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춘기라함은 질풍노도의 반항심과 무개념을 탑제하고 세상 다 이길거 처럼 분노가 치밀어 오르다가 개맞듯이 맞는 그런 시기..! 그리고 성적으로 눈을 뜨는 '크고 아름다운' 시기가 아닐까...??
하지만 지금은 인생이 무상하여 한 떨기의 가련한 꽃이 제대로 만발하지 못하고 시들어져 가버리는구나...
고등학교 때 저는 이토준지 공포 만화책에 엄청 빠져있었습니다.
학교 앞 책방에 가면 이 만화책은 무조건 빌렸습니다. 봤던거 또보고 또보고 지금이야 인터넷이 만연하여 다운로딩 하면 되지만 그당시엔 저희집엔 인터넷이 보급되지 않아서 저는 차라리 책을 사서 보는 게 더 나을만큼 빌려서 보고보고 했죠.
어느날 저는 무사히 하교를 하고 집에 도착했는데 늘상 고등학생이 듣는 잘잘한 잔소리.. 공부, 학원에 대한 위대하신 엄마님의 잘잘한 잔소리가 시작되었죠. 급기야는 평소에는 근처에도 가지 않던 제 책가방을 뒤지더군요. 그리고 나왔던게 이토준지 만화 그것도 일권 부터 재탕 할거라고 악령의 머리카락과 혈옥수였는데
엄마님이 이걸 보시고는 기겁을 해버렸습니다. 이 새끼 머 악마 숭배 이런거 하는거 아니냐고. (참고로 저희집은 사탄 악마에 민감한 기독교집안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그냥...그냥 저한테는 한낱 만화책인데 엄마는 제가 정신이상자로까지 생각하더군요. 평소때 그렇게 오바하던 여사님이 아니신데 말이죠. 헉... 급기야는 제가 세상에서 가장 무서워하고 두려워 벌벌 떠는 아바마마님에게 그대로 고해 바치더군요. 저희 아바마마님은 성격이 핵폭탄 급이어서 가족내에서도 그 양반을 건들지 않는게 상책이라 왠만한 일은 우리끼리 알아서 쉬쉬하고 넘어가는데 전혀 무방비상태인 저를 아바마마님께 그대로 고해바치는 것입니다. 이건 그냥 만화책입니다..ㅠㅜ.. 윽...
그날 책방에서 빌린 가련한 만화책은 갈기갈기 찢어졌고 때마침 영정사진 처럼 걸렸있던 디아블로2 포스터(정말 타이밍 죽였죠.)까지 찢겨졌죠.
그리고 당장 정신과 보내라고... 이새끼 악마 숭배 이런거 한다고..-_-;; 와.. 세상에..ㅠㅜ.. 그날 죽지 않을 만큼 맞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추억이라기 보단 아직도 그게 그렇게 호들갑 뜰정도로 심했나? 싶기도 하고 ㅋ 웃기기도 하고... 아니 다른 애들은 머 야한비디오? 야한 잡지 그런거 보다 걸려서 혼난다지만 세상에 공포만화책 걸려서 악마숭배자로 취급받는게 조선천지에 어딨겠냐는... 에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