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나는 너에게 왜 그랬던걸까?</P> <P><BR>우리는 아직 꽃조차 피기 전이었던 이른 봄날에 학교 교실에서 처음 만났어.<BR>전학온지 얼마 되지않아 아직 모두가 낮설었던 내게 너는 서슴없이 장난을 치곤 했었지.<BR>같은 반도 아닌 네가 왜 그렇게 우리 교실을 휘젓고 다니는지는 몰랐지만 심심하지는 않아서 괜찮았어.<BR>그러다 차츰 쉬는시간의 폭풍같던 네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지만 그다지 신경쓰지는 않았어.<BR>어느날엔가 양복같은 옷을 입고 학교에 나타난 너를 복도에서 스쳐 지나간 날엔 조금 놀라기도 했었지만.<BR>그때부터였을까? 너는 더 이상 누구에게도 장난치지 않았고 더이상 복도를 뛰어다니지도 않았지. 모두가 놀라고 있었고, 나 또한 놀라고 있었어.<BR>해가 바뀌어 6학년이 된 우리는 같은 반이 되었고, 한 두번 쯤 짝이 되기도 했었고, 너는 어느샌가 나와 닮은 구석이 많은 조용한 사람이 되어 있었지.<BR><BR>중학교로 가게되며 그동안 알게되었던 모두와 아쉬운 이별을 해야 했어. 한 두명 남짓이나 남게된 친구들 조차 모두 다른 반으로 흩어지고 말았고,<BR>너 또한 마찬가지였어. 중학교 1학년, 아직 봄기운이 남아있었던 6월의 어느날, 네가 내게 고백했던 그 날 이후로 같이 조용히 앉아있거나 걸어다니는 정도,<BR>하루에 한 편씩 시를 써서 교환하는 것, 하늘이 깨끗한 날이면 학교 뒷산에 올라 별을 바라보곤 하던 우리였었지.<BR>좋아한다는 감정을 말하는 네게 나는 아무런 말도 해 줄 수 없었어.<BR>좋아한다는 감정을 느껴 본 적이 없었던 탓일까? 네가 말하는 것을 나는 잘 몰랐던 거야.</P> <P><BR>중학교 2학년의 가을, 내가 먼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고 말한 그 다음주의 수련회에서 몰래 빠져나와 이야기를 했었지.<BR>거리, 기다림, 기약없는 약속. 그 해 겨울에 내가 이사를 가기까지 너는 내게 많은 것을 해주려 무던히도 애썼어.<BR>헤어짐의 날이 다 되어서 네가 내게 해준 짧은 입맞춤은 어떤 의미였을까?<BR>이사 온 뒤에도 메신저를 통해 이야기를 주고받았지만 너는 그 때부터 무엇인가를 감추고 있었던 것 같았지.<BR><BR>어느 새 1년이 지나고 고등학교 2학년이 된 그 봄에 너는 내가 있는 근처로 이사를 왔지. 아마 나는 그때에도 너를 좋아하지 않았던 거야.<BR>친구도 애인도 아닌 애매한 사이로 우리는 1년을 더 보냈고, 이제 나도 모르겠다며 너는 다시 고향으로 되돌아 가버렸지.<BR>그리고는 채 반년도 되지 않아 너의 사고 소식을 들었어.<BR>아스팔트 위에 은색으로 그려진 네 모습을 보고있는 나에게 네 아버지께서는 내가 이사를 간 그 날부터 네가 매일 시 한편씩을 써 놓은 노트를 주셨지.<BR>한페이지씩 점점 어른스러워져 가는 너의 시들을 읽고나니 그제야 알 수 있었어.<BR>열 네살의 우리들이 열 여덟살이 될 때까지, 네가 나에게 어떠한 사람이었는지. 나는 너에게 왜 그랬던걸까? 너의 마음을 모르지는 않았는데.<BR><BR>벌써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난 너의 기일마다 너를 찾아 간다.</P> <P>너와 같이 있었던 4년여의 기억은 이토록 오랜 시간이 지나서도 잊히질 않아.<BR>얼마전에야 겨우 깨달은게 있어. 나는 너를 좋아하지 않았던 거야. 어느샌가 너를 사랑하고 있었나봐.<BR>너와같은 사람을 또 만날수는 없겠지. 그래서 나는 내가 다른사람에게 그렇게 되려고 해.<BR><BR>나는.. 다시 누군가를 사랑 할 수 있을까?<BR><BR>내가 사랑했던 친구, 'J'에게.<BR><BR><BR>어느 게시판에 써야할지 몰라 여기에 씁니다.</P> <P>술 한잔 하고 쓰는건 아니지만.. 기분은 그래요.</P> <P>아마도 대학 생활이 끝나갈 무렵부터 누군가에 잘 해주려 하고, 또 진솔한 사람이 되려고 했어요.</P> <P>정말로 누군가와, 나를 알아줄 누군가와 달콤한 사랑이 하고 싶어졌어요.</P> <P> </P> <P>이런 못난 사람이지만, 가능하겠죠?</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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