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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차단 상태
    산트카치야님의
    개인페이지입니다
    가입 : 11-12-29
    방문 : 255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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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animation_160949
    작성자 : 산트카치야
    추천 : 1
    조회수 : 233
    IP : 123.140.***.17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3/12/28 00:03:31
    http://todayhumor.com/?animation_160949 모바일
    [소설] 우리의 불능에 대하여
    약속장소는 시끌벅적했다. 대충 세어도 스무 명은 될 법한 사람들이 저마다 짝을 지어, 자리에 앉아 술과 음식을 탐하는 중이었다. 이런 장소는, 인생을 게임으로 친다면 분명 ‘사교성’이란 능력치가 바닥을 슬슬 기고 있을 터인 내겐 쥐약과도 같은 장소였다. 만날 약속이 있는 사람도, 나하곤 반대의 이유로 이런 장솔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니 다른 데에서 만나기로 해도 됐을 터이지만, 어떻게 할 수 없는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이유로 그런 선택지는 전부 기각.
    좁아터진 공간에 둘러앉은 사람들을 이리저리 피해 구석진 빈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내가 만날 ‘상대’도 곧바로 내 맞은편에 앉았다. 얼굴은 싱글벙글이란 말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웃음을 가득 품고 있었지만, 꽤나 나를 기다렸던 듯했다.
    “안녕? 오늘도 칙칙하네.”
    “넌 인사말을 다시 배워야 할 필요가 있어. 일주일 만에 만났더니 다짜고짜 하는 말이 그게 뭐냐.”
    “그런 너야말로 사랑♡스럽고 귀☆여운 여자친구를 일주일동안 내팽개쳤잖아?”
    말투는… 이런 인간이려니 하고 넘어간다손 쳐도, 결국 인사말의 무례함을 탓할 수만은 없는 나였다. 그 말 그대로 일주일, 실은 그보다 오랜 시간동안 이 녀석한테 연락은커녕 연락 그 비슷한 것조차도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멋대로 날아온 연락, 내 의사와는 관계없이 잡힌 약속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다음 일주일 역시 비슷했을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안 내켜도 그렇지, 옷이 이게 뭐야? 좀 멋지게 입고 오면 어디 덧나나?”
    “…윽.”
    “남자들의 흔한 착각 중 하나가 바로 그거라지? 검은색으로 온몸을 뒤덮은 다음에 까만 구두까지 신으면 자기가 댄디해진 줄 아는 거.”
    “이건 그런 의도하곤 좀… 거리가 있는데.”
    “그럼 흉악한 저의가 있었다거나? 괜히 어른인 체 폼을 있는 대로 잡았다가, 내가 몸도 마음도 허락하면 모텔로 데려가서 자빠트릴 셈?”
    “죽어도 안 할 거다.”
    “그럼 길거리에서? 아, 물론 그런 플레이에 관심이 아주 없는 건 아닌데 역시 한겨울에 길거리는 좀 아니지 않나?”
    “…됐어, 멋대로 생각해.”
    결국 먼저 투항한 건 나였다. 언제나 이랬듯이.
    “하여간 만난 김에 뭐라도 좀 먹어. 내가 말하긴 좀 그렇지만, 여기 음식 되게 맛있다?”
    라고 말하며 그녀가 손을 들자, 꽤 오랫동안 내 존재를 눈치도 못 채고 있었던 아주머니가 음식이 담긴 접시를 헐레벌떡 가져오셨다.
    과연 그녀가 자신만만해 하는 게 허언은 아니었다. 플라스틱 접시에 담겨 나온 음식들 – 제육볶음, 김치, 동태전을 비롯한 각종 전 등등. - 은 척 보기에도 기름기가 흐르는 게 보통 식욕을 자극하는 게 아니었다.
    …만, 식욕이 동할 만한 처지는 아닌지라 식사는 극구 사양. 마찬가지로 따끈한 흰 쌀밥과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국이 나왔지만 손도 대지 않았다.
    “그래서… 요즘 어떻게 지내? 뭐, 이런 말을 할 처지는 피차 아니지만.”
    “연인 사이니까.”
    “우습게도. 안 그래?”
    “…그렇지.”
    아무리 사귀는 사이라고, 사랑하는 사이라고 하더라도 서로에게 무감각해지는 때는 찾아오기 마련이다.
    뭐라고 부르던가… 권태기? 그래, 그런 시기가 말이다.
    그리고 애석하지만, 이 녀석과 나는 한창 권태기의 중심에 서 있는 셈이 된다. 그리고 일주일 만에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하는 중인데도 가슴 속에서는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권태기는… 이 독한 무력감은 한동안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무렴 편한 대로 하면 그만인 친구 관계하곤 달리, 연인이라는 건… 다시 말해 남녀가 사귄다는 건 그런 식으로 했다간 권태기로도 안 끝나는 빙하기가 찾아오기 마련이니까.”
    “뭐, 하여튼… 네 질문에 먼저 대답하자면, 그래. 딱히 할 것도 없어서 예전에 사둔 책을 읽고 지냈어.”
    “맥심?”
    “틀려!”
    “내 말은 <맥심 고리키>를 읽고 있냐는 건데? 작년쯤에 샀잖아, 그거.”
    “그건 맥심 고리키가 아니라 막심 고리키겠지!”
    “비슷한 책 아냐?”
    “어째서 명작 러시아 문학이 군인들의 애독서하고 비슷한 취급을 받아야 하는 거냐!”
    이런 식이다. 이 녀석과 대화를 하면 늘 이런 식으로 휘둘려댔다.
    기분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단순히 재미라는 측면으로 따지게 되면― 분명 내 머릿속이 이상한 거 아니냔 말을 듣게 되겠지만, 솔직히 재미는 있다. 이 녀석과 말을 나누다 보면, 머릿속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온갖 생각을 잊어버리고 순전히 말하는 데에만 집중할 수 있으니까.
    “하여간에 정말 겉도 속도 칙칙하기 짝이 없다니까. 방학인데 책이 뭐야? 좀 활동적인 일은 못해?”
    “…알바를 해보려고 했어.”
    “헤에.”
    “면접도 보고, 채용됐다는 말도 들었는데.”
    “는데?”
    “다음날에 출근하자마자 잘렸어.”
    “푸흡!”
    …씁쓸한 얘기다. 덧붙여서 해고 사유는 ‘여자애가 새로 일하겠다고 찾아와서’였다. 요컨대 접객 – 카페 카운터 자리였다. - 에는 누가 뭐래도 남자보단 여자란 의미였는데, 그 사장‘놈’도 그렇게까지 악인은 아닌 듯 나한테 꽤 미안해하면서 차비로, 커피 값으로 쓰라고 5천원을 쥐어주긴 했지만.
    결국 그 5천원은 왠지 분통이 터져서 카페와는 전혀 안 어울리는 공간, 다시 말해 중국집에서 전부 썼다. 평소엔 생각도 못한 굴짬뽕(보통 짬뽕보다 비쌈)을 시킨 날은 그날이 처음이자, 아마도 마지막일 것이다.
    “이야, 역시 너답게 안쓰럽고 딱한 일화네.”
    “그렇기야 하지만, 어째서 그게 나답단 거냐.”
    “넌 언제나 안쓰럽고 딱한 사람이잖아. 누군가가 구제해주기를 바라는.”
    “…미안하지만 그런 시절은 졸업했어.”
    “그래서 겉도 속도 시커먼 댄디로 무장하고 나를 어떻게 해보려고?”
    “……”
    빠른 투 스트라이크.
    “아까도 말했지만 널 어쩔 생각은 없어. 아니, 어쩌고 자시고를 떠나서 너한텐 아무것도 안 할 거야.”
    “에이, 이래봬도 여자로선 꽤 자신감이 있는 편인데?”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팔을 가운데로 모아 가슴을 도드라지게 했다. 나는 황급히 눈을 피하지도 어쩌지도 않았다. 내가 변태여서가 아니라, 평소에 이런 짓을 한 1년쯤 당하다 보면 자연히 익숙해지기 마련이었다. 아니, 익숙해질 뿐인가? 이 녀석이나 나나 성장기였던 만큼 가슴이 얼마나 커졌는지까지 알 수 있게 됐지. 단지 눈대중만으로.
    …씁쓸한 일화다.
    “그럭저럭 큰 거 아닌가?”
    “D컵이던가?”
    “아마도. 정확하게 재본 적은 없지만―”
    확실히 평균보다는 위일 것이다. 이 녀석하고 데이트를 할 때마다 팔로 느꼈던 부드러운 감촉이라던가, 그걸 느끼고 있는 나를 노려보는 남자들의 표정이라던가, 그 모든 걸 종합해본다면.
    “시덥잖은 얘기는 그만 두고― 넌 어떤데.”
    “뭐가?”
    “요즘 어떻게 지내냐고.”
    “아아.”
    그녀가 조금 묘한 표정을 지었다.
    “좀… 뭘 탔달까.”
    “타?”
    “튼튼하고 단단하고 힘도 좋아서 엄청났어.”
    “뭐!?”
    “그래서 처음엔 엄청 휘둘렸어― 부끄럽지만 허리도 나갈 뻔하고, 비명도 지르고 그랬지. 물론 나중엔, 그리고 지금은 내 맘대로 부리지만.”
    “…좋아, 여기서 이상한 생각을 했다면서 나한테 뭐라고 할 생각이지? 의외로 평범한 걸 탔겠지? 자전거라든가.”
    “아니, 남자 맞는데?”
    “……”
    삼진 아웃.
    …아니, 그걸 떠나서 난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이 녀석과 나는 결국 권태기에 빠진 연인 관계에 지나지 않는다. 서로에 대한 구속은 한참 전에 잊어버렸고 잃어버렸다. 남은 것은, 이렇게 가끔씩 서로의 안부를 묻는 것뿐이다. 그리고 거기에 맞장구 한 번 쳐주고, 그러고 나면 끝인 관계였다.
    단지 그뿐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그런, 관계였다고. 이제 와서 이 녀석이 다른 남자를 만난다고 하니까, 내 것을 빼앗긴 느낌이라도 든다는 걸까. 이 녀석은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니었고 – 굳이 따지자면 내가 이 녀석 거였겠지. - 내 옆이 아닌 다른 사람의 옆으로 간다고 한들 내가 무언가를 느껴야 할 이유 따윈 없었다.
    “…이제 와서 너한테 뭐랄 순 없겠지.”
    “누가 뭐래도 훌륭한 폐경기 커플이니까.”
    “아니, 권태기다!”
    “생식능력은 없다는 점에서 똑같지 않아?”
    “전혀 달라!”
    “애당초 우리, 연인다운 일은 하나도 안 했으니까 굳이 따지면 ‘고자기’려나?”
    “그런 섬뜩한 시기를 멋대로 설정하지 마!”
    그건 특수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갖는 칭호지 남자라면 다 그렇게 되는 게 아니라고, 그건!
    “그런 면에서 혼다 군은 참 듬직해~ 못 미더운 너하곤 달라서.”
    “네 생각이 그렇다면야… 아니, 혼다 뭐라고?”
    “혼다 CBR400R.”
    “…일본인이냐는 멍청한 질문은 하지 않겠어. 그거 오토바이 아니냐?”
    “정답♡”
    “…너 설마 오토바이랑… 그, 하는 거냐?”
    좀 짓궂은, 말이 안 되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나도 공격을 받기만 하는 건 그러니, 가끔은 반격을 해볼 수도 있는 것이었다.
    “응, 색다른 경험이야. 너도 해볼래?”
    “……”
    2번 타자, 투수의 강속구에 정강이를 맞고 실려 나갑니다―
    “혼다 군은 강단 없는 너랑은 다르게 아주 꼿꼿해서 믿을만하거든.”
    그야 그러겠지. 금속제 프레임에 바디까지 올 메탈, 금속을 안 쓴 부분을 찾기가 더 어려울 테니까.
    “말을 말자. 내가 죽을 놈이지.”
    “이히힛.”
    혀끝을 살짝 내밀며 웃었다.
    짜증나긴 하지만, 제법 귀여운 얼굴이었다.
    “하긴, 이젠 서로한테 붙일 관심도 없는데 이제 와서 이러는 것도 웃기는 짓이지. 네가 오토바이랑 섹스 프렌드 사이든, 아니면 다른 남자하고 사귀든 이젠 나하곤 무관계한데.”
    자포자기하는 투로 말하며 나는 벽에 몸을 기댔다.
    “그렇지― 우리는.”
    “보통 권태기라고 하면 애정은 없고 의무감만 남은 형태라곤 하는데, 우리는, 아니, 너하고 나는 그 의무감마저도 없었으니까.”
    예전에, 내가 어렸을 때 들은 노래의 가사를 떠올리며 계속 말을 이었다.
    “이젠… 정말로 남남이지.”
    “그래도 가끔씩은 만날 수 있잖아.”
    “이렇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사는 집도 가까이에 있고, 학교도 같았고 – 곧 달라지겠지만. - 평소의 생활권도 겹치는 데가 많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시 만나는 데에는, 아무리 가끔이라고 하더라도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법이다. 안 그랬다간 서로가 원하지 않을 때에 서로와 마주쳐 어색하기만 할 뿐이니까. 완전히 정리할 수 없는 옛 관계란 딱 이 정도인 것이다.
    타고 남은, 까맣게 굳어버린 음식물쓰레기처럼… 좋지도 달갑지도 않고, 손대기도 두려운.
    “뭐, 내가 바랐던 건 조용한 카페 같은 데에서 단둘이 서로에 대해 말을 해보는 거였지만.”
    그녀가 다시 웃었다.
    이미 느낀 바이지만, 여긴 그런 곳과는 거리가 멀었다. 시끄럽고, 사람은 많고, 분위기는 비에 젖은 축제처럼 기괴하게 밝고. 그런 와중에 진중하게 서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터놓을 수 있다면, 그건 굉장히 무감각하거나, 한 군데에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나는, 글쎄.
    “꼭 카페에서 분위기를 잡을 필욘 없겠지.”
    “그렇지? 여기도 좋지? 사방이 전부 내 가족이라서 그러는 건 아니지만.”
    …내가 애써 무시하고 있던 점을, 그녀가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덥석 짚어버렸다.
    그렇다. 여기엔 그녀의 가족들로 가득했다. 그녀와 아무런 혈연관계도 없이 여기에 온 사람은, 아마 나 하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가족이 한곳에 모인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저기 저 아기, 귀엽지? 내 조카뻘 되는 앤데, 이제 슬슬 걸음마를 배운다는 모양이야.”
    …뭐, 그런 것이다.
    “많이들 오셨네.”
    “평소엔 전화 한 번도 없던 사람들이야. 음, 것보다 뭐라도 마실래?”
    그녀가 상큼한 표정으로 마실 것을 권한다. 하지만 여기에 마실 거라곤 주류밖에 없다. 캔으로 된 맥주와 막걸리, 소주, 뭐 양심은 있는 건지 팩에 담긴 두유는 있었는데, 애석하게도 맛이 없기로 소문난 종류였다. 결국 마실 것을 극구 사양했는데―
    “어라, 형부 아녜요?”
    ―날 이상한 방법으로 부르는, 나보다 한두 살 어려 뵈는 – 그리고 정말 딱 두 살 차이인 – 여자아이가 나를 알아보고 다가왔다.
    “분명 형부한테 연락한 적은 없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냐. 그리고 누가 네 형부냐.”
    “형부요.”
    “그니까 그게 누구냐고.”
    “언니 남편.”
    “…왜 내가 그 녀석의 남편이 되는 건데?”
    “그럴 각오로 사귄 거 아녔어요?”
    그렇게 말하며, 여자아이가 그녀의 옆자리에 앉았다.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패기 없긴.”
    “……”
    투수 교체 후 원 스트라이크―
    “왜 결혼할 각오하고 패기가 연결되는 건지 물어도 될까?”
    “물론 언니랑 결혼하려면 보통 각오가 필요한 게 아니었으니까요.”
    “응, 그건 좀 심한 말 아닌―”
    “그거 굉장히 동감하는 말이긴 하지만… 하여간 결혼할 생각 같은 거 없었어. 그러니까 그렇게 부르지 마.”
    “우와, 너도 은근슬쩍 심한 말 한다?”
    그녀의 말은 구렁이 담 넘어가듯 무시해버렸다.
    “뭐라도 마실래요?”
    “…아니, 난 술은 별로고 달지 않은 두유는 취급하지 말자는 주의여서.”
    “그보다 먼저 술을 마셔선 안 되는 나이를 걸고 넘어가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응? 아니, 며칠 있으면 스무 살이니까.”
    “아.”
    별로 중요한 사실은 아니지만 말이다.
    “참 야속한 시기네요. 원래 형부도 이때는 약속이 있었을 텐데.”
    “자랑은 아니지만 없었어. 그리고 그렇게 부르지 말라니깐.”
    “뭐 어때요? 제 맘인데.”
    “…아, 뭐, 그래.”
    하여간, 이라면서 말이 이어진다. 단 3음절짜리 접속사 한가운데에 캔 막걸리를 따는 ‘칙’ 소리가 들려왔단 건, 모두의 비밀이다. 어차피 가족들이 주변에 가득하니 이것도 소위 말하는 ‘어른 앞에서 배우는 술’이 되겠지.
    “그나저나 크리스마스인데 정말로 없었어요, 약속? 전 있는 것도 취소됐는데.”
    “없었어. 네 기대를 배신해서 미안하지만, 우린 네가 생각하는 만큼 열렬한 사이는 아니었거든.”
    “숯불 같다고나 할까.”
    내가 말을 마치자, 그녀가 한 마디를 거들었다.
    “딱 그랬겠네요. 언니도… 요즘 혼자서 다니는 일이 많았으니까.”
    그러면서 막걸리 한 모금을 마신다. 내 바로 맞은편의 그녀는, 그런 여동생을 바라보면서 무척 언니답게 웃었다. 물론 소리는 최대한 죽여서.
    “참, 뭐라도 드실래요? 제가 이런 말을 하기는 좀 그렇지만, 여기 밥은 꽤 맛있더라고요.”
    “아까 내가 말했거든? 까였지만.”
    나는 대답을 하지 않고 어깨만 으쓱여보였다.
    여동생은, 그럼 됐다는 듯이 남은 막걸리를 단숨에 비워버리고 다시 자리에서 일어섰다.
    “고마워요.”
    “응?”
    “굳이 올 필요까진 없었는데 와줘서 고맙다고요.”
    “……”
    투 스트라이크.
    이 말을 마지막으로 여동생은 다른 자리로 가버렸고, 그녀만이 다시 남아서 나와 마주했다. 나는 처음에 그랬던 것처럼 한숨을 쉬었다.
    “왜 또 한숨이야? 그러다가 복 달아난다?”
    “달아날 복도 이젠 없어.”
    “하긴, 그러니까 하드보일드 댄디를 노렸겠지.”
    “아니거든? 게다가 아까보다 하나가 늘었다?”
    “스파이크는 네 사부님?”
    “그건 누구야!”
    “담배로 도넛 만들 줄 알아?”
    “등가교환이 안 되잖아! 담배 연기로 만들 줄 아냐는 거겠지!”
    “그래서 할 줄 알아?”
    “몰라!”
    “집에 대마초는 있지?”
    “없어!”
    난은 기르지만!
    “아무튼.”
    “…응.”
    “진짜로 아직도 술 못 마셔?”
    “……넌 지금이 몇 월 며칠인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
    “사월 초파일?”
    “명백하게 아니잖아!”
    어느 만화책에선 두 사람이 너무 친해진 나머지 서로의 생일을 뒤섞는다고 해도 아무렇지도 않을 정도라지만, 현실에선 그러지 않을 것이다. 아니, 그 이전에 두 사람의 신도가 결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술은 좋아하지도 않아. 맛도 없고.”
    “헤에, 그렇구나. 나는 너랑 술을 마셔보길 바랐는데.”
    “…왜?”
    “취하면 덮칠까봐서.”
    “주폭으로 잡혀갔으면 잡혀갔지, 그럴 걱정은 전혀 안 해도 되거든?”
    내가 이 녀석하고 사귀기 시작한 게 2년 전의 일이고, 지금껏 관계는 제법 수월하게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2년 동안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 특히 남녀관계에 있어서 어떠한 진전이 있었냐고 한다면, 그 대답은 단언컨대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일 터였다.
    2년이나 사귀었으면서―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진짜다.
    진짜로, 아무것도 안 했던 사이였다. 손이야 물론 잡아봤지만, 포옹이라는 의미로 안아보기도 했고, 어깨에도 손을 올려봤지만.
    딱 그뿐이었다.
    그게 아쉽냐고 한다면, 전혀 아니었다. 솔직히 말해서 이 녀석이랑 깊게 연결되어봤자 나만 손해고, 지금 이상으로 더 휘둘렸을 텐데 내가 미쳤다고 그랬을까.
    “아깝네, 아까도 말했던 것 같지만, 나 여자로선 여러모로 평균 이상이잖아?”
    “네가 직접 할 말이냐?”
    “응.”
    보무도 당당한 태도에 오히려 내가 할 말이 없었다. 파울 볼.
    “그건 그렇고… 면허는 땄어?”
    “아니,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내가 같이 면허 따자고 말하지 않았던가?”
    “…농담이 아닐 줄은 몰랐거든.”
    평소에 너무나도 가볍게 이거 하자, 저거 하자는 식으로 말을 해댄 죄인 셈이다.
    “난 벌써 땄는데. 1종 보통.”
    “아… 그랬나?”
    “아까 얘기했잖아? 오토바이.”
    오토바이를 운전하려면 원동기 면허나 1종 보통 이상의 면허가 필요하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있었다. 요즘은 사는 데에도 면허가 필요하다니, 오토바이를 샀을 정도라면 분명 면허는 따둔 뒷일이라는 것이다.
    “수능 끝나고 바로 매달렸거든. 처음엔 제법 어려웠는데, 지금은 익숙해.”
    “그래.”
    “물론 안전장비 없이 그냥 타게는 안 두시지만.”
    하면서, 그녀가 가리킨 것은 그녀의 부모님이었다.
    추구할 생각도 없는 댄디즘 때문에 욕만 안 섞었을 뿐이지 꽤 심한 소리를 들어야 했던 나하고는 무슨 연인지 같은 검은색 일색의 정장 차림새. 오히려 두 분 모두 담배까지 피우고 계신 점을 생각하면, 그녀가 말한 하드보일드 어쩌고 하는 건 나보단 저 두 분에게 더 어울리는 말일 게 자명했다.
    아무튼, 그래서 딸이 오토바이를 탈 땐 무조건 완전장비를 갖추고 타게 하신다는 그건가. 지극히 합리적이고 당연한 대응이셨지만, 그녀는 그게 맘에 들지 않는 듯 보였다.
    “오토바이는 바람을 느끼려고 타는 건데, 그런 걸 하고 있으면 바람이 안 느껴져서 별로야.”
    “바람하고 목숨, 둘 중 어느 게 더 소중해?”
    가뜩이나 오토바이는 바퀴가 넷 달려 있는 자동차에 비해 사고가 났을 때의 생존율이 훨씬 떨어진다. 자동차는 바퀴가 네 개고 오토바이는 두 개라서 생존율이 절반이라는 농담 아닌 농담도 있을 정도다. 어느 라이더의 말로는, 주행시 안전수칙을 준수하는 것과 안전장비를 완전장비 – 아마 좋은 말장난이라고 생각한 듯하다. - 로 갖추는 것은 말 그대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수칙이며 이걸 지키지 않았다간 문자 그대로 “피가 되고 살이 된”다는 것이다.
    …좀 심하게 말하자면, 오체불만족으로 이어지는 오체투지를 하게 된다는 말이다. 사고가 심하다면 오체투지가 아니라 육체투지, 나아가 육체(六體)불만족에 육체(肉體)불만족까지.
    “너?”
    그리고 대꾸는 지극히 엉뚱했다.
    “아, 이건 좀 다른 얘긴가? 이야기가 어째 삼도천을 건넌 듯한 게…”
    “삼도천이 아니라 삼천포겠지. 멋대로 이야기를 죽이지 마.”
    “에이, 뭐 어때. 별로 대단치도 않은 건데.”
    “맥락 있는 대화는 아주 대단하고 중요한 거다.”
    “그래서 언제 딸 생각이야? 면허.”
    …한숨 푹.
    “안 딸 거야. 아마 평생 못 따겠지.”
    “오토바이 타는 게 무서워? 자전거 타는 감각으로 타면 쉬운데.”
    “아니, 이건 그냥―”
    무언가 말이 튀어나오려다가, 그대로 억눌렀다.
    이대로 말해버렸다간 무언가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어서버린다는 느낌이었다.
    “알았어, 최대한 빨리 따놓을 테니까.”
    “뭐, 이제 와서 옛날에 했던 약속을 지켜달라고 하면 그건 또 그거 나름대로 무리한 요구겠지만.”
    “…2분만 일찍 말해.”
    하여튼 아무튼 여하튼 어쨌든, 접속사를 남발하면서 그녀가 화제를 돌렸다.
    “다른 여자는 만나고 있남?”
    “전혀. 그럴 시간도 여유도 없었지.”
    “넌 여유를 만들어내서라도 여자 뒤꽁무니나 졸졸 쫓아다닐 이미지인데.”
    “어째서!”
    “그야, 이런 자리에 굳이 하드보일드 댄디하게 하고 나온 걸 보니까.”
    “언제까지 우려먹을 거냐!”
    부처님 독경도 세 번이라고 하는데, 이걸로 딱 세 번이던가 네 번이던가.
    몰라, 다음부턴 안 들어줄 생각이다.
    “이런 관계니까, 이런저런 생각은 말고 그냥 아무나 골라잡아서 만나면 될 텐데. 어렵게 생각하지 마. 너랑 나랑 만났을 때를 다시 한 번 반복한다는 느낌으로 하면 되잖아?”
    “…그걸 다시 한 번 더 하라고?”
    참고로 이 녀석과 내가 사귀게 된 건… 아니, 됐다. 역시 불쾌한 기억이야. 아마 평생 잊히지 않겠지.
    “아니면 내 동생은 어때? 내가 이런 말을 하긴 좀 그렇지만 쟤도 날 닮아선지 굉장히 예쁘잖아.”
    조금 전까지 나를 형부, 형부라 부르면서 내 앞에서 막걸리 한 캔을 마시고 가버린 여동생이, 내 시선을 눈치 채고 이쪽을 돌아본다.
    …분명, 언니를 닮은 얼굴은 미인에 가깝기는 하다. 하지만 나이 차이도 있는데다, 주변 보기가 두려워서 그럴 엄두는 결코 나지 않는다. 아니, 엄두가 난다고 해도 안 그럴 거지만.
    “몸매가 좀 아쉽긴 해도 5년만 지나면 확실한데 말이야.”
    “…넌 남자하고 사귈 때 그런 식으로 하냐?”
    “응, 미래를 보고 하는 투자라는 느낌으로. 너도 그랬어.”
    “뭘 보고 투자한 건데? 아니, 그 이전에 뭘 투자한 건데?”
    “당연하잖아. 내 시간을, 그리고 내 마음을. 너라면 믿을만하겠다 싶었거든.”
    으음… 그건 좀 기쁜 말이긴 하지만, 이제 와서 듣는다고 해봐야 썩 기쁘지는 않았다.
    “어디가 믿을만하다는 거지?”
    “날 평생 생각해줄 거라는 점?”
    “……”
    내야 뜬공으로 단숨에 투 아웃.
    “…흐, 흠! 그거 칭찬으로 받아들여도 되나?”
    “칭찬이야. 한 사람밖에 볼 줄 모른다는 건, 무척 희귀하다는 점에선 가치가 있거든. 순애보는 좋은 거잖아?”
    “너는 정작 오토바이하고 바람을 피우고 있었는데 말이지.”
    “원래 순애보는 등신, 호구하고 동의어잖아.”
    “아니거든!”
    “그러면 타이거하고 호랑이 정도의 차이?”
    “아무런 차이도 없잖아?!”
    “결국 어떻게 부르느냐의 차이. 틀려?”
    “윽.”
    짜증이 나기는 해도, 분명히 맞는 말이었다.
    착한 사람과 바보 같은 사람이 하는 행동은 똑같다. 다만 보는 사람이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차이에,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착한 사람이 되느냐 바보 같은 사람이 되느냐가 갈리는 셈이다.
    “착하든 바보든, 그런 소릴 듣느니 차라리 아무렇지도 않게 아무나 만나면 돼.”
    “그게… 맘대로 됐다면 진작 누굴 만나고 있었겠지. 여기 올 일도 없이.”
    “아, 그건 좀 그러네. 다음부터 만나.”
    “어이…”
    손바닥 뒤집듯 태도가 바뀌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손바닥이 뒤집어졌다.
    “누구든 좋으니까.”
    “…된다면. 가능하다면.”
    “너처럼 숫기 없는 애한테 그게 가능할 리는 없겠지만. 프흡!”
    맞는 말이어서 데미지가 없었다.
    …라고 하긴 어렵겠지. 가슴팍을 후비는 한 마디였다. 애써 평정을 가장하고 있긴 해도, 역시 나한테는 여자친구든 여자 사람 친구든 쉽게 만드는 건 어려운 문제였다.
    “너도 마찬가지 아닌가? 남자친구를 못 만들어서 오토바이를 남자친구 삼아 밤을 달랜다거나.”
    “뭐, 그러려나? 너나 나나 바보이긴 매한가지니까. 유두상종이라지?”
    “유유상종이다!”
    상종하면 안 될… 것까진 없지만 하여튼 상종시켜서 좋을 게 없는 걸 상종시키지 말라고!
    “상종이라니까 떠오른 건데, 너, 우리 부모님을 보는 건 처음이지?”
    “그 반대는 가끔 있었지만.”
    사귀던 중에, 이 녀석이 멋대로 집에 쳐들어와선 “반갑습니다, 아버님! 어머님! 머잖아 며느리가 될 사람이니까 지금부터 서로의 취향을 맞춰보죠!”라고 소리를 질러서 어머니를 혼절시킨 일 이후로 이 녀석은 시간이나 기회가 된다면 집에 와서 부모님을 뵙고는 했다. 정작 내가 이 녀석의 가족을 본 건 바깥에서 만났던 여동생이 전부였고, 그나마도 만날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저 가는 길에 만난 것이었다.
    “할래? 상견례.”
    “이혼서류에 도장만 안 찍은 별거부부 같은 사이에, 부모님까지 뵈라고? 게다가 상견례는 우리 부모님도 계셔야 하지 않나?”
    “아차. 깜빡했다.”
    “그런 걸 잊지 마라…”
    “그럼 맞선?”
    “집어치워! 아니, 누구하고!”
    “내 동생이랑.”
    “됐다고 했잖아!”
    “가슴이 좀 부족하지만 그건 5년만 기다리면…”
    “필요 없어!”
    “나보다 커질 가능성이 있는데?”
    “……피, 필요 없다니까!”
    “방금 계산했지?”
    “아, 안 했어!”
    씨익, 그녀가 웃었다.
    여기 와서 그녀가 웃는 것밖에 보지 못했다. 다른 표정을 짓지 못하는 건 아닐 텐데. 달리 할 말, 다른 감정도 충분히 많을 텐데.
    “내 친구들 중에도 좋은 사람은 많지만, 역시 걔네들한텐 네가 영 못 따라가는 느낌일까.”
    “됐다니까. 난 다른 사람은 필요 없다고.”
    “그럼 누가 필요한데?”
    알고서도 그렇게 말하는 모습이, 참 보기 안쓰러웠다.
    “…너.”
    “그런 사람이 연락 한 번 없어서 여자를 애태우게 만들까?”
    “…미안해.”
    “내가 그간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아, 물론 삼각관계라는 이야기로 걱정한 건 아냐. 아까도 말했지만, 너한텐 나밖에 없는 거 알고 있으니까. 죽어도 바람 따위 피울 수 없다는 걸 잘 아니까.”
    “그래.”
    “연락도 없지, 수능 끝나서 학교에도 안 가니까 잘 지내는지 보기도 어렵지, 집에 찾아가도 넌 없다고 하지. 나더러 어쩌라는 생각이었을까?”
    그 당시엔 아무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다.
    12년간의 의무교육 – 중에서 3년은 의무교육이 아니긴 하지만. -을 끝마치고, 그 최종난관에 해당하는 수능까지 끝낸 뒤에 느끼곤 한다는 수험생 특유의 허탈한 니힐리즘은 아니었다.
    그때의 나는, 한 가지에 매달려 있느라 다른 생각은 할 겨를이 없었다. 이마저도 결국은 본말전도였겠지만… 정작 그러는 사이에 그녀에게 연락하거나, 만난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나는 큰맘 먹고 산 캐주얼한 양복 재킷의 주머니 안으로 손을 넣었다. 만져졌다. 하긴, 한 번도 꺼낸 적이 없으니까.
    “뭔 말을 해도 변경 같겠지만… 많이 바빴거든. 그리고 급했고.”
    “게다가 약속을 한 것도 네가 하자고 해서였지?”
    “응.”
    “난 꽤 기대하고 있었는데. 넌 전혀 아니었나봐? 면허도 안 따두고, 보아하니 오토바이는 생각도 못했던 것 같고.”
    “…바빴거든.”
    그녀가 양 무릎을 세워 양팔로 끌어안았다. 평소 자주 보던 모습이었다. 예전 같았다면 스커트 입고 그러면 팬티 보일 거라고 한두 마디 주의를 줬겠지만, 이제 내게 그럴 자격 같은 건 없었다.
    “처음엔 무섭더라. 내가 뭘 잘못했나 했어. 내가 말버릇이나 그런 게 좀 험하긴 하니까… 혹시라도 너한테 미움 받는 건가 했거든.”
    “그럴 리가 없잖아.”
    “응, 그건 알지만. 하지만 가능성이란 건 있는 법이잖아? 그래서 한 번 걱정을 하기 시작하니까… 무서워졌어. 그래서… 어디든 매달리게 됐어.”
    그리고 그녀에게 매달릴 구석, 비빌 언덕이라곤 단 하나밖에 없었다.
    “약속은… 네가 먼저 하자고 한 일이었으니까 설마 그걸 깨겠냐는 생각이었거든.”
    “그랬구나.”
    “그래서 기다렸어. 면허도 냉큼 땄고, 싼 걸로 사긴 했지만 오토바이도 빨리 구했어. 그리고 네가 나를 찾아주길 기다렸어… 계속 기다렸지.”
    하지만.
    지금까지와는 결단코 다른 어조로, 목소리로 그녀가 지금껏 몇 번을 말했던 접속사의 이름을 불렀다.
    “역시 가만히 있는 건 내 성미에 안 맞더라. 기왕 면허도 오토바이도 생겼겠다, 미리 타면서 연습해볼 수도 있잖아. 너는 겉보기보다 못하는 게 많으니까 혹시 못 타겠다고 한다면 내가 가르쳐줄 수도 있는 거고… 내가 태워줄 수도 있는 거였고.”
    “응…”
    “…꽤 기대했거든, 그런 거. 좀 이상하긴 해도.”
    평범한 그림이라면 남자가 오토바이를 운전하고 여자가 뒤에 타겠지만, 이 경우엔 그 반대가 되었을 터였다.
    “오늘쯤에 떠나는 거였지? 약속대로라면.”
    “……”
    “그런데 넌 면허도 안 땄고.”
    “…응.”
    “우리 사이는 너무 벌어져서 이젠 메울 수도 없고.”
    “미안해.”
    “이제 이런 걸 탓해서 어쩌겠어. 그냥 이러려니, 저러려니 하면서 사는 수밖에.”
    한숨을 쉬었다.
    내가 아니라 그녀가 한숨을 쉬었다.
    “다신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잖아? 영영 이별인 거야.”
    “…그러겠지?”
    “옛날처럼 다시 잘 해보자고 하고 싶긴 한데, 불가능하니까. 우리는, 이제 그때완 너무 달라져버렸으니까.”
    안타까움이 가슴을 짓눌렀다. 무언가 말을 해야 한다는 건 알았지만 뭐라고 말을 해야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주머니에서 손을 빼고 눈가를 가렸다. 뜨뜻한 게 흐를 법도 했지만, 시간이 꽤 지나서일까. 아니면 우리 사이가 이렇게 되어서일까. 아무것도 흐르지 않았다.
    “…이렇게 불러서 미안해. 이럴 생각은 없었는데. 구질구질하게 매달리는 건 내 성격이 아닌데… 그리고 너도 바쁠 텐데.”
    “아냐. 불러줘서 고마워.”
    “응,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게 다야. 오늘 용건은 끝. 이제 가도 돼.”
    나는 말없이 일어섰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 몇 개가 날아와 내게 꽂혔는데, 이상하게 몸이 뜨겁고 머리가 멍해왔기에 그런 시선은 아무래도 좋았다.
    내가 일어난 걸 본 걸까. 여동생이 내게 다가와 나를 잡아주었다. 괜찮냐는 질문도 잘 들리지 않았다. 모든 것이 다 가짜였던 것처럼 어지럽기만 했다.
    “혼자 걸을 수 있겠어요?”
    “응… 아마도?”
    “…괜찮다고 할 거면 뒤의 말은 잘라내는 게 더 좋으실 텐데요.”
    “아무렴 어때.”
    “그렇다고 하시니 더 붙잡진 않을게요.”
    그런데도 여동생은 출구까지 나를 따라왔다. 나는 재킷의 옷매무새를 고치고 구두를 신었다. 역시 익숙하지 않은 옷에 구두라니, 불편하기 짝이 없다.
    “아참.”
    “왜요, 형부?”
    “깜빡한 게 있었는데.”
    “두고 오신 거라도 있어요? 그럼 제가 다녀올게요. 말씀하세요.”
    여동생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한다.
    날씨가 춥다. 코끝이 시큰거린다. 추위 탓인지 여동생의 코끝이 빨갛다. 아마 나도 그러겠지.
    “이거.”
    “응… 뭐예요?”
    주머니에 들어 있던 것을, 나는 여동생에게 주었다. 여동생은 그게 뭔지 영문도 모르겠다는 듯했지만, 뭐, 아무렴 어떨까.
     
     
    ────
     
    폭력적인 줄간격
    폭력적인 엔터 안 침
    폭력적인... 아무 내용 없음?
     
     
    심심풀이로 써보았습니다.
    무슨 내용인지는 생략입니다.
    다 쓴 결과, 저는 이런 식으로 글을 쓰는 인간은 아니란 점만 깨달았습니다.
     
    책게가 있지만 여기로 온 건 맥심 고리키와 D컵이 찔려서입니다.
    산트카치야의 꼬릿말입니다
    ...후후. 난 역시 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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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2/28 00:11:25  211.187.***.38  마도카=메론  442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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