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6시 30분 기상, 오전 7시 출근, 무미건조한 무한 반복 일상.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명화 감상의 공포가 현실이 되지 않길 원하던 어느 날이었다.
중대한 사건이 발생하였던 것이다.
늦잠.
오전 7시에 기상을 하였던 것이다.
부리나케 일어나서 치카치카"와 푸카푸카"를 연거푸 외친다.
후다닥" 옷을 챙겨입고, 1년 5개월동안 함께하고 있는 반려자 K5"를 타고 출발.
골목길의 막바지에 다다랐다.
중앙선을 넘어가는 무단 좌회전을 해야한다.
차량들이 계속해서 몰려들고 있다.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리저리 이리저리"거리며 차량의 동태를 살피는 나의 뿔테 안경.
그 순간 나의 뿔테 안경에 비치는 단발머리의 여자사람.
올ㅋ.
단발머리의 여자사람이 나의 반려자를 향한 시선으로 기웃기웃" 쳐다보며 서있었다.
나를 보려는 것일까, 반려자를 보려는 것일까.
이유가 무엇이든, 뿔테 안경에 비치는 단발머리의 그녀는 나의 명화감상 공포를 사라지게 만들 것만 같았다.
하지만 지각으로 인해 발생할 공포를 이겨내지는 못한 것일까.
단발머리의 그녀를 힐끔힐끔"거리며, 차량이 없는 틈을 타 무단 좌회전의 길을 선택하고야 말았다.
아. 이런 빌어먹을. 바보같이.
출근을 선택한 내가 참 바보같았지만, 출근은 해야했다.
그 후, 계속 반복되는 일상 속에 조그마한 변화가 생겼다.
오전 7시 기상, 오전 7시 30분 출근, 단발머리의 그녀를 본다는 새로운 일과.
여전히 출근을 더 중요시 여기는 뇌를 가졌는지, 공포를 이겨낼 용기가 없는 심장을 가진 것인지.
1초.. 5초.. 나의 반려자 안에서 단발머리의 그녀를 잠깐이나마 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는 나.
하지만 오늘 단발머리 그녀에 대한 새로운 것을 알고 말았다.
성산고속관광"
나의 반려자의 왼쪽 눈에 비친 성산고속관광"
아. 빌어먹을. 바보같이.
여전히 바보같이 이따위 것에 만족하고야 마는 내가 싫어졌다.
크리스마스"
나에게는 생일이었을 때도 있었지만, 좋은 추억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이틀 남은 오늘, 단발머리 그녀에게 말을 걸 찬스는 놓친 것만 같다.
그래서 이 곳에서나마 작은 우연을, 기대해본다.
크리스마스" 좋은 추억을 만들어보고 싶다.
오전 7시 30분 경 성산고속관광" 버스를 타고, 출근하시는지 어디가시는지 모르지만.
창원에 사시고, 검정색 K5 를 아시는 단발머리의 그녀가 혹여 이 글을 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_
* 소설을 쓰려고 했는데, 일기를 써버렸네요_-;;
* 추천하면 크리스마스"에 좋은 추억은 만들지 못하더라도, 26일에 도전합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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