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media.daum.net/foreign/all/newsview?newsid=20140206153309534<br /><br />고교 졸업 직전 삼성전자에 입사했던 딸은 수원 공장에서 일을 시작한 지 5년만인 2007년 병원으로 내달리는 아버지의 택시 뒷좌석에서 23살의 나이로 숨을 거뒀다. 딸이 20개월 전 희귀 백혈병 진단을 받고, 같이 일했던 사람들도 여럿이 백혈병에 걸렸다는 말을 들은 아버지는 반도체 제조에 사용하는 화학물질이 원인이라고 주장하며 산재를 신청하지만 거부당한다.<br /><br />영국 유력 언론인 가디언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의 법정투쟁을 다룬 영화 < 또 하나의 약속 > 을 상세히 소개했다. 가디언은 황씨가 "전문가와 신문, 방송, 잡지에 이 사실을 알렸지만 모두 '삼성을 상대로 한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는 말을 했다"고 전하며 그러나 영화 계봉을 계기로 사건을 둘러싼 침묵의 분위기가 깨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영화가 한국에선 처음으로 완전히 개인의 민간 기부로만 제작됐다고 소개했다.<br /><br />황유미씨가 숨진 후 대책위인 '반올림'이 꾸려졌고, 피해자들의 사례를 수집해 지금까지 151명의 피해자가 접수됐고 그중 58명이 숨졌다. 가디언은 황씨를 포함해 그와 2인 1조로 근무했던 사람, 두 명만이 2011년 서울행정법원에서 승소해 산재로 인정받았으며 근로복지공단이 산업재해의 연관성을 증명할 수 없다며 이 판결에 항소했다고 전했다. 반올림의 이종란 노무사는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어떤 화학물질을 취급하는지 이야기를 듣지 못했고, 변호사들이 화학물질 목록을 요청했을 때도 삼성은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거부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2011년 화학물질 목록을 기업의 영업기밀이라는 이유로 비공개처분을 했다.<br /><br />가디언은 또 다른 피해자로 2005년 뇌종양 판정을 받은 한혜경씨(36)의 어머니 김시녀씨도 인터뷰했다. 한씨는 상태가 호전되고 있지만 왼쪽이 부분 마비 상태이며 여러 차례의 뇌수술로 언어장애를 겪고 있다. 김씨는 "딸이 삼성에 들어갔을 때 딸의 친구들을 초대해 잔치를 벌였다. 한국에서 가장 큰 기업이기에 축하하기 충분한 이유가 있었지만 이제 나는 삼성의 화려한 겉모습과 다른 내부의 공허함을 알고 있다"며 "딸의 병이 산업 재해라는 사실을 입증할 때까지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br /><br />속초에서 택시 운전을 하는 황씨는 160㎞를 달려 서울에서 열리는 집회와 대책 모임에 참석한다. 황씨는 치솟는 병원비와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해 삼성이 제안한 보상금을 받고 소송을 포기한 이들을 비난하지 않았다. 황씨는 "그들이 제안한 10억원을 거절하자 그들은 나에게 원하는 가격을 써내라고 부탁했다"며 "다른 가족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걸 아는데 그 돈을 받을 순 없었다"고 말했다. 황씨는 자신의 침묵은 돈으로 살 수 없으며 수년이 걸리고 결국 지더라도 법정 싸움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b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