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것도 아니면서 하늘이 내 피부마냥 칙칙하다.
만물의 이치대로라면 대학생이라면 무릇 내일은 쉬어야하겠지만 졸업반에 학교에서 하는 인증평가 때문에 학교로 다시 가야한다.
게다가 끝내주는 타이밍에 대자연이 덮쳐와 축축함이 배가 되어 예민함에 날이 서 사소한일에 하루종일 꽁해있었다.
이런 날이면 무엇인가에 집중을 할 필요가 있다.(물론 그 무언가는 절대 공부가 될 수 없다.)
학교에 갔다온 뒤 지방에서 돌아온 친구의 생일을 축하하기위해 간단히 베이킹을 하자.
뒤엔 이미 만들어져 한 김 식혀져 있는 다쿠아즈이다. 계한 흰자를 위에엥 거품기로 돌려 머랭을 낸 뒤 돈 주고 사기 아까워서 간단히 만들 슈가파우더와 아몬드를 섞은 뒤 다시 위에 슈가파우더를 뿌려 굽는다.
내공이 있는 사람들은 다쿠아즈 틀을 사서 사용하겠지만 쪼렙은 그냥 짜서 만들기로 하자.
캬라멜 쿠키를 만들기 위해선 먼저 캬라멜을 만들어야 하는데 절대 젓지 말라고 한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쪼렙들은 하라는 대로 하는 것이 좋다.
(레시피를 보고 만들어도 요리가 맛없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이 분들은 정말 '레시피 대로'하고 있는지 스스로 성찰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탄 내가 나기전에 불을 끄고 데워둔 생크림을 부으라고 했는데 조금 탄내가 난다. 그래도 이정도면 뭐..
불을 끄고 데워둔 생크림을 붓자. 참고로 생크림을 데워주지 않으면 설탕이 엉길수도 있다고 한다.
...싸늘하다...
가슴에 설탕 덩어리가 날라와 꽂힌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손은 언제나 눈보다 빠르니까..
긴급히 덩어리들만 건져 전자렌지에 잠깐 돌리고 다시 냄비에 불을 켜고 열심히 녹였다. 하지만 여전히 작은 설탕 덩어리들이 있는데 씹는 맛을 좋게 했다고 애써 자신을 속여본다.
다행히 어느정도 소생시켰다.
이 안에 버터를 녹이면
대강 이런 모양새가 된다.
이후 버터를 녹인 캬라멜 소소를 잠깐 식힌 다음 달걀, 초코칩, 볶은 뒤 조각낸 호두조각, 밀가루, 베이킹소다를 넣고 열심히 섞은 뒤 모양내기 쉽게 냉장고에 넣어놓는다. 그 사이에 다쿠아즈를 샌드해볼...
...까.....
....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나는 손재주가 겁나 없다.
분명 가나슈를 레시피대로 만들었는데 왜 폼페이 용암 흐르듯 모든것에 오점을 남기는 것일까.
짝이 없는 다쿠아즈를 먹어봤다. 폭신폭신한 아몬드가루가 든 머랭맛이다. 고소하긴 하지만 뭔가 니맛도 내맛도 아닌 느낌이다.
휴지뒤 팬에 성형한 반죽들
180도에서 12분 익히면 이런 모양새가 된다.
그건그렇고 내가 베이킹소다를 좀 많이 넣은 것 같다. 사진에서 본 완성품은 이렇게 부풀지 않았었는데.
단면샷은 언제나 예의입니다. 처음 먹을때는 촉촉하고 조금 식힌 뒤에는 겉부분이 바삭한 느낌이 든다.
친구를 위해 유튜브를 보며 단순노동을 한다. 오늘도 노동자 장씨의 하루는 고단합니다.
그리고 이 날을 위해 일주일전에 만들어서 얼려놓은 베이비슈도 포장해준다.
보통 무언가를 만들고 나면 뿌듯하지만 오늘은 뭔가 아직도 우울하다. 이건 다 학교 때문이야. 으앙.
님들은 불금 잘 보내세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