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우선 반말은 죄송합니다..</P> <P>그냥 요새 크라잉넛 얘기가 나오길래 문득 생각나는 것들이 있어 </P> <P>몇 자 적어보고자 합니다. </P> <P>크라잉넛 노래를 들으며 방황의 시기를 보냈던 </P> <P>수 많은 이 땅의 반아저씨(아직 아저씨는 아니지만 아저씨인)들에게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P> <P> </P> <P>--</P> <P> </P> <P>MP3가 아직 발명되기 전 이었다. </P> <P>노래라고 해봐야 고작 마이마이 라는 카세트로 늘어지지 않도록 테이프를 듣는 것이 고작 이었다. </P> <P>가수들의 정식 앨범이라고 해봐야 살 수 도 없는 고가였고...(한 5천원 정도 했던가?)</P> <P>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나, 친구들이 산 앨범을 빌려 </P> <P>헌 영어듣기 테이프 귀퉁이를 테이프로 막아서 녹음해서 듣곤 했었던 시절이었다. </P> <P> </P> <P>서태지에 미쳐 살았고, </P> <P>중2병의 어두운 기운을 뿜어내면서 </P> <P>이 교실이란 공간은 나랑 어울리지 않아, </P> <P>쿠키처럼 사람을 구워내는 이 미친 곳에서 빠져나가고 말겠어. 큭큭크-라고 조용히 생각했으며</P> <P>(절대 입 밖으로 소리내어 말하지는 않는다..)</P> <P>반주도, 멜로디도, 리듬도 없는 글귀들을 노래 가사랍시고</P> <P>나만의 연습장에 가득 채웠던 뭐 그런 흔하디 흔한 중학생 시절 이었다. </P> <P> </P> <P>우연히 친하게 된 반장 녀석으로부터 크라잉넛이라는 밴드를 알게 되었다.</P> <P>그 때 부터 한참 빠져 노래방의 마지막 곡은 항상 크라잉넛의 말달리자 였다. </P> <P>나에게 크라잉넛을 소개시켜 준 그 반장놈과 함께 </P> <P>우리 꼭 밴드를 만들자며, 매일 학교가 끝나면 같이 국내 밴드들과 외국 밴드들의 음악을 들었다. </P> <P> </P> <P>마침, MP3 파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동네 방방곡곡에 \'매가패스\'나 \'ADSL\' 따위의</P> <P>-그 때 당시에는 외계인의 기술이라고 믿을 수 밖에 없었던-</P> <P>초고속 인터넷 선이 생기고, \'소리바다\'가 생기면서</P> <P> </P> <P>블랙홀, 넥스트, 시나위, 콘, 림프비즈킷, 섹스피스톨즈, 핑크플로이드, 스키드로우, 메탈리카,노브레인......</P> <P>정말 수 없이 많은 음악을, 수 없이 많은 밴드들의 음악을 구해 들었다. </P> <P>자신들의 목소리로 사회를 향해 거침없이 내뱉던 그 많은 이들의 독설-</P> <P>그저 의미 없는 사랑 노래라면 다행인- 아니, 뭐라고 지껄이는지도 알 수 없는 의미 없는 가사로 </P> <P>뻐끔거리는 아이돌들의 노래를 듣고 자라난 요새 세대들의 친구들은 알까. </P> <P> </P> <P>얼마나 많은 방황이, 얼마나 많은 고뇌가,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P> <P>그 음악들 속에 숨어 있었는지를. </P> <P>그걸 가지고 고민하고 생각하고, 답을 연구해보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는지를. </P> <P> </P> <P>그들의 노래가</P> <P>어디에다가 풀 수도 없는, 어떻게 해도 풀어지지 않는, </P> <P>십 대의 객기와 오만과 고민과 열정을 속 시원히 내지를 수 있게 해줄 수 있는 음악이었다는 것을....</P> <P> </P> <P>어쨌거나 중학교 수학여행 시절, </P> <P>나는 속리산과 강원도 바다를 향해가는 버스 안에서 </P> <P>친구녀석이 누나의 책장에서 몰래 빼온 \'오디션\'이라는 만화를 보게 되었고, </P> <P>수학여행에서 맛있는거 사먹으로 주신 부모님의 용돈을 고이 아껴 </P> <P>집에 돌아오자마자 크라잉넛의 정규 1집 앨범 테이프를 샀다. </P> <P> </P> <P>그래서 크라잉넛의 노래를 들으면, 순수하게 방황했던 중학교 시절이 떠오르고</P> <P>만화책 오디션이 떠으르고, 밴드를 하고 싶다- 기타를 치고 싶다- 열망했던 그 때의 뜨거운 가슴이 </P> <P>떠오른다. </P> <P> </P> <P>수학여행 때 봤던, 대포항의 빨간 등대와 너무 블루블루해서 한국이라고 실감나지 않았던 동해의 바닷물과 </P> <P>따뜻했던 5월의 봄 바람이 생각난다. </P> <P> </P> <P>크라잉넛이란게 그런 밴드다, 꼬꼬마들아. </P> <P> </P> <P>그렇게 반항기 가득했던 중학교 시절의 꼬마는 </P> <P>고등학교가 들어가자마자 야간자율학습을 선생님과 싸우며 때려치고 </P> <P>음악학원에 다니며 기타를 잡고 꿈에 그리던 밴드가 됐다. </P> <P>스쿨밴드에 들어가서 공연했고, 크라잉넛을 소개시켜 줬던 반장놈과 함께 </P> <P>지역에 밴드를 만들어 공연했다. </P> <P> </P> <P>물론 지금은 그 시절과도 너무 많이 떨어져서 </P> <P>밴드는 그만둔지 오래고, </P> <P>집에 세워놓은 기타줄에는 먼지가 잔뜩 쌓여있고, </P> <P>한 때 밥도 안먹어가며 만지던 생애 첫 일렉기타와 앰프는</P> <P>자취하면서 아버지 공장 창고 구석에 밀려나 있다. </P> <P> </P> <P>대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원을 다니고, 조교일을 하면서 </P> <P>이제는 음표가 아니라 논문 속에 영어 단어와 뜻 모를 한국말들 사이에서 고민하는 </P> <P>아저씨가 되었지만</P> <P> </P> <P>그래도 내 가슴속에서 크라잉넛은 언젠가 내가 꼭 다시 돌아가고 싶은 </P> <P>열정 가득한 어린 시절의 나를 대변하는, </P> <P>내가 못 다 이룬 꿈을 아직도 꾸게 해주는 그런 존재란 말이다. 꼬꼬마들아... </P> <P> </P> <P>크라잉넛이 데뷔한다느니 어쩌느니 하는 글들을 읽으며 혼자 빡쳐하다가 </P> <P>오늘 사무실에 출근하자마자 크라잉넛 노래 틀어놓고 가슴이 울컥해서 몇 글자 적어본다. </P> <P> </P> <P>더 이상 크라잉넛 모욕하지 마라. </P> <P> </P> <P>크라잉넛을 모욕하는 것은... </P> <P> </P> <P>락커가 되어 세상을 바꾸고 싶었지만, </P> <P>부모님의 전세집 은행 대출 때문에, 학자금 대출 때문에, 먹고 살아야 해서, </P> <P>전기세와 수도세와 난방비와 핸드폰 요금 같은 숫자 가득한 고지서의 돈들을 갚아야 해서, </P> <P> </P> <P>이 땅의 평범한 아저씨가 될 수 밖에 없었던 </P> <P>한 때의 젊은이들을 모욕하는 것과 같단 말이다!</P> <P> </P> <P>아 놔, 쓰다보니까 또 울컥하네. 모욕이나 해야지.. </P> <P> </P> <P>여기까지 읽어주신 씨엔블루 팬들이 나는 다른 분들에게는 감사합니다. </P> <P> </P> <P>유머는</P> <P>크라잉넛이 데뷔한지가 언젠데 꼬꼬마들이 그런다는게 유머. </P> <P>세상을 바꾸는 락커가 되고 싶다고 꿈 꿨던 사람이 공부 하면서 딴 길은 간다는게 유머. </P> <P>그냥.. 필체가 재미 없다는게 유머?</P> <P> </P> <P>아무튼 감사합니다.(__)/</P> <P>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