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없는 절망, 그 끝에 희망이 있으라.
연말에는 항상 기분이 꿀꿀해지기 마련이다. 아무리 친한 친구와 애인과 가족들과 함께 있어도 끝나가는 올해의 끝자락에 서 있자면, 기분이 썩 좋지 만은 않다. 그것은 왜 일까?
아마도 적당히 지나가고만 올해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 아닐까? 연초는 항상 장황한 꿈을 꾸지만 연말이 되면 그 꿈이 어떻게 됬는지 우리는 볼 수 있다. 사람은 변함이 없다. 좋은 뜻이던 나쁜 듯이던 말이다. 최근 인터넷에 이런 말이 유행이지 않은가?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이렇게 꿀꿀한 기분이 되면 언제나 떠오르는 애니메이션 한편이 있다.
지금 거기에 있는 나
지금, 거기에 있는 나는 1999년도에 방영된 TV 애니메이션이다. 당대 다른 애니메이션처럼 이 작품 역시 99년도의 사람들의 불안함 마음이 담겨 있어 작품 전체의 분위기는 어둡고 세기말적이다.
사실 이 애니메이션을 본 것이 3년 정도 전인데 그때는 1화만 보고 말았다. 본 글쓴이는 소위 말하는 차원 이동물, 그것도 소년이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여 개발살을 내는 식의 작품을 매우 싫어했다. 노력도 없이 다른 세계로 옮겨 갔단 것만으로 위업을 달성한 다는 것이 당시에는 매우 불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거기에 있는 나는 다르다. 이 세계로 넘어온 소년 슈죠는 그대로 무력하고,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해 하지 못하고 고뇌한다.
평범한 소년인 마츠타니 슈죠는 우연한 계기로 신비한 소녀 라라루와 만나게 된다. 슈죠는 라라루의 신비함에 이끌려 그녀를 납치하려던 괴한들과 싸우게 되고 갑작스런 폭발에 휘말려 그들과 같이 다른 세계로 이동을 해버린다.
마츠타니 슈죠(통칭 : 슈)가 넘어온 세계는 전쟁으로 모든 것이 파괴된 세계였다. 슈는 그곳에서 라라루와 헤어지게 되고 슈가 떨어진 세계 그리고 라라루와 슈가 갇혀 있는 이 곳 ‘헤리우드’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헤리우드와 그 외 세계는 전쟁으로 모든 것이 파괴되고, 어른들은 대부분 죽어 버려 어린 아이들 마저 소년병으로 차출되어 싸우고 있다. 거기에 어느 순간 물이 대부분 사라져 물이 최고의 자원이자 권력이 된 상태이다. 라라루와 그녀가 쥐고 있는 팬던트가 그 물에 대한 단서를 가진 유일한 열쇠인 것이었다. 그렇기에 헤리우드의 지도자 하무도는 라라루에 집착하는 것이다.
감옥으로 끌려온 슈는 감옥에서 지구에서 온 사라를 만나게 됩니다. 그녀는 단지 라라루와 비슷하다는 이유로 이곳에 끌려오게 되고 영문도 모른채 갇혀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라라루를 잡은 하무도는 슈와 사라가 더 이상 필요 없게 됬다고 판단되자 슈를 소년병으로 차출해버리고 사라는 병사들의 성 노리개로 이용해 버립니다.
하무도는 암살 시도를 받게 되면서 광기가 더욱 심해집니다. 그의 부관인 아베리아도 통제 할수 없을 만큼 미쳐가고 있는 하무도는 쟈바라스라는 또 다른 마을을 찾아 습격할 생각만 합니다. 그러던 중 다른 국가에게 침공을 받고 전쟁을 하게 됩니다. 헤리우드는 숨겨둔 비밀 병기로 가까스로 승리하게 되지만 크나큰 피해를 입게 됩니다. 슈는 하무도를 암살한 암살범을 쫓던 도중 동료였던 나부카가 암살자를 죽이는 것을 목격하게 됩니다. 처음으로 사람을 죽인 나부카의 표정은 절망 그 자체 였습니다.
나부카는 다른 마을에서 차출된 아이입니다. 하무도는 병사가 부족해질때마다 근처 부락을 습격해 식량과 사람들을 납치해와 남자는 병사로 여자들은 성노리개로 사용해온 것입니다. 그리고 전쟁이 끝나면 집으로 보내주겠다는 하무도의 말을 굳게 믿고 있는 나부카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하무도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소년병이 되어 처절하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병사가 부족해진 헤리우드는 또 다시 인근 마을을 습격하게 됩니다. 반론을 제기하는 자는 모두 죽여버리고 모든 남자들을 차출하기 위해 강제로 연행 합니다. 그에 반발한 슈는 사람들이 갇혀 있는 트럭을 탈취 하려고 하지만, 나부카에 의해 저지 되고 맙니다. 결국 마을 사람들은 헤리우드로 모두 끌려가게 됩니다.
헤리우드가 지나간 마을은 모두다 파괴합니다. 필요한 자원을 다 가져갔으니 쓸모 없어진 마을은 폭탄을 설치하고 모두 파괴하는 것입니다.
나부카가 돌아갈 곳은 없습니다. 파괴되어져버린 마을들, 나부카는 어디로 가야하는 것일까요?
성노리개로 쓰여지고 있던 사라는 기회를 틈타, 자신을 강간하려던 범죄자를 죽이고 탈출하는 데 성공합니다. 그녀는 자신이 처해진 상황을 이해 하지도 못한 채, 다만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 상대를 죽이고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도망칩니다. 사라가 도망친 것을 알게 된 슈는 잠시 동안 잊고 있던 라라루를 떠올리며, 다시 그녀를 탈출 시키기 위해서 감옥에서 탈옥해 라라루를 구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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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루는 자신을 구하러 온 슈가 위험에 처하게 되자, 자신의 팬던트를 사용합니다. 사실 라라루 그녀가 물 그 자체였습니다. 물을 만들어내면 자신의 생명이 깎이는, 물 그 자신이 인격화된 모습이었던 것입니다. 라라루의 힘을 이용해 어렵사리 탈출한 라라루와 슈는 사라가 도망쳤듯이 사막으로 도망칩니다. 라라루는 물을 사람들에게 주는 것을 매우 싫어합니다. 물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그녀는 자신을 두고 싸우는 인간들을 보았고, 자신을 가두고 서로 미워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을 닫아버립니다. 그녀와 물이 있으면 싸우고 죽입니다. 좋은 사람은 금방 죽어버리고 나쁜 사람만 남아 그녀를 이용하려고만 합니다. 그래서 그녀는 물을 모두 없애 버리고 마음을 닫은 것입니다.
하지만 슈와 라라루의 이야기는 이제 부터가 시작입니다.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폐허지만, 그 폐허와 절망끝에 어딘가에는 분명히 희망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희망은 직접 목격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