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늘 엄마에게 두 번 미안하고 세 번 미안하다.
유독 어제 아버지며 어머니며 나보고 살 빼라고 하셨다.
평소에 집에서 제일 체중이 많이 나간다는 이유로
누나가 하루가 멀다하고 놀려대고 뱃살 만지고 하던 터라
농담이었든 장난이었든 내게는 스트레스였다.
그 찰나에 아버지 어머니께서도 내게 그런 말을 하시니
병신같이 울컥해서 아버지나 어머니께 퉁명스럽게 대했다.
특히나 어머니께 화풀이를 많이 한 것 같다.
어머니랑 말싸움을 하고 나는 화나서 방문을 걸어잠그고
영어단어나 외우고 이딴 살때문에 화난 내가 병신같아서
소소하게 운동을 했다.
한 번 문고리가 딸깍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문이 잠겨있는 걸 알고는 그냥 가버렸다. 어머니였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잠시 후 손톱깎이를 가지러 큰 방으로 갔다.
어머니가 뭘 찾냐고 내게 물어봤지만 나는 대꾸도 안 하고
손톱깎기만 챙기고 나와버렸다.
내 방에 돌아와서 나는 울었다.
유독 어머니께만 모질게 대하는 내가 너무 미웠다.
말을 씹다니.. 얼마나 싸가지 없는 짓을 했지 내가..
가서 어머니께 내가 너무 무례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쓸데없는 자존심때문에 그냥 잤다.
다음 날 아침, 어머니께서 내 방에 오셨다.
다정하게 깨워주시며 어제는 엄마가 너 화나라고 한 말 아니라며
다정하게 말을 건넸지만 내 표정은 알량한 자존심때문에 좀처럼 풀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어머니는 따뜻한 목욕물을 받아주셨고, 씻고 나서도
화풀어라고 다정하게 말해주셨고, 맛있는 아침도 해주셨다.
그치만 나는 쓸모없는 자존심때문에 계속 '화난 척'하고 있었다.
밥을 먹고 방에 들어가 침대에 걸터앉아 '아.. 오늘은 옷 뭐 입지'하면서
멍때리고 있을적에 어머니께서 들어와서 갑자기 10만원을 주셨다.
옷 사입으라고. 너 옷 없다고 했잖아.
나는 너무 갑작스러워서 이런 걸 왜 주냐는 말만 나직히 반복했다.
이 때도 울컥해서 울뻔했지만 어머니 앞이라 애써 참았다.
그리고 나는 출근하면서 아버지 어머니께 인사를 드렸다.
"다녀오겠습니다."
"엄마 미안해." 용기 내서 조용히 어머니께 말했다.
"응? 왜?"
"암 것도 아냐."
하고 출근을 하는데 날씨는 이렇게 좋고 나무는 이토록 푸르른데
왜 눈물이 나냐. 진심으로 눈물이 차올라서 고개를 들었다.
나는 평소에도 어머니께 스트레스를 푸는 경향이 있었던 것 같다.
이겨야 직성이 풀렸겠지?
그렇지만 어머니는 그럼에도 늘 져주시고 안아주시고 먼저 손을 내미셨던 것 같다.
아침에 좀 더 제대로 사과하고 포옹하고 오지 못한 게 후회스럽다.
나는 이겨서 직성이 풀려도 엄마의 상처는 누가 치료해주지? 바로 내가 할 일인데..
근데 나는 그런 제스쳐도 없이 '자식새끼 키워봤자 소용없는' 짓만 했던 것 같다.
이것은 비단 어제 오늘에 대한 반성이 아니라 살아오면서의 반성이다.
오늘 집에가면 키웠는데 소용있는 자식 새끼가 되야 겠다.
엄마 늘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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