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게엔 처음으로 글 쓰는거 같은데.. 떨리지만 각설하고 들어갑니당
원래 썰풀때는 1인칭 시점으로 쓰는게 자연스러워서 그렇게 가니 이해해주세요 ㅎㅎ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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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목요일..그러니까 10일은 내 피와 꿀같은 휴일이었다.
직업상 주말에도 나가야 했기에 오랜만에 찾아온 휴무일은 그동안 부족했던 잠을 보충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전날 오랜만에 만난 고등학교 동창들과 동네에서 내일은 쉬니까 괜찮다며 부어라 마셔라 한 탓에
더더욱 나의 아침잠은 깊어야 했고, 고요해야 했고, 경건해야 했다.
그리고 그랬었다. 오전 5시 이전까진..
오전 5시.
한창 꿈과 모험의 네버랜드를 헤매고 있을때 어디선가 "으야아아아아아↗↗↗↗↗아오오오옹!!!!!!!!!!!!!"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잠귀가 옅은 편이지만 꿈을 꾸고 있을 때는 현실과 꿈을 잘 분간을 못해서 현실의 자극(빛, 소리, 추위 등)을 꿈 속에서 겪으며 계속 자는 편이다.
예를 들어 이불을 걷어차서 추위를 느낄땐 꿈속의 배경이 갑자기 북극으로 변한다든가..
알람이 울릴 때는 갑자기 교향악단이 알람소리를 연주한다든가.. 그러는 편이다.
그래서 처음에 저 소리를 들었을 때도 바로 깨지 않고 그저 길가던 사람들이 갑자기 치고박고 싸우면서 내는 소리로만 들려서 그러려니 했는데...
10분이 지나자 결국 잠에서 깨버렸다. 눈을 깜박이며 과연 저 괴상망측한 소리가 무슨 소린지 파악하는데만 한 1분정도 걸렸다.
"으야아아아아아↗↗↗↗↗아오오오옹!!!!!!!!!!!!!"
"으냐아아아아우아아아으아아↗↗↗↗↗↗↗↗↗↗↗아우우우우우웅!!!!!!!!!!!!!!"
...고양이다. 그것도 영역싸움 하는 고양이.
저 성대 깊숙한 어딘가로부터 긁혀 나오는 처절한 쇳소리를 보라.
의심할 것없는 작은 도시의 맹수, 고양이였다.
고양이라는 것을 인식하자 저 처절한 소리와는 관계없이 열렬한 고양이숭배자인 나는 가슴이 뛰었다.
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낯선 동네에는 눈 씻고 찾아봐도 고양이가 없었다.
먼발치에서나마 유일하게 목격했던 고양이는 전에 살던 동네와 이사한 동네의 경계선 쯤에 위치한 삼계탕집에서
찌꺼기를 얻어먹고 다니는 얼룩무늬 고양이 뿐이었다.
그나마도 경계심이 심해서 가까이 다가가면 꽁지가 빠져라 도망치는 각박한 심성을 가진 녀석이라 메마른 마음에 고양이털 한 가닥 적실 수가 없었다.
오유 동게에 집사들이 자랑스레 올리는 눈부신 고양이 사진들만 핥으며 연명하던 시절들이 떠오르면서 가슴이 울컥, 먹먹해졌다.
그래, 이 동네도 고양이는 있구나, 하며 미소를 지으며 가슴 속 깊숙한 곳으로부터 긍정의 힘을 끌어모아 귀를 틀어막고 다시 잠을 청했다.
...
30분 후.
"으야아아아아아↗↗↗↗↗아오오오옹!!!!!!!!!!!!!"
"으냐아아아아우아아아으아아↗↗↗↗↗↗↗↗↗↗↗아우우우우우웅!!!!!!!!!!!!!!"
"으와아아아아아아냐↗↗↗↗↗↗↗↗↗↗↗↗↗↗아아아아아아아아우웅와우우웅!!!!!!!!!!!!"
"우와으아으냐아아아으으으으으우와아아아↗↗↗↗↗↗↗↗↗↗↗↗↗↗↗으아아아왕!!!!!!!!!!!"
.....
이번엔 꿈 속에서 유니콘이 저 목소리로 비명을 지르는 바람에 깼다.
유니콘이 지르는 비명치고는 끔찍하다. 아니, 유니콘이 비명을 지른다는 설정 자체가 끔찍하다. 생각해보라.
유니콘은 아래 그림과 같이 꿈과 희망을 상징하는 반짝이는 뿔달린 말이다.
이런 애가 저런 끔찍한 소리를 내며 울다니...잠에서 깨어난 나는 상당히 열이 오른 상태였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일어나고 나서도 계속되는 소리에 더더욱 열받은 나는 주섬 주섬 옷을 챙겨 입었다.
나간다고 딱히 뭘 할 생각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냥 있을 수는 없었다.
고양이 성애자인 한쪽의 나는 젠틀하게!!! 고양이를 존중해줘!!!! 라고 외치고 있었지만
새벽 5시 황금잠을 유니콘보이의 비명소리로 잡친 다른 쪽의 나는 남의 동심을 파괴한 고양이들을 용서할 생각은 없었다.
옷을 챙겨 입는 동안에도 싸우는 소리는 계속되어 내 신경을 실톱으로 낱낱히 파헤치고 있었다.
나는 도망간 노비를 잡으러 가는 장혁의 심정으로 살금살금 집 문을 나섰다.
빌라의 대문을 살짝 열고 나오자 더욱 강렬해진 사운드는 내 귀에 캔디마냥 고막에 파고들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대문 바로 앞 1차선 도로에서 거대 뚱냥이 두마리가 살벌하게 대치하고 있었다.
한 마리라도 귀여운 녀석이 있었으면 잘 타일러서 보낼 터인데, 이건 사람으로 치자면 술 진탕 먹어 얼굴 벌게진 50대 아저씨 둘이
한명은 넥타이 머리에 매고 한 명은 숟가락 꼽은 소주병을 휘두르며 서로 이새끼 저새끼 찾아 헤메는 꼴이었다.
전혀 귀엽지 않았다.
비몽사몽한 상태에서 한껏 화가 난 나는 앞뒤 잴 것 없이 녀석들을 불렀다.
"야!! 너네 둘!!!"
순간 서로를 찢어발길듯 노려보며 우와왕 대던 녀석들이 나를 돌아봤다.
그 산만한 위용에 조금 쫄았지만 당당히 그 앞에 가서 앉았다.
거친 녀석들이었기에 이쪽도 거칠게 나가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안그래도 소음공해인 녀석들 앞에서 나까지 소리를 높이면 안되겠기에 최대한 조용조용히 말을 꺼냈다.
" 야 너네 둘... 나 봐봐.. 지금 내 꼬라지 보이냐? 내가 지금 왜 이 꼬라지로 여기 왔는지 알아? 그것도 이 시간에??
너네가 시끄럽게 하니까 내가 잠을 못자겠잖아.. 난 말야 오늘 아침이 정말 중요하다고.
어제 새벽 세시까지 달려서 지금 기운도 없고 머리도 띵한데
너네때문에 2시간도 못자고 뭣보다 꿈에서 유니콘이 울부짖었잖아!!! 안그래도 졸려 죽겠는데 이거 되겠냐고..
영역 싸움하는거 너네 본능이니까 이해해..영역 중요하지..근데 왜!!!! 왜!!!!! 그 중요한 영역 싸움을 왜 내 영역에서 하는데??솔직히 이때 좀 울컥
너네 이럴수록 너네가 손해야.. 알아? 안그래도 길고양이 이미지도 안좋은데 너네 이러면 사람들이 더 안좋아하면 그게 임마들아 너네 생존에 직결이야 임마 똑똑한 녀석들이 분간할 줄을 알아야지 안그래? 아깽이도 아니고 다큰것들이 말이야 이럼 되겠냐구 녀석들아..
저 쪽에 사람 안다니는 공터 있으니까 가서 싸우고 오고..
가기 전에 이것도 인연인데 내가 주는 밥 먹고나 가라.. 짜식들.. 또 떠들면 아주 기냥 혼구멍을 낼 줄 알아!!! "
신기하게도 녀석들은 내가 비몽사몽 간에 떠드는 동안 가만히 나를 주시했다. 물론 지금 생각하면 "저 술냄새 풍기는 못생긴 오징어가 뭐라고 떠드는 건가" 하며 경계했을 테지만 그때는 이녀석들이 경청할 줄 안다며 나름 뿌듯했던 기억이 살포시 떠오른다.
뭐 대충 저렇게 말하고 후다닥 집에 와서 길에서 배고픈 고양이를 마주쳤을 때를 대비해 항상 가방에 넣고 다니는 캣 간식 파우치를 들고나와
이거 먹고 사이 풀라며 화단에 뿌려주고 나는 돌아와서 다시 잤다.
현관문 열리는 소리에 깬 엄마한테는 말만한 처자가 새벽부터 옷 얇게 입고 나다닌다고 야단을 맞았다.
싸우던 고양이들을 훈계해서 보냈다고 설명했지만 잠이 덜깨서 헛소리한다고 등짝까지 맞았다.
방에 들어와서 잠을 청했는데, 긴장했다가 풀렸는지 노곤해져서 아주 딥슬립을 한 것 같다.
끼무룩 잠이 드는 와중에 집에 들어온 이후로 밖이 아주 조용하다는 걸 깨달았다.
느지막히 오후 쯤에 일어나서 기지개를 펴고 약속때문에 나가는 와중이었다.
문득 새벽에 있던 일이 꿈인지 생시인지, 정말 내가 고양이들에게 훈계를 하고 그걸 아무말 없이 듣고만 있던 고양이들이 진짜 있었는지 확인을 하고 싶어졌다. 아까 캣 간식을 뿌려주었던 화단 근처로 다가가자, 화단 돌받침 위에 먹다 남아서 찌꺼기만 남은 파우치 내용물과 싹싹 핥아먹은 자국이 눈에 들어왔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약속했던 친구와 만나 이러저러한 일이 있었다고 말하니
고양이 떠든다고 가서 훈계할 생각을 하는 인간이나, 살벌하게 영역싸움 하는 도중에 인간이 뭐라뭐라 떠들다가 간식 조금 줬다고 먹고 진짜 싸움을 끝내고 가버린 고양이들이제생각해보니 이녀석들 혹시 소음공갈단?이나 똑같다고, 너네 동네는 역시 이상하다는 평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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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역시 마무리는 잘 못하겠네요.
그냥 제게 있었던 웃기고 신기한 일이라 올려봅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는지는 사실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그때 술도 덜 깨고 비몽사몽이라 그랬는지, 왠지 훈계하면 알아먹을 거라고 생각했던것 같네요.
1인칭 시점이나 이런거 싫어하시는 분들 죄송합니다.
다들 불토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