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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sisa_36433
    작성자 : Love_Eraser
    추천 : 10
    조회수 : 434
    IP : 210.119.***.71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07/11/14 13:10:57
    http://todayhumor.com/?sisa_36433 모바일
    대선 정국 : 우리의 슬픈 자화상 / 박명림

    대선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선거는 한 달 남짓밖에 안 남았으나 최종 후보는 고사하고 참여정당과 투표구도조차 결정되지 않고 있다. 명분과 욕심, 포장과 거짓이 뒤엉켜 드잡이하는 형국이다. 한 달 안에 결정될 선거구도와 최종 후보가 복잡한 사회균열을 반영하고 국정운영의 비전을 차분히 준비해 제시할 수 있을까? 정당배열과 선거구도가 잠시 판을 차렸다 뜨는 ‘떴다방 좌판’ 운영과 같지는 않을진대 상황은 이미 그렇게 가고 있다. 이것이 민주화 20년을 넘어 선진국가, 일류국가 진입을 말하는 한국 민주주의의 현실이다.
    일찍이 근대정치학의 기초를 닦은 마키아벨리는 정치와 리더십의 핵심 요소를 운명, 덕성, 시대성(네체시타)으로 꼽은 바 있다. 훨씬 앞서 한비자는 같은 범주로 법, 술(능력), 세(시의성)를 언급한다. 두 가지 점을 보자. 먼저 진보개혁세력은 과연 덕성과 술을 통해 보수세력의 경제담론이 장악한 오도된 시대성을 넘을 수 있을 것인가? 현재로서는 쉽지 않다. 경제담론은 좌우 양쪽에서 융단폭격 식으로 진행된 노무현 정부 무능, 민주세력 무능론의 반사물이기 때문이다. 즉 그것은 보수 언론과 정당 주도의 민주파 무능론에 진보의 호응이 초래한 담론 헤게모니의 역전으로 인한 자업자득이었다.

    한국 정치에서 담론 헤게모니는 실제 정치지형보다 더 중요할 때가 많다. “김정일에 대한 적의 때문에 평화와 통일에의 길을 잘못 보아선 안 된다”는 보수파에게의 충고는 똑같이 “노무현에 대한 증오 때문에 민주개혁과 사회발전의 전망을 그르쳐선 안 된다”는 민주파에게의 충고로 돌려져야 했던 것이다. 민주파 무능론으로 경제대통령 담론, 보수파 유능론 확산에 기여해 놓고는 다시 표를 달라고 호소할 수 있을 것인가? 이것은 엄청난 자기모순이다. 게다가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집권의 일관된 공통점은 앞선 정부의 성취와 한계에 덧붙여 반드시 한 가지 이상 뚜렷한 미래지향적 비전과 가치를 추가하였다는 점이다. 즉 새로운 담론구조를 창출해 냈던 것이다. 지역연대라는, 노무현 이전 모습을 보이는 오늘의 민주파가 어떤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지지를 호소할 것인지 주목된다.

    둘째, ‘좌파정부 종식’ 담론과 구호는 과연 정당한가? 북핵 위기를 막지 못한 책임을 김대중·노무현의 온건 대북정책 탓으로 돌리는 담론을 보자. 만약 이 주장이 옳다면 북핵 위기의 원조 주범은 보수세력이 된다. 자신들이 집권해 있을 때 바로 북핵 위기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즉 위의 주장은 인과관계가 틀린 정치공세인 것이다. 국내 문제에서 좌파 정부 종식 담론은 더 맞지 않는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안에서 복지비용, 소득격차, 교육·의료지출을 포함한 사회정책 내용에서 가장 우파 정부에 해당한다. 대북과 국내 문제에서의 좌파 정부 담론이 허구라면 민주 정부들의 어디가 좌파 정책을 담고 있었던 것인가?

    일찍이 마키아벨리 못지않은 정치이론과 국정운영 방략을 제시한 정도전은 이렇게 말한다. “국민은 지극히 약하지만 힘으로 위협할 수 없고, 지극히 어리석지만 간지로 속일 수 없다. 그들의 마음을 얻으면 지지하게 되고 그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반대하게 된다. 그들이 지지하고 반대하는 그 간격은 털끝만큼의 차이도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의 마음을 얻는 것은 사사로운 뜻을 품고서 구차스럽게 얻는 것이 아니요, 도를 어기어 명예를 구하는 방법으로 얻는 것도 아니다. 그 얻는 방법은 어질고 바른 정치(仁)일 뿐이다.”

    ‘사사로움’과 ‘구차함’과 ‘도의 어김’이 판치는 이 문명과 민주 시대에 우리는 어떤 담론구조를 통해 ‘어질고 바른 정치’의 복원을 향해 ‘털끝만큼의 차이’로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는 시의성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인가?

    박명림/연세대 교수·정치학 

    출처 :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SERIES/56/2497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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