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4부터 플레이했던 늅늅인데요.
요즘 문명을 플레이하다보면 뭔가 저 스스로 문명의 재미를 잘 모르고 관성적으로 플레이를 하게 되더군요.
대표적으로 전 외교와 내정 플레이를 좋아합니다.
진짜 인구 많고 멋있는 도시를 하나 지어서 그 안에 원더를 잔뜩 지어놓는 그런 식의 플레이입니다.
또 군사력 없이 외교를 통해서 박쥐처럼 요리 붙었다 죠리 붙었다하면서 생존을 도모하는 플레이도 좋아하구요.
그런데...... 이게 게임을 계속하고 난이도를 높이게 되면서 그런 재미들이 많이 사라지더군요.
승리하기 쉽게 고급설정에 들어가서 이것 저것 바꾸고, 잘 쓰고 효율 좋은 문명만 하게 됩니다.
또 기술이나 정책 테크트리도 점점 단순화되게 되구요.
그리고 난이도가 높아지면서 내정 플레이로 승리하기 힘들어 전쟁 일변도로 문명을 키우게 됩니다.
예전에 문명 게임을 맨 처음 접하고, 오~ 이건 혁명이다. 라며 플레이했을 때는......
내가 어떤 행성에서 신이 되어 새로운 문명을 키우고 역사를 만들어간다는 이런 생각으로 했는데,
점점 이제 승리를 위해 문명의 요소들을 테크트리와 수치로만 보게 됩니다.
이번 확장팩이 나왔을 때, 많이 느낀건데 예전이었다면
우와~ 이런 종교도 있네? 이 종교에서 이런 관습이 있으면 재밌겠다 이랬을텐데
지금은..... 이 종교는 식량을 이만큼 주고 이 종교는 망치를 이만큼 주네?
이렇게 되더군요.
그래서 지금은 그냥 모두 다 놓아버리고 재밌게 플레이하려고 합니다.
괜히 난이도 높힐 생각을 버리고 설정을 할때에 난이도는 황제 정도로 맞춰놓고 문명도 무작위, 지도도 무작위, 설정은 기본 설정 (전략적 자원 균형 이딴 거 없다.)
그래서 얻게 된 잔재미들이 있더군요.
1.문명도 지도도 무작위라면 오히려 현실감이 높아진다.
일단 정찰병을 하나 뽑아서 주변을 탐사합니다. 그리고 오~ 이 대륙은 이렇게 생겼구나. 흠, 내 문명은 마야인데 여긴 군도맵이구나. 어? 여기 이런 애가 있었잖아? 흠.... 이 주변에는 자원이 없다.
한치 앞을 모르는 미래가 바로 현실이니까요.
만약 진짜로 내가 어느 문명을 운영하게 된다면 분명 모든 것이 신기하고 알아가야할 것 투성이일 것입니다.
이런 점이 문명 플레이를 재밌게 만들어줍니다.
2.공부도 재미.
혹시 문명 백과사전 다 읽으신 분이 계시려나요? 생각외로 굉장히 재밌습니다.
이 지도자는 이런 녀석이구나. 아, 이 문명 특성은 이래서 생긴거구나 알게 됩니다. 그리고 내 문명이 어떤 문명인지 어떤 정체성이 있는지 느끼게 되구요.
또 너무 문명 백과사전에 나와있는 부분이 적다싶으면 또 인터넷을 찾아보고 책을 찾아봅니다.
전 한때 몬테주마의 아즈텍이 가지고 있는 식인 문화에 빠져서 논문들까지 찾아읽게 되더군요. 영화 아포칼립스도 찾아보구요. 만약 그냥 게임으로 문명을 했다면? 그냥 적 유닛을 죽이면 문화를 주는 녀석 정도일 겁니다.
또 문명 게임이 가지고 있는 고증을 알게 됩니다.
폴리네시아를 선택해서 플레이를 할 때에 배 모양이 다른 배 모양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폴리네시아의 배인 카누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형태에 널판지를 붙여 배를 크게 만들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배가 대항해시대 유럽인들의 배보다 컸다고 합니다.
3.시나리오가 완전 재밌습니다.
이건 아까 말했던 공부도 재미라는 것과 어느 정도 일치하는데요.
시나리오를 단순히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역사를 공유하기 위해서 플레이한다고 한다면 꽤나 재밌습니다.
고대 문명 불가사의를 플레이하면서 토인비의 책을 찾아보기까지 했습니다. 정말 새롭더군요. 이 원더가 이런 거였구나. 단순히 문화수치를 몇 올려주는게 아니구나. 이렇게요.
또 이번 확장팩에서 추가된 산업시대의 제국들. 우와~ 스팀 펑크에요. 스팀 펑크.
전자기술이 아니라 기계기술이 극도로 발달한 세계관에서 증기기관과 비행선이 지배하는 패러럴월드가 배경입니다.
그런 세계라면 어떻게 문명이 진행될까 싶습니다. 분명 현실과는 다른 형태일텐데.
뭐, 이 정도가 있겠네요.
하여간 저는 요즘 이렇게 플레이 합니다. 저한테만 해당되는 얘기일 수도 있겠으나 너무 재밌더라고요.
그냥 한번 추천해봅니다.
문명은 스타크래프트가 아니거든요ㅎㅎ 문명은 문명이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