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11월 1일, 할로윈 다음날은 모든 성인들의 날이다. </div> <div>이를 기념하여, 야외 미사겸 가을소풍을 가자고 하셨다. </div> <div><br></div> <div>아침일찍 일어나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 내 옆에 누군가를 깨우고서, </div> <div><br></div> <div>'빨리 밥 올려두고와 주먹밥 만들어서 들고가자'</div> <div><br></div> <div>궁시렁 거리는 그를 뒤로하고, 짧은 스트레칭을 마치고 샤워하러 곧장 달려갔다. </div> <div>샤워를 마치고 부엌으로 가, 양송이 버섯과 양파를 다져 놓으려 꺼내 놓았다. </div> <div>어제 저녁에 먹다 남은 간장 참기름 드레싱이 남아 이를 주먹밥에 같이 넣어 먹어야지 생각하고 있었다.</div> <div><br></div> <div>내 뒤를 이어 샤워를 마치고 나온 그가 부엌으로와 내 미숙한 칼질을 대신 해준다. </div> <div><br></div> <div>'이렇게 잡아야지 손이 안다치지, ' </div> <div><br></div> <div>경쾌한 칼소리 뒤에는 뜨겁게 달군 팬에 기름향이 올라온다. </div> <div>기분 좋은 향기. 날부르는 목소리. 따뜻한 목덜미.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허겁지겁 주먹밥을 예쁘게 말아, 약속한 역으로 떠난다. </div> <div><br></div> <div>지하철을 타고, 지난밤에 본 영화의 대사를 따라 읊고 서로 히히덕 거리고 있다보니 시간이 금방 지났다. </div> <div>'아니 김구 선생이 나를?! 나를 의심해!?! '</div> <div><br></div> <div>사람이 여럿 모인자리를 썩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div> <div>학창시절에 친구들과 많이 어울리지 못한 편인지라, 사람이 많은 자리는 항상 두려웠다.</div> <div>그는 이사람 저사람들과 서로 근황 이야기를 하면서 웃고 있는데, 내겐 너무 다른 세상같아서 </div> <div>순간 많이 두려웠었다. </div> <div><br></div> <div>그러다 희망의 소리가 들려왔다 ! </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젊은 사람들 이 차타고 먼저 올라가세요!' </span></div> <div><br></div> <div>한 자매님의 차에 올라타 가만히 차창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div> <div><br></div> <div>가을 풍경은 한국의 가을이 참 예쁜데, 눈으로도 다 못담을 만큼의 아름다운 색들이 한 가득인데</div> <div>여긴 너무나 푸르다. 미쳐 나무들은 제옷을 갈아 입기도 전인지, 아니면 내 색을 버리고 다시금 돌아올 겨울을 준비하는 법을 모르는지. </div> <div>너무나 푸르기에 이질감도 느껴질 정도다. </div> <div><br></div> <div>산속으로 깊이 들어가면 들어갈 수록, 내눈에 익숙한 가을 풍경이 점차 나타난다. </div> <div><br></div> <div>자연앞에서 우리는 얼마나 작아지는가, 오만하리 만치 화려한 봄을 만난 나무들이 다시금 옷을 갈아입고 앙상한 가지 나무로 변한다. </div> <div>시간은 그렇게 흘러간다만, 나무들이 흘리고 버렸던 나뭇잎에게 '또 봐'라는 인사는 하지 않는다. 같은 잎이 자라지 않는걸 알고 있는 걸까.</div> <div>'잘가'라는 인사를 한다 서로에게. </div> <div><br></div> <div>이 아름다운 풍경들에 감탄하다, 신부님이 사제복을 갖춰입고 미사를 준비한다. </div> <div>성체를 준비하고 작은 테이블위에 제대를 만들고 신에게 드릴 제사를 준비한다. </div> <div><br></div> <div>아직은 익숙치 않은 기도문들 속에서 사람들이 옹기 종기 모여, 자기의 죄를 고한다. </div> <div>그의 영생을 믿음을 고백한다. 내 삶이 행복하기를 바란다. </div> <div><br></div> <div>미사 중간 중간, 내 옆에 서있는 그를 바라보며 한껏 웃는다. </div> <div><br></div> <div>미사가 끝나고, 사람들이 싸온 음식들을 같이 나눠 먹는다.</div> <div><br></div> <div>테이블 하나를 자리 잡고, 내가 예뻐라하는 애기옆에 꼭 붙어앉아, 내가 만든 주먹밥을 먹였다.</div> <div>그 작은 입으로 오물오물 먹는걸 보자니 너무 좋았다. </div> <div><br></div> <div>'이모, 나 시크릿쥬쥬 인형 있어요' </div> <div>'이모 아니야, 언니라고 해줘'</div> <div>'이모 ~~ 나 이거 먹고싶어'</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배가 부른지 옆에 앉던 아기가 자기 친구들과 뛰어 놀러갔다. 매정한 계집애.. </span></div> <div><br></div> <div>오랜만에 먹는 집에서 만들어온 김밥에, 어디서 구했을까 의심마져드는 찹살밥에 </div> <div>온갖 한국 음식들을 실컷 먹었다. 와인 몇 잔과, 프로세코 몇 잔. </div> <div><br></div> <div>배가 불러 담배를 말려고 있는데 신부님이 말하신다.</div> <div><br></div> <div>'허숭숭, 담배 끊어, 안끊으면 세례 안해준다'</div> <div>'이건 무슨 카노사의 굴욕도 아니고, 이렇게 권력 남욕해도 됩니까?'</div> <div>'내가 짱이야'</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못된 신부님이다 성경에도 담배 얘기는 없거늘. </span></div> <div><br></div> <div>다들 한껏 맛있는 음식을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div> <div>어린 아이들이 내가 바라만 봐도 좋은 그사람에게 다 달라붙어서 떨어지질 않았다.</div> <div>아이들한테서 질투를 느꼈다. 요망한것들 떨어져라.. </div> <div><br></div> <div>무튼, 밥을 다 먹고 우리가 있던 성당은 성 프란체스코를 기념하는 커다란 수도원과 교회가 같이 있는 곳이다.</div> <div>그의 업적을 말하고자 지어놓은 카펠레들을 따라 모든 교인들이 걷는다.</div> <div><br></div> <div>신부님과 나이가 깨나 있으신 자매님이 이런저런 설명을 더해준다, </div> <div>뒤에선 노오란 낙옆입이 떨어진다. </div> <div><br></div> <div>길을 따라 산책을 하다. </div> <div><br></div> <div>한 자매님이 묻는다. </div> <div>'둘이 뭐에요? 왜 그리 붙어있어요?'</div> <div><br></div> <div>얼굴이 붉어졌다. 오빠는 옆에서 웃기 바쁘다. </div> <div>내가 말을 꺼낸다.</div> <div><br></div> <div>'연애하는거 같아요, 저희' </div> <div><br></div> <div>교리수업을 하자며, 신부님이 우리를 멀리서 부른다.</div> <div>신에 대한 설명을 한다, 왜 우리가 그와 비슷한 길을 걸으며 살아야 하는지. </div> <div>그에 관한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다. </div> <div><br></div> <div>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신부님 차를 얻어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div> <div><br></div> <div><br></div> <div>신부님의 사제관과 난 가까이 살아서, 사제관에 내려서 오빠 손을 잡고 항상 걷던 길을 걷는다.</div> <div>새롭다, 재밌다, 즐겁다, 행복하다. </div> <div><br></div> <div>'아니, 김구선생이 나를 의심해?' </div> <div><br></div> <div>어제 본 영화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멍청한 이가 계속해 날 웃긴다. </div> <div><br></div> <div>'나 이제 배고픈거 같아'</div> <div>'가는길에 장봐서 들어가자' </div> <div><br></div> <div>스테이크용 소고기와 닭모래집과 맥주 두 캔 그리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가비 와인을 집어 들고</div> <div>집으로 향하고 있다.</div> <div><br></div> <div>양식은 그가 주로 맡아서 하고, 한식은 내가 한다. </div> <div><br></div> <div>스테이크 레스팅을 기다리며 내가 음식을 한다. 마늘과 양파향이 물씬 나는 닭똥집볶음과</div> <div>레드와인과 다크초콜렛으로 만들어진 소스를 뿌린 스테이크는 우리의 저녁이다. </div> <div><br></div> <div>즐겁게 저녁을 먹고선 그는 집으로 향했다.</div> <div><br></div> <div>'내일 아침에 일찍 올게,'</div> <div><br></div> <div>그날 밤은 오랜만에 홀로 침대를 쓰는지라 너무나 외로웠다.</div> <div><br></div> <div>아침에 일찍 눈을 뜨고, 언제나 그랬듯이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다. </div> <div>운동할때 입는 파란색 스포츠 브라로 옷을 갈아입고</div> <div>요가 매트를 깔고, 보라색 운동화를 고쳐 신는다.</div> <div><br></div> <div>'준비- 시작-'</div> <div>20초동안 몸을 혹사시킨다, 10초간의 휴식이 주어진다.</div> <div>'준비- 시작-'</div> <div>20초 동안 몸을 혹사시킨다, 10초간의 달콤한 휴식이 주어진다.</div> <div><br></div> <div>이렇게 전신, 복부, 하체 3세트씩을 하고서</div> <div>어제 산길을 걸은지라 뻐근한 다리 스트레칭 영상을 틀어 놓는다.</div> <div><br></div> <div>'하나- 숨을 내쉬고- </div> <div>그런데 여러분 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 여자는 중간중간에 말을 많이해서 힘들다. </div> <div><br></div> <div>15분이 끝나고, 내 파란 탄산수병 덤벨로 팔운동을 한다. </div> <div>늘 하고싶던 푸쉬업도 정자세를 위해 항상 연습한다. </div> <div>15*3 세트 무리하고 싶은 기분이 아니라 세트의 갯수를 줄여 운동한다.</div> <div><br></div> <div>얼굴이 한껏 상기되어있다. </div> <div><br></div> <div>샤워하기 전에 커피를 올리고, 오늘은 무얼 해먹을까? 그는 언제 올까 생각하며 기다리고 있다.</div> <div><br></div> <div> <div style="text-align: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511/1446457164cgVk8Fhx6uzoKlnRKQa.jpg" width="800" height="598" alt="12201048_10205768474480089_1335291342_n.jpg" class="chimg_photo" style="border:none;"></div> <div style="text-align: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511/14464571678POyEjitgxnl58jjJzUd.jpg" width="800" height="800" alt="12200755_10205768475520115_944357371_n.jpg" class="chimg_photo" style="border:none;"></div> <div style="text-align: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511/1446457177dhoMjYzQCxC7NVd4i1vOrRNELrYLY3E.jpg" width="800" height="598" alt="12188320_10205768475600117_567035810_n.jpg" class="chimg_photo" style="border:none;"></div> <div style="text-align: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511/14464571859Lr1zb22pFWBDTRWCrji4.jpg" width="800" height="598" alt="12204515_10205768475760121_1915224974_n.jpg" class="chimg_photo" style="border:none;"></div><br></div> <div><br></div>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