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까지 야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습니다.
신호등 몇 개를 지나가다보니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평상시 잘 다니지 않던 길을 운전하고 있었습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선 계속 길을 가는데 저 멀리 인도쪽에서 사람들이 실랑이를 벌이는 듯한 모습이 보였습니다.
'술에 취했나?...'
하면서 지나치려는데, 가까이 갈수록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어떤 사람이 덩치 큰 사람들에게 일방적으로 둘러쌓여 봉변을 당하고 있었습니다.
'어떡하나?..'
하도와주자니 괜한 일에 끼어드는 것 같고, 그냥 지나치려니 영 마음이 편치가 않았습니다.
주변은 지나가는 사람도 없었고 거리는 완전히 인기척이 끊겨 있었습니다.
"야, 죽고싶어! 엉! 너 아직 덜 맞았구나. 이게 정말 땅 속에 묻혀봐야 정신을 차릴려나"
"그러게 형, 얘는 말로해서 안되겠다. 그만 시간 끌고 얼른 산으로 데려가자"
험악한 말들이 쏟아졌습니다. 얼른 결정을 내려야 했습니다. 천천히 살마들을 주시하면서 차를 몰았습니다. 내면의 갈등이 최고조로 올랐습니다.
순간, 급하게 차를 세우고선 경적을 크게 울렸습니다.
알 수 없는 힘이 자신의 등을 떠밀고 있었습니다.
차에서 내려 고함을 지르며 그들을 향해 뛰어 갔습니다.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렸습니다.
그런데 뜻밖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검은 물체들이 놀란 듯,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선 어둠 속으로 흩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심상찮은 충돌을 예상했는데 너무 의외의 결과였습니다. 빠르게 상황이 안정되자 긴장되던 호흡을 가라 앉히고 크게 숨을 쉬었습니다.
바로 그 때였습니다.
"아빠!"
어둠 속에서 외마디 외침이 들려왔습니다.
"아니, 너...."
깜짝 놀랐습니다. 어둠 속에서 걸어나온 것은 아들이었습니다.
"도서관에서 늦게까지 공부하다가 집으로 가려는데... 험상궂게 생긴 아저씨들시 나를 이 곳으로 끌고 왔어요"
"오 세상에, 어떻게 이런일이..."
"소리지르고 도와달라고 해도 아무도 돌아보지 않았어요. 모두들 그냥 지나쳤어요. 그래서 다 포기하려 했는데... 역시 아빠는 나의 영웅이에요. 고마워요 아빠"
"........."
남자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너무나 놀라 그저 어안이 벙벙한 표정 이었습니다.
울먹이며 아들은 아빠에게로 달려왔습니다. 아들과 아빠는 함께 포옹을 나누고선 감동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누군가를 돕고자 했던 선한 의지가 결국은 자신을 돕게 된 이야기입니다.
만약 그 순간을 양심의 소리에 귀기울지 않고 못 본 척 지나쳤다면 아들과는 영원히 못 볼 수 있는 상황이 될 수도 있었지요.
보이지 않는 어떤 운명의 힘이 평상시 가지 않던 길을 안내했고, 그 길에서 마주친 곤경에 처한 사람을 외면하지 않았기에 기적적으로 아들을 구한 것입니다.
세상을 구하고자 했던 정의로움이 결국은 자신을 구원하게 된 것이지요. 이 세상 어떤 일도 나의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입니다.
당신에게 주는 미소가
나에게 짓는 미소이고
당신에게 베푸는 기쁨이
나에게 베푸는 기쁨임을 압니다.
당신을 외면한 것은
나를 외면한 것이고
당신을 비난한 것도
나를 비난한 것임을
이제 압니다
창 문 밖의 일은
남의 일이라고
담 너머에서
생긴 일은
나와 상관없다고
나와 인사하지 않는 사람은
모르는 사람일 뿐이라고...
그가 울고 있어도
모른척하고
그가 소리쳐도
돌아보지않고
그가 손을 내밀어도
다른 곳을 보았습니다.
그러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누군가를 힘들게 하지 않고
혼자만 열심히 노력하면
잘 사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압니다.
혼자 피는 꽃은 없고
혼자 노래하는 새가 없듯,
함께 어우러지는 삶이
최고의 삶인 것을....
먼저 창문을 열고 마음 속 담을 허물고
누구라도 반갑게 인사 나누면
그것이 참 된 기쁨임을...
우린 하나입니다.
영원히 둘일 수 없는 하나입니다.
그걸 깨닫기 위해
지금 당신 옆에 있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