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class="바탕글">오늘도 다른 날과 다르지 않았습니다.</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 </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이른 봄 대지에 꿈틀거리는 씨앗처럼 어김없이 제 주니어가 머리를 내밀고,</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 </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저는 그것을 흐뭇하게 내려다보며 기대에 보답하기위해 좋은 땔감들을 모았습니다.</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 </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그리고 시작되는 광란의 파티! 판타스틱!</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 </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주니어가 내뱉은 하얀 생명은 크리넥스 휴지에 흩뿌렸습니다.</span></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여기서 제가 현자타임이 올 거라 생각하지는 않으셨을 겁니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저는 오랜 경험을 쌓은 전문가, 이 정도에 현자타임이 올 정도로 약한 남자가 아니었습니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그건 어찌됐는 저는 가볍게 애니를 한편 보기로 했습니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아! 그런데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제 하드에는 무거운 물건을 들어주거나, 복도에서 부딪히는 정도로 사랑에 빠지는 얼빠진 연놈들이 주인공에게 달려드는</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그런 애니밖에 남아있지 않았습니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할 수 없이 보고 있는데 역시나 이런 생각이 몰려왔습니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나는 왜 딴 놈들이 연애하는 거나 보며 낄낄거리고 있나'</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이때 약간의 현자타임이 왔지만 참아낼 수 있었습니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 </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오타쿠의 길을 가기로 결심했을 때 이미 예상했던 것!!</span></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저는 묵묵히 애니를 보기시작 했습니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에게 앵겨 붙을 때도 고요한 호수의 마음으로 흐뭇하게 바라보았습니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그리고 애니속 시간이 밤이 되고,</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아 맙소사!</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보았습니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저는 보았습니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검은 화면에 비친, 한심하게 낄낄거리고 있는 나의 얼굴을!</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아아 자괴감과 자기혐오감이 혈관을 타고 손끝, 발끝으로 흐르고…….</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저는 끈이 끊어진 마리오네트처럼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습니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잠시 후에</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저는 하얀 무덤을 휴지통에 고이 묻고 반성하고 있습니다.</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br /></p> <div> </div> <div><br /></div> <div><br /></div> <div> </div> <div><br /></div> <div> </div> <div><br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 </div> <div><br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