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국민학교가 초등학교로 바뀌던 때, 우리 엄마는 벽돌공장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엄마는 '애야 엄마 벽돌공장에 다닌다고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돼'라고 신신당부하셨지만 난 촌구석에서 보기 드물었던 공장에 엄마가 다닌다는 게 너무 자랑스러웠다. </span></div> <div><br></div> <div>그래서 다음날 담임 선생님한테 '저기요 선생님, 우리 엄마, 벽돌공장에 다니게 됐어요'라고 말했다가, 선생님께서 가정방문을 하셨던 날 엄마한테 엉덩이를 모질게 타작당했었다. 그래도 난 여전히 엄마가 '공장'에서 일한다는 게 퍽 멋있어 보였다.</div> <div><br></div> <div>하지만 공장은 엄마를 무척이나 괴롭혔다. 보들보들했던 손바닥은 아빠 손바닥보다 더 까끌까끌해져서 엄마가 내 뺨을 만지는 게 싫어졌다. 집에 돌아와선 땀냄새와 기름냄새를 풍기며 부엌에서 오랫동안 쉰 뒤에야 밥을 해주셨다. 엄마가 부엌에 누워 앓는 시간은 점점더 길어졌고, 나는 이내 라면 끓이고 설거지하는 일에 익숙해졌다.</div> <div><br></div> <div>평소 유난히 착한 척하던 슈퍼 아줌마는 내가 듣는 앞에서 우리 엄마가 천한 일을 한다고 말하는, 무척이나 천박한 짓을 했했었다. 엄마가 슬플까봐 차마 '슈퍼 아줌마가 엄마 보고 천한 일 한대요'라고 말하진 못하고, 그저 그 아줌마가 우리집에 들를 때마다 그 아줌마를 흘겨보기만 했다. 난 엄마가 공장에 다닌 다는 게 너무 싫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여름방학 중, 동생이 엄마가 보고 싶었던지 엄마네 공장에 놀러갔었다. 일어나서 친구집에 놀러 가려는데, 공장으로 가는 골목길에서 동생이 울면서 오고 있었다. '그 공장네 아이들이 예지를 괴롭혔구나' 싶었다.</div> <div><br></div> <div>이 조그마하고 귀여운 애가 너무 서럽게 울고 있어서 마음이 아팠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일단 집에 데려와서 방법을 궁리했다. 그러다가 맛있는 걸 주면 좋아할 거라는 생각에 가게로 달려가서 7백 원짜리 아이스크림을 사왔다. 사오고 보니 이미 울음을 그쳐서 내가 좀 먹다가 동생이 좀 달라고 해서 나눠 먹었다. </div> <div><br></div> <div>엄마가 돌아오고 나서 '그 공장네 아이들이 예지를 괴롭혀서 막 울었어요'라고 말씀드렸다. 예지는 다시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엄마는 예지의 등을 도닥도닥 하면서 엄마가 내일 걔네들 아주 혼구녕을 내줄게'하고 약속하셨다. </div> <div><br></div> <div>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그 애들에게 궂은 말 한 마디 차마 못하셨을 거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