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media.daum.net/politics/all/newsview?newsid=20140206215908621

취임 10개월 만에 결국 낙마
정홍원 총리 건의에 박 대통령 즉각 수용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을 전격 해임한 것은 민심 이반을 조기 수습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자칫 인책 타이밍을 놓쳤다가 민심이 더욱 악화돼 6월 지방선거와 집권 2년차 국정운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만 해도 윤 장관 거취를 둘러싼 특별한 조짐은 보이지 않았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오전 10시30분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이 "윤 장관 해임 건의 권한을 행사할 의향이 있는가"라는 물음에 즉답을 피했다. "내각을 통할하는 입장에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다시 드린다. 앞으로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대신 사과하는 수준에서 방어하는 모습이었다. 박 대통령은 오전 10시부터 국방부에서 외교안보 부처의 업무보고를 받고 있었다.

오후가 되면서 기류가 급변했다. 정 총리는 오후 4시15분 새누리당 김도읍 의원의 윤 장관 해임 건의 요구에 "깊이 고민해서 오늘 중으로 결론을 내겠다"고 답했다. 정 총리의 평소 신중한 언행으로 볼 때 이 같은 '깜짝 답변'은 청와대 측과 사전조율이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정 총리는 오후 5시23분 대정부질문이 끝나자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으로 윤 장관을 불러 해임을 건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 총리는 곧바로 박 대통령에게 전화로 해임을 건의했고, 박 대통령은 즉각 수용했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오후 7시 브리핑에서 이를 발표했다. 총리의 검토 발언에서 해임 결정까지 2시간20여분밖에 걸리지 않은 점도 이미 정해진 수순에 따른 절차를 밟은 것으로 관측된다.

대통령이 총리의 해임 건의를 받아들인 것은 2003년 고건 당시 총리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최낙정 해양수산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행사한 데 이어 두 번째다. 당시 최 전 장관은 취임 14일 만에 낙마했다.

윤 장관은 이날 오전 9시 출근해 계속 장관실에 머물렀다.

오후 4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해수부 산하 공공기관장 회의를 주재할 예정이었지만 회의 시작 30분 전쯤 "피곤하다"며 청사를 떠났다. 청와대나 정 총리로부터 거취에 대한 언질을 받고 총리 공관으로 떠난 것으로 보인다.

윤 장관은 지난해 4월17일 취임한 이후 10개월 만에 물러났다. 인사청문회에서 현안 질문에 "몰라요"를 남발하는 등 자질 문제로 내내 시달렸다. 지난달 27일 "공직자들의 적절치 못한 발언이 재발하면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는 대통령의 경고를 받고도 안이한 대응으로 일관했다.

윤 장관 경질은 한동안 잠잠했던 '부실 검증' '인사 실패' 논란을 재점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나홀로 인사'의 문제도 재확인됐다. 박 대통령이 윤 장관 발탁을 "모래밭 속의 진주"로 비유하며 손수 인선을 챙기고 치켜세웠기 때문이다. 윤 장관의 경질로 박근혜 정부에서 여성 장관은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한 명만 남게 됐다.

차제에 잦은 실언으로 구설에 오르고 경제정책 실패 지적을 받고 있는 현오석 경제부총리 등 경제팀 개각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총지휘해야 할 수장이라는 점과 난데없이 부총리급 인사청문회를 다시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당장 교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정 총리는 대정부질문에서 야당 의원의 현 부총리 해임 건의 요구에 "부총리가 사과했고 지금은 경제가 굉장히 중요한 시기다. 그런 점을 이해해달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