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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freeboard_980363
    작성자 : ㅂㅎ한
    추천 : 11
    조회수 : 477
    IP : 14.39.***.24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15/07/10 21:31:23
    http://todayhumor.com/?freeboard_980363 모바일
    아버지는 철이 없으셨다.
    초등학교라는 말이 좀 익숙해질 무렵이었다. 우리집 문을 열고 마당에 나오면 오른쪽엔 대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대나무 숲이 있었다. 정면엔 엄마가 가꾸던 텃밭이 있었고 그 텃밭 너머엔 절벽이 있었다. 텃밭 너머의 절벽은 무척이나 불편한 지형이었다. 친구집에 가든 학교에 가든 심부름을 가든, 그 절벽을 거쳐 가야만 훨씬 빨리 다녀올 수 있었다.

    나는 아버지에게 '절벽에 계단 만들어주세요'라고 말했었다. 아버지는 알았다고 하셨다. 그날 저녁, 난 다음날 아침 생길 계단에 대해서 온갖 상상을 다했었다. 다음날 생긴 계단은 실망스럽기 그지 없었다. 근처 공사장에서 쓰이던 네모난 나뭇조각 몇 개 떼어다가 그 절벽 사이에 끼어 있던 덩쿨로 얽어 놓은 사다리가 그 계단의 전부였다. 사다리마저도 너무 간격이 넓고 가파라서 차마 타고 내려갈 엄두조차 안 들었다.

    나는 아버지에게 어느날 집에서 '모기랑 개미가 계속 물어요'라고 말했었다. 아버지는 알았다고 하셨고 난 다음날 날 위한 요새에 대해 온갖 상상을 다했었다. 다음날 생긴 요새는 실망스럽기 그지 없었다. 평소보다 두터운 이불과 모기장이 전부였다. 아직 깨지 않은 동생의 포동포동한 팔뚝엔 모기 물린 자국이 무척이나 많이 남아 있었다. 난 아버지에게 '아빠, 예지가 엄청 물렸어요.'라고 말했었다.

    아버지는 '아빠가 잘 할게'라고만 하셨다.

    며칠 뒤 엄마는 우리를 엄마 친구네에 맡겨두고는 병원에 가셨다. 엄마 친구가 말하길 아버지가 다치셨다고 했다. 철없게도 아들내미 자는 모기장에 몰래 넣어둘 매미를 잡으려고 나무에 오르시다가 떨어지셔서 배를 다치셨다고 했다. 아버지는 다칠 사람이 아니니까 마음이 무척이나 놓였다. 우리 아버지는 절벽에 계단도 놓는 사람이고, 우리 아버지는 전부 다 자는 시간에도 아무도 모르게 이불을 덮어주고, 아무도 모르게 모기장도 쳐주는 사람이었으니까 마음이 놓였다.

    다음날, 아버지 배를 덮고 있는 붕대를 봤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숨죽여서 우는 법을 배웠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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