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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 백색 벚꽃 가득 피어 시원스레 쭉 뻗은 가로수 길.
얼마나 멋진가!
이는 분명 화창한 봄날에 참 잘 어울린다 생각한다.
하아. 참 화창한 날씨.
'이런 좋은 날은 분명 찌그러진 내 미소도 옛 모습을 생각해서 받아줄지도 모르겠다.'
이를 생각하니 조금은 기쁘다.
그러나 이내 다시금 고개가 수그러졌다.
생각해보니 내 어깨, 이 몸뚱아리는 무거워서 고개들기 봄 날씨에 미안해지기 때문.
아마, 봄날과 어울리지 않는 이 '윽'소리들은 어느모로 보아도 징징거리는 것으로 보여질 수도 있는 일이라 고개 들지도 말라 할 것 같아진다.
...
어쩌면 내 옆에서 조용히 걸어가던 시간이 날 비웃고 있을지도 모르겠어.
노력이 진지하지 못하다며 그 두꺼운 입술로 말을 걸고 있을지도 모르며
해보긴 해봤냐며 반달같을 그 눈으로 설교하고 설교하며 내 위에 서려할지도 몰라.
그렇게 스스로 가로수 황톳길을 사막으로 만들어 버렸냐며 날 질타하고 있을지도 몰라.
아니, 사실 거의 확정적이야.
이놈의 시간이라는 놈은 좀 졸렬하고 냉소적이며 남탓을 잘하는 놈이라,
겉으론 아닌척 뻥뻥 차버려도 속으론 덥썩 받아들여 믿어버리는 우리들을 속죄하는 성자로 만들곤 하니까.
어쩌다보니 봄 날씨가 소나기 내릴듯한 여름날로 변했어.
아직도 내 어깨엔 조막만한 천근추가 날 엄살부리라고 친구처럼 말을걸고,
아직도 내 머리엔 살갑기가 그지없을 이놈의 추억들이 재갈처럼 물려있으니 아직도 갈 길은 멀다는것을 잊을만 하면 상기시키고 상기시켜주고만 있어.
이는 비겁한 방관자나 다름없을, 내 속에 있는 희망이라는 놈들에게도 고마울 수 있는 일이야.
수시로 나타나는 이 샛길들만 없애줄 수 있다면 나도 좀 고마워 해줄수 있을것만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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