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너무 맑아 올리브 나무에 올리브가 몇개가 열렸는지 가늠할수 있을 정도이다
난 아직 이곳을 채 반도 둘러보지 못했다
발이 아프다는 핑계로 다시 집으로 올라오기 일수였다
오늘은 친구와 함께 길을 나섰다. 눈에 보이는 말도 안되는 풍경들을 뒤로하고 의미없는 농담이 오고나서야,
사람들이 북적북적한 곳까지 오게되었다
커피한잔을 하자는 내 부탁에 마지못해 바에 들려 커피를 기다렸다
'가게에서 전화가 온다, 내가 너무 늦게왔나봐.'
말이 끝남과 동시에 나온 커피를 급하게 마시고선 다시 한마디를 던졌다.
'나 일하러갈께, 돌아보고있어.'
바를 벗어나와 담배 한 갑을 산 후 가방을 뒤진다.
라이터가 보이질 않는다. 못해도 다섯번은 뒤진 모양이다. 여섯번째에 숨겨진 라이터를 찾았다.
'담배를 펴야지' 여섯번의 손길에 찾은 라이터는 불이 붙질않고 내 엄지손가락에서 헛바퀴만 돌았다
'칙-, 칙-' 이 소리가 못해도 삼십번은 넘게 난거같다
마침내 불이 붙었다. '담배 하나 피기가 이리도 어려워서야'
마침내 불이 달린 담배를 손에 쥐고선 교회 계단에 앉았다. 여유롭다. 어제와 같이 주변을 살핀다.
나와 같은 말을 쓰는 중년의 부부가 내 뒤에 있었다
이번 여행과 다음 여행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내 옆에 한 여자가 앉았다. 어제 본 여자와 같이 커다란 지도를 꺼냈다. 담배에 불을 붙힌다. 지도를 살핀다.
이번 여자는 담배가 다 타들고 나서야 자리를 떴다.
어제 본 여자와 같은 여자일까 생각했지만 아닐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교회로 들어가는 나무문들을 지나설때마다
말로 표현 못하는 웅장한 분위기가 항상 나를 압도한다. 몇미터가 될까 짐작도 안되는 높디높은 천장에 색색의 스테인글라스 사이로 내려오는 빛들.
어디선가 우스갯소리로 읽은 무언가가 생각난다.
유럽의 교인들은 거대한 오타쿠 집단과 같다고, 예수의 이야기가 담긴 거대한 석상들은 하나의 피큐어와 같고 또한 그림들도 성경에대한 모에화와 같다는 웃긴 글을 읽었었다.
이 압도적인 교회 안에서 말도 안되는 모든걸 보자니 그때 지나치다 읽은 글이 생각나 웃음이 난다
말로 할수없는 색색의 스테인 글라스는 초등학교 문방구앞에서 팔던 불량식품을 떠올린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러한 느낌이 든다
'왜 내 카메라는 내가 보이는 것을 담지 못할까?'
내 눈에 보이는 모든걸 기록하고 싶지만 내 카메라는 그럴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교회 밖을나와 수도승들이 머무는 곳으로 가는길에 이미터는 족히 넙는 거대한 석판들이 여러장 서있다.
그 석판에는 지옥에 관한 고통스럽고 잔인한 모습들이 묘사 되어있다.
내가 살던 곳에서도 지옥에 관한 이야기는 항상 있었다. 옛사람들은 심지어 지옥이 아홉개의 층으로 나뉘어 이승에서의 일들을 벌받는다 했다.
이 석판들도 그걸 말하고 있는거 같다
모든 이들은 죽음을 두려워하니까, 세상 모든 이들은 같은 생각을 했나보다 이 무서운 후세의 삶에 대하여.
목이 잘려나간 사람을 들고서 웃고있는 악마, 사제의 옷을 입고있는 해골 얼굴의 집단. 삼지창으로 사람들을 찌르고 있는 악마들. 세 얼굴을 가지고있는 악마는 심지어 사람의 머리를 입으로 물어 뜯고있다.
죽음의 이후에 관한 생각은 누구나 같았나보다, 우리를 벌줄 누군가를 두려워하며 지금을 살아가야한다. 서양이던 동양이던 다들 두려웠던 게다
사람이 없는 지하로 내려가는 작은 문을 발견했다.
회색의 긴 터널. 빛이라곤 밖에서 들어오는 빛이 전부인 나름 어두운 곳이였다.
내려서자마자 차가운 온기와 대리석에 새겨진 수많은 알파와 오메가들, 여긴 무덤이였다.
울고있는 천사가 관을 지키는 조각과 지금은 없을 그 사람을 상반신 조각상. 터널의 끝이 궁금해 지나가보고 싶지만 지나갈때마다 내 눈은 그 조각상들과 눈을 맞추고있었다. '왜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거야, 무서운데' 라는 생각이 끝나기 동시에 누군가가 들어온다.
그치만 차가운 공기와 이미 겁먹은 나는 햇빛이 통하는 통로로 이미 발걸음을 고쳤다
나를 여러 방면에서 겁을 준 교회를 빠져나와
다시 계단에 앉아 담배를 물었다
'두시간이나 지났네, 이젠 뭘할까'
커다란 여신의 조각상을 보았다. 그녀는 무슨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 보고있다. 옆에는 거대한 사자에게 손을 올려둔채 날 보고있다.
'사자는 뭐를 뜻했는데, 뭐더라' 내 머릿속에선 전에 읽었던 미술사에 관한 것들을 찾고 있었지만 끝내 답은 알려주지 않았다.
'그냥 사자와 생각하는 여자인가보지, 뭐'
어제처럼 레스토랑의 가격을 몇번 확인후 외진 곳에있는 작은 레스토랑에 앉았다.
내 앞엔 정리라곤 볼수없는 너저분한 백발의 노신사가 앉아있다. 순간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가 건넨 미소에 내 생각이 잘못됬다고 다시 고쳐 생각한다
그의 얼굴엔 미소가 있는 얼굴이다
입가에 자글자글한 주름도 그에 맞춰져서 주름이 생긴것만같다
샐러드와 화이트 와인을 시켰다
샐러드엔 정어리가 들어가있다. '내가 생각한건 이게 아닌데' 음식이나오고 와인도 나왔다
앞에 앉은 노신사는 내게 건배를 건내주었다
와인을 한모금 들이키고선 무언가 모자를지 한모금 더 마셨다. 얼굴이 붉어지는게 느껴진다
앞에 앉은 노신사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인가보다,
그의 팔은 끊임 없이 움직이고 나를 흩날려본다
아마 나를 그리나보다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레스토랑의 여종업원과 시덥잖은 농담을 주고받으며 그의 팔은 계속해 움직인다
식사를 마치고 담배에 라이터가 다가갈 때, 노신사는 담배를 피지 말라는 손짓을 했다 그리곤 말했다
'내가 커피사줄께, 담배 피지말렴'
알겠다는 내 대답과 동시에 나는 그의 테이블로 자리를 옮겼다.
그가 그 자리에 앉아서 그리던 스케치들과 얼굴은 아직 그려지지 않은 내 그림도 보았다.
오고가는 대화속에 그가 말했다
'한국에서 왔다고? 내 딸이 한국인이야, 입양했거든'
'난 벨기에에서 왔어, 휴가차 여섯달째 이곳에 있고 있는 중이야, 손주놈들이 놀러와서 같이 낚시도 간적이 있었지'
그를 채 알아가기도 전에 커피와 와인이 동이났다.
그리고 박물관의 마감시간도 다가왔다.
그가 우리 할머니와 같은 나이라는 것, 손주가 있고 한국인 딸과 바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 담배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아쉽지만 이에 안녕을 고하고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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