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오유 바로가기
http://m.todayhumor.co.kr
분류 게시판
베스트
  • 베스트오브베스트
  • 베스트
  • 오늘의베스트
  • 유머
  • 유머자료
  • 유머글
  • 이야기
  • 자유
  • 고민
  • 연애
  • 결혼생활
  • 좋은글
  • 자랑
  • 공포
  • 멘붕
  • 사이다
  • 군대
  • 밀리터리
  • 미스터리
  • 술한잔
  • 오늘있잖아요
  • 투표인증
  • 새해
  • 이슈
  • 시사
  • 시사아카이브
  • 사회면
  • 사건사고
  • 생활
  • 패션
  • 패션착샷
  • 아동패션착샷
  • 뷰티
  • 인테리어
  • DIY
  • 요리
  • 커피&차
  • 육아
  • 법률
  • 동물
  • 지식
  • 취업정보
  • 식물
  • 다이어트
  • 의료
  • 영어
  • 맛집
  • 추천사이트
  • 해외직구
  • 취미
  • 사진
  • 사진강좌
  • 카메라
  • 만화
  • 애니메이션
  • 포니
  • 자전거
  • 자동차
  • 여행
  • 바이크
  • 민물낚시
  • 바다낚시
  • 장난감
  • 그림판
  • 학술
  • 경제
  • 역사
  • 예술
  • 과학
  • 철학
  • 심리학
  • 방송연예
  • 연예
  • 음악
  • 음악찾기
  • 악기
  • 음향기기
  • 영화
  • 다큐멘터리
  • 국내드라마
  • 해외드라마
  • 예능
  • 팟케스트
  • 방송프로그램
  • 무한도전
  • 더지니어스
  • 개그콘서트
  • 런닝맨
  • 나가수
  • 디지털
  • 컴퓨터
  • 프로그래머
  • IT
  • 안티바이러스
  • 애플
  • 안드로이드
  • 스마트폰
  • 윈도우폰
  • 심비안
  • 스포츠
  • 스포츠
  • 축구
  • 야구
  • 농구
  • 바둑
  • 야구팀
  • 삼성
  • 두산
  • NC
  • 넥센
  • 한화
  • SK
  • 기아
  • 롯데
  • LG
  • KT
  • 메이저리그
  • 일본프로야구리그
  • 게임1
  • 플래시게임
  • 게임토론방
  • 엑스박스
  • 플레이스테이션
  • 닌텐도
  • 모바일게임
  • 게임2
  • 던전앤파이터
  • 마비노기
  • 마비노기영웅전
  • 하스스톤
  • 히어로즈오브더스톰
  • gta5
  • 디아블로
  • 디아블로2
  • 피파온라인2
  • 피파온라인3
  • 워크래프트
  • 월드오브워크래프트
  • 밀리언아서
  • 월드오브탱크
  • 블레이드앤소울
  • 검은사막
  • 스타크래프트
  • 스타크래프트2
  • 베틀필드3
  • 마인크래프트
  • 데이즈
  • 문명
  • 서든어택
  • 테라
  • 아이온
  • 심시티5
  • 프리스타일풋볼
  • 스페셜포스
  • 사이퍼즈
  • 도타2
  • 메이플스토리1
  • 메이플스토리2
  • 오버워치
  • 오버워치그룹모집
  • 포켓몬고
  • 파이널판타지14
  • 배틀그라운드
  • 기타
  • 종교
  • 단어장
  • 자료창고
  • 운영
  • 공지사항
  • 오유운영
  • 게시판신청
  • 보류
  • 임시게시판
  • 메르스
  • 세월호
  • 원전사고
  • 2016리오올림픽
  • 2018평창올림픽
  • 코로나19
  • 2020도쿄올림픽
  • 게시판찾기
  • 오유인페이지
    개인차단 상태
    푸힝님의
    개인페이지입니다
    가입 : 11-12-28
    방문 : 171회
    닉네임변경 이력
    회원차단
    회원차단해제
    게시물ID : panic_39797
    작성자 : 푸힝
    추천 : 68
    조회수 : 8552
    IP : 115.22.***.223
    댓글 : 9개
    등록시간 : 2012/12/13 13:29:44
    http://todayhumor.com/?panic_39797 모바일
    꿈 중독에 걸렸던 이야기 (여태까지 나온 것 정리)
    <P>과거형이고 이미 끝난 이야기다.<BR>꿈에 관한 이야기니이고 과거형이라 인증은 불가능한 게 많지만<BR>그냥.. 모쪼록 재미로 읽어줬으면 해.</P> <P>2년 전이었다.<BR>난 평소에도 루시드 드림을 잘 꾸는 편이었는데..<BR>아마 여름이었던 걸로 기억해.<BR>이래저래 힘든 일이 많았고, 그래서 그런지 유독 꿈을 많이 꿨던 것 같다.</P> <P>대부분은 별 의미 없는 개꿈이었지만<BR>딱 한번 정말 현실과 분간이 가지 않는 꿈을 꾼 적이 있었다.</P> <P>아주 아름다운 섬이었다.<BR>무인도 같았는데, 작았지만 정말 아름다운 섬이었고<BR>여자가 두 명 남자가 한 명 있었어.</P> <P>그 세 사람의 이름은 지금까지도 기억나.<BR>여자는 레이, 세이. 남자는 진.<BR>판소같은 이름이지만 뭐 어때. 꿈이잖아.<BR>레이랑 세이는 자매 같았다. 셋다 생긴건 한국스러웠는데..</P> <P>어쨌든, 세 사람은 꿈속에서 날 무척 반겼다.<BR>꿈에서도 나는 무척 의아해서 여긴 어디냐 물었던 것 같아.<BR>아마 답변은 이제 곧 만들어질 도시라고 했나. 섬 이름도 없다고.</P> <P>그러면서 내 이름을 묻더니, 섬 이름을 지어달래.<BR>난 흔쾌히 그러겠다고 했어.<BR>한참 고민하다가 지은 이름은 스카이블루였다. 하늘색.<BR>바다랑 하늘 빛깔이 예뻤거든. 지금 생각하면 참 네이밍 센스 없다 싶지만.<BR>어쨌든 세 사람은 동의했고. 섬 이름은 스카이블루가 됐어.</P> <P>그렇게 섬 이름을 짓고 팻말을 세우고, 씨앗을 조금 뿌리다가<BR>끝난 것 같아. 그날 꿈은.<BR>난 이게 뭔 개꿈이냐 ㅋㅋㅋ 하면서 그냥 쿨하게 잊어버렸지.</P> <P>그런데 며칠 뒤에 같은 꿈을 꿨어.<BR>세 사람은 나를 반겼고. 섬 이름은 여전히 스카이블루였어.<BR>밭을 일구었는지, 밭이 생겨나 있었고 허술하긴 하지만 집도 있었어.<BR>난 신기해서 우와. 하고 있는데 진이 진짜 진지돋는 얼굴로 나한테 왔었다.</P> <P>아마 했던말은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지만<BR>내가 도시를 만드는 데 필요하다고 도와달라는 말이었던 것 같다.<BR>나는 섬이 꽤 맘에 들기도 했고 꿈치고 현실감이 너무 넘쳐서(바람 부는거, 날씨 변화까지 느껴질 정도) 그러마고 했다.</P> <P>그 뒤로 나는 꽤 자주자주 그 섬의 꿈을 꾸었다.<BR>레이, 세이, 진은 매번 그곳에 있었어.<BR>나는 섬에서 낚시를 하거나, 나뭇가지를 꺾거나, 허드렛일을 돕고... 뭐 그 정도였지. 그래도 꿈을 매번 꿀 때마다 보금자리가 발전되는 게 신기했어. 게임하는 기분이었거든.</P> <P>한번 꿈을 꿀 때, 최고 길면 3일. 보통은 반나절만에 깼어. (물론 꿈 속 시간 기준으로)<BR>하루하루 사는게 재밌어졌지. 솔직히 학교 학원 집 학교 학원 집이었는데 진짜 엄청난 활력소가 생긴 셈이니까.</P> <P>그렇게 한달쯤 지났었나. 스카이블루 섬은 사람이 살 만한 곳이 됐다.<BR>번듯한 나무집에 양 몇마리가 있고 밭도 있고. 물고기도 잡아다 훈제로 구워먹는 그런 곳이 된거야.<BR>하지만 세 사람은 별로 만족하지 않는 것 같았어.<BR>이유를 물어봤던 것 같아. 별로 기쁘지 않냐고.<BR>좋기는 한데, 사람이 나 말고는 한 명도 오질 않아서 그게 마음에 걸린다는 답을 들었던 것 같다.<BR>난 반쯤은 호기심에, 별 기대도 안하고 물어봤어. 나는 어떻게 여기에 왔을까요 라고.</P> <P>아마.. 대답한 내용이 다는 기억나지 않지만;;<BR>대충.. 자기들은 그저 간절하게 원했을 뿐이라고. 힘든 사람들이 쉬어갈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었는데 내가 왔다. 그래서 좋다. 그 정도로 들었던 것 같아.</P> <P>나는 아 그렇구나.하고 그냥 넘겼지<BR>사실 그때쯤 되어선 이미 내가 어떻게 그곳의 꿈을 계속 꾸는지<BR>어떻게 꿈이 계속 이어지는지 같은건 관심이 없었어<BR>아니 관심을 가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만큼 재밌었으니까.</P> <P>그때 현실의 시간은 여름방학이 될 쯤이었다.<BR>일단 세 사람과 나는 계속해서 섬을 개척했어. 이미 네 명이서 살기엔 충분하고도 남았지만 더 올 사람을 대비한 거지.</P> <P>그리고 정말 거짓말처럼 다른 사람이 뚝 떨어졌어.<BR>진짜 말 그대로 뚝 떨어졌다.<BR>여느 날처럼 꿈을 꾸고 섬에서 앉아 쉬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해변 위로 뚝 떨어진 거야. 진짜 소설처럼.</P> <P>꿈이라 그런지 엄청 높은 데서 떨어졌는데도 전혀 안 다쳤더라고.<BR>젊은 남자였어. 이름이. 아마 현수였던가 현서였던가;; 그랬을 거야.</P> <P>내가 그랬듯이 이 남자도 굉장히 황당하고 혼란스러운 눈치였다.<BR>레이, 세이, 진은 엄청 반갑게 남자를 맞이했어.</P> <P>난 그쯤 해서 이게 진짜 꿈인지 다른 세상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가 됐지.<BR>무엇보다 이 현수라는 남자는 완벽하게 한국 사람 같았다.<BR>어디 사는지, 연락처는 무엇인지, 직업은 뭐인지는 물어보지도 못했지만.<BR>아, 자기 입으로 대학원생이라고 한 것만 들었다.</P> <P>세 사람은 무척 기뻐했어. 드디어 사람이 오기 시작했다면서.<BR>현수라는 남자를 극진히 대접한 세 사람은 나한테 했던 말을 비슷하게 했다<BR>이러이러한 곳을 만들고 있으니 조금 도와주지 않겠느냐고<BR>남자는 자기가 왜 그래야 하냐고 물었던 것 같다. <BR>세 사람은 당황한 것 같았지만, 조금만 도와주면 언제든지 이곳에 와서 쉬어도 된다고 했던것 같다.</P> <P>결국 현수도 그러겠다고 했어.<BR>그리고 네 명이서 여름 내내 거진 섬 전체를 개척한 것 같다.<BR>정말 작은 섬이였으니까.</P> <P>개척이라고 해봐야 집을 지어놓고 동물을 기를 수 있게 마당도 만들어 놓고.... 길도 터놓고.. 그 정도였던 거 같아.<BR>나는 그 꿈을 꾸기 전까지만 해도 매우 늦게 자는 타입이었는데<BR>여름방학이 끝날 때쯤 해서는 10시가 되면 칼같이 잠자리에 들었다.<BR>꿈을 꾸고 싶었으니까.<BR>채팅도 온라인게임도 하지 않게 됐어.<BR>꿈이 더 재밌고 실감 넘쳤으니까.</P> <P>물론 그때까지만 해도 일상 생활에 큰 지장은 없었어.<BR>그냥 일찍, 좀 많이 자는 정도. 오히려 수면 부족이 해소되어서 낮에 더 쌩쌩해졌어. 꿈에서 활발하게 활동한 걸 생각하면 의아한 일이지만..<BR>어쨌든, 섬은 계속 개척되었고, 두 명의 사람이 더 떨어졌다.<BR>여자 둘이었다 이번엔.</P> <P>어려 보였어. 10대 초반? 초등학생으로 보였던 것 같아.<BR>이름은 지희, 연희. 내 친구랑 이름이 같은 아이가 하나 있어서 금방 기억했지. 귀엽게 생긴 애들이었어.<BR>난 유독 그 애들한테 눈이 가서 정말 잘 해줬던 것 같아. 얘기도 많이 하고 먹을 것도 많이 주고. 집에 자주 찾아가고.</P> <P>뭔가 이상하다는 걸 자각한 건 그쯤부터였다.<BR>나는 그 애들한테 과일이나 꿀, 주먹밥 같은걸 주면서 머리를 쓰다듬고<BR>"아우 요 찹쌀떡 같은 녀석들~" 하고 장난스럽게 말하는 버릇이 있었어.</P> <P>하루는 집 앞 슈퍼에서 같은 아파트 아주머니를 만났다.<BR>근데 아주머니 딸이 딱 지희, 연희같았어.<BR>귀여워서 사탕이나 하나 사주는데, 나도 모르게 꿈속의 버릇이 나왔다.<BR>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저 대사를 했어. 어투도 표정도 똑같이.<BR>참고로 꿈을 꾸기 전엔 없던 버릇이었어.</P> <P>그걸 깨달은 건 집에 돌아와서였다.<BR>꿈 속에서 생긴 버릇대로 현실에서도 고스란히 행동한다는 게....<BR>말이 되나 싶었지.</P> <P>하지만 되게 사소했기 때문에 뭐 아무려면 어때? 하고 넘어갔다.<BR>근데 이게 문제였지.<BR>꿈을 처음 꿀 때에는 꿈속의 나와 현실의 내가 완전히 똑같았지만,<BR>나도 모르는 사이에 꿈속의 내가 현실의 나와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거든.</P> <P>일단 외모는 그대로였지만, 버릇 같은 게 조금 변했다.<BR>현실에서는 다리를 떠는 버릇이 있지만 꿈 속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게 됐다던가..<BR>현실에서는 장애물이 나오면 돌아서 가지만 꿈 속에서는 뛰어넘는다거나.<BR>무엇보다, 현실보다 꿈 속에서는 몸이 훨씬 가벼웠고 민첩했다.<BR>이게 꿈에 중독된 결정적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해.</P> <P>난 섬 꿈을 꿀때 이것이 꿈이라는 것은 자각해. 하지만 마음대로 깨기도 쉽지가 않고, 그렇다고 가위를 눌리는 것 같진 않거든.<BR>그리고 분명히 내 꿈일 텐데도 불구하고 마음대로 하늘을 날거나 없는 걸 창조한다던가 하는건 불가능했어. 어째서인지 꿈속의 나는 그걸 매우 당연하게 받아들였고.</P> <P>꿈 속에서는 가볍게 날듯이 뛰어다니며 사냥을 하고<BR>헤엄을 치고...그러는데<BR>현실로 돌아오면 젖은 솜처럼 몸이 무거웠다. 둔하고.<BR>예를 들면 꿈에서는 좀 높은 절벽에서 뛰어내려도 가뿐하고 멀쩡하게 착지했지만, 현실에서는 조금높은 계단에서 뛰어내리려 해도 무섭고, 뛰어내려도 발목이 아프거나 넘어지고... 그런 차이.</P> <P>물론 실제적으로 건강에 이상이 온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지.<BR>그만큼 꿈속에서의 내 몸상태는 환상적이었고<BR>물리법칙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던 것 같아.<BR>꿈이니까 당연한 것이었겠지만.</P> <P>스카이블루 섬은 날로날로 활기차지고 있었다.<BR>사람이 많아졌는데, 하나같이 행복해하고 있었어.<BR>서로가 도우면서 즐겁게 살고 있었어.<BR>낮이면 일을 하다가 한가롭게 낚시를 가기도 하고<BR>할 일이 없다 싶으면 다같이 모여서 밥도 먹고 생선도 굽고 새를 잡기도 하고...</P> <P>사방치기라던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같은 고전적인 놀이도 했어.<BR>힘든 것도 걱정할 것도 없었다. 식량도 물도.. 모든 게 넘쳐났어.<BR>싸울 일도 없었고.<BR>공부에 지친 나에게 그곳은 마약 같은 낙원이었어.</P> <P>그쯤 해서 나는 학교에 지각하는 횟수가 늘어나기 시작했어.<BR>꿈을 꾸고 싶어서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났어.<BR>심한 날은 몸이 아프다면서 정규수업만 끝마치고 바로 집에 와서, 저녁도 안 먹고 바로 잠들어서 다음날 낮에서야 일어난 적도 있어. (물론 주말)<BR>시간으로 치면 12시간이 훨씬 넘는 시간을 잠만 잔거야.</P> <P>물론 섬의 꿈을 매일 꾸지는 못했어.<BR>자주 꾸면 이틀에 한번. 보통 일주일에 두세번 꼴.<BR>꿈을 꾸지 못한 날은 하루종일 우울했어.<BR>하지만 스카이블루 섬에 있을 땐 정말 좋았다. </P> <P>그러다 사고가 났다.<BR>그렇게 잠을 많이 잤는데도 학교에서 점심을 먹고 졸았던 날이었어.<BR>우리 교실은 3층에 있었는데, 건물 밖에서 누가 날 불렀다.<BR>난 졸음이 채 깨지 않은 채로 창문을 열고 날 부른 친구를 보았고<BR>정말 당연하다는 듯이 창문을 훌쩍 넘어갔다.<BR>잘못됐다는 걸 깨달은 건 이미 몸이 창밖을 넘어간 뒤였어.</P> <P>다행스럽게도 그렇게 높지 않은 높이인데다가 화단에 떨어져서 그랬는지<BR>목숨에 지장이 생길정도로 다치진 않았지만, 다리뼈에 금이 가고 말았어.<BR>병원에 입원하고 나서야 난 알 수 있었어<BR>잠이 덜 깬 상태에서 내가 또 꿈속의 버릇대로 행동했다는 걸.<BR>꿈속에서 나는 그렇게 훌쩍훌쩍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고 장애물을 넘어도<BR>전혀 다치질 않았었으니까.</P> <P>그쯤해서 정신을 차렸어야 했다.<BR>근데 난 정신을 못 차리고 병원에서도 내내 잠만 잤어<BR>잠이 안 와도 어떻게든 잠들려고 누워 있었지.</P> <P>다리뼈는 금방 붙었지만<BR>학교로 돌아가니 나에 대해 온갖 소문이 퍼져 있었다.<BR>창문으로 뛰어내린 게 투신자살 시도였다느니<BR>친구 머리위로 떨어져서 같이 죽으려고 하는 거였다느니..<BR>정말 말도 안되는 억측이 난무했는데.. 다 해명할 능력도 없었을뿐더러<BR>나는 그쯤해선 이미 현실에 별 의미를 두고 있지 않았기에<BR>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P> <P>내가 별 말도 하지 않고<BR>성격도 음침해져 버린 데다가 (만사에 의미를 두지 않았으니..)<BR>틈만 나면 잠을 자느라 연락도 잘 안 받고 하니까<BR>친구들도 하나 둘씩 떨어져 나갔다<BR>그래도 나는 꿈을 꾸는 것만 마냥 좋아서 잠을 잤지.</P> <P>이젠 수면이 충분한 걸 넘어가서 수면과다였지.<BR>항상 멍한 상태였고, 잘 움직이지도 먹지도 않고 잠만 자서<BR>체중이 줄었어. 물론 근육이 빠진 거라 체력은 훨씬 낮아졌고..<BR>성적은 말할 것도 없었지. 모의에서 확 떨어졌던 걸로 기억한다.<BR>선생이 불러서 무슨 일 있냐고 물어봤을 정도였으니까.<BR>그래도 나는 잠을 잤다. 현실이 비참해질수록 꿈의 내가 그리웠어.</P> <P>꿈에서는 이상할 정도로 현실 생각이 잘 나질 않았다.<BR>생각해보면 그곳에 온 사람들이 현실의 이야기를 이상할 정도로<BR>하지 않았던 것도, 나처럼 현실의 기억이 잘 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아.<BR>사람들은 점점 더 많아져서, 섬이 비좁아질 지경이 되었다.</P> <P>레이와 세이, 진이 사람들을 불러놓고 말했던 것 같다.<BR>섬이 좁아졌으니, 새 땅을 찾아야 한다고. 물론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P> <P>하지만 땅을 찾는 방법이라는 게 정말 기괴했다.<BR>바닷속에 있는 여분의 섬을 떠오르게 한다는 것이었다.<BR>그게 가능해?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여긴 스카이블루 섬이니까. 라는 생각 하나로 스스로 설득되었다.<BR>더욱 놀라웠던 건, 섬을 떠오르게 하는 방법이었다.</P> <P>물과 성질이 잘 맞는 사람이 간원을 하면 물과 소통하게 되어<BR>길을 낼 수 있고, 땅과 성질이 잘 맞는 사람이 간청하여 섬을 떠오르게<BR>한다는... 정말 지극히 판타지적인 이야기였다.<BR>하지만 그곳에서는 현실감각이 제로에 가까웠기에...<BR>다들 너무나 쉬울 정도로 수긍했다.<BR>그리고 물길을 내는 사람으로, 내가 선택되었다.</P> <P>이 때문에 나는 현실 감각을 더욱 잃고 말았지.<BR>꿈과 현실이 너무나 비교되었기 때문에. <BR>무언가 유용한 능력을 가진 사람으로 선택되었고, 그로 인해<BR>기대를 받고 인정을 받고 대접을 받는다는 것이<BR>얼마나 짜릿한 일인지 아는 사람은 이해할 거야.</P> <P>현실의 나는 그저 비루하고 찌질한 은따가 되어있었는데<BR>섬에서의 나는 땅을 띄울 수 있는 유일한 능력자로써 대접을 받았어<BR>여기서 차라리 내가 물길을 내는 데 실패했다면 현실로 돌아올 수 <BR>있었겠지만... <BR>너무나 어이없게도, 1시간도 지나지 않아 물길이 거짓말처럼 열렸다.<BR>물이 양옆으로 갈라지면서 섬이 드러난 거지.</P> <P>이어서 땅을 띄우는 역할을 맡은 사람이 무릎을 꿇고 기도하였고<BR>거짓말처럼 섬이 우뚝 솟아올라 붙었다.<BR>그 때의 희열은 지금도 잊지 못해. 현실이 꿈이고, 사실 현실이<BR>스카이블루 섬의 내가 아닐까 했을 정도로 생생해.</P> <P>이어 다른 여러 능력자들이 간원했고<BR>며칠 만에 섬은 풀이 자라나고 울창해졌고, 또 며칠이 지나니 어디선가 새들까지 날아왔어. 한 달 정도가 지나자 기존의 스카이블루 섬과 완전히 똑같은 환경이 되어 있었지.<BR>그리고 우리는 새로 온 사람들과 함께 그 곳을 또다시 살기 좋게 꾸몄다.</P> <P>사람들은 각자 다른 간원의 능력이 있었어.<BR>누군가는 풀을 자라게 하고 누군가는 흙이 불어나게 했어.<BR>또 누군가는 짐승을 다룰 줄 알았고.. 그런 식이었지.<BR>두 번째 섬은 스카이그린이라고 이름이 붙었어. 녹색 숲이 예뻤거든.</P> <P>이쯤 해서 나는 엄마의 수면유도제에 손을 댔다.<BR>정말 하면 안 되는 짓인 줄 알았지만.. 꿈에 대한 갈망이 너무 심했어.<BR>어차피 잠은 어느 정도 자고 나면.. 그 다음부턴 졸리질 않앗으니까.<BR>주말만 되면 몰래 수면유도제를 먹고 거의 하루 종일 잠을 잤다.<BR>부모님은 맞벌이였기 때문에 내가 약에 손을 댄 걸 한참이나 몰랐어.</P> <P>꿈 속에서 나는 간원의 능력을 이용해 물을 가지고 노는 경지에 이르러 있었어. 물을 가지고 꽃을 피우는 모습을 표현한다던가....<BR>정말 환상이었다. 현실에서는 꿈도 못 꿀 일들이 ... 그 섬에서는 진짜 현실 그 자체였어. 소설, 게임, 드라마 따위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P> <P>사람들은 조금씩이긴 하지만 꾸준히 와서 더욱더 많아졌다.<BR>우리는 매일같이 고기와 생선, 밭에서 기른 야채를 먹고<BR>물에서 헤엄치고 새에게 말을 가르치고, 개를 훈련시키며<BR>그렇게 놀았다. 그러다가 필요성이 생기면 다시 다른 사람이 살 집을 만들었다. 이상할 정도로 음식도 맛이 있었어. 꿈이라 그랬겠지만.<BR>현실에선 밥맛조차 없을 지경.</P> <P>정말 내가원하는 낙원 그 자체가 그곳에 있었다.<BR>복슬복슬한 양들을 베고 한가로이 멍때리거나<BR>새 깃털을 만지작거리며 논다거나... 비가 오면 아무 걱정 없이 땅에 떨어지는 비를 구경하며 담소를 나눴다.<BR>꿈에서 지내는 기간이 차츰 늘어나서, 4일 5일.. 최장 7일까지 되었다.<BR>물론 수면유도제의 영향이었다.</P> <P>무엇보다 정말 그런 생각을 못 할 정도로 사고능력이 망가져 있었어.</P> <P>몸은 형편없이 망가져서 이젠 길 가다가 힘이 없어서<BR>픽 주저앉을 정도가 되었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어디 아프냐고 물어볼<BR>정도로 안색도 나빠졌고.. 엄마가 내 모습과 줄어든 약을 보고 날 의심하기 시작했다.</P> <P>엄마와 아빠가 날 추궁했지만<BR>난 사실대로 말할 생각따위는 추호도 없었다.<BR>점점 대담해져서 2~3일치 수면유도제를 한꺼번에 훔쳐다가 숨겨놓고 먹기도 했고.. 학교에서 감기약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수면유도제를 먹고<BR>오후 시간 내내 자기도 했어.</P> <P>결국 엄마가 일의 심각성을 눈치챘는지<BR>약을 치워버렸다. 아마 내가 모르는 곳에 숨기셨던 것 같은데<BR>나는 꿈을 못 꾸게 되니 금단증상에 괴로워서 미칠 것 같았어.<BR>현실에서 깨어있는 1분 1초가, 몸이 무겁고, 나른하고, 아무것도 못하는 무력감이 너무 생생해서 짜증이 났어.</P> <P>게다가 이젠 몸이 너무 안 좋으니까<BR>제대로 정신을 차리려고 해도 잘 안 되었지.<BR>체력도 약해질 대로 약해져서 조금만 움직여도 힘들어 죽을 지경이었고..<BR>공부가 제대로 될 리가 없었지. 그 해 2학기 기말고사에서 나는 진짜<BR>평균점수가 수직으로 하락했다.</P> <P>내 성적표를 본 아빠는 크게 분노하셨고<BR>엄마는 나보고 병원에 가자고 했다.<BR>하지만 그 때 내가 한 말은 오로지 하나였다.<BR>요새 좀 피곤해서 그래. 많이 자면 괜찮을 거야. 불면증이라서 잠을 제대로 못 자.<BR>엄마는 그걸 그대로 믿으셨다..</P> <P>엄마는 몸에 좋다는 보약이나 영양 보충제 같은 걸 나에게 먹이셨다.<BR>그래도 별 차도는 없었지. 내가 잘 먹질 않았거든.<BR>잠을 너무 많이 잔다고 하면, 불면증이라 자도 자도 얕은잠이라 피곤해, 라는 식으로 변명했던 것 같다.<BR>그러다가 겨울 방학 때, 나는 좀 멀리 있는 마트에 일이 있어 다녀오다가<BR>쓰러졌어.</P> <P>정말 어지럽다가 갑자기 정신이 뚝 끊기고<BR>일어나니까 병원이더라. 드라마 같은 상황이 코앞에 있었지.<BR>원인은 큰 게 아니었어. 잘 먹지 않아서 생긴 영양실조였어.<BR>나는 그때 하루에 한끼도 잘 안 챙겨먹고 잠만 잤거든.<BR>며칠 동안 영양링거인가... 를 맞으면서 병원에 있던 것 같아.</P> <P>그 때 내 키가 160cm였는데, 몸무게가 38kg까지 빠졌다면 이해가 가려나.<BR>어쨌든 나는 병원에서 마음껏 잤다. 엄마가 오면 아직도 아프다는 식으로<BR>서둘러 돌려보내고 잠만 잤어.<BR>물론 꿈 속에서는 언제나 활발하고 능력있는 나로 살았고.</P> <P>벌써 5시가 넘었네.<BR>나 일단 저녁밥 좀 하고 올게. 이따 7~8시쯤에 다시 올게..ㅋ</P> <P>밥 먹고 설거지도 하고 여차저차 정리 다하고 왔다 ㅋ</P> <P>일단 병원에서 며칠 있다가 퇴원을 했어.<BR>하지만 내 정신은 여전히 꿈에만 가 있었지.<BR>엎친데 덮친격이라고 해야하나 꿈속의 남자랑 (위에 나 아들이라고 레스단 사람 있던데 나 여자다;) 그렇고 그런 관계가 시작됐으니까.<BR>정신이 나간 거지.</P> <P>꿈속의 남자는 호연이라는 이름이었다. 정호연. 이었던가, 그랬을 거다.<BR>남자치고 아담한 키에 둥글둥글하게 생겼고.<BR>새를 잘 길들이는 사람이었어. 나는 새를 무척 좋아했기에<BR>자연스럽게 그 사람과 가까워졌다.</P> <P>그 섬에는 일반적인 참새나 제비, 까치 같은 것도 있었지만<BR>내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화려한 새들도 많았다.<BR>진은 그 새들은 이 섬에만 있는 종류라고 했어. 하긴 다른 동식물도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게 많긴 했다.<BR>나는 말을 잘 안듣는 새들을 그 사람에게 맡겨서 길들이면서 친해졌어. 얼마 안 가서 새를 양손에 하나씩 얹고 다정하게 얘기하는 사이가 됐지.</P> <P>꿈의 사람들이 그렇듯 현실의 얘기는 하나도 하질 않았다.<BR>아니, 사실 그 사람들이 진짜 현실의 사람인지 내 망상인지 알 수도 없었지.<BR>그저 섬의 얘기를 했다. 섬의 새, 최초의 3인(레이 제이 진), 능력에 관한 이야기 등등. 할 얘기는 많았다.</P> <P>위에 제이->세이;; 오타났다<BR>아무튼 우린 자연스럽게 스킨십도 하는 사이까지 발전했다.<BR>그 때의 계절은 한겨울이었지만, 섬은 언제나 따뜻했다.<BR>나와 꿈속의 그 남자처럼 사귀는 사이가 늘어나고도 있었고.</P> <P>꿈속의 나는 누구에게도 꿀릴 게 없었어.<BR>능력도 있었고, 인정도 받고 있었고, 사람들과 사이도 좋았으며<BR>집도 식량도 풍부했다. 멋진 남자친구까지 있었다.<BR>하루하루가 황홀했다. 깨어 있는 시간조차 꿈 속을 생각하며<BR>멍하니 보내는 날이 많아졌어. 꿈 생각에 현실이 괴로운 것조차<BR>잊어버릴 정도로.</P> <P>물론 그러는 동안 현실의 나는 계속 나락으로 뒹굴고 있었지.<BR>밥은 여전히 제대로 먹지도 않았고, 잠만 퍼질러자고,<BR>공부는 하지도 않았고 잘 씻지도 않아 꾀죄죄했지.<BR>하지만 꿈 속에서 지낼 수 있는 시간은 여전히 한계가 있었다.<BR>4~5일 수준에서 절대 늘어나지 않았어. 섬에서도 하루종일 그사람과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나는 부족함을 느꼈지.</P> <P>부족함은 곧 타는 것 같은 갈증이 되었어.<BR>나는 현실에서 항상 꿈 속의 정호연과 꿈 속의 섬을 그리워하면서<BR>1분조차 버티기 힘들어했어. 지옥이었지.<BR>그러던 나는 정말 무슨 생각이었는지<BR>인터넷으로 수면제를 대량 구하는 글을 여기저기에 뿌리고 다녔어.</P> <P>맹세코, 절대 죽으려던 생각은 없었다.<BR>하지만 그 때 현실의 나는 수면제를 과다 복용하면<BR>사망할 수 있다는, 너무나 간단한 사실조차 떠올리지 못할 정도로<BR>멍청해져 있었어. 마약에 중독된 사람들이 사리분별을 전혀 못하는 것처럼.<BR>운이 좋았는지 나빴는지 나는 몇 주 만에 수면제를 구할 수 있었어.</P> <P>잠만 자느라 쓰지도 않고 고스란히 모여 있던 용돈을 모아서<BR>정말 많은 웃돈을 준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하면 아까워 미칠 지경이었지만.<BR>나는 그걸 아껴서 조금씩 먹어 자는 시간을 찔끔찔끔 늘려나갔어.<BR>행복했지만 깰 때마다 아쉬운건 어쩔 수가 없었지.</P> <P>그러다가 어느 날, 3일 연속으로 꿈을 꾸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어.<BR>사실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었지만.. 나는 미칠 지경이 되었지.<BR>꿈을 꾸고 싶어서 수면제를 먹고 잠들어도 이상하게 꿈을 꿀 수가 없었어.<BR>히스테리를 부리던 나는 정말 아무 생각없이<BR>남아있던 수면제를 미친 듯이 먹었다. 기절할 때까지 먹었던 것 같아.</P> <P>현실 일은 생각하지도 않고 섬의 일상을 즐기고 있었는데<BR>레이가 나를 자신의 집으로 불렀다.<BR>안에는 세이와 진도 있었어.<BR>세 사람은 심각한 표정으로 여기에 너무 오래 있는다면서 나를 나무랐다.<BR>나는 겁이 났지만 애써 태연한 척 할 일은 다 한다 말했어.</P> <P>그런데 갑자기 진이 화를 냈어.<BR>화를 내는건 처음 봤기에 정말 깜짝 놀랐지.<BR>진은 내가 지금 죽을 위기에 처해 있다면서<BR>몸이 너무 약해져서 꿈에 진입하기도 힘들어진 거라 말했다.</P> <P>나는 그저 멍하니 듣고만 있었다.<BR>이어서 진은 이 곳은 쉬다 가라고 만들어진 곳이지<BR>환락에 젖어 살으라고 만들어진 곳이 아니라는 식으로<BR>나를 무진장 혼냈던 것 같다.<BR>마지막으로 세이가 내 눈을 양손으로 감겼어.<BR>눈을 떴을땐 또 병원이었지.</P> <P>병원에선 가족들의 말을 토대로<BR>내가 자살시도를 했다고 판정했어.<BR>난 아니라고 말할 기력도 없어서 그냥 있었지.</P> <P>아까 위에서 38kg까지 빠졌다고 했었지.<BR>병원에 입원하고 위세척을 받고 이런저런 부가적인 치료까지<BR>받고 나서.. 퇴원한 내 몸무게는 34kg이었다.<BR>사람이 아니었지. 정말 뼈만 남아서 걸어다녔으니까.<BR>거식증 환자로 보일 정도였다.</P> <P>다행인지 불행인지 꿈을 꾸고 싶다는 욕망 때문에<BR>나는 건강을 조금이나마 챙겼고. 몸무게는 40kg까지 회복됐어.<BR>40킬로를 넘어가니까 다시 꿈을 꾸게 되더라고.<BR>섬에 다시 갔을 때, 날 가장 먼저 맞이한 건 진이였어.</P> <P>진은 그전에 볼 수 없었던 진지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BR>이런 식이면 너를 추방할 수밖에 없다고.<BR>그게 가능한지조차 판단이 제대로 서질 않았지만, 어째선지 정말로 그럴 것 같았어. 그건 정말 두려웠기에 앞으로는 몸을 잘 챙기겠노라 했지.</P> <P>하지만 말뿐이었어. 한번 마약과 같은 꿈에 중독되어 버린 난<BR>혼자서는 절대 그 상태를 헤어나올 수가 없었어.<BR>스스로도 알고 있었지. 누군가 도와주지 않으면 빠져나올 수 없다는 걸.<BR>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누가 믿어 주겠어?<BR>중독될 게 없어서 꿈에 중독된다고. 같은꿈을 꾸는데 항상 이어지고, 그것이 낙원이라는 걸. 그래서 중독될 수밖에 없다는 걸<BR>이런 이야기를 누가 믿어 주겠냐고.</P> <P>절망스러웠지. 그러면서도 좋아서 어쩔 줄을 몰랐어.<BR>꿈을 꿀 수 있는 최소한의 건강 상태만 유지했어. 하루에 조금씩 한 끼만이라도 먹어서 38kg 미만으로는 절대 체중이 내려가지 않게 했어.<BR>그래봤자 꾀죄죄한 해골인 건 똑같았지만..<BR>스카이블루 섬에서의 연애와 생활은 그런 건 상관하지 않게 했다.</P> <P>나는 호연에게 내가 진에게서 들었던 말과<BR>며칠동안 섬에 못 왔던 이유를 말해주었어.<BR>호연은 슬프게, 자신도 어쩔땐 아주 꿈 속에서 살고 싶다고 그랬지.<BR>알 수 없는 유대감이 들었지.<BR>근데 그 유대감이 걱정이 되는 건 순식간이었어.</P> <P>정호연이 그런 생각을 했고, 나는 그런 생각을 하다 못해 중독자가 되었어.<BR>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이라고 다를 게 없겠다는 결론이 나오는 거지.<BR>공포가 엄습했어. 만약 이 사실을 진과 레이, 세이가 안다면 어떻게 되는 거지. 하고.<BR>모두를 추방해 버리는 게 아닐까 하고.</P> <P>하지만 적어도 꿈 속에서의 나는 놀랍도록 이성적이었고<BR>꽤나 좋은 판단력을 가지고 있었어.<BR>섣불리 행동하는 건 오히려 진을 자극할지도 몰랐기 때문에<BR>나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며 이런 말을 조금씩 해주기로 했어.<BR>진이 모두 쫓아내기 전에 적당히 자제하자고.</P> <P>그렇게 조금씩 말을 흘리면서 느낀건 내 염려가 사실이라는 것이었다.<BR>이미 스카이블루 쪽 사람들은 조금씩 의존/중독 증세를 보이고 있었어.<BR>나처럼 심각한 사람은 그 때까진 없는 것 같았지만.. 모르지. 현실의 생각을 거의 하지 않게 되는 마법같은 섬의 특징상 말을 못 한 걸지도.<BR>스카이그린 쪽은 최근에 생긴 섬이라 그런지 상태가 상대적으로 양호했던 것으로 기억해.</P> <P>나는 어떻게든 진, 레이, 세이를 속이기 위해 절제와 협조를 요구했어.<BR>사람들은 신기할 정도로 쉽게 동의했고.<BR>처음에는 잘 되는 것 같았어. 일단 나조차도 수면시간을 조금 줄였으니까.<BR>다른 사람들도 안 보이는 시간이 늘어나서 나는 잘 되어가는구나 싶었다.</P> <P>확실한 건 정말 현실 같았다는 거.</P> <P>하지만 문제가 있었어. 금단증상이었어.<BR>분명 섬의 꿈 자체는 몸에 이렇다 할 영향을 주지 않지만<BR>정신적으로는 정말 심각한 마약이었지. 잠을 자는 시간이 줄었으니, 자연히 현실에서 깨어 있는 시간이 늘어났는데 그걸 버티기가 힘들었어.<BR>공부를 해보려고도 했고 운동을 해보려고도 했는데.. 정말<BR>하루 종일 꿈 속의 생각 때문에 괴로워서 미칠 지경이 되었다.</P> <P>꿈 속의 지위, 능력, 건강, 재물... 모든 것이 현실보다 훨씬 우월했어.<BR>나는 수면제로 병원에 실려간 전적이 있어서, 이번에는 그렇게는 되지 않겠다고 이를 악물고 버텼어.</P> <P>하지만 결국 2주를 채 넘기지 못했던 것 같다.<BR>엄마한테 거짓말을 쳐서 수면유도제를 받아내어 먹고 잠이 들었어.<BR>그간 참고 참았던 것만큼 즐기고 있는데<BR>다시금 진이 나를 불렀다. 이번에는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있었어.</P> <P>진은 나에게 벽력같이 화를 냈다.<BR>나는 할 말이 없어서 그저 고개를 숙이고 있었어.<BR>세이는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라는 식으로 우울해했고.<BR>세 사람은 내가 중독 증세를 보일때부터 이런 현상을 예견했던 것 같았어.<BR>나와 같이 불려온 사람들은 경중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BR>전부 섬 꿈에 중독되어 버린 사람들이었다<BR>그리고 그 속에는, 정호연도 있었어.</P> <P>아마 정호연이 진에게 말했던 것 같아.<BR>그렇게 중독이 문제라면, 차라리 현실에서 죽어서<BR>완전히 이곳의 주민이 되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BR>섬뜩하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공감이 갔다.<BR>하지만 이번엔 세 사람 모두가 정말, 무섭게 화를 냈다.<BR>뭘 몰라서 하는 소리라고.</P> <P>그 다음 레이가 한 말은 정말 한 글자도 놓치지 않고 기억한다.<BR>이곳이 현실이 아니기 때문에 완벽한 낙원이 될 수 있는거라고.<BR>이곳이 현실이 된다면 낙원이 절대 성립될 수 없다고.<BR>지금은 어렴풋이 이해가 가지만, 그때에는 전혀 공감할 수가 없었다.</P> <P>어쨌든, 진은 우리 모두를 한 달 동안 추방시킨다고 했다.<BR>나는 올 것이 왔구나 라는 생각에 그저 벌벌 떨고만 있었는데<BR>다른 사람이 벌떡 일어났다. 비장한 표정으로 그 사람은<BR>그렇다면 자살을 해서라도 강제로 이곳의 주민이 되겠다고 했어.<BR>깜짝 놀랄만한 소리였지.<BR>하지만 죽으면 꿈을 꿀 수가 없잖아.<BR>조금만 생각하면 알 수 있는데, 이미 다들 제정신이 아니었었지.</P> <P>진은 정말 화가 났는지 그 자리에서 우리를 전부 추방시켜버렸다.<BR>눈앞이 까매지고 일어났을 땐 내 방.<BR>그리고 정말로, 다른 꿈을 꿔도 섬 꿈은 절대로 꿀 수가 없었어 당분간은.</P> <P>그 한 달 동안의 생활은 정말이지 처참 그 자체였다.<BR>히스테리와 짜증을 부리고, 폭식과 거식을 반복했고<BR>수면제를 먹고 이틀 내내 잔 적도 있었다.<BR>해가 지나서 새 학기가 시작될 때가 다가왔지만 나는 여전히<BR>비쩍 마르고 지저분하고 신경질적이고 공부도 하지 않는...<BR>그런 여학생이었다.</P> <P>정확히 한 달이 지나자<BR>거짓말처럼 섬에 들어갈 수 있었다.<BR>하지만 스카이블루 섬은 묘한 공기가 흐르고 있었어.<BR>평소 같으면 마중이라도 나왔을 레이, 세이, 진이 아무도 없기에<BR>나는 세 사람의 집을 다 가봤어. 결국 레이의 집에서 세 사람을 만났지.</P> <P>세 사람의 앞에는 정호연이 있었어.<BR>어떻게 된 일인지 머리가 채 돌아가기도 전에<BR>정호연이 나를 부둥켜안고 설명했다.<BR>그는 수면자살을 기도한 것이었다.</P> <P>정확히 어떻게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약물 과다복용인 것은<BR>확실했어. 진이 설명을 보충해줬지.<BR>그는 섬의 꿈으로 진입한 상태에서 몸이 죽었기에 다시는 깨어날 수 없다고.</P> <P>처참해하는 세 사람과는 달리 정호연은 오히려 기쁜 얼굴이었다.<BR>나와 계속 같이 있을 수 있다면서, 낙원에서 살게 되었다면서.<BR>진심으로 기뻐하는 그 얼굴에 왠지 소름이 돋았던 것 같아.<BR>세이가 설명을 덧붙였어.<BR>그나마 정호연은 운이 좋아서 섬에 갇힌 거라고.<BR>나는 문득 생각나서 질문했어. 여기서 세 사람이 정호연을 추방하면 어떻게 되냐고.</P> <P>대답은 아마도, 자신들도 잘 모르는 사후세계로 가지 않을까 하는<BR>추측성이었던 걸로 기억해.<BR>세 사람은 정말 고민을 많이 했지만, 결국 정호연을 추방하지 않기로 했어.<BR>대신 사망에 대한 이야기는 일절 비밀로 붙인다는 전제 하에.</P> <P>처음에는 기뻤어. 언제 들어가든 정호연이 있었으니까.<BR>하지만 차츰차츰 의심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어.<BR>다른 사람들은 현실에 있을때에는 섬에 없으니까 못 볼 때가 종종 있지만, 정호연은 언제 와도 보였으니까.</P> <P>사람들은 정호연을 추궁하기 시작했어. 어떻게 계속해서 있을 수 있냐고.<BR>중독자 아니냐고. 중독자라면 어떻게 진한테서 제재를 받지 않을 수 있냐고.<BR>정호연은 대답을 회피했고, 숨어 지내기 시작했어. 불쌍한 사람.</P> <P>그쯤 해서 정호연이 어떻게 섬에 계속 있는 건지<BR>눈치를 챈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어.<BR>하긴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시간 문제긴 했지.<BR>그리고, 섬의 주민들이 줄어들기 시작했어. 서서히. 하지만 분명하게.</P> <P>그 중에는 돌아오는 사람도 있었지만<BR>영원히 오지 않는 사람도 있었어. 정말로 죽어버린 거겠지.<BR>그리고 시간이 지나자, 정호연처럼 낙원에 갇혀버린 사람이<BR>나오기 시작했어.<BR>이미 스카이블루 섬의 분위기는 가라앉기 시작했지.</P> <P>그쯤 해서, 사람이 더 많아져서 우리는 섬을 하나 더 만들었어.<BR>새로 만들어진 섬의 이름은 미스틱. 스카이그린과 정반대의 방향에 있는 섬이었어. 처음 떠오를 때 섬을 둘러싸고 있던 안개가 신비롭다고 미스틱이란 이름을 붙였어.</P> <P>나는 스카이블루 사람들 몰래 정호연과 미스틱으로 건너갔어.<BR>그곳과 스카이그린은 아직 심각한 중독자들이 없었어.<BR>초기 증상을 미미하게 보이는 사람이 있었지만, 다시 낙원으로 돌아온 기분이었지.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어.</P> <P>스카이블루 주민들 또한 이쪽으로 종종 건너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어.<BR>물론 왕래하지 말라는 법 따위는 없었으니 당연한 일이었어.<BR>하지만 갇힌 자들과 중독자들, 그냥 낙원을 즐기는 건강한 자들 사이로 조금씩 미묘한 분위기가 생겨나는 게 내 눈에도 보였지.</P> <P>건강한 사람들은 중독자들도 갇힌 자들도 이해하지 못했어.<BR>중독자들은 갇힌 자들을 동경하면서 또한 건강한 자들도 동경했고.<BR>갇힌 자들은.... 글쎄. 초반에는 아주 만족하는 것 같았어.<BR>죽어서 영원히 오지 않는 사람을 그리워하며 간혹 슬퍼하는 사람도 있었지만.</P> <P>천천히. 하지만 아주 분명하게.<BR>섬에서의 사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었어.<BR>갇힌 자들은 처음처럼 낙원을 즐길 수가 없게 되었지.<BR>정호연도 그랬어. 그는 이제 맛을 느끼기 위해 먹는게 아니라<BR>생존을 위해 먹어야 했고, 생존을 위해 집을 지어야 했지.<BR>다치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었고 피곤해서 누워서 쉬어야만 했어.<BR>꿈 속의 세계라 그런지, 수면이란 개념은 존재하지 않았지만 말이야.</P> <P>건강한 사람들은 낙원을 여전히 즐겼어.<BR>맛으로 음식을 먹고, 꿈인 것을 알기에 다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BR>새로운 것을 시도했어. 내가 그랬던 것처럼.<BR>발을 찧어가며 나무집을 짓고 조각을 하고 다치는 것을 감수하며 사냥을 하고 물 깊은 곳에 빠져도 아랑곳하지 않고 수영을 했어.<BR>꿈에서 죽어도 현실에서 깨어나서 다음날에 다시 들어오면 됐으니까.</P> <P>결정적인 일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새 학기가 시작된 직후였던 걸로 기억해.<BR>무슨 생각이었는지 레이가 사람들을 한데 모아서 많은 음식을 베풀었어.<BR>처음에는 분위기가 제법 괜찮았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맛있는 걸 먹으며 서투르게 풀피리도 불고, 화목하게 이야기했지.</P> <P>하지만 어떤 사람이 갇힌 사람들 중 한 명한테 이런 말을 했어.<BR>왜 요즘 들어서는 집에만 처박혀 있냐고. 낙원을 즐기라고.<BR>별로 기분나쁠 만한 어조는 아니었다고 생각했는데,<BR>갇힌 자들 대부분이 순식간에 울컥했어.</P> <P>말싸움은 금방 난투극으로 번졌어.<BR>아마 갇힌 쪽에서는.. 그냥 노닥거리는 놈들이 생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 마음을 알기나 하냐는 식으로 말했던 것 같다.<BR>한참을 싸웠지만, 애당초 갇힌 자들이 질 수 밖에 없었다.<BR>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이랑, 그렇지 않은 사람이니까.<BR>진과 레이, 세이는 그것을 지켜보고 있다가 조용히 돌아갔다.</P> <P>다음날 진은 스카이블루를 봉쇄한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했어.<BR>정말 놀랐지. 근데 더 놀라운 건 세이의 다음 선언이었지.<BR>갇힌 자들을 스카이블루에서 나오지 못하게 하고, 스카이블루를 봉쇄하겠다고. 아무도 들어올 수도 나갈 수도 없다고.</P> <P>스카이블루를 봉쇄한다는 소리를 듣고 가장 무서웠던 건 바로 나였다.<BR>정호연을 만날 수 없게 되니까.<BR>진과 세이의 말대로라면 정호연도 스카이블루에 갇히는 게 당연한 일이었으니까.<BR>이것이 최선책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괴로운 건 어쩔 수가 없어서, 진에게 다른 방법이 없냐고 물어봤지만 어쩔 수 없다는 답만 받았다.</P> <P>그 후로 스카이블루와 다른 섬의 단절 작업이 이루어지는 동안<BR>나는 현실에서나 꿈 속에서나 걱정에 아무 일도 못했다.<BR>단절 작업은 일주일 가까이 이루어졌다.<BR>진은 나에게 협조를 요청했지만 나는 도무지 간원의 힘을 쓸 만큼 집중할 수가 없어서 거절했다. 대신 정호연과 한 시도 떨어지지 않았다.</P> <P>앞으로는 영영 못 보게 된다는 현실이 너무 냉혹했다.<BR>나는 그를 조금이라도 더 눈에 담아 두기 위해 미친 듯이 잠만 잤다.<BR>우리는 만나고, 헤어질 때가 될 때마다 부둥켜안고 울었다.<BR>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하고. 현실에서조차 그의 생각에 눈물이 났다.</P> <P>일주일이 지나고, 진은 정호연을 강제로 데리고 사라졌다.<BR>나와 그는 서로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울부짖었던 것 같았다.<BR>일어나고 나서도 정신없이 울다가 탈진한 나는<BR>그 후 사나흘간 심한 감기에 걸려 꿈을 꾸지 못했다.</P> <P>감기가 낫고 다시 꿈으로 진입했을 땐 봉쇄가 완전히 끝난 뒤였다.<BR>스카이블루 섬 주변으로 강한 회오리가 몰아치고, 그 주변으로 강한 해류가 흘러 아무도 접근할 수가 없게 되어 있었다.<BR>그런 나한테 진은 잔인한 이야기를 했다.<BR>앞으로 나오는 갇힌 자는 무조건 스카이블루로 강제로 데려간다고.<BR>스카이블루는 이제 낙원이 아니라 갇힌 자들의 다른 영역이 되는 거라고.</P> <P>실감이 나질 않았다.<BR>진은 다시 나에게 이런 식으로 말했던 것 같다.<BR>갇힌 자들은 이곳이 현실이 되었기 때문에 낙원으로 즐길 수가 없다..라는 말이었던 것 같다. 더불어 정호연을 하루빨리 잊으라는 말도 했었다.</P> <P>나도 진의 말에 머리로는 공감했다.<BR>애써 그를 잊으려고 다른 섬 주민과 어울리고 현실에도 충실해 보려 노력했다.<BR>하지만 잊으려 해도 잊혀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선명하게 머릿속에서 떠올라 나도 갇힌 자가 되어버리고 싶을 지경이었다.<BR>그렇게 5월까지 그랬던 것 같다.</P> <P>미스틱의 해변가에 앉아 있었는데 어떤 남자가 나에게 말을 걸었었다.<BR>다른 것은 기억이 안 나지만, 어깨에 새를 앉혀 둔 것을 보자마자 눈물이 났다. 새를 잘 길들이는 정호연의 능력이 생각나서였다.<BR>스카이블루를 낙원으로 즐길 때에는 훌륭한 놀이였지만, 생존을 위해 사는 지금 그에게 있어 새를 길들이는 능력이 얼마나 쓸모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며 그를 향한 걱정이 북받쳤던 것 같다.</P> <P>내가 갑자기 울자 그 남자는 날 위로했다.<BR>아마도 이렇게 좋은 곳에서 울 일이 뭐가 있냐는 식으로 말하며,<BR>새에게 묘기를 부리게 했다. 정호연과 같은 능력을 가진 사람이었다.<BR>그는 이렇게 좋은 곳은 처음이라면서 하루하루 행복하게 놀 수 있다고 했다. 순간 정호연의 모습과 겹쳐서 화가 났다.</P> <P>지금쯤 그 사람은 꿈도 희망도 없이<BR>오로지 생존만을 위해 스카이블루 섬에서 버티고 있을 텐데.<BR>스카이블루 섬이 놀기에는 좋을 지 몰라도 살기에는 결코 좋지만은 않은 환경인데.<BR>근데 이 사람들은 그것도 모르고 행복하다느니 좋은 곳이라느니 그런 말을 한다. <BR>논리적으로는 화가 나는게 이상했지만, 분명히 나는 화가 엄청나게 났다.</P> <P>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 남자에게<BR>생존이 아니라 그냥 놀러오는거니까 좋을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BR>엄청 폭언을 퍼붓고 가버렸던 것 같았다.<BR>문제는 그 뒤로 섬 주민들의 얼굴을 볼 때마다 열화가 솟구쳤다.<BR>하지만 나는 그 상황에서도 꿈 중독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었다.</P> <P>미스틱 섬 해안가에 앉아 있으면 회오리에 감싸인 스카이블루 섬이<BR>아주 잘 보였다. 나는 정호연 대신 꿈 속에서 종일 스카이블루 섬 쪽을 보다가 깨곤 했다. 그도 이렇게 내 쪽을 보고 있을까 하고 생각하며<BR>울다가 깨곤 했다.</P> <P>견디다 못한 나는 헤엄쳐서라도 스카이블루로 진입하려고 했다.<BR>어차피 현실의 몸이 살아있는 이상 꿈에서 죽어도 아무 이상이 없었으니까.<BR>하지만 바람 때문에 아무리 헤엄쳐도 일정 거리 이상은 가까워질 수가 없었다. 그저 물 속에서 머리만 내놓고 바람을 원망스럽게 쳐다보다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P> <P>자살시도를 해볼 생각도 했었지만, 그러기엔 너무나 무서웠다.<BR>게다가 사라졌던 주민들 중 돌아온 사람들이 매우 적었기 때문에<BR>그럴 수는 없었다. 고뇌하던 나는 생각을 바꿨다.<BR>갇힌 자가 되는 게 아니라 갇힌 자인 척을 하자고.</P> <P>하지만 그러자니 문제가 있었다<BR>갇힌 자는 단 하루도 섬에 없는 날이 없었다. 완전히 섬에서만 살기 때문에 하루종일 섬에 있었는데, 내가 그럴 수는 없었다.<BR>수면제를 먹어 계속 자는것도 생각해봤지만 한계가 있었다.<BR>시간 배율이 규칙적인 건 아니었지만 현실 시간보다 꿈 속의 시간이 더 빠른 것은 확실했으니까. 불과 몇 시간만 깨어나 있어도 꿈에서는 며칠이 지나가 버린다.</P> <P>그 문제를 아무리 생각해도 해결할 수가 없어서 6월 중순까지 울며 고민만 했던 것 같다.<BR>그러던 차에 대규모의 갇힌 자들이 한꺼번에 진에게 발견되는 사건이 일어났다.</P> <P>미스틱 섬은 다른 섬보다 좀 더 넓고, 숲도 울창했는데<BR>그 때문에 장기간 들키지 않았던 것이었다.<BR>하지만 숲의 자원들이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소모되는 것을 본 진과 레이, 세이가 본격적으로 섬을 이잡듯 뒤져서 모두 찾아낸 것이었다.<BR>당연한 결과로 모두 스카이블루 섬 추방령이 내려졌다.</P> <P>50명이 넘는 사람들이었다.<BR>나는 이 많은 숫자라면 어쩌면 내가 다른 사람과 바꿔치기로 들어가도 진이 눈치채지 못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BR>운이 좋았는지 갇힌 자들 중에는 나와 체구가 비슷한 여자들이 꽤 있었다. 나는 그들 중 한 명에게 접근해 바꿔치기를 제안했다.</P> <P>상대방은 흔쾌히 승낙했고, 우리는 옷을 바꿔입었다.<BR>나는 그 사람과 비슷하게 머리도 자르고 표정과 말씨도 연습하면서<BR>최대한 위장을 했다.<BR>추방하는 날은 꿈 속 시간으로 2주 뒤였는데, 나는 일부러 그 시간을 맞추기 위해 날을 샌 뒤 깊이 잠들었다. 계산이 맞아떨어져 적당한 타이밍에 미스틱에 들어올 수 있었다.</P> <P>추방령을 어떻게 실행하는지는 몰랐지만 나는 무작정 그 사람을 빼돌리고 대신 줄을 섰다.<BR>잠시 후 진이 직접 추방을 실시했다. 바람을 태워 섬 안으로 날려보내는 무식하고도 별난 방법이었다.</P> <P>그게 가능했으면 진작 바람의 간원자를 찾아볼걸.. 이라고 생각하는데<BR>진이 대놓고 큰 소리로 말했다.<BR>자기니까 되는 거라고. 다른 사람이 시도하는 건 어림 반푼어치도 없다고.<BR>.. 어쨌든, 추방은 순조롭게 이루어져 한 사람씩 회오리 너머로 사라졌다.</P> <P>다행스럽게도 진은 이미 추려낸 사람들은 주의 깊게 체크하지 않았다.<BR>아마 자진해서 스카이블루 섬에 가려는 사람이 없을거라 판단했던 것 같다.<BR>그래서 그랬는지, 진은 너무나도 쉽게 나를 스카이블루로 보내줬다.</P> <P>스카이블루는 얼핏 보기에는 그대로였다.<BR>처음에 진, 레이, 세이와 함께 개척했던 흔적들을 보고<BR>나는 한동안 그대로 목놓아 울었던 것 같았다.</P> <P>그 뒤로 나는 정호연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섬을 돌아다녔다.<BR>현실에서 최대한 기억을 살려내서 공책에 지도를 그리고<BR>꿈에서 깰 때마다 갔던 곳을 체크했다.<BR>집념만이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 현실에서는 어떻게 하면 좀 더 효율적으로 그 사람을 찾을 수 있을지 생각하며 메모하고 암기했다.<BR>주민과의 대화는 최대한 삼갔다. 혹여나 내가 갇힌 자가 아니라는 것을 들킬지도 몰랐으니까.</P> <P>같은 맥락으로 최대한 다른 주민의 눈에 띄지 않게 다니는 것도 중요했다.<BR>50명이 넘는 인원이 한꺼번에 유입된 탓에 원래 있던 거주민들은 나를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고, 덕분에 조금은 수월하게 찾아다닐 수 있었다.<BR>그렇게 현실 시간으로 일주일쯤 지나서 나는 한 동굴에서 정호연을 찾아냈다.</P> <P>그는 살이 쑥 빠지고 여기저기 상처투성이였다.<BR>낡은 동굴에 풀을 깔고 서툰 솜씨로 만든 그릇들이 여기저기에 널부러져 있었던 풍경이 지금도 눈앞에 선하다.<BR>손에 생긴 굳은살과 흉터를 보니, 그가 나와는 달리 정말로 이곳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P> <P>처음 만남은 역시나 통곡이었다.<BR>서로를 부둥켜안고 한참이나 울고 나서야 나는 자초지종을 말할 수 있었다.<BR>이어 정호연은 자신이 이곳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말을 했다.<BR>슬펐고, 또다시 화가 났다.<BR>사람들은 자신들이 멋대로 생각하고 갇힌 자가 되었으면서, 최초의 갇힌 자였던 정호연을 원망하고 있었다. 그가 집을 놔두고 동굴에서 살고 있었던 것도 그런 이유였다.</P> <P>무엇을 먹고 살았느냐는 질문에 정호연은 매우 쓴웃음을 지었다.<BR>그의 능력은 사용처가 바뀌어 있었다.<BR>무척이나 잔혹한 일이었지만, 그는 새를 길들인 뒤 살찌워서<BR>잡아먹어 가며 목숨을 연명하고 있었다.<BR>나는 그 말을 듣고, 실제로 그가 새를 잡아서 털을 뽑고 조리하는 것을 눈앞에서 보고, 아무 말 도 할 수가 없었다.<BR>그저 먹먹함만이 있을 뿐이었다.</P> <P>그는 더 이상 새에게 묘기를 부리게 하지도 않았고<BR>새와 대화를 하지도 않았다.<BR>나는 그가 새고기를 먹는 것을 보며 이제 어떻게 할 지 생각했다.</P> <P>거짓으로 진을 속여서 들어왔고, 게다가 원망받고 있는 정호연과<BR>친하기까지 하니 주민들에게 정체를 들켰다가는 무슨 일을 당할지<BR>알 수가 없었다. 차라리 맞아 죽기만 한다면 두렵지 않겠지만,<BR>나나 정호연을 진이 완전히 이 세계에서 추방해 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나를 함부로 행동하지 못하게 했다.</P> <P>어리석게도 나는 그 때까지도 현실보다 꿈이 좋았다.<BR>아무도 내 얘기를 들어주지 않는 현실과 달리, 섬으로 가면<BR>정호연이 있었다. 그는 내가 무슨 얘기를 하든 들어주었고<BR>언제든지 나를 안아주었다.<BR>바깥이 지옥일지언정 그 동굴 안만큼은 또다른 낙원이었다.</P> <P>나는 하루종일 햇볕도 들지 않는 동굴 안에서<BR>이런 저런 물건을 정리해주거나 그가 도구를 만드는 것을 돕고<BR>그 외의 시간에는 하루종일 서로 안고 얘기를 했다.<BR>비가 오면 비를 보며 얘기하였고<BR>나뭇가지로 서로 장난을 치기도 하였다.<BR>비록 소리를 크게 지르거나 밝은 불을 피우지는 못하였지만 그 정도라도 행복했다.</P> <P>하지만 정호연은 이제 나와 다른 존재였다.<BR>바닥이 찬 동굴에서만 지내던 그는 어느 날 비를 쫄딱 맞고 오더니<BR>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P> <P>의학에 관한 지식이 없는 내가 보기에도 그의 상태는 심각해 보였다.<BR>나는 닥치는 대로 현실에서 의학 서적을 뒤져 보았지만, 전문용어 투성이라 내가 알 수 있는 건 없었다.<BR>매일 깨고, 다시 잠들 때마다 정호연의 상태는 눈에 띄게 안 좋아지고 있었다. 나는 그를 보기 위해, 혹시나도 그가 내가 없는 사이 죽을까 봐 수면제를 상시로 들고 다니며 한두시간 정도의 텀을 두고 짤막하게 잠을 잤다.<BR>수면제에 내성이 생겨서 예전처럼 강한 효과가 나지 않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몸은 더욱 만신창이가 되어갔지만.</P> <P>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도무지 체력이 버티지 못할 임계점이 왔다는 걸 느낄 수가 있었다.<BR>그 날 섬으로 진입한 나는 오랜 시간 생각한 끝에, 추방당할 각오를 하고 섬 외곽으로 나섰다.</P> <P>외곽은 많이 변해 있었다. 사람들이 울타리도 세우고 다른 이런저런 장식품도 만들어 둔 탓이었다. 어망도 설치되어 있었다.<BR>나는 아무 사람이나 붙잡고 연인이 죽어간다며 빌었다.<BR>몇 사람이 나를 뿌리치고, 곧 한 사람이 나를 도와주겠다고 나섰다.</P> <P>그는 나더러 연인이 누구냐고 물었고<BR>나는 사실을 모두 실토하며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빌었다.<BR>적대적인 분위기가 감도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BR>말은 들었지만 설마 이 정도였던가 싶을 정도로.</P> <P>몰려들었던 섬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수군대더니<BR>나에게 이윽고 정호연이 있는 위치를 알려달라고 했다.<BR>나는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을 동굴로 안내했고<BR>날 도와주겠다고 했던 사람이 정호연의 상태를 살피는 것을 보며<BR>잠에서 깨어났다.</P> <P>그 뒤로 나는 긴장했던 게 한꺼번에 풀려서 몸살이 났다.<BR>며칠간 몸을 추스르느라 나는 꿈에 진입하지를 못했다.<BR>너무 아프니까 오히려 꿈 생각도 잘 안 나더라.</P> <P>며칠 뒤에 나는 다시 스카이블루에 진입할 수 있었다.<BR>섬에 들어간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동굴로 달려가는 것이었다.<BR>정호연은 증상이 많이 나아진 듯 안색이 많이 괜찮아져 있었다.<BR>나는 사람들이 약속을 지켰다는 사실에 감동했지만, 잠시뿐이었다.</P> <P>도움을 요청했던 사람들은 내가 온 걸 어찌 알았는지<BR>금방 동굴로 달려왔고, 나를 둘러쌌다.<BR>이어 리더격으로 보이는 남자가 나에게 협박조로 제안했다.<BR>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다면 진에게<BR>내가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모두 알리겠다고.</P> <P>그럴 거면 대체 왜 정호연을 낫게 해 준 걸까. 그런 의문은 곧 풀렸다.<BR>사람들은 내가 어찌할 틈도 없이 정호연의 목에 올가미를 걸고 한쪽 끝을 튼튼한 나무에 묶어버렸다.<BR>협박은 진에게 내가 이곳에 있다는 걸 알리는 것뿐만이 아니었다.<BR>그 협박이 듣지 않을 것을 우려해 정호연을 인질로 잡은 것이었다.</P> <P>하지만 나는 내 힘으로 온 것이 아니라<BR>진을 속여서 이곳으로 왔기에, 다시 나갈 방법 따위는 알지 못했다.<BR>애당초 나갈 것을 염두에 둔 적도 없었으니까.<BR>솔직하게 그것을 말했지만 소용이 없었다.<BR>그들은 끊임없이 외부로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요구했다.</P> <P>이유를 물어봤었다. 이곳도 충분히 살기 좋은데 왜 나가려 하느냐고.<BR>스카이블루, 스카이그린, 미스틱은 지형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동일한 기후와 환경조건을 갖추었는데 말이다.<BR>한참동안 대답을 미루던 그들은 나에게 말했다.<BR>밖의 사람들에게 복수를 하고 이 세계를 아예 점령하겠다고.</P> <P>그들은 진이 자신들의 의견은 한 마디도 묻지 않은채<BR>스카이블루에 강제로 연금하다시피 한 것에 큰 불만을 갖고 있었다.<BR>나는 갇힌 자가 아니어서 그랬는지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BR>그 사람들의 화가 정말 컸다는 것은 체감할 수 있었다.<BR>허나 그렇다고 해서 그들에게 순순히 협조하고 싶지도 않았다.</P> <P>나는 생각했다.<BR>차라리 진에게 모든 것을 알릴까... 하고.<BR>꿈 중독을 벗어난다는 선택지따위는 없었다.<BR>꿈에서 깨어나 현실일 때에도, 언제나 그 문제를 생각했다.<BR>소설을 쓴다고 둘러대며 현재 상황이라면 너는 어떻게 할거야?라는 식으로 지인들에게도 물어봤던 것 같다.</P> <P>그 중 한 지인의 대답이 내 눈을 번쩍 뜨이게 했다.<BR>자기 같으면 간원의 힘을 써서 오히려 역으로 협박을 하겠다고.<BR>그 때까지 나는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다. 나는 꿈 속에서 물의 간원자였고, 섬 주변은 온통 물이었다. 즉 섬에서의 나는 매우 강력한 물리적 힘을 행사할 수 있는 존재였다.<BR>그걸 스스로 깨닫지 못할 정도로 나는 몹시 지쳐 있었던 것 같다.</P> <P>꿈 속으로 들어간 나는 정호연 주변으로 경비처럼 선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마 묶어 놓는 것만으로는 정호연이 탈출 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 교대로 경비를 서는 것 같았다.<BR>헛웃음이 나왔다.<BR>이렇게까지 해서 복수를 하고 싶은 걸까. 하고.</P> <P>나는 부아가 치밀어 간원의 힘을 최대한 많이 끌어올렸다.<BR>화가 난 만큼 힘이 많이 사용됐는지, 섬 주변에 파도를 이끌어 올 수 있었다. 나는 바닷물로 머리를 꼿꼿이 세운 거대한 뱀의 형상을 만든 뒤<BR>그들에게 말했다. 당장 어제 나에게 협박했던 남자를 데려오라고.</P> <P>그들은 의외로 순순히 그 남자를 데려왔다.<BR>이름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하씨였던 것 같다.<BR>하씨는 거들먹거리며 나를 보더니 난데없이 칼로 나를 위협했다.</P> <P>들고 있던 칼은 도무지 섬에서 사람의 손으로는 만들 수 없을 만큼<BR>정교하고 날카로운 돌칼이었다.<BR>그는 바람으로 절삭하는 게 자신의 특기라고 했다.<BR>그 말을 듣고서야 왜 그 사람이 비교적 젊어 보였는데도 리더격이었는지 알 것 같았다. 바람은 물보다 훨씬 주변에 많았으니까.</P> <P>하씨는 나에게 허튼 수작 부리면 정호연을 죽이고 나를 고문하겠다고 했다.<BR>솔직히 나에게는 무슨 짓을 해도 상관이 없었다. 나는 산 자였으니까.<BR>그렇지만 정호연을 죽인다는 말에 움찔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BR>나는 강경하게, 나는 이곳에서 나갈 생각은 하지도 않고 들어왔다고 말하며 파도를 가리켰다.<BR>나와 정호연에게 더 이상 위협을 가한다면 해일로 섬을 쓸어버리겠다고.</P> <P>정호연이 죽는다고 해도 나는 죽지 않는다.<BR>나를 죽인다 한들 다음날에 다시 들어와서 이곳을 쓸어버릴 거다.<BR>그런 식으로 말하니, 하씨도 한풀 기가 꺾이는 듯 싶었다.<BR>그는 후회할 거라고 말하며 다른 사람들을 데리고 내려가 버렸다.</P> <P>나는 정호연을 묶은 밧줄을 끊어내며 서럽게 울었다.<BR>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의 설움과 분노가 가슴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BR>그것은 그도 마찬가지였는지, 우리는 한없이 말도 않고 울기만 했었다.<BR>그래도 마음 한구석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되었다.</P> <P>협박이 효과가 있었는지 사람들은 더 이상 정호연을 건드리지 않았다.<BR>이상할 정도로 조용한 날이 지나갔다.<BR>그렇게 사,나흘정도 지났을까. 난데없이 레이가 섬에 나타났다.</P> <P>해변가에 나타난 레이를 보고 나는 기절할 듯이 놀라 동굴로 숨어들었다.<BR>정호연에게 말하니, 그는 레이가 원래 간혹 섬을 살피러 온다며<BR>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나는 그의 동굴에 있던 커다란 항아리 안에 숨어서 레이가 그냥 돌아가기만을 기다렸다.</P> <P>이윽고 레이가 동굴까지 왔는지 말소리가 들렸다.<BR>간단한 안부를 묻는 것 같았고, 나에 대한 이야기도 몇 번 오고 갔다.<BR>한참을 숨죽여 기다리던 나는 레이의 한 마디에 심장이 얼어붙었다.<BR>- 거짓말을 잘 하네요.<BR>어떻게 알아차린 걸까.</P> <P>생각해 보면 지극히 간단한 이야기였다.<BR>레이, 세이, 진은 내가 있기 훨씬 전부터 그곳에 존재했던 최초의 3인.<BR>아마 섬을 처음으로 만든 것도 그 사람들일지도 몰랐다.<BR>그러니, 무슨 능력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BR>하지만 그 때의 나는 그저 온몸이 딱딱하게 경직된 채로<BR>레이가 돌을 던져 항아리를 깨부수고 분노에 가득찬 시선을 보내는 걸 고스란히 받아낼 수밖에 없었다.</P> <P>레이는 일주일 간 머리를 식히라고 말하며 내 눈을 감겼다.<BR>눈을 뜨니, 그곳은 내 침대였다. 현실로 또 추방된 것이었다.</P> <P>현실에서 나는 감정을 추스르며<BR>최대한 냉정하게 사태를 파악하려고 애썼다.<BR>그 때의 꿈 속 상황은 정말 꼬일 대로 꼬여 있었고<BR>내 두뇌는 허약해져서 제대로 굴러가지도 않아 정말 힘들었다.<BR>돌아가면 영구 추방령이 내릴까봐 두려웠고<BR>내가 돌아갔을 때 정호연이 추방을 당한 뒤였을까봐 무서웠다.</P> <P>일주일 동안 나는 레이에게 할 온갖 변명을 생각해내느라<BR>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었다.<BR>이런저런 거짓말도 생각해 봤지만 결국 최선으로 떠오른 것은<BR>차라리 나와 정호연만 따로 살 수 있는 섬을 마련해 달라는 부탁이었다.</P> <P>하루하루가 지나가면서 양분된 감정이 더욱 격해졌다.<BR>공포스러운 상황을 대면하기 싫어서 시간이 지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과<BR>나를 그리워하며 홀로 레이의 심문을 받아내고 있을 정호연을 보고 싶어 어서 날이 지났으면 하는 마음이 충돌하고 있었다.<BR>그렇게 혼란스러워 하는 사이 일주일이 지났고 나는 다시 꿈으로 진입했다.<BR>아니, 그 때에는 진입했다기보다는 소환당한 것 같았다.</P> <P>평소에는 섬에 진입하면 전날 깼던 자리였지만<BR>그 날은 이상하게도 세이의 집이였다. 정호연도 옆에 있었고<BR>문은 굳게 잠가져 있었다. 어리둥절해하고 있으려니 진, 레이, 세이 세 사람이 모두 들어왔다.</P> <P>진은 더 이상 호통을 치지 않았다.<BR>대신 한숨을 깊이 내쉬며 나에게 기나긴 설명을 했다.<BR>갇힌 자와 정이 든 사람은, 그 정 때문에 중독자를 벗어날 수 없기에<BR>일부러 분리를 한 것이라고. 대충 그런 설명인 것 같았다.</P> <P>나는 진한테 내가 생각했던 것을 빌다시피 말했어<BR>염치없는 줄 알지만 한 번만 부탁을 들어주면 안 되겠냐고<BR>정호연과 내가 살 만한 아주 작은 섬을, 다른 곳과 교류하지 못하게<BR>멀리 만들어 주면 안 되겠느냐고 빌었다.<BR>다시는 그곳에서 나오지 않겠다고 빌었다.<BR>하지만 돌아온 반응은 차갑기 그지없었다.</P> <P>진은 나보고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느냐고 심하게 화를 냈어.<BR>그러면서 생각이 짧다는 말도 했던 것 같다.<BR>정말 만들어 주면 그 안에서 행복할 수 있을 거 같냐면서.<BR>진짜 몸이 남아 있는 사람과 갇힌 자라는 구성으로는 절대 안 된다고.</P> <P>그 말을 듣고 생각했던건.. 정말 순간이지만<BR>나도 정호연처럼 갇힌 자가 되기 위한 시도를 해버릴까. 였다.<BR>정신이 거의 뭐, 나갔다고 봐도 무방한 거지.<BR>하지만 난 그 정도로 그가 좋았었어.<BR>그래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탓하지 않고, 내가 다 책임질 테니까<BR>섬을 따로 만들어 달라고 했어.</P> <P>내가 하도 간절하게 부탁해서였는지 세 사람은 결국 내 부탁을<BR>들어주기로 결정했다.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BR>정말 기뻤지만, 동시에 안심이 되면서 세사람에게 미안해졌지.<BR>아주 먼 곳에서 솟아오르는 아담한 섬을 보면서<BR>이번에는 어떻게든 잘 되지 않을까 하고 낙관적으로 생각했어.<BR>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바보같을 정도로 단순한 생각이었지.</P> <P>다른 사람들이 위치를 보면 안 되었기에, 섬 주변을 안개로 뒤덮고 나서야 작업이 시작됐었어.<BR>위치는 스카이블루 뒤쪽이었어, 스카이블루 주변의 회오리 때문에<BR>미스틱이나 스카이그린에서는 볼 수 없는 위치에 생성되었지.<BR>내가 본 것중에 가장 작은 섬이었어. 스카이블루의 1/5도 되지 않는.</P> <P>섬 주변에는 짙은 안개가 항상 끼어 있게 되었다.<BR>그래서 섬 이름은 안개꽃섬이 되었어. 레이가 섬이 너무 심심하다며<BR>안개꽃 나무를 중앙에 하나 만들어 놓고 가기도 했으니 적당한 이름이었지.<BR>현실의 안개꽃은 나무라기보다는 덤불 같은 느낌이지만<BR>이건 벚꽃나무처럼 거대한 나무에 안개꽃이 항상 만개해 있었어.<BR>아주 예뻤지.</P> <P>진과 레이, 세이는 자신들도 웬만해서는 이곳에 잘 오지 않을거라고<BR>못을 박아 놓고, 최종적으로 경고했어.<BR>만약 여기서도 이탈 시도를 한다면 그 때는 정말 영구히 추방을 할 거라고.<BR>난 마냥 좋아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탈할 마음따위는 없었으니까.</P> <P>그렇게 안개꽃섬에 나와 정호연, 둘이 남았어.<BR>나는 이번에야말로 옛날처럼 낙원을 즐기며 살겠노라고<BR>정호연과 맹세했고, 섬을 꾸미기 시작했어.<BR>둘뿐이었지만 스카이블루를 한참 꾸밀 때 생각이 나서<BR>많이 즐거웠지. 여름 방학을 그걸로 날려버렸던 거 같아.</P> <P>2학기가 시작될 쯤엔 섬 보수가 완전히 끝나서<BR>나와 그는 꽤 그럴싸한 오두막집을 짓고 잘 살고 있었어.<BR>진, 레이, 세이는 약속했던 대로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BR>다른 섬의 소식도 들을 수 없었지. 궁금하긴 했지만 별로 알고 싶은 마음은 없었어. 나나 정호연이나.<BR>정호연은 다시 한가롭게 새와 노는 취미를 들였어.<BR>난 그가 옛날로 돌아온 것 같아 정말 기뻤지.</P> <P>섬 주변에 안개가 짙게 껴있긴 했지만, 섬 전체로 퍼진 게 아니라<BR>회오리처럼 안개의 원형 벽이 섬 주변을 감싼 형태라<BR>섬의 날씨 자체는 매우 맑았었어. 우린 우유나 차를 마시고,<BR>서로 새로운 요리를 연구하기도 하고 옷을 만들어 보기도 하고<BR>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지.<BR>그러던 중에, 내가 감기에 걸려서 이틀 정도 꿈을 꾸지 못했어.<BR>흔한 환절기 감기였어.</P> <P>그런데 내가 평소에 건강이 약해서 좀 심하게 앓았었어.<BR>가족들 말로는 내가 잠꼬대로 정호연이라는 이름을 엄청 크게 외친 적도<BR>있었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정호연이 누구냐는 질문 공세도 받았지.<BR>뭐 드라마에 나오는 인물이라는 식으로 얼버무렸었지만.<BR>감기가 다 낫고 나서 다시 섬에 들어갔는데, 집에 들어간 내가 본 건<BR>울고 있는 정호연이었어. 정말 놀랐지.</P> <P>어디 다치거나 아픈 게 아닐까 했지만 그건 아니었어.<BR>그는 나를 꼭 끌어안으면서 정말 보고 싶었다고 했어.<BR>나에게는 2~3일이었지만, 그에게는 일주일이 넘는 시간이었던 거야.<BR>갑자기 일주일이 넘도록 내가 안 보였으니 얼마나 초조했을까 싶었어.</P> <P>난 그를 끌어안고 감기에 걸려서 못 왔었다고 설명했어.<BR>그는 앞으로 못 올 거 같으면 되도록 말이라도 해주라고 했지만...<BR>솔직히 그럴 수 있는 상황은 거의 없었어. 왜냐면<BR>나는 그때도, 지금까지도 그 꿈에 들어가는 방법은 모르니까.<BR>그냥 잠을 자면 그 꿈을 꾸었을 뿐이었으니까.</P> <P>물론 난 그것까지 솔직하게 말해줬어.<BR>꿈에 들어올 지 아닐지 내 스스로 결정하는 게 아니라 말해주기 힘들다고.<BR>하지만 인위적으로 밤을 새거나 할 땐 꼭 말해주겠다고.<BR>불안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던 모습이 아직도 선해.</P> <P>그는 그 이후로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어.<BR>내가 조금만 옆에 없어도 허둥지둥하며 눈에 띄게 평정심을 잃고<BR>날 찾아다니기 시작했어.<BR>그리고 날 찾으면 꽉 끌어안으면서, 언제라도 소리없이 사라져 버릴 거<BR>같다고 끊임없이 말했지. 그런 그를 나는 위로했고.</P> <P>나는 그게 일시적인 후유증일 거라고 생각하고<BR>앞으로 괜찮아질 거라고 가볍게 생각했었는데, 그렇지 않았어.<BR>그는 점점 더 불안 증세(딱히 칭할 말이 생각이 안 나네)가 심해졌어.<BR>내가 아무리 심한 중독자라곤 해도 현실에서 깨어 있는 시간이 있었기에<BR>섬에 없을 때가 많았는데, 그걸 못 견뎌하기 시작한 거야.</P> <P>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어.<BR>스카이블루에서는 나 없이 혼자 숨어서 열악하게 살았는데도<BR>그런 증세 따위는 보이지 않았으니까.<BR>다른 곳에 원인이 있나 생각해 봤지만 짚이는 것도 없었고.<BR>그 때의 나는 하루 10시간에서 12시간 정도를 잤어.<BR>섬에 없는 때가 길면 7~8일, 짧으면 3~4일 정도.<BR>정호연은 나에게 "일주일이 넘도록 없어서 불안하다"고 했었지만<BR>실제로 그가 느낀 나의 공백은 2~3주에 가까웠겠지.</P> <P>나는 어떻게든 그를 원래대로 돌리고 싶었어.<BR>그래서 현실에 있을 때면 이야깃거리를 많이 끌어모았지.<BR>관심도 없었던 영화나 연예게 이야기부터 시작해서<BR>학교 소식도 귀담아 듣기 시작했어.<BR>그리고 내가 없을 동안 미치도록 외로웠을 그에게 최대한 재밌게<BR>이야기를 해주었어. 그것 말고도 최대한 말을 많이 했고.</P> <P>그래도 그는 나아지지 않았어.<BR>내가 깨어날 시간이 될 때마다 그는 나를 몸이 바스러지게 끌어안았어.<BR>그런다고 잠이 깨지 않는 건 아니지만.<BR>다시 섬에 갔을 때 그는 항상 울거나 좌절하고 있었어.<BR>그가 했던 말 중 하나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BR>1초 전까지만 해도 따뜻하게 꽉 차있던 품이 갑자기 비고 찬바람이 들어오면 정말 죽어버릴 정도로 슬프다고.</P> <P>급기야 그는 후회하기 시작했어.<BR>자신이 어째서 갇힌 자가 되길 선택했는지 <BR>과거의 자신이 너무 원망스럽다며 통곡을 한 적도 있었지.<BR>나는 그에게 더 해줄 말도 해줄 수 있는 것도 없었어.</P> <P>그는 울면서 나한테 말했었어.<BR>그렇게 싫어서 세상을 버렸는데 내 얘기를 듣다 보니<BR>다시 그리워진다고. 그 지긋지긋했던 곳이 그리워지는 기분은<BR>이루 말로 할 수 없이 끔찍하다고.<BR>이해는 했지만 결코 동감은 할 수 없는 이야기였고<BR>나는 거기서 거대한 벽을 느꼈어.</P> <P>꿈에 들어오면 현실에 대한 생각이 잘 떠오르지 않기 때문에<BR>현실의 얘기를 어떻게든 떠올려서 하는 건 굉장한 곤욕이었어<BR>근데 그 결과가 이렇게 돌아온 걸 보니 나도 정말 미칠 것 같았어</P> <P>정호연은 섬에 있을 땐 이제 한시도 내 곁에서 떨어지지 않았어<BR>내가 잠시 혼자 산책을 한다거나, 잠깐 물을 떠오는 것조차<BR>용납하지 못했어. 사라질 것 같다면서.<BR>같이 있을 땐 너무나도 좋고 친절한, 변함없는 정호연이었지만<BR>조금이라도 그의 눈에 안 보이면 돌변해서 나에게 화를 냈어.<BR>그가 변해가는걸 나는 매일매일 실시간으로 보아야 했고.</P> <P>솔직히 짜증나고 화도 났고 괴로웠고<BR>내가 왜 이래야 하는 생각이 안 든 건 아니었어<BR>그렇지만 그 모든 것보다도 슬픈 감정이 더 컸다.<BR>너무 안쓰럽고, 너무 슬프고, 너무 애잔하고.<BR>가슴 속에 악의라고는 먼지만큼도 없는데<BR>그가 수없이 입었을 상처를 내 두 눈으로 보고<BR>내 두 귀로 듣고 내 두 팔로 끌어안는 기분이란.<BR>그런데도 치유되지 않고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걸 온몸으로 체감하는<BR>느낌은 정말 지금 와서도.. 한 마디로 뭐라 표현할 수가 없다.</P> <P>안타까워 미쳐버릴 거 같은 날이 계속 지나고 있었어.<BR>나도 최대한 그의 곁에 있어 주고 싶어서<BR>휴일이 되면 거의 하루종일 잠만 잤다.<BR>그는 내 건강에 대해 걱정하면서도 매우 좋아했어<BR>나는 이게 최선일까? 하고 매일매일 고민했지.<BR>진지하게 나도 갇힌 자가 되기 위해 시도해 볼까.<BR>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P> <P>인터넷으로 자살하는 방법이라던가 이딴거나 치고 있었고..<BR>현실에서 누군가 날 도와주지 않을까 해서<BR>인터넷 지인들한테 비슷하게 얘기를 꺼내 봤지만<BR>별로 도움은 되지 않았고 오히려 중2병 취급을 받았어<BR>그러는 동안에 가을이 되어갔고<BR>정호연은 점점 증세가 심해져서 심지어는 자해를 하기 시작했어</P> <P>처음 알아차린 것은 10월 초였던 것 같아.<BR>새들이 놀라서 푸드덕대고 있었고, 그 한가운데에서 정호연이<BR>끝이 뾰족한 돌로 자기 팔을 긁어대고 있었지<BR>나는 정말 기절할 듯이 놀라서 그를 뜯어말렸어.</P> <P>안정된 후에 정호연은 내게 말했어.<BR>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가 없는 시간을 버틸 수가 없다고<BR>나는 해줄 수 있는 게 없었어. 그저 그를 끌어안았을 뿐.<BR>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문득 정말 문득 수면제를 보다가<BR>한 생각이 떠올랐어 "수면"에 관한 생각이.</P> <P>앞에서도 말했지만<BR>섬에서는 "수면"의 개념이 없어. 낮밤은 있지만 계속 깨어 있지.<BR>정호연이 내 공백을 버티기 힘들어했던 건 그 이유도 있었을 것 같아.<BR>그래서 나는 생각했어. 진, 레이, 세이에게 부탁하는 걸.<BR>정호연이 조금이라도 좋으니까 잠을 자게 해 달라고.<BR>여태까지 신세를 진 걸 생각하면 정말 낯부끄러운 일이었지만 그때 나는<BR>솔직히.. 매우 이기적이었어.</P> <P>세 사람은 처음 안개꽃섬을 만든 이후로는<BR>정말로 단 한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었어.<BR>나는 어떻게든 세 사람을 부르려고 애를 써 봤어<BR>간원의 힘을 있는 대로 끌어올려서 파도를 일으켰지만<BR>안개의 벽에 부딪치자마자 스러져 버렸고<BR>소리를 아무리 질러도 그 밖으로는 나가지 않았어<BR>당연하지만, 헤엄을 쳐서도 나갈 수 없었고<BR>이럴 거면 이탈 시도를 하지 말라는 따위의 말은 왜 했는지 원망스러웠다.</P> <P>정호연도 내 설명을 듣고는 수긍했어.<BR>잠을 잘 수 있다면 한결 낫겠지, 하고.<BR>하지만 세 사람은 우리가 무슨 짓을 해도 나타나지 않았어.<BR>그렇게 한 사나흘쯤 지났던가.<BR>꿈에 진입했는데 정호연이 보이질 않았어.</P> <P>불안한 느낌에 미친 듯이 섬을 뒤지던 나는<BR>뭔가에 홀린 듯이 안개꽃나무가 있는 중앙으로 갔어.<BR>거기에 정호연이 쓰러져 있었고<BR>그토록 불러도 오지 않았던 세 사람도 있었다.</P> <P>대체 무슨 짓을 했던 것인지<BR>그 커다란 안개꽃나무는 깔끔하게 베여서 뒤로 넘어가 있었어.<BR>복잡한 감정에 말을 못 꺼내고 있는데 세 사람이 쓰게 웃었지.<BR>그 표정을 보고 난 짐작할 수 있었어.<BR>이렇게 될 걸 알고 있었구나 하고.</P> <P>정호연은 기절해 있었는데, 손이 다 까져 있었다<BR>어찌 할 바 없이 그 손만 만지면서, 나는 말했어<BR>섬의 갇힌 자들이 수면을 하게 하는 방법은 없냐고.<BR>하지만 세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그건 불가능하다고 했어.<BR>기절시키는 게, 정신을 잃는다는 면에서는 수면과 가장 흡사하다고 한<BR>잔인한 대답만 남았지.</P> <P>진은 그거 말고는 나에게 할 말이 없느냐고 했어.<BR>난 그저 계속, 고장난 기계마냥 정말 방법이 없느냐고 물었다<BR>돌아온 답은 냉정했어. 절대 없다고.<BR>난 그 자리에서 울고 말았어. 정말 온갖 설움이며 슬픔이<BR>한꺼번에 폭발해서 펑펑 울었지.</P> <P>그러자 세이가 맘이 약해졌는지 나한테 대안을 제시했어<BR>수면은 불가능하지만, 정신을 잃게는 할 수 있으니까<BR>자기가 이 섬에 남아서 내가 나갈 때마다 정호연을 가사상태로<BR>만들어 놓는 건 어떻겠느냐고.<BR>그것 말고는 더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서 나는 일단 허락했어.<BR>그런데 진과 레이가 세이를 극렬하게 말렸어.</P> <P>뭔가 많은 말이 오갔던 것 같지만<BR>가장 기억나는 말이 하나 있어.<BR>"이런 식의 해결책으로는 진짜 낙원이 될 수 없어"였어.<BR>하지만 세이가 워낙 고집을 부렸기 때문에..<BR>결국 진과 레이만 돌아갔어. 진은 쓸데없는 짓 하지 말라고<BR>세이한테 경고 비슷한 걸 남겼고.</P> <P>나와 세이는 정호연이 깨어나길 기다렸다가<BR>아까 했던 말을 전했어.<BR>그가 반대하면 어쩌나 조마조마했는데, 의외로 너무나도 순순하게<BR>그러마고 했어. 그래서 호연은 내가 나갈 때마다 세이의 손에 의해<BR>기절했지. 입맛이 썼지만 그래도 예전에 비해 그의 증상이<BR>많이 나아지는 것 같아서 그걸로 위안삼았지.</P> <P>세이는 한동안 아무 말도 없이 자기가 맡은 일을 묵묵히 했어.<BR>내가 정호연과 있을 때 세이는 혼자서 섬 주변을 돌아다니거나<BR>집 안에 있었어. 우릴 배려한 거였겠지.<BR>정호연은 점점 안정되어가서 예전의 모습을 다 되찾은 것처럼 보였어<BR>그때쯤 해서 세이가 말을 꺼냈지<BR>바깥 상황은 아수라장일 거라고.</P> <P>예상 못한건 아니였지만 세이가 그런 말을 했다는 거에 놀라서<BR>나는 진지하게 물어봤어. 어떻냐고.<BR>세이는 뜬금없이 자신들은 원래 완벽한 낙원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어.<BR>이번이 첫번째가 아니라고도 했고.<BR>솔직히 첫번째가 아니라는 말엔 정말 놀랐다.</P> <P>나 이전에도 섬이 있었고 사람들이 있었다는 생각을 하니까<BR>기분이 묘했지. 세이는 그런 나한테 예전 시도가 모두 실패였다고 했어.<BR>난 물어봤지. 그럼 실패한 낙원은 어떻게 됐냐고.<BR>세이가 답했어. 없애거나, 아니면 새로운 세상으로 남거나<BR>둘 중 하나였다고.</P> <P>이번에는 정말 성공할 것 같았대.<BR>그런데 중독자가 발생하고 갇힌 자가 발생하고...<BR>그런 와중에 가장 그 변화가 빨랐던 게 나였다고 했어.<BR>어찌 보면 당연한 거였겠지. 내가 세 사람을 제외하고는 가장 먼저<BR>스카이블루에 떨어졌으니까.</P> <P>그래서 세 사람은 나에게 이목을 집중했고<BR>내 부탁도 웬만해서는 들어줬던 거라고 했어.<BR>나한테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BR>이해는 갔는데, 조금은 서글펐어.<BR>내 부탁을 들어줬던 이유에, 단순한 호의만이 아니라 계산적인 생각이 섞여<BR>있었으니까.</P> <P>너무 안일했던 걸까.<BR>난 다시 물어봤었어. 그래서, 나한테서 해결책을 찾았느냐고.<BR>세이는 모르겠다고 했어. 찾은 것 같다 싶으면 또 다른 문제가<BR>발생했기 때문에.<BR>부정할 수가 없었기에 난 그저 어색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지.</P> <P>세이는 그 후로 다른 섬 이야기를 해주었어.<BR>먼저, 스카이그린도 중독자가 무수히 생겨났다고 했어.<BR>진이 임시방편으로 며칠이 지나면 강제로 추방해버리는 방법을 썼는데,<BR>그렇게 하자 갇힌 자가 갑자기 급증해 버렸다고.<BR>진은 너무 놀라서 추방을 그만두었다고 했지.</P> <P>어쩔 수 없이 세 사람은 스카이그린을 '중독자들의 섬'으로 구분짓고<BR>중독자라 판명된 사람들을 모두 스카이그린으로 옮겼다고 해.<BR>아직 봉쇄는 하지 않았지만 상태가 심각해지면<BR>봉쇄도 고려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해 주었어.</P> <P>또, 미스틱에 남은 사람들 사이에 미묘한 분위기가 감돈다는<BR>말도 했어.<BR>난 그게 뭔지 잘 몰랐지. 세이도 잘 설명하지 못했고.<BR>하지만 좋은 방향이 아니라는 것만은 알 수 있었어.</P> <P>난 바깥 세상이 걱정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또 기뻤어.<BR>계산적인 생각이 들어가 있긴 했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BR>특별 대우를 받는다는 걸 확인받은 셈이었으니까.<BR>정호연의 증상도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었고<BR>나는 서서히 다른 섬이 어찌되든 이곳만 괜찮으면 되지 않을까 하는<BR>매우 이기적인 태도를 갖게 되었지.<BR></P>
    푸힝의 꼬릿말입니다
    출처
    http://bbs.threadic.com/goedam_new/1352095444/
    http://bbs.threadic.com/goedam_new/1354463735/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2/12/13 13:35:56  119.196.***.97    
    [2] 2012/12/13 14:04:41  211.36.***.40    
    [3] 2012/12/13 14:46:17  117.111.***.87  김북한  226326
    [4] 2012/12/13 15:34:58  175.252.***.67    
    [5] 2012/12/13 17:15:11  122.43.***.111  CSI마이애미  154049
    [6] 2012/12/13 20:38:00  165.229.***.95  육식성고라니  99557
    [7] 2012/12/13 21:02:58  211.38.***.34  개고름  272093
    [8] 2012/12/13 21:35:52  211.36.***.134  케이티페리  256159
    [9] 2012/12/13 21:38:14  125.128.***.54  coyai  119456
    [10] 2012/12/13 21:50:39  211.36.***.111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단,비공감수가 추천수의 1/3 초과시 해당없음)

    죄송합니다. 댓글 작성은 회원만 가능합니다.

    번호 제 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
    유상무 회사 채용공고 [6] 푸힝 16/08/25 13:32 467 12
    꿈 중독에 걸렸던 이야기 (여태까지 나온 것 정리) [1] 푸힝 12/12/13 13:29 137 2
    [1]
    단축키 운영진에게 바란다(삭제요청/제안) 운영게 게시판신청 자료창고 보류 개인정보취급방침 청소년보호정책 모바일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