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기분 좋게 따끈따끈한 정오의 햇볕이 포니빌을 감싸듯 내리쬐고 있었다.</p><p>부지런한 페가수스들이 아침바람부터 고생해준 덕분에 구름 한 점 없는 여름하늘은 더없이 맑았다.</p><p>여러 색의 도료를 사용해 지은 포니빌이 더욱 아름다워지는 계절이다.</p><p><br></p><p>"날씨 너무 좋다, 트와일라잇."</p><p>"그래, 정말 좋은 날씨야."</p><p>"여름이라 그런지 저기 언덕이 너무 푸른 것 같아."</p><p><br></p><p>강한 태양 덕분에 온갖 색감이 살아나는 여름, 아름다워지는 것은 비단 마을뿐이 아니었다.</p><p>더욱 화려한 색을 활용한 패션을 선보이는 래리티 역시 아름다워지고 있었고, 스파이크의 마음은 벌써 저 초원 위에서 돗자리를 펴고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p><p><br></p><p>"이렇게 날씨 좋은 날엔 책읽기가 제맛이지."</p><p>"......"</p><p><br></p><p>불쌍한 스파이크. 도무지 이 불타는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보호자 덕분에 스파이크는 기적을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p><p><br></p><p>벌컥!</p><p>"트왈리! 달링! 그 이야기 들었니?"</p><p>"래리티? 무슨 일이야?"</p><p><br></p><p>기적이란 있는 걸까요.</p><p>기세좋게 문을 열고 들어온 새하얀 유니콘은 완벽하게 정돈된 자수정 같은 갈기를 곱게 빗은 아름다운 포니였다.</p><p>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제대로 펌을 먹은 갈기는 윤기가 <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났고 그녀의 다급한 표정과는 달리 느긋하게 흔들거렸다. </span><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잠깐, 다급한 표정?</span></p><p>래리티가 다급한 표정을 하고 있다니!</p><p>"다급한 표정도 아름다워......♡"</p><p><br></p><p>여기 병걸린 아기용은 차치하고,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은 분명했다. 다급한 일인지는 의문이지만 말이다.</p><p>래리티는 벽을 따라 둥글게 올라가는 계단을 따라 올라오며 외쳤다.</p><p>"포니빌의 시장 출마에 관한 소문 말이야!"</p><p>"시장? 이퀘스트리아의 모든 자치구는 셀레스티아 공주님이 임명하신 집정관이 관리하는 제도야. 케이던스 언니처럼 말이야. 출마 같은 건 없을 거라구."</p><p><br></p><p>그럴 거라구? 트와일라잇답지 않게 불확실한 마무리네.</p><p>생각해보니 트와일라잇도 각 자치구의 집정관이 어떻게 지명되는지에 대한 기록은 읽어 본 기억이 없었다. 켄틀롯 왕궁 도서관에도 거기에 관련된 책은 없었던 것이다.</p><p>어느 새 가까이 다가온 래리티가 불평했다.</p><p>"그게 아니래!"</p><p>"그러면?"</p><p>"마을에 소문이 다 났어. 어스포니들만 아는 모임이 있는데 거기서 승인받은 포니가 포니빌의 시장님이 되는 거라구!"</p><p><br></p><p>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포니빌의 어스포니들만 아는 비밀 모임?</p><p>모르는 내용에 대한 트와일라잇의 학구열이 타올랐다. 트와일라잇은 읽으려던 책을 내팽개치고 도서관으로 달려내려갔다.</p><p>하지만 기세좋게 내려간 것 치고는 도서관 한 복판에 선 트와일라잇은 움직일 수가 없었다. 정말로 기억이 나는 책이 없었던 것이다.</p><p><br></p><p>"스파이크!"</p><p>그 짧은 사이에 래리티의 등을 마사지하고 있던 스파이크는 그녀의 부름에 재깍 대답하며 아래로 달려내려갔다.</p><p>"응, 트와일라잇!"</p><p><br></p><p>"포니빌의 정책에 대한 책을... 일단 다 모아줘."</p><p>"다? 무슨 책을 찾는 거야?"</p><p>한 번에 여러 권의 책을 찾아달라는 거야 드문 일도 아니었지만, 이렇게 대중없이 아무 책이나 찾아내라는 부탁은 처음이었다. 스파이크는 어리둥절해서 물었다.</p><p>하지만 평소 같았으면 바로 대답했을 트와일라잇은 그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p><p>"모르겠어......"</p><p><br></p><p>그러나 우리의 트와일라잇, 모른다고 포기하는 포니였다면 재능있는 유니콘을 위한 학교에서 셀레스티아 공주님의 수제자가 될 수 없었다.</p><p>과연 눈에서 결연한 빛이 떠오르는 트와일라잇의 모습이 보였다.</p><p>"하지만 여기 있는 책을 다 읽어서라도 알아내고야 말겠어!"</p><p><br></p><p>어디서도 배우지 못했던 집정관 선출의 방식. 베일에 싸인 왕국 정치의 한 편린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자 트와일라잇은 기대감에 찼다.</p><p>그 모습을 보던 래리티는 답답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p><p>"밖에 소문이 파다하다니까?"</p><p><br></p><p><br></p><p>* * * * *</p><p><br></p><p><br></p><p>래리티의 뿔에 이끌려 길을 걷던 트와일라잇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어느 새 그들은 포니빌 시장관저에 와 있었던 것이다.</p><p>주위를 둘러보다 앞을 보니 기가 차다는 듯한 래리티의 표정이 보였다. 그녀가 지금까지 읽던 책이 래리티의 마법색인 옅은 파랑빛으로 감싸여 있었다.</p><p>낚싯대에 당근을 달아서 나귀를 안내하는 것마냥 마법으로 책을 펼쳐서 트와일라잇을 데리고 온 모양이었다. 그 추태를 깨달은 트와일라잇의 얼굴이 분홍색으로 물들었다.</p><p><br></p><p>"부끄러워 할 시간이 없어, 달링. 여기 모인 포니들 좀 봐."</p><p>래리티가 말했다. 과연 포니빌의 포니들이 전부 여기 모인 것처럼 많은 포니들이 마산마해를 이루고 있었다.</p><p>"무슨 일이야?"</p><p>"이런, 정말 책만 보면서 따라온 거였어?"</p><p><br></p><p>트와일라잇이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p><p>"에헤헤.."</p><p>"정말 어쩔 수 없다니까. 시장님이 지금 마을에 퍼진 소문에 대해 공식적으로 대답하겠다고 하셔서 다들 모인 거야. 책만 읽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구?"</p><p>윽. 그 말에 트와일라잇의 얼굴이 뿌-하고 부풀었다. 그래도 그게 사실이어서 금방 가라앉았지만.</p><p><br></p><p>"어머? 저기 플러터샤이가 있어."</p><p>진작부터 와 있었겠지만 흥분한 포니들의 등쌀에 한줄한줄 뒤로 밀리다 가장 말석에 선 게 안 봐도 1080HD 화질이었다.</p><p>래리티와 정신을 차린 트와일라잇, 여전히 맛이 간 스파이크는 플러터샤이에게 다가갔다.</p><p>"플러터샤이?"</p><p>"꺅!"</p><p>이 병아리처럼 연약한 노란색 페가수스는 핑크색 갈기가 휘날리도록 몸을 홱 돌리며 비명을 질렀다. 마치 비밀스러운 일을 하다 걸린 필리 같은 반응이었다.</p><p>"아, 음, 너희들이구나. 너희도 시장님을 보러 왔니. 안녕, 스파이크."</p><p>"안녕..래리티...."</p><p><br></p><p>플러터샤이가 이 병든 아기용의 반응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트와일라잇을 바라보았다.</p><p>트와일라잇은 말도 말라는 듯 입을 꼭 다물고 고개를 좌우로 저었고, 플러터샤이는 <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아아, 또 발작했나보구나 하는 듯 안쓰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span></p><p>"레인보우 대쉬도 여기 있어. 애플잭이랑 핑키파이는 일이 바빠서 못 온 것 같아."</p><p>여기 없는 포니들도 몇마리 있는 모양이다. 하긴 케익 부부도 보이지 않았고, 빅 매킨토시나 미스 치어릴리도 보이지 않았으니.</p><p>그러나 이렇게 모여 있을 땐 항상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봉봉과 라이라는 또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다. 왼쪽을 봐도 보이고 오른쪽을 봐도 보였는데... 깊게 생각하는 <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건 그만두자.</span></p><p><br></p><p>그 때, 관저의 문이 열리며 모두가 기다리던 시장님이 걸어나왔다.</p><p>"여러분, 이렇게 모여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들 궁금한 점이 있는 걸로 알지만, 그에 앞서 저는 우리 포니빌이 예전보다 많이 발전했으며, 그 원동력이 바로 이 자리에 <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모여 계신 여러분들 덕이라는 것을 짚고 넘어가고자 합니다."</span></p><p>포니들이 어리둥절했다.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 거지?</p><p>"여러분이 들은 소문은 사실입니다. 포니빌에는 어스포니들의 비밀회동이 있으며, 그 모임의 결정을 통해 우리 포니빌의 시장이 결정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곧 다음 회동<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이 다가오고 있습니다."</span></p><p><br></p><p>우우우우ㅡ!</p><p>포니들이 격한 반응을 보였다. 그중에는 유니콘들이 대다수였고, 페가수스도 몇 마리 보였다. 그러나 그들의 반응은 예상했다는 듯, 시장은 대수롭지 않게 말을 이었다.</p><p>"여러분은 우리 포니빌이 에버프리 숲 바로 옆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유니콘의 수호마법이나 페가수스의 날개병단의 보호를 받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아십니까?"</p><p>그 점을 짚자 모든 야유가 뚝 그쳤다. 아무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어스포니들을 빼고는 아무도 반응하지 않았다.</p><p><br></p><p>"포니빌은 전통적으로 어스포니들의 마을이었습니다. 마법에 능한 유니콘들이나 공중으로 달아날 수 있는 페가수스와는 달리, 어스포니들은 딱히 무기로 삼을 것이 없었기<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에 다양한 것들을 도구삼아 몸을 지켜올 수 있었지요. 그리고 그 무기 중에는 물론 어스포니 자신 또한 포함되었습니다."</span></p><p>이 충격적인 발언에 모두의 입이 떡 벌어졌다. 일포니라고 놀림을 받을 정도로 힘이 강하고 재주가 좋은 어스포니들이, 사실은 무예를 연마했기 때문에 그런 재주를 가지<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고 있었다는 말이기 때문이었다.</span></p><p><br></p><p>"닦아온 재주가 있다면 증명하고자 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 포니빌의 어스포니들은 남몰래 달도 뜨지 않는 밤 에버프리 숲에 모여 그 연마한 무술을 겨루어 왔습니다. <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이름하여, 포니빌 비전의 무투대회 포투리수(暴鬪里受) 패왕전(覇王戰)! 하늘 아래 가장 빼어난 싸움꾼 포니가 마을을 차지한다ㅡ 그렇습니다, 이 대회의 우승자가 바로 포니</span><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빌의 시장이 되는 겁니다!"</span></p><p>이 말을 듣자 포니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에버프리 숲의 위험도를 생각한다면 분명 합당한 선출방식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스포니만 출마할 권리가 <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있다는 것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span></p><p><br></p><p>"가장 강한 포니야말로 포니빌을 지킬 자격이 있다!"</p><p>"이퀘스트리아 전체를 감싸는 유니콘의 수호마법을 모르는가?"</p><p>"어스포니의 힘도 유니콘의 마법도 닿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야? 깃털이 땅에 떨어지기 전에 결판내 주지!"</p><p><br></p><p>갑자기 모인 포니들 가운데 몇몇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포니빌을 지키는 용감한 포니는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영웅심이 그들 사이에 타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포니들이 <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문명을 이루어 살고는 있지만 그들의 피는 야생을 달리며 맹수를 물리치던 야생마의 혈통이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span></p><p>"바로 그렇기에 여러분을 이렇게 모은 것입니다. 이 포니빌은 더이상 어스포니만의 마을이 아닙니다. 유니콘과 페가수스 여러분이 없다면 지금의 포니빌 또한 존재하지 않<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는 것입니다. 포투리수의 밤은 다가오는 그믐날 밤! 패왕제전에 참가하고 싶은 포니는 내일 오후까지 시장관저로 찾아와 신청해주시기 바랍니다! 제한은 포니빌에 거주하</span><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고 있는 포니라면 일절 따지지 않겠습니다!"</span></p><p><b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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