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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차단 상태
    안유진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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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readers_13537
    작성자 : [youshikibi]
    추천 : 0
    조회수 : 356
    IP : 222.114.***.219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4/06/17 01:03:16
    http://todayhumor.com/?readers_13537 모바일
    친구
    <blockquote style="margin:0px 0px 0px 40px;border:none;padding:0px;"><div>"웬 놈이냐?"</div> <div><br></div> <div>멀리서 사나운 고함 소리와 함께 날카로운 검명(劍鳴)이 들려왔다.</div> <div><br></div> <div>차창!</div> <div><br></div> <div>진산월은 즉시 용영검을 허리에 차고 밖으로 나갔다.</div> <div>송천기도 재빨리 그의 뒤를 따랐다.</div> <div>태평각을 나와 두 개의 전각을 지나자 종남파의 입구에 해당하는 널찍한 </div> <div>연무장(鍊武場)이 나왔다.</div> <div>그 연무장의 중앙에 세 사람이 서로 대치하고 있었다.</div> <div>그들 중 두 사람은 젊은 청년들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머리에 백발이 </div> <div>성성한 노인이었다.</div> <div>청년들은 이미 한차례 손속을 겨루었는지 각기 장검을 손에 쥔 채 서로를 </div> <div>무서운 눈으로 응시하고 있었다.</div> <div><br></div> <div>"무슨 일입니까?"</div> <div><br></div> <div>진산월이 다가가자 노인이 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div> <div>노인은 전풍개였다.</div> <div>전풍개는 자신의 옆에 있는 전흠과 대치하고 있는 흑의청년을 턱으로 </div> <div>가리켰다.</div> <div><br></div> <div>"흠아와 비무(比武)를 하고 있는데 저 녀석이 갑자기 산문 안으로 </div> <div>들어왔다. 저 녀석이 검을 찬 것을 보고 흠아가 성급하게 손을 썼는데, </div> <div>결과가 별로 좋지 못했다."</div> <div><br></div> <div>마치 보고라도 하듯 전풍개의 음성은 무심하기 그지없었다.</div> <div>하나 전흠의 표정은 전혀 달랐다.</div> <div>이를 악문 채 사나운 눈으로 흑의청년을 쏘아보는 전흠의 얼굴에는 </div> <div>필생(必生)의 대적(大敵)이라도 만난 듯한 팽팽한 긴장감이 어려 있었다.</div> <div>진산월은 어렵지 않게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div> <div>전흠의 가슴팍 부근 옷자락이 예리한 검기(劍氣)에 베어져 가슴이 훤하게 </div> <div>드러나 있었던 것이다.</div> <div>아마도 조금 전의 격돌 때 손해를 본 모양이었다.</div> <div>전흠의 무공은 진산월도 직접 겪었다시피 강호에서도 능히 일류(一流) </div> <div>소리를 들을 만큼 뛰어난 것이었다.</div> <div>그런데 단 일검(一劍)에 이런 낭패를 보았으니 확실히 뜻밖의 일이 아닐 </div> <div>수 없었다.</div> <div>진산월의 시선이 전흠의 앞에 우뚝 서 있는 흑의청년에게로 향했다.</div> <div>흑의청년의 시선이 그와 마주쳤다.</div> <div>한동안 두 사람은 서로를 응시한 채 꼼짝도 않고 있었다.</div> <div>처음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사람은 전풍개였다.</div> <div>전풍개는 진산월과 흑의청년이 서로 시선을 고정시킨 채 미동도 않고 있자 </div> <div>어리둥절하더니 진산월의 표정을 보고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div> <div>항상 냉정하고 고적해 보였던 진산월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어려 있었던 </div> <div>것이다.</div> <div>반대로 흑의청년의 얼굴은 처음 나타났을 때보다 더욱 차가워졌다.</div> <div>흑의청년은 얼음장처럼 딱딱하게 굳어진 얼굴로 진산월을 뚫어지게 </div> <div>쳐다보고 있었다.</div> <div>그의 종이처럼 얇은 입술이 살짝 열리며 얼굴만큼이나 냉막한 음성이 </div> <div>흘러 나왔다.</div> <div><br></div> <div>"많이 변했군."</div> <div><br></div> <div>진산월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웃기만 했다.</div> <div>흑의청년은 다시 말했다.</div> <div><br></div> <div>"하마터면 몰라볼 뻔했어. 그런 몰골로 용케도 살아 있었군."</div> <div><br></div> <div>진산월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div> <div>그때 흑의청년이 출수를 했다.</div> <div><br></div> <div>팟!</div> <div><br></div> <div>전풍개조차도 검광이 눈앞을 어른거리는 것을 보고 나서야 그가 출수한 </div> <div>것을 알았다.</div> <div><br></div> <div>땅!</div> <div><br></div> <div>귀청이 떨어지는 듯한 음향이 터져 나오며 세찬 검기가 사방으로 휘몰아</div> <div>쳤다.</div> <div>전흠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앞에 대치해 있던 흑의청년이 어느새 </div> <div>몸을 돌려 진산월을 향해 검을 내뻗고 있는 것을 보고는 어리둥절한 </div> <div>모습이었다.</div> <div>그러다 자신을 완전히 무시한 듯한 그 모습에 화가 치밀어 올랐는지 거친 </div> <div>숨을 토하며 그에게 달려들려 했다.</div> <div>그때 전풍개가 손을 내밀어 그를 제지했다.</div> <div>전흠이 움찔하여 돌아보니 전풍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심각한 표정으로 </div> <div>전면을 주시하고 있었다.</div> <div>전흠은 할아버지가 이토록 진지한 모습을 한 것을 모처럼 보았기에 자신도 </div> <div>모르게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div> <div>흑의청년은 수중의 검을 앞으로 내밀어 진산월의 목젖을 찌르는 자세를 </div> <div>취하고 있었는데, 그 검끝은 진산월이 들어올린 용영검의 검집에 가로막혀 </div> <div>있었다.</div> <div>흑의청년은 여전히 냉막한 모습이었고, 진산월 또한 여전히 웃고 있었다.</div> <div><br></div> <div>"확실히 변했어."</div> <div><br></div> <div>흑의청년은 차갑게 중얼거리더니 다시 검을 휘둘렀다.</div> <div><br></div> <div>파팟!</div> <div><br></div> <div>검이 어디를 노리고 있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었다.</div> <div>단지 중인들의 눈을 어지럽히는 것은 뼛골이 시릴 정도로 싸늘하게 공기를 </div> <div>찢으며 진산월에게로 날아드는 무시무사한 검광뿐이었다.</div> <div>전풍개는 그 검초의 악랄함에 절로 가슴이 서늘해졌다.</div> <div>진산월도 더 이상은 견디지 못하겠는지 마침내 검을 뽑아 들었다.</div> <div><br></div> <div>차차창!</div> <div><br></div> <div>예리한 파공음이 거푸 터져 나오며 세찬 검기가 사방을 휘몰아쳤다.</div> <div>그 검기의 소용돌이가 어찌나 사나웠던지 전흠과 송천기는 황급히 뒤로 </div> <div>삼 장이나 물러나야만 했다.</div> <div>전풍개만이 두 눈을 부릅뜬 채 격전장의 가까운 곳에 우뚝 서 있었다.</div> <div>그들은 순식간에 수십 초를 주고 받았다.</div> <div>흑의청년의 검초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악랄하고 잔혹한 것이었다.</div> <div>노리는 부위는 하나같이 인체에 치명적인 곳이었고, 변초(變招)는 살벌하기 </div> <div>그지없었으며 속도의 가공함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div> <div>그에 비해 진산월의 검법은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변화무쌍하고 </div> <div>다채로웠다.</div> <div>그러면서도 그 안에는 예리한 살기가 가득 담겨 있었다.</div> <div>어찌 보면 두 사람의 검법은 전혀 판이할 정도로 다르면서도 비슷한 </div> <div>성격을 띠고 있는 것 같았다.</div> <div>전흠은 두 사람의 놀라운 검술에 망연자실한 표정이었고, </div> <div>송천기는 그저 어안이 벙벙한 모습이었다.</div> <div>오직 전풍개만이 두 눈을 잔뜩 찌푸린 채 냉정을 잃지 않고 있었다.</div> <div>갑자기 그토록 매섭게 몰아치던 검기와 검광들이 씻은 듯이 사라져 버렸다.</div> <div>중인들이 영문을 몰라 쳐다보니 두 사람은 어느새 검을 멈춘 채 서로를 </div> <div>응시하고 있었다.</div> <div>흑의청년이 차가운 음성으로 말했다.</div> <div><br></div> <div>"불공평하군."</div> <div><br></div> <div>진산월이 물었다.</div> <div><br></div> <div>"뭐가 말인가?"</div> <div><br></div> <div>"살아만 있어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실력마저 달라졌으니 말이야. </div> <div>정말 변해도 너무 변했어."</div> <div><br></div> <div>진산월은 담담하게 대꾸했다.</div> <div><br></div> <div>"자네는 전혀 변하지 않았군."</div> <div><br></div> <div>"그래서 불만이야. 자네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변했어냐 했는데."</div> <div><br></div> <div>"아니, 자네는 지금의 모습의 제일 좋아."</div> <div><br></div> <div>흑의청년의 눈이 번쩍 빛났다.</div> <div><br></div> <div>"정말인가?"</div> <div><br></div> <div>"물론이지. 그리고 한 가지 말해 줄 게 있는데..."</div> <div><br></div> <div>"그게 뭔가?"</div> <div><br></div> <div>진산월의 얼굴에는 담담한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div> <div><br></div> <div>"나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네. 다만 겉모습만 조금 바뀌었을 뿐이지."</div> <div><br></div> <div>흑의청년은 진산월의 얼굴을 뚫어지게 주시했다.</div> <div>그 눈빛이 어찌나 강렬했던지 화강암으로 된 석상(石像)이라도 꿰뚫어 </div> <div>버릴 것만 같았다.</div> <div>한참 동안이나 진산월을 쳐다보던 흑의청년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div> <div><br></div> <div>"그렇군. 자네도 그대로였군. 결국 달라진 건 아무 것도 없단 말이군."</div> <div><br></div> <div>"사 년 만인가?"</div> <div><br></div> <div>흑의청년은 진산월의 말을 조금 수정해 주었다.</div> <div><br></div> <div>"사 년 이 개월하고도 팔 일 말일세."</div> <div><br></div> <div>"적지 않은 세월이었군."</div> <div><br></div> <div>"그래."</div> <div><br></div> <div>진산월은 다시 빙긋 웃었다.</div> <div><br></div> <div>"자네가 변하지 않아서 다행이야."</div> <div><br></div> <div>흑의청년은 웃지 않았다.</div> <div>다만 진산월의 홀쭉한 빰과 고적한 눈빛, 그리고 왼쪽 빰에 나 있는 </div> <div>흉터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div> <div><br></div> <div>"그 뺨의 상처는 어떻게 된 건가?"</div> <div><br></div> <div>"사고가 있었어."</div> <div><br></div> <div>"단순한 사고로 보이지 않는군."</div> <div><br></div> <div>"어쨌든 나는 살아 남았네."</div> <div><br></div> <div>"그래서 다행이라는 건가?"</div> <div><br></div> <div>"그래."</div> <div><br></div> <div>그때 전풍개의 투박한 음성이 들려 왔다.</div> <div><br></div> <div>"이 녀석은 누구냐?"</div> <div><br></div> <div>진산월은 짤막하게 대답했다.</div> <div><br></div> <div>"제 친구입니다."</div> <div><br></div> <div>전풍개의 매의 그것처럼 예리한 시선이 흑의청년의 전신을 쓰윽 훑었다.</div> <div><br></div> <div>"친구라고? 그래서 만나자마자 대뜸 칼질부터 한 거냐?'</div> <div><br></div> <div>진산월은 말없이 웃기만 했다.</div> <div>이번에는 흑의청년이 물었다.</div> <div><br></div> <div>"이 노인은 누구인가?"</div> <div><br></div> <div>"내게는 사조(師祖)뻘 되는 어른이시라네."</div> <div><br></div> <div>흑의청년은 잠시 생각했다가 다시 물었다.</div> <div><br></div> <div>"종남삼검 중의 한 분인가?"</div> <div><br></div> <div>"그렇네."</div> <div><br></div> <div>흑의청년은 조금 전에 전풍개가 했던 것처럼 그의 전신을 훑어보았다.</div> <div><br></div> <div>"별로 대단해 보이지는 않는 것 같군."</div> <div><br></div> <div>이 무례한 말에 전풍개의 눈꼬리가 꿈틀거렸다.</div> <div>그때 전흠이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었다.</div> <div><br></div> <div>"미친 놈. 함부로 아가리를 놀리다니 용서하지 않겠다."</div> <div><br></div> <div>그의 장검이 섬뜩한 검광을 뿌리며 무섭게 날아들었다.</div> <div>흑의청년은 슬쩍 허리를 놀려 너무도 수월하게 그의 검을 피했다.</div> <div>전흠이 이를 부드득 갈며 다시 검을 휘두르려 할 때 전풍개가 그를 </div> <div>제지했다.</div> <div><br></div> <div>"너는 이만 물러나라."</div> <div><br></div> <div>전흠은 무어라 말하려다 전풍개의 엄격한 눈빛을 받고는 어쩔 수 없이 </div> <div>검을 거두었다.</div> <div>전풍개는 전흠을 물리친 후 흑의청년을 쏘아보았다.</div> <div><br></div> <div>"젊은 놈이 몇 가닥 잔재주를 믿고 건방지기가 이를 데 없군. 조금 전에 </div> <div>네놈이 펼친 건 혈우검법이 아니냐?"</div> <div><br></div> <div>"그렇소."</div> <div><br></div> <div>"그럼 네놈은 황성고검 나력지의 제자냐?"</div> <div><br></div> <div>흑의청년은 전풍개가 단번에 자신의 내력을 알아차리자 안색이 조금 </div> <div>변했다.</div> <div><br></div> <div>"사부님을 아시오?"</div> <div><br></div> <div>전풍개의 입가에 차가운 냉소가 떠올랐다.</div> <div><br></div> <div>"노부가 그런 변방에만 처박혀 필살검(必殺劍)인지 뭔지를 연구한다고 </div> <div>미쳐 있는 애송이를 알 것 같냐?"</div> <div><br></div> <div>자신의 사부를 애송이라고 불렀으나 흑의청년은 크게 화를 내지 않았다.</div> <div>전풍개의 말에서 자신의 사부와 적지 않은 친분이 있음을 알아차린 </div> <div>것이다.</div> <div>황성고검 나력지가 필살검을 연구하기 위해서 절곡(絶谷)에 들어가 </div> <div>검도(劍道)에 매진하고 있다는 것은 그와 가까운 사이가 아니면 아무도 </div> <div>모르는 일이었다.</div> <div>그 세월이 무려 이십 년이나 되었다.</div> <div>그리고 그 결과 만들어진 것이 바로 십마혈류였다.</div> <div>전풍개는 흑의청년의 냉정한 얼굴을 응시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div> <div><br></div> <div>"노부가 강호에서 행도(行道)했을 때 네 사부는 이제 갓 출도(出道)한 </div> <div>풋내기였다. 노부가 종남파에 있을 때는 두 번인가 노부를 찾아와서 </div> <div>대화를 나누기도 했지."</div> <div><br></div> <div>그 말에 흑의청년의 눈이 번쩍 빛났다.</div> <div><br></div> <div>"그럼 노선배가 질풍검 전 대협이란 말씀이오?"</div> <div><br></div> <div>전풍개는 희미하게 웃었다.</div> <div><br></div> <div>"노부가 바로 전풍개다. 네 사부가 노부의 이야기를 하더냐?'</div> <div><br></div> <div>"그렇소. 사부께선 항상 노선배를 다시 만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셨소."</div> <div><br></div> <div>흑의청년은 강호에서 마검으로 널리 알려진 일검혈견휴 조일평이었다.</div> <div>원래 조일평의 사부인 황성고검 나력지는 젊은 시절에 질풍검 전풍개와 </div> <div>약간의 친분이 있었다.</div> <div>전풍개가 나력지보다 열 살 정도 나이가 많았다.</div> <div>전풍개는 무공에 대한 재질이 뛰어난 나력지를 친동생처럼 대했으며, </div> <div>나력지 또한 몇 번인가 그를 찾아와서 검도에 대한 토론을 벌인 적이 </div> <div>있었다.</div> <div>조일평은 천하의 누구에게도 고개를 숙이지 않는 사람이었으나, </div> <div>자신의 사부가 형님처럼 모셨던 전풍개의 앞에서는 그럴 수 없었다.</div> <div>그는 즉시 전풍개를 향해 정중하게 포권을 했다.</div> <div><br></div> <div>"조일평이 선배님을 뵙니다."</div> <div><br></div> <div>"흐흐... 천방지축인 줄 알았더니 제법 예의를 아는 놈이로군. 네 사부는 </div> <div>잘 있느냐?"</div> <div><br></div> <div>"사부께선 아직도 정정하십니다. 노선배가 다시 강호에 나타나신 것을 </div> <div>알면 몹시 기뻐하실 겁니다."</div> <div><br></div> <div>전풍개는 잠시 아련한 표정으로 허공을 올려다보았다.</div> <div><br></div> <div>"그를 만난 지도 벌써 이십 년이 훨씬 넘었군."</div> <div><br></div> <div>그의 음성에서는 무언지 모를 씁쓸한 비감(悲感)이 담겨 있었다.</div> <div>한동안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던 전풍개는 이내 평상시의 모습을 되찾았다.</div> <div><br></div> <div>"네 사부의 행방을 알게 되었으니 노부는 그것으로 만족한다. 서로 살아 </div> <div>있다면 언젠가는 만날 수 있겠지."</div> <div><br></div> <div>이내 전풍개는 진산월에게로 시선을 돌렸다.</div> <div><br></div> <div>"너는 제법 쓸 만한 친구를 두었구나."</div> <div><br></div> <div>진산월은 의외로 고개를 내저었다.</div> <div><br></div> <div>"그는 별로 쓸 만하지 않습니다."</div> <div><br></div> <div>뜻밖의 말에 전풍개는 어리둥절한 얼굴이 되었다.</div> <div><br></div> <div>"그게 무슨 말이냐?"</div> <div><br></div> <div>"우리는 서로의 일에 간섭하는 것을 싫어합니다. 그러니 우리는 피차간에 </div> <div>쓸 만한 구석이 전혀 없는 사이입니다."</div> <div><br></div> <div>처음에 전풍개는 진산월이 농담을 하는 줄 알았으나 그가 담담한 음성으로 </div> <div>말하자 그의 말이 단순한 허언(虛言)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div> <div>솔직히 그는 나력지의 제자인 조일평 정도라면 종남파를 재건하는 데 큰 </div> <div>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하여 반가운 마음이 있었는데, 진산월이 그의 그런 </div> <div>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단숨에 일축(一蹴)해 버린 것이다.</div> <div>심지어 진산월은 조일평에게 다짐까지 받으려 했다.</div> <div><br></div> <div>"일평, 그건 자네도 분명히 알겠지? 아무리 사 년만에 만났다고 해도 </div> <div>내가 하는 일에 끼여들려는 건 용납하지 않겠네."</div> <div><br></div> <div>조일평은 의외로 조금도 화를 내거나 거부하지 않고 무표정한 얼굴로 </div> <div>고개를 끄덕였다.</div> <div><br></div> <div>"물론 나는 그럴 생각이 추호도 없네."</div> <div><br></div> <div>이어 그는 주변을 한바퀴 둘러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div> <div><br></div> <div>"이제 자네도 보았으니 그만 가야겠군. 다음에 다시 만나면 술이라도 </div> <div>한잔 나누도록 하지."</div> <div><br></div> <div>"배웅하지 않겠네. 잘 가게."</div> <div><br></div> <div>조일평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 한차례 손을 휘젓더니 전풍개에게 가볍게 </div> <div>목례를 하고는 주저하지 않고 몸을 돌려 걸어갔다.</div> <div>전풍개는 어이가 없는지 아연한 표정으로 멍하니 멀어져 가는 조일평의 </div> <div>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div> <div>놀란 것은 전풍개 뿐이 아니었다.</div> <div>전흠과 송천기도 설마 조일평이 사 년만에 만난 친구와 인사 몇 마디만 </div> <div>하고는 휑하니 돌아가버리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는지 어처구니가 없다는 </div> <div>모습들이었다.</div> <div>지금의 종남파의 초지는 그야말로 백척간두(百尺竿頭)의 상황이었다.</div> <div>비록 본산을 되찾았다고는 하나 아직도 막강한 세력을 자랑하는 </div> <div>초가보와의 본격적인 일전(一戰)은 시작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div> <div>이럴 때 조일평 같은 절세고수가 도와 준다면 커다란 힘이 될 수 있을 </div> <div>것이다.</div> <div>그런데 모처럼 찾아온 친구를 이대로 돌려보낸다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div> <div>생각으로는 당최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div> <div>설마 그들은 도움을 주고받을 정도로 친밀한 사이가 아니란 말인가? </div> <div>하나 진산월의 생각은 달랐다.</div> <div>귀하고 소중한 친구이기 때문에 어렵고 위험할 게 뻔한 자신의 일에 </div> <div>끼여들게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div> <div>진산월은 그저 벗으로만 사귀기를 원했지, 그것으로 굴레를 씌워 상대를 </div> <div>위험에 빠뜨리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div> <div>친구는 친구일 뿐이다.</div> <div>우정(友情)이 소중한 만큼 그 우정을 깰 만한 어떠한 일도 거절할 수밖에 </div> <div>없었다.</div> <div>단지 진산월이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다면 친구이기 때문에 위험에 </div> <div>빠뜨리고 싶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친구이기 때문에 기꺼이 자신을 </div> <div>위험 속으로 빠지게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었다.</div> <div>진실한 우정 앞에서 위험의 유무(有無) 따위는 전혀 중요한 게 아니기 </div> <div>때문이다.</div> <div> </div></blockquote> <div><br></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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