨이 오르는 나를 위해</div> <div>그래도 남겨진 빈자리에 앉아</div> <div>무심코 주머니에 손을 찌르면</div> <div>흐려진 조각들이 달그닥 거립니다.</div> <div><br></div> <div>멍하니 조각들을 어루만지다</div> <div>정신을 차리듯 눈이 맑아집니다.</div> <div>마침, 그래도 반갑게 마주해 주라며</div> <div>친절한 안내방송이 들어옵니다.</div> <div><br></div> <div>눈을 감으려다</div> <div>오히려 선명해지는 풍경에 놀라</div> <div>짐짓 눈을 뜹니다.</div> <div><br></div> <div>시끌벅적한 시장의 풍경은</div> <div>순간 음소거가 되었습니다.</div> <div><br></div> <div>그대로 우리를 기억할 풍경들이 두려워</div> <div>모른척 피해왔던 나를 비웃듯이</div> <div>모든게 다 변해 버렸습니다.</div> <div><br></div> <div>숱한 발자욱 남아있을 자리도</div> <div>썩지 않는 보석같던 추억도</div> <div>유리창에 비친 굳어진 내 청춘도</div> <div>모두 다 변해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혹시 당신도</div> <div>꼭 이만큼 변했습니까?</div> <div><br></div> <div>동경했던 세상은 너무 차갑고</div> <div>매일 상처입는 것이 당연한 이유로</div> <div>이 거리에 당신과 함께하고자 했던</div> <div>추악한 한 남자의 소원이</div> <div>이뤄지지 않은 것을 다행히 여겼습니다.</div> <div><br></div> <div>마음을 다해 사랑받고 싶어서</div> <div>여린 당신을 얼마나 괴롭혔던</div> <div>무지하고 철없던 소년은</div> <div>당신이 굳이 원망하지 않아도 벌을 받고</div> <div>이제는 어른이 되었습니다.</div> <div><br></div> <div>나는 이렇게</div> <div>꼭 이만큼 변했습니다.</div> <div><br></div> <div>시간이 세월이 되도록 지워지기만 했던</div> <div>나의 이름과 모습들이 흐리게나마</div> <div>혹시 당신에겐 남아 있습니까?</div> <div><br></div> <div>때로는 눈물나게 그리운 시절도</div> <div>눈물나는 이유로 원망이 됩니다.</div> <div><br></div> <div>나는 이 정류장을</div> <div>다시 또 한참동안</div> <div>피해다녀야 할 것 같습니다.</div>
유리하다고 교만하지 말며
불리하다고 비굴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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