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그 날은 유난히 특이한 느낌이 드는 날이었다. 그믐날도 아닌대도 하늘에 구름이 끼었는지 달도 별도 잘 보이지 않았다. 하늘이 어두우면 </div> <div><br></div> <div>야간 산길과 철책따라 난 길들도 당연히 한치앞도 안보여야 정상인대 보름날 같이 살짝 밤그림자가 보이는 이상한 날이었다. 후반야</div> <div><br></div> <div>(12시 30분 부터 일출 전 1시간 30분 전까지 서는 근무) 투입전 철책따라 이어지는 경계등의 불을 켜고 끄는 분전반의 사용시기에 대한 </div> <div><br></div> <div>전달 사항을 받고(야간에 계속 켜 두는 것이 원칙이나, 근무자의 이동시간을 외부에서 알기 어렵게 하고 모습의 들어남을 막기 위해 자동 </div> <div><br></div> <div>점멸과 수동 점멸을 병행한다고 교육 받았지만... 사실 전기세가 큰 몫을 할거라고 수근 거렸다.) 마지막 암구어확인 후 근무지 투입용 60트럭</div> <div><br></div> <div>(중대에선 카고라 부르는)에 몸을 실었다. 여름에 접어들어 자정이 지났음에도 후덥지근하던 날씨가 60트럭이 달림으로 인해 한결 시원하다 </div> <div><br></div> <div>느꼈던듯 하다. </div> <div><br></div> <div> 투입된 근무지는 3번째 대기초소. 밀어내기근무를 서는 부대 특성상 여기서 15분 쉬고 40여분(정상적인 시간이면 한시간 반동안 천천히 가야될)</div> <div><br></div> <div>산을타 오르내려 다음 근무지로 가야 했다. 그날 근무는 신경쓸 것들이 많았다. 다음 근무지 사수는 윗선임. 근무중 보게될 군견순찰자도 윗선임. </div> <div><br></div> <div>중간에 근무지 이동 길은 부대내에서 힘들기론 1, 2위를 다투는 곳. 근무지 전방과 이동 중 만날 철책 전방으로 넓은 논이 펼쳐져 있어 유난히도</div> <div><br></div> <div>cctv가 많고, 일부는 목이 돌아가는 놈들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간부순찰자(군무원이나 부대 간부가 도는 순찰)가 없다는 점 정도?<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이와중에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분전반에도 몇 번 들러 경계등 스위치를 돌려야 했다. 첫 대기초소 도착 후 딸딸이(유선 통신장치이나 신호가 들어올때 따라라락 소리가 난디고 다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딸딸이라 불렀다.)를 돌려 도착했음을 보고 하고 15분 후 나감을 신고했다. 상황병이던 고참은 이번에 경계등이 켜져있어야 하는대 무슨일인지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좀전에 꺼졌다고 가는길에 철책 이상유무 확인 및 분전반에 들러 경계등 전원을 올리라는 전달사항을 전해줬다. </span></div> <div><br></div> <div> 가끔 자동점멸 설정에 이상이 생기면 있는일이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평상시<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보다 밝은 새벽 산길을 서둘러 이동했다. 밀어낼 근무자기 선임이면</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으례 30분 정도 일찍 밀어줘 대기초소에서 더 쉴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중대내의 불문율이었으니...</span></div> <div><br></div> <div> 대기초소와 근무지인 고가초소 중간쯤 있던 분전반에 도착하니 딸딸이가 요란하게 울려댔다. 역시나 날이 밝으니 cctv로 상황병이 이동을 보고 </div> <div><br></div> <div>있었던 모양이다. </div> <div><br></div> <div> "통신보안 순찰자 상병..."</div> <div><br></div> <div> "야이 xxx아, 순찰 똑바로 안하냐? 누가 그리 빨리 이동하래?"</div> <div><br></div> <div> 서로 뻔히 알면서.. 얼마전까지 경계근무를 나가 뻔히 알던 처지인 말년이 괜히 짜증을 부린다. 죄송하다 이야기하니 너그러운척 넘어가 준며 </div> <div><br></div> <div>분전반의 스위치나 얼른 auto에서 on으로 이동 시켜라고 한다. </div> <div><br></div> <div> "저... xxx병장님... 이거 좀 이상합니다."</div> <div><br></div> <div> "뭐가?"</div> <div><br></div> <div> "스위치가 off에 가 있습니다. auto가 아닙니다."</div> <div><br></div> <div> "무슨 소리야 너 이전에 거기 지나간 순찰자 없어. Off인게 확실해? 상병이나 처먹고 스위치 분간도 못하는거 아냐?"</div> <div><br></div> <div> "아닙니다. Off맞습니다."</div> <div><br></div> <div> "아.. ㅅㅂ.... 야 보고할태니 얼른 밀어내고 맞교대하면서 순찰 똑바로 하라고 전달해. 철책 확인 똑바로 하고. 40분쯤 뒤에 군견 지나가니까 </div> <div><br></div> <div>니가온길은 무시하고 닌 간 길 똑바로 보고."</div> <div><br></div> <div> "알겠습니다."</div> <div><br></div> <div> 무슨 날벼락 맞은 것도 아니고, 뭔가 더럽게 꼬인것 같다고 생각했다. 히필이면 그 순찰 구간이 10여년 전에 외부에서 민간인이 침입하여 </div> <div><br></div> <div>총기피탈사건이 발생한 구간이었다. 물론 씽팔년도 군대방식으로 방만하게 운영되서 철책중간에 있는 간이통로문을 따고 술을 사러갔다오는 </div> <div><br></div> <div>사이에 민간인이 들어왔던 사건이지만, 조금씩 걱정이되기 시작했었다.</div> <div><br></div> <div> 부사수에게 주의를 준 후 조심스럽고 신중하지만, 약간은 서둘러 다음 근무지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전원을 켜둔 경계등이 평소엔 불만스러웠으나 </div> <div><br></div> <div>그때만큼은 참으로 고마웠다. </div> <div><br></div> <div> 이제 마지막 오막길. 저기만 올라가면 오른쪽으로 꺽어지며 근무지인 고가초소에 도착한다. 마침 상황보고 시간인지 언덕위 초소에서 상황보고하는 </div> <div><br></div> <div>소리가 들렸다. </div> <div><br></div> <div> 언덕 중간쯤 올라서자 갑자기 사방이 어두워졌다. 밝은 불빛 밑에 있다가 갑자기 어두워지니 정말 눈에 뭔가를 씌운것 처럼 한치앞도 보이지 않았다.</div> <div><br></div> <div>놀라서 주변을 두리번 거리니 방금 들렀던 분전반에서 전원이 들어가는 라인 전체가 어두워져 있었다. 언덕위 초소에서도 갑작스레 소란스러워 졌다.</div> <div><br></div> <div> 서둘러 올라가니 부사수가 암구어를 물어봐 답어를 대답하고 얼른 초소로 다가섰다. 고참은 경례도 받는둥 마는둥 하며 대뜸 딸딸이의 수화기를 내</div> <div><br></div> <div>민다. 수화기를 받아 관등성명을 대자마자 욕설이 날아 든다. 상병이나 되서 분전반 설정도 못건드냐고. 아니라고 변명아닌 변명을 늘어대려는 찰라</div> <div><br></div> <div>군견 순찰자가 마침 그 앞에 도착하니 복귀후 보자고 목소리를 깐다. 수화기 넘어 당직사관의 뭔가 화난듯한 목소리도 들리는 듯 하다. 뭔가 X 됐다는 </div> <div><br></div> <div>생각을 하며 선임을 보낸후 구석에 가서 뭐가 어떻게 된건가란 생각을 하며 담배나 한대 피자며 부사수를 불렀다. 반년 정도 늦게 입대해 아직 이등병</div> <div><br></div> <div>이었으나 동갑내기라 근무지에 숨어 종종 함께 담배를 피곤했던지라 쪼로록 달려왔다. </div> <div> </div> <div> 10여분이 지나니 경계등에 불이 들어왔다. 순찰자가 분전반에서 불을 켠 것일터. 수통의 물로 입과 손을 행구며 뻔히 아는 처지 이나 서로 티를 안내</div> <div><br></div> <div>는 예의?를 차려 다가올 고참을 기다렸다. 얼마후 언덕아래로 후레시불빛이 보였다. 익숙한 암구어 및 경계자세로 멈처세운 후 약간의 시간동안 </div> <div><br></div> <div>이야기를 했다. 이야기를 하는중 군견치곤 나이가 좀 있던 군견이 핵핵대며 군견병 부사수가 주는 물을 마시고 있었다. 순찰자는 일단 상황 보고를 </div> <div><br></div> <div>하고 니잘못이 아니드만 이라 했다. 이상하게 순찰자가 분전반에 들렀을땐 역시나 전원버튼이 off로 가 있었더라며. 지나가는 말로 이거또 귀신이</div> <div><br></div> <div>장난치나보다 라고 하며 담배한대 달라고 한다. 부대내에 떠도는 뭐 그렇고 그런 흔한 이야기 거리니.... 고참은 오랜만에 서둘러 다녀 힘들었는지</div> <div><br></div> <div> 땀이나 식히고 내려가겠다며 x반도와 웃통<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까지 벗어 재꼈다. </span></div> <div><br></div> <div> 한 모금 연기를 길게 빨아 넘기고 뱉어낸 그는 더위가 가시는지 친근하게 이것 저것 이야기를 한다. 철조망도 이상없고, 저 개시키도 조용하고, 철</div> <div><br></div> <div>책밖도 눈에 띄는게 없고...뭐 그런 이야기. 담배 한대를 맛나게 피곤 이만 가봐야겠노라고 장비류를 다시 걸친다. 언덕을 내려가려고 돌아서던 중</div> <div><br></div> <div>고참은 갑자기 생각났다는듯 아.. 하며 돌아선다. </div> <div><br></div> <div> "야, 니 3번 대기초소 투입했었제?"</div> <div><br></div> <div> "네."</div> <div> </div> <div> "그람 봤겠네. 그.... 3번 앞에 마을있다이가? 거기 상났더라. 나중에 근무복귀하고 특이사항 물어보면 대답이나 잘해라."</div> <div><br></div> <div> "잘 못들었습니다?"</div> <div><br></div> <div> "상났더라고, 보이 상났을때 달아두는 거 걸어두고, 집앞에 환하게 밝히고 손님 받고 있드만..."</div> <div><br></div> <div> "아... 그 논들 끝에 있는 마을 말이십니까?"</div> <div><br></div> <div> "그래. 아... 니네 대기초소에선 안보이것네. 암튼 내리간다. 낼 보자."</div> <div><br></div> <div> "네. 수고하십쇼"</div> <div><br></div> <div> 뭐 그렇고 그런 흥미위주의, 하지만 근무보고 할때 쓰일 정보를 받고 지루한 근무를 서던 중 4번 대기초소로 가서 쉬던 맞교대자가 돌아와 다시</div> <div><br></div> <div>투입되었던 대기초소로 왔다가 갔다가 하며 아침해를 맞이했다.</div> <div><br></div> <div> 중간중간 분전반은 몇번 더 지 멋대로 꺼졌다 켜졌다 했고, 운나쁘게 하필 그날 거길 순찰 돌아야했던 나는 자다가 나오신 중대장님과 딸딸이로 </div> <div><br></div> <div>근무보고까지 하게되었었다. 순찰자의 증언?과 부사수의 증언으로 내가 분전반을 잘못 돌린것이 아니라는 것이 확인되어 나는 아무런 욕도 듣지</div> <div><br></div> <div>않고 무사히? 근무를 설 수 있었다.</div> <div><br></div> <div> 마지막 순찰 후 다시 언덕위 초소에 올랐을때는 시간이 애매하여 언덕위에 있던 근무조(선임과 그 부사수)와 우리조가 함께 복귀를 하게되었다.</div> <div><br></div> <div> 군견 순찰자와 동기던 그는 이미 순찰자에게 들었는지 주간 근무자 투입을 기다리며 초상난 집 이야기를 꺼냈다. 심심하던 우린 지루한 근무시간</div> <div><br></div> <div>을 때울겸 이런 저런 귀신이야기를 하며 보내다 주간 근무자들과 교대 후 부대로 복귀했다.</div> <div><br></div> <div> 오침을 마치고 오후 과업을 위해 대기하던 중 전날 상황 근무를 서던 고참이 담배를 피던 내게 다가왔다. </div> <div><br></div> <div> "아.. ㅅㅂ... 어제 미안하다. XXX(군견순찰자)가 확인했는대 off 맞았다더라."</div> <div><br></div> <div> "아닙니다. 뭐 저같아도 근무자가 잘못 돌렸다 생각했을겁니다."</div> <div><br></div> <div> "뭐 그리 생각하면 글치. 아.. 그거 들었냐?"</div> <div><br></div> <div> "뭐 말입니까?"</div> <div><br></div> <div> "그... 어제 초상났다던 집"</div> <div><br></div> <div> "아, 들었습니다. 그 논 끝에 있는 마을에 상났다고 순찰자한태 들었습니다."</div> <div><br></div> <div> "어 거기. 거기 상난게 맨날 항의하러 오던 그 영감님 돌아가신거더라?"</div> <div><br></div> <div> "영감님이 누굽니까?"</div> <div><br></div> <div> "아... 니 오곤 안왔나? 그... 제3 대기초소 앞쪽에 논들 가진 영감님인대, 부대에서 쓰는 경계등이 쌔서 농사 망친다고 맨날 중대에 항의하러</div> <div><br></div> <div>왔던 영감님 있어. 짬처리하는 업자가 그분 아들인대, 몇일 다른 사람온다고 아까 행보관님이랑 이야기 하더라. 오전에 그거땜에 어제 일 그</div> <div><br></div> <div>영감님이 가는길에 장난친거란 말이 돌더라고. 흐흐흐 사람 죽은거라 웃는건 좀 그런대, 참 일 얄궂은날 발생했내"</div> <div><br></div> <div> 고참 말맞따나, 참 얄궂은날 별일을 격었다고 생각하며 남은 담배를 피고 있다보니 당직 부사관이 오후과업과 관련하여 찾는다는 소리에 서둘</div> <div><br></div> <div>러 내무실로 갔었다..</div> <div><br></div> <div> 오후 과업은 전날 고장?났던 분전반 타이머 조정및 확인이 내게 떨어졌었다. 물론 가는길에 여기 저기 보수하거나 확인할 것도 잔뜩 받아 고참</div> <div><br></div> <div>몇과 후임 몇이 합쳐져 10여명이 함께 이동했다.</div> <div><br></div> <div> 확인 결과 아무 이상없음. 얼마후 전문 업자가 왔다 갔을때도 아무 이상이 없음으로 나왔다. 하지만 보고를 위해 타이머 부품이 교체되었고 작</div> <div><br></div> <div>업에 들어가는대 삼일쯤이 흘렀다. 물론 그 사이 경계등이 오작동 하는 일은 없었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