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2 id="title_text">친구들이 '짠돌이'라 하던 서울대 노총각 교수, 구강암 판결받자 모교에 110억 기부</h2><h3>서울대에 110억 기부한 故유회진 교수 기리려 스승·친구 모여<br>"부모·형제없이 떠난 그… 매년 제사 우리가 챙기자" 스승·친구 1년전 약속 지켜</h3> <div class="par"> <p>9일 새벽 경기도 안성시의 유토피아 추모관. 산속 한가운데 자리 잡은 추모관 주변에 짙은 안개가 내리깔렸다. 오전 9시, 아무도 없던 추모관의 예식실에 노신사가 걸어 들어왔다. 예식실 앞 대형 TV에는 한 중년 남성의 사진만이 초상화 대신 떠 있었다.<br><br>"1년 전 이맘때의 약속을 지키러 왔습니다." 이장무(67) 전 서울대 총장이었다.<br><br>중년의 남성들도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까만색 정장과 넥타이를 갖춰 입은 신사들은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 유회진(53) 전 동아대 교수를 기리는 제사가 시작됐다. TV 속 영정을 향해 절을 한 이들은 가만히 눈을 감았다.<br><br>유 전 교수 제사의 제주(祭主)는 서울대다. 평생을 독신으로 살아온 유 전 교수는 외아들이었던 탓에 형제도 없었다. 세상을 떠나기 전,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전 재산 110억원을 기부받은 모교 서울대가 상주(喪主)로 나섰고, 은사(恩師)와 친구들이 동참했다.<br><br>"자신에게 매우 인색했지만, 사회를 향한 마음은 넉넉했던 내 친구를 되새깁니다. 당신이 확고한 마음으로 베푼 사랑은 우리 모두 마음속 깊이 새겨져 있습니다." 임영재(54)씨의 추모사가 20㎡ 남짓한 예식실에 울려 퍼졌다.</p><p><br></p><p style="text-align: 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211/f9b9660bc4eaf780ec6dcd6b073c98ac.jpg" class="txc-image" style="clear:none;float:none;"></p><p><br></p> </div><p>중학교 때부터 유 전 교수의 친구였던 임씨는 어릴 적 작은 한옥에 살던 죽마고우를 떠올렸다. 임씨는 "중학교 시절 항상 절약하던 회진이네가 그렇게 돈이 많은 줄은 상상도 못했다"면서 "그게 몸에 밴 회진이였고, 부모님의 돈을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2009년부터 시작된 암 투병 생활 때도 병원비 외에는 일절 돈을 쓰지 않았던 친구였다.<br><br>그는 아낀 돈으로 학사·석사 시절을 지냈던 서울대에 기부를 약속했다. 구강암 판정을 받은 그해 11월, 은사였던 당시 서울대 이장무 총장을 찾아가서는 "아무래도 오래 살지 못할 것 같아서, 죽기 전에 뜻깊은 일을 하고 싶다"면서 전 재산 기부의 뜻을 밝혔다. 친구들은 "모교에 대한 애정이 깊은 것 같았다"고 했다. 그는 기부 약속을 하고 2년 후인 지난해 11월 10일 끝내 숨을 거뒀다.<br><br>"돈도 굉장히 있었는데, 인색한 편이었어요. 짠돌이 같았다고나 할까요?"<br><br>대학동기 윤병옥(54)씨는 친구를 그렇게 기억했다. 그에게 유 전 교수는 과제를 베끼는 것도, 실험을 대신 해주는 것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원칙주의자이기도 했다. 윤씨는 "죽음을 앞두고, 친구가 원칙에 따라 내린 선택이 기부가 아니었을까"라고 했다.<br><br>"뭘 해도 열심히 하는 제자였죠. 교수가 되고 나서도 굉장히 겸손했던 친구였습니다."<br><br>제자를 위해 유학 추천서를 써줬던 이장무 전 총장에게 유 전 교수는 조용하고 꼼꼼한 학생이었다. 투병 기간 중 병문안을 갈 때마다 제자는 "기부금을 꼭 이공계 학생들을 위해 써달라"고 살뜰히 챙겼다고 한다. 이 전 총장은 "자신의 성공이 학교와 사회의 도움 덕분이라 생각했기에 제자가 기부를 하게 된 것이 아니었을까"라고 했다.<br><br>친구들은 유 전 교수가 넓은 인간관계를 갖진 못했지만 한번 통한 사람과 오래가고, 마음먹은 일은 확실히 하는 성격이었다고 했다. 운동에 몰두한 유 교수는 1981년 미스터코리아 선발 대회 헤비급 2위에 입상했다.<br><br>"하루는 전화가 와서 중매 좀 해달라고 말하더랍니다. 소개팅도 좀 해주고 그러지 왜 회진이를 총각 귀신 만들었어요." 이날 유 전 교수의 1주기에 친척으로 유일하게 참석한 외사촌 형 손영석(64)씨의 말에 상주들은 웃음보를 터트렸다. "자기 자신에게 후하면, 쓰는 재미에 빠져 기부는 못 하는 것일까요?" 주종남(56) 기계항공공학부 학부장의 말에 모두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br><br>오전 11시. 추모관 주변은 여전히 안개가 짙게 깔렸다. 내년을 기약한 유 전 교수의 상주들이 안개 속으로 하나둘 사라졌다. 상주들이 모두 떠나고 얼마 뒤, 안개 때문에 한 치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던 추모관 앞산에 한 줄기 빛이 내려왔다.</p><p><br></p><p><br></p><p>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1/10/2012111000064.html<b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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