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클린턴에게 미국 대선의 승리를 안겨준 슬로건, “문제는 경제야, 멍청아!” 이 한마디가 15년 뒤 한국의 대선 국면에서 사람들의 뇌리를 짓누를 줄 누가 알았을까? 경제대통령을 일찍부터 자임해온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 고공행진은 대선을 ‘경제프레임’으로 급속히 끌어갔고, 누가 더 높은 성장률, 더 많은 일자리를 가져다줄 수 있는가 경쟁하는 추세다.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을 옹호할 생각은 없지만, 한번 따져보자. 당장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성장률 4.3%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 2.7%와 비견된다. 2000년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에 이어 7년 만인 올해 2만달러 돌파, 소비자 물가상승률 임기내 3.0%, 수출 3천억달러 실현, 수출증가율 임기내 19%로 1980년대 이후 역대 정권 중 최고, 종합주가지수 2000 돌파 …. 양극화 심화 등 사회지표의 악화를 연동시키지 않는다면 거시경제지표만으로는 크게 나쁘지 않다.
어차피 임기 초부터 재벌은 투자파업을 통해 정권 초기의 강력한 개혁 시도를 좌절시켰고, 보수언론과 보수정당은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고자 수많은 부정적인 지표들로 경제실정을 되뇌었다. 진보진영은 노 정권의 개혁 후퇴와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일방적 추진에 분노하여 현 정부를 질타하게 되었다. 우파와 좌파 어디에도 경제실정의 비난으로부터 ‘노 일병 구하기’에 나설 이들은 없었다.
그러나 혼탁한 실상을 거두고 국민의 삶을 들여다보자. 거시경제 지표가 양호한데도 왜 청년실업은 횡행하고, 88만원짜리 비정규직에 서러워하며, 중산층조차 현재 자신의 일자리와 소득에 만족하지 못하는가? 심지어 왜 ‘살아 있는’ 경제를 살려줄 구세주의 재림에 목말라 하는 모순에 찬 현실에 놓여 있는가?
그것은 거시경제의 양호함과는 모순되게도 국민생활이 총체적 불안에 쌓여 있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휘몰아치는 구조조정의 광풍에 대한 정규직의 불안, 내일 당장 해고통지서를 접할지 모르는 비정규직의 불안, 소득이 웬만해서는 해결할 수 없는 사교육비와 보육비에서 비롯하는 육아불안, 평생 벌 수도 만질 수도 없는 가격대로 올라버린 아파트값에서 느끼는 주거불안, 노후에 내 육신을 안락하게 보낼 수 있겠는지에 대한 노후불안, 건강불안, 사고불안 …. 이런 총체적 불안의 그늘은 기존의 방식대로 경제성장이 되면 될수록 더욱 커지게 되는데도 국민들에게는 이 모든 것이 경제의 부진에서 비롯한 것으로 판단해 버리는 집단착시에 빠져 버렸고, 이를 교묘히 활용한 경제대통령론에 정치권과 국민이 함께 함몰되어 있는 구도다.
물론 최근 ‘차별 없는 성장’을 들고 나온 정동영, 일찍부터 ‘사람 중심 진짜 경제’를 들고 나온 문국현, 태생부터 복지를 주창한 민노당의 권영길 모두 나름대로 경제성장의 방식과 내용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했다지만, 여전히 경제프레임에 갇힌 구도라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과연 누가 현재의 경제프레임을 뛰어넘어 국민이 미처 깨닫지 못한 자신들 삶의 총체적 불안의 원인을 시원히 밝혀주고 새로운 해법을 내놓느냐가 대선정국의 관건이요, 후보단일화보다 더욱 중요한 지점이다.
결국 현재의 협소한 성장주의 경제프레임을 뛰어넘어, 힘차게 성장하고 능동적으로 개방을 하면서도 그 성과가 내수경제와 중산층 및 서민의 삶 속으로 고루 스며드는 ‘능동적 복지국가 프레임’이 그 해답일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현 시기 중산층과 서민의 불안에 대처하는 최상위의 가치프레임이요, 경제를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경제프레임에 함몰되지 않으며 현재의 지형을 바꾸는 길이다.
항시 역사는 시대정신을 읽는 자의 편이다. 우리 시대의 시대정신을 바로 읽을 자 누구인가? 다시 한번 “문제는 불안이야, 멍청아!”
한겨레 - 객원논설위원칼럼 / 이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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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읽다가 괜찮은 내용같아서 인터넷에서 찾아서 퍼왔어요..
예전에도 이 비슷한 내용 올라왔던 적이 있죠..
아마도 어떤 경제 대통령이 뽑힌다 할지라도 망한사람들이 되살아나진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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