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흔히 홀딩 미드필더를 앵커라고 하죠. 닻이라는 말입니다. 배가 파도나 바람을 견디기 위해 닻을 내려서 자신을 고정하는 것처럼 팀의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해 중원 살짝 아래에 위치해서 수비적인 역할을 하다가 기회가 되면 전방으로 공을 뿌리는 선수들이 곧 홀딩 미드필더가 됩니다. 그렇다면 홀딩 미드필더에게 가장 중요시되는 능력은 어떤 것일까요?</p><p><br></p><p>당연히 수비 능력입니다. 수비가 되지 않으면 앵커고 홀딩이고 뭐고 되지 않아요. 여기에 패스 전개와 공격 가담 능력이 덧붙여지면 그 선수는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지, 패스 전개와 공격 가담 능력을 꼭 갖춰야 한다는 건 아닙니다. 물론 뛰어난 선수는 둘 모두를 할 수 있습니다. 오늘 스완지가 상대한 아스날의 미켈 아르테타, 토트넘의 산드루처럼 말예요. 하지만 그게 되지 않는 선수를 가진 중하위권 구단들은 대부분 홀딩 미드필더의 위치에 수비가 뛰어난 미드필더를 배치합니다. 즉 홀딩 미드필더의 근본적인 역할이란 수비진을 보호하는 것이란 뜻입니다.</p><p><br></p><p>그리고 수비를 하는 데 있어서 미드필더에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활동량입니다. 대부분 두 명에서 세 명 정도가 함께 수비를 시도하는 최전방(이때는 압박을 한다고 하죠)과 최후방과는 달리 홀딩 미드필더가 활동하는 공간에는 선수를 많이 두지 않습니다. 따라서 홀딩 미드필더는 많은 활동량으로 그 구역을 담당해야 합니다. 홀딩 미드필더가 활동량이 부족하다면 남는 부분은 다른 임무를 맡은 미드필더나 수비진이 담당해야 하는데, 이는 필요 이상의 체력 낭비를 불러옵니다. 홀딩 미드필더를 두는 이유가 사라지는 셈입니다.</p><p><br></p><p>당연한 거지만 홀딩 미드필더에게도 두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보다 패스에 특화된 선수(사비 알론소나 안드레아 피를로처럼)가 있고 보다 수비에 특화된 선수(산드루나 부스케츠처럼)가 있습니다. 그러나 두 유형의 선수 모두 홀딩 미드필더의 위치에서 상당히 왕성한 활동량을 보여주고 수비에도 적극 가담하는 편입니다. 애초에 미드필더의 본분 중 하나가 엄청난 활동량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홀딩 미드필더가 활동량이 다른 선수에 비해 모자르다는 건 그만큼 부담을 다른 선수에게 넘기고 있단 의미입니다.</p><p><br></p><p>기성용 선수가 스완지에서 잘 적응하고 공격포인트를 올리는 건 무척 좋은 소식입니다만 이건 짚고 넘어가야 하겠습니다. 기성용 선수의 활동량은 홀딩 미드필더의 그것에 비하면 부족합니다. 센터백 출신이었다곤 하나 수비력이 뛰어난 선수도 아니죠. 스완지에선 때문에 라우드럽 감독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용해보고자 했습니다만 발이 느리고, 시야가 좋습니다만 시야를 보여주기까지 약간의 딜레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빠른 볼처리를 선호하는 스완지에서는 상당히 애매한 위치에 놓이게 됩니다.</p><p><br></p><p>현재 스완지로서는 선수를 지키는 게 우선이라 겨울 이적시장에서 영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진 않을 듯합니다. 그러나 곧 돌아올 이적시장에서는 다릅니다. 이를 어떠한 방법으로든 보완하지 않는다면 현재 탄탄대로로 보이는 스완지 생활이 어떤 방식으로 끝이 날지 아무도 모릅니다.</p>
사비 알론소나 안드레아 피를로 같은 유형의 선수는 기본 이상의 수비를 하면서 동시에 공격에도 많이 관여를 하기 때문에 월드 클래스라고 부릅니다. 마스체라노나 부스케츠는 뛰어난 포지셔닝과 강력한 태클, 왕성한 활동량으로 미드필드를 거쳐 가려는 상대 공격수를 없애고 같은 팀 선수들의 활동을 보조하기 때문에 월드 클래스입니다.
좀 괴한 말처럼 들릴지 모르겠으나, 현재 기성용 선수는 이도 저도 아닙니다. 수비도 딱 평균치만 해주고 (활동량이 적어서 자주 보이지도 않고) 공격에서 특출난 재능을 선보이는 것도 아니지요. 패스가 위협적이긴 합니다만 단지 그뿐입니다. 본인이 뛰면서 기회를 만드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상대하는 팀 입장에서는 기성용 선수를 직접 마크하는 것보다 기성용 선수가 공을 찔러넣을 공간을 수비함으로써 무의미한 짧은 패스를 시도하게 하죠.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