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소년
0.
깊은 밤이었다. 사방에서 불어오는 흙바람과 하늘에 떠있던 빛나는 구체에 나는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눈이 괴로운 와중에서도 나는 그 빛나는 구체가 오랫동안 내가 찾아오던 ‘신(神)’이라는 것을 직감하고 있었다.
“하나님, 제 동생을 행복하게 해 주세요.”
쥐어짜듯이 목소리를 내 뱉었다. 내 등에 업혀 있는 동생의 머리카락이 내 뺨을 간질였다. 빛나는 구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들이 일렁였다. 빛이 일렁이는 것은 참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줄 수 없다.
나는 그 한마디에 좌절했다.
-누군가가 행복해 진다는 것은 누군가가 불행해 진다는 것.
“그럼 제가! 제가 불행해 지겠습니다!”
나는 잠깐의 생각도 하지 않고 소리쳤다. 동생이 행복해 지고 내가 불행해 진다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했다. 방금 든 생각이 아닌, 오랫동안 나는 그렇게 생각해 오고 있었다.
-넌 너의 인생을 자의적으로 불행하게 할 수 있는가?
“네! 할 수 있습니다!”
무미건조하고 아무 감정 없던 신의 목소리가 약간 재미있는 것을 봤다는 듯이 웃음을 머금었다. 빛나는 구체는 나에게 다가왔다. 아니, 조금씩 커지면서 내 앞까지 팽창했다. 빛은 팽창을 멈추지 않았고 곧 나를 감쌌다.
1.
“헉!”
나는 깜작 놀라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꿈은 매번 꾸지만 한 번도 익숙해지질 않는다. 나는 놀란 심장과 내 몸을 달래기 위해 심호흡을 했다. 1분정도 그러고 있으니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나와 ‘신’이 한 약속의 그 날로부터 8년이 흘렀다. 8년 동안 난 내 자심을 훌륭하게 컨트롤해왔고 성공적으로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 tv도 없고 가전제품도 없고 작은 부엌하나만 달랑 달려 있는, 사람이 살까? 라는 의문이 들 정도인 내가 사는 이 원룸은 그 불행한 모습의 단면일 것이다. 나는 이불을 걷었다. 겨울에는 보일러를 켤 수가 없어서 이불에서 나오는 것이 고문과 같았는데 여름이 다가오는 지금은 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 배고프다”
절로 입에서 허기짐이 터져 나왔다. 어제 점심 이후로 아무것도 안 먹었으니 배고플만 했다. 나는 부엌으로 걸어가서 수돗물을 틀어서 마시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아리수라니! 이 얼마나 불행한 인생인가!”
-띠딕
내 옆에서 날라 다니는 검은 얼굴에 하얀 몸을 가진 2등신의 이 귀여운 캐릭터는 내 불행을 적립하는 신의 부하이다. 이름은 내가 정했는데 귀엽게 ‘불행이’다. 배 부분에 하루의 불행 포인트를 기록하는 기록계가 달려 있다. 방금 나의 불행함으로 인해서 0이었던 숫자가 1로 올라가 있다. 이젠 배고픔도 포인트 1정도 밖에 안 된다. 불행에 익숙하면 이렇게 되는 거겠지.
“좀 짠 거 아닐까? 건장한 18살의 남자가 어제부터 굶다가 아침으로 먹은 게 아리수인데?”
불행이는 큰 눈동자로 나를 보면서 고개를 흔든다.
“하 완전 쪼잔하네. 이런 애가 내 옆에 붙어 있다니 불행해!”
-띠딕
이번엔 놀랍게도 1포인트가 내려가서 다시 0포인트가 됐다. 내가 불행한 일을 겪으면 포인트가 쌓이고 내가 행복한 일을 겪으면 불행 포인트가 깎인다. 지금 깎인 걸로 봐서 불행이는 아마 자신이 있는 일이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뭐? 너가 내 옆에 있는 게 행복이라는 거야? 와~완전 건방이 쩐다. 불행아?”
불행이는 나를 보면서 그 큰 눈으로 웃어 보였다. 나는 말이 통하지 않는 불행이를 보면서 혀를 한 번 차고 옷을 주섬주섬 입기 시작했다. 의류수거함에서 주워 온 옷들이라 사이즈가 안 맞긴 하지만 그런대로 공공노출죄로 잡혀갈 일은 없을 것이다. 옷을 입고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갔다. 밖에는 아직 거리가득 어둠이 가득 쌓여져서 사라질지를 모르고 있었다.
선택
1. 우유 배달을 하러 간다.
2. 신문 배달을 하러 간다.
3. 건강한 10대 남자답게 조김을 하러 간다.
현재 불행 포인트 - [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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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님이 이글을 보시길 바래요 ㅋㅋ
이런 느낌인데 이런 것도 괜찮을런지...ㅋㅋ
그림은 소질이 없어서
아니 사실 글도...뭔가 부끄럽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