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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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readers_5336

작성자 : 김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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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시간 : 2012/12/03 17: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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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벤치

째깍 째깍째깍 째깍째깍째깍 째깍째깍째깍째깍 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 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 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 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 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 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 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 균일한 시계소리 태엽 돌아가는 소리 그것만이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이 현실이라는것을 알려주고있다. 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 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 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 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 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 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 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 째깍째깍째깍째깍 째깍째깍째깍 째깍째깍 째깍. 뻐꾹 저녁 7시 시곗속에 숨어있던 새 한마리가 노래를 부른다 뻐꾹 뻐꾹 나무로 만들어진 새는 균일한 목소리로 균일한 노래를 부른다. 딸칵 방문이 열린다 누군가 들어온다 "여- 또 권총 만지고있었나." MA-23 진짜 이름은 없다. 우리에게 이름은 들어올때 들어주는 형식코드 그것뿐이다. "UM-2가 당했다더군." MA-23이 이야기를 꺼냈다. UM-2, 같은 일을 하던 사람 동료도 무엇도 아니다 그저 마피아 윗대가리들의 테일러 주의에 휘둘리는 가치없는 인간들중 하나일뿐. 하지만 동료. 동료가 당했다. 죽었다. 다시 얼굴을 볼순없다. 하지만 슬프지않다. 감정이 느껴지지않는다. 죽은 이유조차 알고싶지않다 별로 상관없었다. 하지만 MA-23은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적 얼굴은 보지도 못하고 죽었다더군, 저격이었나봐." 저격. 자주 있는 일이다. 이제는 별로 신기한 일도 아니다. 10년전 우리나라는 동유럽과 전쟁을 일으켰다. 과거 드높던 소비에트 연방의 영광이 사라진지 벌써 수십년. 보수파 정권놈들은 그것을 알지못한채 객기를 부렸고 그 댓가로 죄없는 소시민만이 죽어나갔다. 돈이 많은 자는 죽지않았다. 그들 옆에는 돈도, 법도 있었다. 우리 옆에는 그 무엇도 없었다. 우리에게 느껴지는것은 단지 땅속에서 올라오는 피의 냄새일뿐 만약, 지옥이 있다면 나는 그곳이 지옥이었다고 확신할수있다. 국가는 전쟁에서 패배했고 엄청난 보상금을 물어야만했다. 그리고 정권은 무너졌다. 힘없이 쓰러진 정권뒤에 남은건 무정부에 휘둘리는 소시민뿐 또 다시 고통을 받는건 소시민이었다. 돈이 많은 자들 그 거인 옆에는 법이 없어졌지만, 그들에겐 아직 돈이있었다. 그들은 죽지 않았다. 땅속에서 올라오는 피의 냄새는 소시민의 더러운 피냄새뿐이었다. 나에게도 가족이 있었다. 집이있었다. 기억이 있었다. 추억이 있었다. 친구가 있었다. 행복이 있었다. 사랑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전쟁이 시작한지 얼마안돼 떨어진 조그마한 붉은 쇠몽둥이에 사라져버렸다. 제비가 떨어트린 조그마한 붉은 쇠몽둥이는 나의 가족을 앗아가버렸다. 기억을 가져가버렸다 친구도 추억도 사랑도 행복도 모두 다 가져가버렸다 남은것은 없었다. 군인으로 일한 경험이 있었다 전쟁에서 패배하기전 가족이 모두 죽고 난뒤 혼자 쓸쓸하게 육군 아카데미에 들어갔다. 전쟁이 끝나기 단 4달전 우리는 조기 졸업을 하고 전쟁터로 떠밀렸다. 죽었다 죽였다 사라졌다 없애버렸다 그것이 전부였다. 아카데미에서 배운것들은 모두 다 소용없었다. 국가는 우리에게 4달동안 지옥을 보여준뒤 사라져버렸다. 그 뒤 내가 할수있었던건 사람을 죽이는 것 그래서 수도에서도 가장 강력한 마피아인 호스프스키 패밀리에 들어갔다. 보디가드라는 명분으로 여러 거인을 지켜내며 방패로써 이용되었다. 그다지 불만없는 인생이다. 필요한건 없었다. 할것이 필요했을뿐, 나쁜일이던가 좋은 일이던가 이제 와서 그런건 필요없었다. 나에게 남은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어이 듣고 있어?" MA-23가 약간 격양된 목소리로 말을 했다 잠시 생각에 빠진순간 MA-23는 여러가지 말을 했다. "아, 미안" "정말, 알수 없는 놈이구만." MA-23가 말을 이었다. "나도 내일 호위 업무에 들어간다. UM-2의 빈자리를 메꾸는것 같더군" 소모품 하나가 고장났다. 그러면 다른 소모품으로 대처한다. 그것이 그들의 방법 거인의 방법 합리적인 방법이었다. MA-23는 권총을 꺼내들어 탄창을 뺐다. "옛다, 선물이다." MA-23는 권총에서 빼낸 탄창을 나에게 던져줬다. "이건?" 나는 물어봤다. "선물이야 선물, 어차피 쓰지도 못하는 총알 가지고있어봤자 아깝기만 하거든." 남자는 다시 등을 돌려 들어왔던 곳으로 돌아갔다. 탕.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린다.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또 다시 방은 시계 소리로 꽉 차올랐다. 시간이 지났다. 아무것도 하지않은 채로 시간이 지나갔다. 시계의 시침이 8시를 가르키고 또다시 나무로 만들어진 새는 균일한 소리를 내었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8시는 퇴근하는 시간이다. 무슨 일이 없는 이상은 8시 이후에는 퇴근하는것은 자유이다. 달력을 보았다. 12월 29일 한해가 지나가기 시작한다. 토요일이다, 일요일은 쉰다. 내자리를 누군가 맺꾼다. 그래서 쉰다. 방의 한 구석에서 쉬고있던 기타 케이스을 들어올렸다. 묵직한 느낌이 들었다. 그 묵직함을 짊어지고 방을 나섰다. . . . . . . . . . . 8시 30분 정확한 시간 정확한 장소 시립 공원으로 들어선다 8시밖에 안됬지만 추운 날씨덕에 사람이 적다. 이 정적이 좋다. 시내의 떠들썩함은 좋아하지않는다, 시끄러운것이 싫다 단지 그것뿐이다. 근처 벤치에 기타 케이스를 내려 놓는다. 케이스의 지퍼를 내려 기타를 꺼낸다. 어디서인가 구한 통기타를 꺼낸다. 어디 메이커인지 좋은것인지 좋지않은것인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상관없다. 그런건 관계없다. 기타를 들어올린다. 아까와 같은 묵직함이 느껴진다. 기타줄을 퉁기기 시작한다. 탁한 음이 기타에서 세어 나온다. 기타줄을 한번더 퉁기었다. 팅- 하고 탁한 음이 한번도 세어나온다. 기분이 좋아진다. 이 기타소리가 좋다. 탁하면서도 맑은듯한 애매한 소리. 나는 이 소리가 마음에 든다. 기타를 퉁기기 시작한다. 재대로 손이 풀리자 어디선가 들었던 곡들을 술술 퉁겨냈다. 한번도 악보를 본적이 없다. 악보는 비싸다. 그래서 사지않는다. TV에서 들어본 음악, 라디오에 지겹게 나오던 음악 그것들을 퉁길뿐이다. 노래 제목도 어떤 음악인지도 모른다. 점점 기분이 좋아진다, 몸이 가벼워진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피어오른다. 살아있다. 단지 그 느낌 하나 그것이 나를 살게 만들었다. 계속해서 기타를 퉁긴다. 땀이 흐른다. 목줄기를 타고 땅으로 떨어진다. 몇 십분 동안 현실과 잠시 격리된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기타질을 멈추자,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불쾌한 기분. 정신을 차리자 반대쪽 벤치에 한 소녀가 앉아있다. 매번 오는 소녀 언제나 금요일 밤 이시간대에 와서 나의 음악을 듣고 가는 소녀다. 처음에는 무관심하게 지나쳤지만 어느새인가 한 두가지 적당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소녀의 이름은 마이아 누가 봐도 눈에 뛰는 갑부집 딸이다. 전형적인 모습 한손에는 바이올린 케이스를 들고 팬시한 모습의 목도리를 목에 두르고있다. 언제인가 자기가 바이올린 레슨을 받고있다는 말을 한적이 있다. 그뒤로부터 그 소녀와는 이따금씩 대화를 하곤했다. "안녕하세요, 아저씨" "안녕하세요." 소녀의 인사를 그대로 맞받아쳤다. 구관조처럼 대화를 했다. 소녀는 자기가 들고있던 바이올린 케이스를 나에게 들어올려 보였다. "드디어 한두곡정도 연주할수있게됬어요, 선생님한테도 칭찬받았고요." 소녀는 자기가 한일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고있었고 자랑스럽게 나에게 말을 했다. "하면 된다니까요, 조금 더 열심히 하시면 더 멋진 연주를 하실수있을거에요." 식상한 대화 가식적인 말 소녀는 그것만으로 기뻐했다. 쓰러운듯이 웃고있었다. "응." 소녀는 짧게 대답했다. 기타를 정리하고 케이스에 넣었다. 소녀가 뒤로 따라붙었다. "전 이제 집으로 갈껍니다, 마이아양은?" "저도요." 대답을 들을 필요는없었다. 이 나이 또래의 아이가 이 시간에 갈곳은 집뿐이었다. 뒤를 돌아보았다, 공원의 출구쪽으로 터벅터벅 걸어갔고 소녀가 뒤에서 종종걸음으로 걸어왔다. 다음날 아침 9시. 또다시 햇빛 한줄기만이 희미하게 비쳐오는 방안에 혼자 앉아있었다. 외로움은 느껴지지않는다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않는 방에 앉아 권총을 매만지고있을뿐이다. 탈칵 누군가가 들어온다. 또각 또각 또각 또각 또각 또각 또각 또각 여러명의 발걸음 소리 "SAF-01, 일어서라." "무슨 일인지."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들 사이로 키가 작은 남자 하나가 입을 열었다 "MA-23이 저격을 당했다." 고개를 끄덕였다. "동료가 당했는데 슬프지도않나?" 사내가 놀란듯이 말을했다.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미친놈들이군." 나는 입을 열었다 "네놈들의 테일러 주의가 우리를 이렇게 만든거잖아, 신경 꺼" "뭐? 이세끼가." 키가 작은 사내가 달려들려고 하자 뒤에있던 사내 한명이 팔을 끌어당겨 잡았다. 행동을 저지 당한 사내는 잠시 뒤를 돌아보고 선글라스를 고쳐 썼다. "MA-23이 죽었기때문에 네놈이 대신해서 고위급 간부의 호위를 맞게 됬다."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배치는 내일부터다. 오늘은 가서 쉬어라" 아침 10시 30분 거리로 나섰다. 알수없는 하루. 동료가 죽었고 다음엔 내가 죽을 차례가 되었다. 무섭지않다. 왜지? 죽는다 이제 살수없다 내일이면 죽게된다. 다시는 세상의 빛을 볼수없다. 상관없다. 처음부터 볼수없었다. 세상의 빛따위, 법이 옆에있는 놈들의 이야기였다. 거리는 활기로 넘쳤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귀를 울린다. 공원으로 향한다. 이도시에서 아는 장소라곤 단 몇곳뿐 공원은 그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공간이었다. 서벅 서벅 서벅 눈 밟는 소리가 귓속을 울린다. 서벅 서벅 서벅 언제나 기타 케이스을 올려두는 벤치. 눈 더미를 치운다. 자리에 앉는다 엉덩이가 차갑다. 신기한 느낌이든다. 몇년동안 이 공원에 왔지만 이 자리에 앉아보는건 처음이다. 자리에 앉아 하늘을 쳐다본다. 아침 10시 이른 시간 상식적으로는 밝아야 할 하늘. 눈이 내려 어둡다. 먹구름이 또다시 태양을 가로막는다. 도시에는 잿빛어둠만이 뿌려진다. 눈을 감는다. 다시 어둠이 들이찬다. 눈을 뜬다. 들어찬 어둠은 사라지지않는다 잿빛 하늘은 아직도 도시를 감싸고있다. 자리에서 일어난다. 엉덩이에 감각이 없다. 서벅 서벅 서벅 또 다시 눈 밟는 소리 다시 하늘을 쳐다본다. 먹구름이 조금 사라졌다. 태양이 보였다. 하지만 햇빛은 건너편 도시에 비춰질뿐 내가 있는 이곳은 아직도 잿빛 하늘. 암흑 땅을 내려본다. 걷는다. 앞으로 나아간다. 목적없이 나아간다. 공원의 중심부로 걸어가자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있었다. 처음보는 풍경 신기한 느낌. 활기찬 풍경 아이들끼리 시끄럽게 떠들고 웃고 뛰어다닌다. 그러던중 한 소년과 눈이 마주쳤다. 뒷 주머니에서 총을 꺼낸다. 겨눈다. 쏜다. 그러면 죽는다. 저 아이는 죽게된다. 하지만 소년은 두려워하지않는다. 아무것도 모르기때문에 두려워 할 이유는 없다. 총을 집어넣는다. 소년이 씨익 웃는다. 같이 웃어 보인다. 다시 길을 나선다. 하지만 공원을 나가진 않는다. 공원안을 계속 계속 돌아다닌다. 풍경이 변한다. 지나는 사람이 변한다 새롭고 새로운 세상. 어둠이 짙어진다. 사람들이 적어진다. 가로등의 불이 켜진다. 시계를 보았다. 저녁 8시 20분 얼마나 걷고있었던 것인가. 눈치 채지 못할 시간동안의 시간이 지나갔다. 다시 벤치쪽으로 걸어간다. 아까 전 앉기 위해서 치워놨던 눈이 다시 수북히 쌓여있다. 이번엔 치우지않는다. 그냥 앉아본다<br style="font-size: 12

김클라의 꼬릿말입니다

...아 오글오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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