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나가노현 출신이라도 서울의 겨울은 나에게는 힘겹기만하다.
"춥다" 보다는 "아프다" 는 표현이 더 어울릴 정도...
요즘처럼 날씨가 춥거나 새로운 동네에 가면 나는 택시를 자주 탄다.
한국의 택시는 좋은 차에 싼 요금이어서 길을 모르는 외국인에게는 꼭 필요하다.
하지만 택시를 타기 전에 항상 고민해야하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바로 "목적지까지의 거리"

부산대학교 다닐 때 우리집에서 인문관까지 내 짧은 다리로 골목과 언덕길을 열심히 걸어도 15~20분정도이고 택시를 타면 일방통행이어서 단 3분정도밖에 안 걸린다.
물론 기본요금으로 가고도 남는다.

어느 추운 날 아침에 늦게 일어났는데 그날은 1교시부터 수업이 있는 빡씬 날ㅠㅠ
나는 초고속으로 준비하고 뮤(고양이)에게 "다녀올께" 라고 인사하고 집을 나갔다.
하지만 벌써 수업시작 10분전.
(ㅠㅠ안되겠다. 택시 타야겠다)
나가보니 운좋게도 횐단보도 앞에 택시가 한대 있었다. 휴~ 지각은 안하겠네.
"부산대학교 인문관까지 가주세요"
"학생! 내려서 지나가는 택시 타. 난 기본요금거리는 안가~"
(헐~ 이거 승차거부?)
나는 너무 급해져서 사정을 이야기했다.
그래더니 아저씨는 표정이 굳으며 말없이 출발했다.
다행이었지만 나는 기분이 조금 나빠졌다. 물론 아저씨 사정도 있겠지만...
그리고 화나서 열이 받았는지 추운데 갑자기 창문을 내리더니 말했다.
"학생 이렇게 짧은 거리는 타지말고 그냥 좀 걸어다녀. 안그래도 요즘 손님없는데 이러면 먹고살기힘들어~"
"손님없는 이유를 알겠네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당연히 "네" 라고 대답했다ㅠㅠ
인문관에 덜덜 떨면서 도착했다. 돈을 내고 그래도 와주었으니까 나는 "감사합니다" 라고 인사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ㅠㅠ

음... 한국에서는 택시 기본요금거리는 타면 안되는구나...
다음부터 조심해야지...

그리고 얼마 후 나는 또 늦잠을 자서 택시를 탈수 밖에 없는 상황이 와버렸다.
탈까?말까? 아침부터 욕먹는거 아이가..
속으로 막 고민하다가 사정을 설명해 보기로 했다.
곧 택시가 왔고 나는 타지 않고 문만 열고 말했다.
"부산대학교 인문관가는데요..제가 늦잠을 자버...학생 빨리타요~ 네^^;"
아저씨는 내가 타자마자 "학생 많이 춥지?" 하면서 히타를 빵빵하게 틀어주었다.
나를 기쁘게 태워주는 아저씨가 너무 고마워서 "아저씨 미안합니다" 라고 사과했다.
"왜요? 학생이 뭐가 미안해요??" 라고 나에게 모른다는 듯이 물어봤다.
"기본요금거리니까요. 죄송해요. 늦잠을 잤어요"
"100 m를 가든지 100 Km를 가든지 다 같은 손님인데요^^ 하하하"

에이 뭐야~ 한국도 택시 기본요금거리라도 탈수 있네~(^.^)

밤새 운전했는지 검은 얼굴은 피곤해 보였지만 나는 그 아저씨가 너무 멋있게 보였다.
아저씨는 자신의 딸도 대학생이라고 하고 내가 딸처럼 보인다고 진짜 딸에게 말하는 것처럼 웃으면서 나의 대학생활을 격려해주었다.
와~ 완소택시기사님을 만났네~ 감동이야~

택시는 외국인도 자주 이용하기때문에 "한국의 얼굴" 이라고 생각해요.
나쁜 얼굴로 오해를 할 뻔했지만 그때 그 택시기사님을 만나서 저에게는 한국은 좋은 얼굴로 남아있어요(^.^)
한국의 택시기사님들 화이또~!!

출처 :
http://bloggernews.media.daum.net/news/7730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