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r></div> <div>가을 나뭇잎이 힘없이 떨어지던 어느 오후에 있었던 일을 알려 드리고 싶어 이렇듯 글을 씁니다. </div> <div><br></div> <div>그는 남루한 행색으로 작은 공원에 찾아들었습니다. 계절에 어울리지 않는 그의 옷차림은 이미 오랫동안 입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오후의 햇살이 비치던 작은 벤치에 앉아 멍하니 바닥만 내려보던 그는 공원을 뛰어다니던 꼬마들이 저녁 어스름이 내려올 즈음 엄마 손을 붙잡고 사라지도록 자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div> <div><br></div> <div>공원 입구 근처에 포장마차들이 줄지어 올라와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비어있는 공원을 멍하니 둘러보던 그의 시선은 초점을 잡지 못한 체 다시 바닥으로 향했습니다. 포장마차의 솥단지에서 하얀 김이 피어오를 때 어디선가 개 한 마리가 공원 어귀에 모습을 보였다가 사라졌습니다. 바지 주머니를 뒤적거리던 그는 가만히 일어나 주머니를 뒤집어 먼지를 털어 내고는 다시 털썩 앉아 버렸습니다. </div> <div><br></div> <div>공원 가로등에 불이 켜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어두워지기엔 조금 시간이 남아 있었지만 공원지기는 서둘러 불을 밝히곤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이제 공원 인에는 벤치에 쓰러질 듯 기대고 있는 그 뿐이었습니다. 공원 입구의 포장마차에서 고함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공원 어귀에서 보았던 개 한 마리가 작은 뼈다귀 하나를 입에 물고서 마을 아랫길로 내 달리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멍하니 그 상황을 지켜보던 그의 시선이 다시 바닥으로 향했습니다. </div> <div><br></div> <div>어둠이 내려왔습니다. 미리 켜 두었던 가로등이 이제야 제 할 일을 하기 시작합니다. 공원 옆으로 난 대로변에 검은 차 하나가 멈추었습니다. 차에서 내린 운전자는 길섶 풀밭에 아무렇게나 소변을 본 후 떠나버립니다. 시간은 조금 더 어두워졌습니다. 동편 하늘에 작은 별들이 나타났습니다. 도로 위를 내달리던 차들의 요란한 바퀴 소리도 뜸해진 저녁입니다. </div> <div><br></div> <div>아파트 빌딩 숲을 돌아 나온 바람이 힘겹게 달려 있던 잎사귀를 흔들고 공원으로 들어 옵니다. 나무 사이를 헤집으며 한 바퀴 돌아보던 바람은 공원 한가운데 낙엽을 쓸어 모으고 허공으로 흩어집니다. 포장마차의 곰국 냄새에 지친 노동자들의 한탄 소리가 묻어 나오는 공원의 모습은 평소와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단 하나 벤치에 앉아있던 그 사람만이 처음부터 공원에 존재하던 것처럼 조용히 스며들어 있었습니다. </div> <div><br></div> <div>달이 없는 밤하늘에 별들이 유난히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별에서 내려온 바람이 공원을 휘돌아 벤치에 앉은 그의 옷자락을 해쳐 놓았습니다. 옷깃을 세우고 잔뜩 웅크린 채 벤치에 누워버렸습니다. 어둠 속에 잠긴 대로를 차 한 대가 질주하며 사라진 후 허공에 휘날렸던 낙엽들이 차의 뒤꽁무니를 쫓아 아스팔트 위를 뒹굴다가 어둠 속으로 사라집니다. 포장마차의 불빛이 하나둘 꺼지고 다시 공원 아래로 사라졌습니다. </div> <div><br></div> <div>가로수 아래 벤치는 낙엽들이 하나둘 내려와 앉았습니다. 그가 웅크리고 누워있는 벤치에도 낙엽들이 내려와 이불처럼 덮어 주었습니다. 새벽이슬을 몰고 온 바람이 설핏 잠이 든 그를 타고 넘어갔습니다. 움찔하며 다시 웅크리던 그는 눈을 질끈 감고 잠을 청했습니다. 별 하나가 서편 하늘 너머로 사라졌습니다. 가로등 불빛이 가늘게 흔들렸습니다. 멀리 개 한 마리 우는 소리가 들리고 그렇게 밤이 깊어 갔습니다.</div> <div><br></div>
<p style="text-align:center;"><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305/b5553a2572489405a8eaade385fa13db.jpg" alt="b5553a2572489405a8eaade385fa13db.jpg"></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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