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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도로 절제된 영상과 정제된 소리로 조용히 쌓여가는 시간의 향기
영화에서는 어느 한적한 카페에서의 한 테이블에서 일어난 사건, 사건이라기 보다는 일상을 모아 흐름을 만든다. 일반적인 영화에선 다양한 사람들이 만나 일어나는 갈등과 사건을 다루는 데에 비해 이곳에서는 서로의 상대방을 제외하면 교차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일상, 다른 상대, 다른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지만 4가지의 에피소드는 서로 다른데도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 이어져 나간다. 관객들은 카페 여사장님과 같이 완전히 다른 타인의 입장에서 다른 4가지 일상을 관조하며 사람의 만남, 일상에 대한 생각을 상기시킨다.
카메라는 대부분 직접적으로 대상을 앵글안에 넣지 않고, 어깨를 걸고 잡거나 카운터를 걸고 투샷을 잡고, 카페의 유리를 걸고 카페 밖에 있는 인물들을 지켜본다. 이 거리는 그들의 공간을 침범할 정도로 가깝지도, 그들과 완전히 독립될 정도로 멀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다. 이 거리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대화에 참여할 수 있을 것만 같고, 내가 보고 있다는 것을 상대방이 의식하지 못할 것 같은 미묘한 거리다. 이 거리감은 인간의 관음적 본능을 묘하게 건드리며, 우리가 더 조심스레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든다.
4개의 에피소드들은 전부 다른 음료, 다른 디져트를 세팅하고 있다. 이것에 관한 이야기는 감독님과의 GV현장에서 들은 이야기로 감독님께서는 작품 내의 모든 사물들이 다양한 정서적 의미와 감정을 담게 하고 싶으셨다고. 그랬기에 이러한 대상들은 작품 내에 상당히 많이 포진하고 있다. 테이블 위의 꽃, 인물별로 대응하는 음료와 디저트, 에피소드 별로 나오는 다양한 물건들은 전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다 하니 이를 의식하며 영화를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것 같다.
이 영화는 모든 이야기의 흐름과 분위기, 감정선의 흐름들을 모두 배우에 기댈 수 밖에 없었기에 배우들의 연기력이 그 무엇보다 중요했다. 다행이도 연기력에서는 전혀 부족함이 없었고, 관객들은 매력적인 4가지 에피소드를 맞이하게 됐다. 첫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여전히 눈치없는 남자와 변했을 거라는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만남을 가지는 여자. 두번째 에피소드에서는 무심한 그에게 서운한 여자와 사람 대하는 것이 서툰 남자. 세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처음으로 만나는 진지한 사랑 마주한 여자와 그 여자를 바라보며 자신의 기억들과 다시 마주하는 여자. 네번째 에피소드는 자신의 마음과는 다른 삶을 선택한 여자와 그런 여자를 잡지 못하는 남자의 이야기다. 이런 4가지 이야기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조용히 진행해 나간다. 이야기가 흘러가며 조용히 쌓여간 감정들은 딱히 어느 폭발하는 사건도 없이 조용히 쌓여 풋풋한 가을의 덜 익은 과일향을 풍기며 그들의 흔적을 말해준다.
8/25 ART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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