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손님이 들어왔다. <br />낣은 날개, 곧게 뻗은 검은 다리, 격자 무늬 붉은 눈. 검은 색과 초록색의 중간 정도 되는 빛이 나는 몸.<br />그는 아직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잘 모르는 듯해보인다.<br /><br /><br />"아, 젊은 이가 참으로 안타깝구먼. 이제 이 곳에서 남은 생의 전부를 보내게 될 것이오."<br />기력을 다한듯한 늙은 이가 말하였다. 그는 세 다리를 쓸 수 없는 몸이었다.<br />"그나마 다행이구료. 저기 저 여편네보단 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테니."<br />늙은 이가 손가락을 펴 가리킨 곳에는 배가 볼록한 불나방이 맥없이 쓰러져있었다.<br /> 이미 오래 전에 명을 다한 것으로 보이는 그녀는 항문이 끈적하게 눌러붙어있었다.<br /><br /><br /> 늙은 이는 남은 세 발과 길쭉한 입을 힘없이 꼼지락거리며 신참을 게슴츠레 바라보았다. 신참은 매우 얼떨떨한 표정이었다.<br />"이건 그냥 늙은 놈 푸념이다만, 내 개인적으로 가장 후회되는 일이 있는데... "<br />늙은 이는 잠시 말을 끊고 마른 기침을 연거푸 내뱉었다. 집중하여 그의 말을 듣던 신참은 식은 땀이 흘렀다.<br />"그 후회되는 일, 세 다리의 자유와 여섯 다리의 속박 중에 후자를 선택한 일이라오. 만약 이 못 쓸 다리 세개를 미련 없이 끊어버렸다면 죽기 전에 따끈따끈한 대변 한 숟갈 정도는 먹을 수 있었을텐데..."<br />순간 늙은 이의 숨이 거칠어졌다. 곧 이승을 하직할 모양인가보다.<br />"서...선택은... 그대의 몫이야... 나는 여기까지인가... 그럼... 이만..."<br />마지막 유언을 미처 끝마치기도 전에 그는 생을 마감했다.<br /><br /><br />순간 망치로 얻어맞은 듯한 강한 충격을 받은 신참은 무엇인가 크게 결심한 모양인지 죽을 듯이 날개짓을 하였다.<br />다리와 몸을 연결하던 것이 점점 끊어져간다. 찰나가 영겁같이 느껴지는 인고의 시간이 그를 망설이게 할 법도 하였지만 그는 결코 굴하지 않았다. <br />그리고 끝내 그는 다시 창공을 향해 날아오를 수 있게 되었다.<br /><br /><br />그러나 그에게는 더 이상 날개짓을 쉴 수 있는 방법이 없어졌다. 그의 체중은 여섯 개 다리만큼 감량되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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