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내가 여섯살 때였다.
사실 자세한 나이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이었고
일곱살이었다고 하기에는 내가 했던 짓(?)이 너무 창피하니
그냥 여섯살이라고 해두자.
어찌됐든 나는 유치원생의 전형적인 복장인 병아리 옷을 입고 있었다.
요즘 애들옷은 참 세련됐지만 그 당시의 옷은..
정말
닭엄마가 다가와 "내 새끼, 어딨었나 했더니 혼자 알까고 나왔구나 ㅠㅠ." 해도
위화감이 없을 정도로 굉장히 노란 옷이었다.
거기에다 노란 모자까지 쓰니..
이건 뭐 좋게 봐야 병아리고 솔직히..단무지 그 자체였다고 할까.
누군가 짜장면을 먹다 젓가락을 내게 들이대도 할 말이 없을 듯한..
암튼 각설하고
나는 그런 노란 옷을 입고 소풍을 갔다. 아니, 유치원에서 소풍을 데려갔다.
솔직히 그날 노란 옷을 입었는지 빨개벗고 갔는지는 내가 하려는 이야기와 큰 관련은 없다.
하지만 작은 관련은 있다. 왜냐하면 나는 그날, 그 옷에 작은 볼일을 봤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약 그 옷이 어두운 색깔의 옷이었다면 어리숙하고 미숙했던 나는
내가 오줌을 쌌다는 사실을 인지하지도 못했을 터였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참 무감각하고 무딘 아이였다.
그날은 아침에 비가 온 후라 바닥이 굉장히 축축했다.
그리고 하필 내가 소풍을 갔던 곳은 잔디가 무성한..
비에 젖은 잔디가 무성한..
어떤 왕의 무덤? 같은 곳이었다.
지금이야 신성한 마음(?)과 고인이 묻힌 자리라
절대 그런 짓은 하지 않겠지만
어렸던 나와 내 친구들은 언덕에서 미끄러지지도 않는 잔디에 엉덩이를 들이대며
자력으로 미끄럼틀 놀이를 했다.
왕의 무덤은 우리에게 있어
텔레토비의 꼬꼬마 동산과도 같았다.
나는 솔직히 아직도 유치원생들은 거기에 왜 데려갔는지 굉장히 의문이다.
그냥 그 돈으로 유치원에서 초코파이나 하나씩 나눠주지..
그렇게 친구들과 놀고 있을 때쯤 내 다리가 배배 꼬이기 시작했다.
그랬다.
나는 쉬야가 마려웠던 것이다.
나는 같이 놀던 친구에게 물었다.
"여기 화장실 더러워?"
그러자 친구는 마치 싱하형과 같은 표정으로
적극적인 고갯짓을 했다.
나는 믿을 수가 없어 선생님에게 다시 물었다.
"선생님 여기 화장실 더러워요?"
선생님은 순수한 분이었다.
지체없이 "응^^;" 이라 대답하셨고
'제발 화장실이 깨끗하다고 답해줘.' 라는 눈빛을 보내던 나에게
좌절감을 안겨줬다.
사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답정너였다.
"답은 정해져 있어, 너는 대답만 하면 돼."
아무리 화장실이 더럽다고 해도
한명이라도 거짓말을 해줬더라면..
나는 그냥 코막고
화장실에 들어가
오줌을 쌌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의도와는 다른 친구와 선생님의 대답에
나는 바지에 오줌을 싸고 말았다.
하지만 나는 굉장히 무딘 아이로서
내가 오줌을 바지에 쌌다는 자각도 순간적으로 하지 못했다.
뒤늦게 아.. 했지만
그 사실을 부정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선생님에게 말했다.
"선생님, 저 바지가 축축해요."
선생님은 순수한 분이었다.
지체없이 "비 때문에 땅이 젖어서 그래^^;" 라고 대답하셨다.
언제부터 내 오줌은 비가 되었는가.
그래, 바지에 내리니 '비'로 볼 수는 있겠다 싶었다.
나는 선생님의 말을 믿어드리기로(?) 했다.
노오란 바지 뒤편으로 둥그렇게 오줌 자국이 났지만
오히려 축축한 땅에 철푸덕 앉음으로서
마치 이것이 땅에 젖은 비때문에 그런 것인 척
위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무도 나의 '쉬사태'를 눈치채지 못했다.
나는 굉장히 찝찝했지만
오줌싸개로 불리느니
그 정도의 찝찝함쯤이야 감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갔을 때
버스 안에서의 지옥을 나는 잊지 못한다.
사실 이 때의 기억을 풀어놓기 위해
나는 앞에서 주구장창
병아리니 단무지니 왕의 무덤이니
지껄였던 거다.
좌석 버스를 대여해 소풍을 왔던 우리는
사실 왕의 무덤을 보러 갈 때
어른 두명의 자리에 세명이 낑겨 앉았었다.
어리기 때문에.. 몸이 작아서 가능했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갈 때는 내 바지가 많이 달라져 있었다.
바지가 쉬에 물들어 쉬바지가 된 내게
세명이 낑겨 앉는..그런 짓은 굉장한 찝찝함과 죄책감을 들게 만들었다.
여자친구 한명과 남자친구 한명을 양 옆에 두고 그 사이에 앉은 나..
차가운 가죽 의자시트에 닿는..차가운 오줌의 흔적..
그리고 그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연신 떠드는 친구들
나는 웃는게 웃는게 아니었다.
나의 바지에 밀착되어있을 친구들의 바지도 걱정되었다.
굉장히 축축했을텐데
얘네는 나만큼이나 감각이 없어보였다.
만약, 지금 그애들은 만난다면 묻고 싶다.
몰랐던 거니? 모른척 하고 싶었던 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