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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readers_21959
    작성자 : ㅂㅎ한
    추천 : 6
    조회수 : 451
    IP : 61.72.***.43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5/10/02 20:53:36
    http://todayhumor.com/?readers_21959 모바일
    그래도 밥 한 끼를 먹이시다니요.
    옵션
    • 창작글
    아마도 국민학교 시절이었을 거다. 엄마한테 무슨 이유로 크게 삐져서는 엄마가 '우리 아들 어디갔니, 엄마가 잘못했어' 라고 말씀하실 때까지는 돌아오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하고선, 난생 처음 혼자서 건넛마을 사촌 집으로 도망치려고 했던 적이 있었다.


    엄마랑 전에 같이 몇 번 갔던 길이라서, 쉽게 사촌 집까지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는 길로 갈 수록 모르는 길이 나오더니, 심지어는 내 덩치에 몇 배나 되는 사나운 개가, '컹 컹' 소리를 내면서 짖어댔다. 그 중 개 한 마리가 성난 모습으로 날 향해 달려 왔었다.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는데, 뒤에는 큰 개가 쫒아오고 있으니 눈물 콧물밖에 나오질 않았던 것 같다. 사촌 형이 '개는 오른쪽 종아리밖에 안문다'고 한 말이 기억나서 '오른쪽 종아리를 감싸야 한다'는 생각은 들었는데, 오른쪽이 어느 쪽인지 몰라서, '다음 번에 밥 먹을 때는, 밥 먹는 손이 어느 쪽 손인지 꼭 기억해둬야지' 다짐했었다.


    겨우겨우 막다른 골목들을 피해서 도망치다가, 처음 보는 어른이 나왔을 때, 그만큼 맘을 놓은 적이 없었다. 그 아주머니한테, '아줌마, 아줌마, 저기 골목에 개 있는지 봐주세요'라고 부탁했고, 그 아주머니는 사람을 안심시키는 눈웃음과 함께 '아니, 없는데'라고 하셨다. 


    마음이 놓였다. 마음을 놓으니 눈물과 비명에 상한 목이 매웠다. 그 아주머니는 가던 길을 가셨고 나는 그 자리에 쭈그려 앉아 매운 숨과 침을 뱉고 뱉느라 얼마나 거기에 앉아 있었는지 모른다. 


    그 산기슭 골목에서 내려오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우리집 뒷편 대나무 밭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 우리 집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놓였다. 그제서야 배가 고팠다.


    엄마는 텃밭 앞 매화 나무 옆에 쭈그려 앉아 서럽게 울고 있었다. 난 엄마를 보자마자 말했다.


    "엄마, 저 배고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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