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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맞으며 그녀가 서 있었다. 하늘에 구멍이 난 듯 쏟아지는 눈 때문인지, 아니면 그 단호한 표정 때문인지 몹시도 멀게 느껴졌다. 고작해야 몇 걸음, 기껏해야 한치 앞임에도 불구하고. 손을 힘껏 뻗어도 닿지 않을 것 같았다. 조금 더 멀어진 거리. 주황빛 가로등 아래 그녀가 서 있었다.
“여기서 뭐 해?”
잘 떨어지지 않는 입술을 억지로 떼어내듯, 몸 안쪽에서 쥐어짜듯 한마디. 나름 필사적인 몸부림 이었지만 그녀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제 머리 위에 쌓이는 눈 털어낼 생각도 않고, 텅 빈 것 같은 눈동자로 하늘을 바라 볼 뿐이었다.
바람이 불었다. 눈이 크게 휘몰아쳤다. 곳곳에서 비추는 빛무리에 춤추듯. 휩쓸려가듯.
답답함에 한숨을 내쉬었다. 하얀 입김이 담배 연기처럼 피어올랐다. 이내 금방 눈송이 사이로 녹아들 듯 사라졌다.
그녀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이따금씩 내쉬는 숨, 깜빡이는 눈동자로 살아있는 사람이라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오로지 그것 뿐. 미동조차 않고 서 있는 모습에 어째서인지 모르지만 자꾸 안달이 났다. 너무 멀기 때문일까, 알 수 없기 때문일까. 함박눈 사이에 서 있는 그 모습이 몹시도, 몹시도….
“그냥.”
천천히 고개를 내리며 그녀가 대답했다. 무언가를 성취 해 낸 것처럼 숨을 깊게 내쉬며. 그리곤 웃어보였다. 힘없이 금방이라도 바스라질 것 같이 보일 듯 말 듯 웃었다.
달싹이는 입술을 애써 다물었다. 눈을 꽉 감고 이를 악 물었다. 턱이 아려왔다. 필사적으로 수많은 질문들을 억누르고 억눌렀다. 가볍게, 근황만, 묻는 거야. 별 일 아닌 것처럼.
“얼마나 있던 거야?”
도리질. 부정 할 수 있는 말이 아님에도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당황스러움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어깨를 움츠렸다. 충분히 만족 했다 할 만큼 부정했을 터인데도 그녀는 계속해서 고개를 저었다. 아, 그렇구나.
조심스레 다가가 머리 위의 눈을 털어냈다. 어깨 위의 눈까지 털어내자 그녀가 한마디 했다.
“눈.”
“눈?”
무슨 말인지 몰라 그녀를 바라보았다. 내 표정이 충분히 설득력 있었는지 하늘을 가리켰다.
“내릴 때부터?”
“응.”
충분히 오랜 시간을, 이 추위 속에서.
입술을 꽉 깨물었다. 추위에 발갛게 달아오른 그녀의 양 볼이 몹시도 아파보였다.
“뭐 때문에?”
무엇을 위해?
그리고 다시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전처럼 하늘을 바라보았다. 텅 빈 눈동자로, 저 멀리를 바라보듯이, 금방이라도 사라져 버릴 것처럼.
그녀가 손을 뻗었다. 하얀 손 위로 하얀 눈이 내려앉았다. 체온에 금방 녹고 말았지만 그다지 개의치 않다는 듯 그러모은 손 내릴 생각을 않았다. 바람 따라 흔들리는 눈, 자꾸만 자꾸만 녹아내리는 눈.
그 덧없음에 자꾸만 시선을 빼앗겼다.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먹먹하고, 멀었다. 돌아올 기약 없이 훌쩍 떠나버려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아련했다. 그렇게 다신 볼 수 없다고 해도 납득 할 수 있을 만큼 부질없게만 느껴졌다.
“왜?”
그녀가 물었다.
“응?”
갑자기 무슨 말일까.
그녀가 팔을 들어올렸다. 소매 끝자락을 쥔 내 손도 따라 올라갔다. 깜짝 놀라선 뒤로 물러섰다.
“아, 아니.”
당혹스러웠다. 손을 들어 바라보았다. 주먹도 쥐어 보고 힘껏 펴보기도 했다. 아무런 이상도 없었다. 원하는 대로 움직였다. 쥐고, 펴고. 쥐고, 펴고. 평소와 다를 것 하나 없는데 어째서 그랬을까. 왜 잡았을까.
그녀가 웃었다.
그건 아까완 달리 좀 더 생생하고, 그리고, 그리고, 조금 더… 가깝게. 멀지 않게. 희미하지 않게.
왜냐면, 이젠 손을 뻗으면 닿아서. 고작해야 몇 걸음, 기껏해야 한치 앞이니까.
깊게 심호흡했다. 차가운 공기가 폐부를 찔렀다.
주먹을 꽉 쥐었다 폈다. 천천히, 힘껏 뻗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 오랜 시간 차가워진 손. 한 손에 모두 들어오는 작은 손.
멀었던 거리가 단숨에 좁혀졌다. 정체를 알 수 없던 부유감도, 그 아련함도 모조리 사라졌다. 반걸음 앞, 숨소리가 들릴 거리.
이거였구나.
여전히 웃고 있는 그녀를 보며 나도 마주 웃었다. 서로 추위에 얼굴이 발갛게 상기되어 있었지만 그다지 개의치 않았다. 아무튼 웃고 있고, 웃는 건 좋은 거니까.
조심스럽게 힘주어 잡았다. 차가움은 점점 사라졌다. 손과 손 사이, 온기가 맴돌기 시작할 때 즈음 그녀가 입을 열었다.
“고마워.”
코를 훌쩍이며 말하는 모습.
그리곤 나를 바라보았다. 저 먼 곳이 아닌, 하늘 어딘가가 아닌 나를 비추는 눈동자. 올곧게, 흔들리지 않고선 그 안에 나를 비추었다.
이런.
얼굴이 화끈거렸다. 무슨 용기인지 덥썩 손을 잡아채긴 했지만, 그렇지만 이렇게, 이런, 그런 건….
날뛰는 머릿속을 애써 진정시키며 그녀를 힐끔 바라보았다. 여전히 올곧은 그 시선은 내게로 향해 있었다. 아까와 다른 점이라면 내 모노드라마를 흥미롭다는 듯 바라보는 것 정도일까.
부끄러움에 고개를 푹 떨궜다.
바람이 불었다. 발끝에서 눈송이가 빙글빙글 맴돌았다.
글이란게 참 야속하게도 늘질 않네요.
뭐든 써봐야 할 텐데 읽기만 하니 늘리가 있나! 그런 기분입니다.
아무튼 쓰고 나니 창피하고 부끄럽고... 그렇네요.
좋은 하루 되시길.
뱀발 - 문장부호가 너무 희미한데 어떻게 할 방법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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