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폐지 혹은 국공립대 통합 (이 정책 지지하는 분들은 다르다고 하시지만 전 이 두 단어가 똑같이 보입니다만...) 이야기 나오면서 항상 딸려 나오는 이야기가 <div><br></div> <div>"프랑스는 대학 평준화된 사회이고 학벌문제가 없다"는 건데요. 프랑스에서 석사 공부를 하고 있는 입장에서 너무 잘못된 얘기가 퍼진 거 같아서 한번 글 써봅니다.</div> <div><br></div> <div>들어가기 전에 아래에 쓸 내용을 딱 한마디로 요약하면,</div> <div><br></div> <div><b>프랑스는 절대 대학평준화 사회가 아니며, 그 어느 나라보다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학벌계층을 가지고 있는 국가입니다.</b></div> <div><br></div> <div><br></div> <div>프랑스에는 2개의 고등교육 시스템이 존재합니다. </div> <div><br></div> <div>한국어로 "<b>일반대학"으로 번역할 수 있는 Université와 "전문학교"로 번역할 수 있는 Ecole, 두 가지 시스템</b>이 있습니다.</div> <div><br></div> <div>먼저 일반대학은 우리가 흔히 평준화되어 있다고 말하는 종합대학교들을 칭합니다. 이 종합대학들은 극소수의 카톨릭계 사학들을 제외하면 모두 국가가 운영하고 있고,</div> <div><br></div> <div>그 명칭도 모두 도시명+숫자로 붙여져 있습니다. 흔히 알고 계시는 파리1대학, 리옹2대학 등이 이 일반대학에 속합니다.</div> <div><br></div> <div>이 일반대학들은 모두 평준화되어 있습니다. (흔히 프랑스 명문으로 알고 있는 소르본은 "파리1대학"으로 불리며 평준화되어 있는 대학 중 하나입니다)</div> <div><br></div> <div>대학입학 자격시험인 바깔로레아를 통과한 고교졸업생이라면 누구나 사는 지역의 대학에 원하는 전공과목에 등록할 수 있죠.</div> <div><br></div> <div>프랑스의 일반대학들에는 소위 '입학 커트라인'이 없기 때문에 매년 각 학과별로 많은 수의 학생들이 낙제를 받고 학과를 떠나게 됩니다.</div> <div><br></div> <div>(일례로 제 친구동생이 다니고 있는 파리2대학의 법학과의 경우 1년에 약 50%의 학과생들을 낙제시킵니다)</div> <div><br></div> <div>학부 3년간 (프랑스 학부는 대부분 3년입니다) 이 살떨리는 낙제전쟁에서 살아남은 소수의 학생들만 학사학위인 리쌍쓰 Licence를 받게 됩니다.</div> <div><br></div> <div>이것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프랑스의 '대학평준화' 시스템입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하지만, 한국에 계신 많은 분들은 이 평준화되어 있는 일반대학 위에 존재하고 있는, 그랑제꼴 Grandes Ecoles의 존재는 잘 모르시지요.</div> <div><br></div> <div>프랑스에는 <b>각 분야의 엘리트 전문가 양성을 위한 그랑제꼴</b>이라는 엘리트교육기관이 존재합니다.</div> <div><br></div> <div>프랑스 전국에는 공학, 경영, 행정, 자연과학, 문학 등의 분야에 특화되어 있는 약 250여 개의 그랑제꼴이 존재하며, 매년 상위 1%의 학생들이 이 그랑제꼴들에 입학합니다.</div> <div><br></div> <div>그랑제꼴 입시는 유럽에서도 어려운 걸로 유명한데, 일단 바깔로레아를 통과한 상위권 학생들은 그랑제꼴 입시 전문기관인 프레빠 Prepas에 들어갑니다.</div> <div><br></div> <div>(이 프레빠 입학 경쟁률도 상당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div> <div><br></div> <div>(불란서 친구에게 물어보니 성적 상위 10% 정도가 되면 프레빠에 지원하는 분위기고 그 중에서 약 절반 ~ 2/3 정도가 프레빠에 들어간다고 하네요)</div> <div><br></div> <div>프레빠에서 최소 1년, 보통 2년간의 그랑제꼴 입시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원하는 분야의 그랑제꼴 입시시험을 보게 됩니다.</div> <div><br></div> <div>프랑스 전국의 그랑제꼴 수험생들은 성적순에 따라 순위가 매겨져, 윗 순위의 학생부터 자신이 원하는 그랑제꼴에 입학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게 됩니다.</div> <div><br></div> <div>그랑제꼴 입시는 재수가 허용되지 않으며 (분야마다 허용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경쟁률은 약 4~5:1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톱3로 불리우는 ENA (국립행정학교), ENS (고등사범학교), 에콜폴리테크니크 Ecole Polytechnique (공업대학) 외에도</div> <div><br></div> <div>이 외에도 시앙스포 Sciences Po (파리정치대학), ENSAE (국립통계학교) 등 프랑스에서 이름만 들으면 아! 하는 학교들은 모두 그랑제꼴이며,</div> <div><br></div> <div>그랑제꼴 출신들이 프랑스 사회의 정치, 법조, 경제, 산업 분야를 말 그대로 꽉 잡고 있습니다.</div> <div><br></div> <div>(일례로, 해방 이후 역대 프랑스 대통령 중 그랑제꼴 출신이 아닌 대통령은 군인 출신인 샤를드골과 시앙스포에서 낙제...한 사르코지 뿐입니다)</div> <div><br></div> <div>저 또한 이 그랑제꼴들 중 하나의 학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지만, 당장 프랑스 취업시장만 해도 그랑제꼴 이력서와 일반대학 이력서의 취급 자체가 다르며</div> <div><br></div> <div>선후배들이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고 비그랑제꼴 출신은 무시하는 문화는 한국의 학벌사회보다 더 심하고 폐쇄적입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국공립대학교 통합 네트워크 이야기가 나올때면 항상 프랑스 이야기가 나오길래 몇자 적어보았습니다.</div> <div><br></div> <div>많은 분들이 아시는 것과 달리 프랑스는 대학평준화 사회가 아니고, 학벌이 완벽하게 철폐된 사회도 아닙니다.</div> <div><br></div> <div><b>철저하게 폐쇄적인 1%의 엘리트들과 평준화되어 있는 일반 99%의 사회</b>라고 할 수 있고, </div> <div><br></div> <div>프레빠 재학 시 들어가는 상당한 규모의 사교육비용도과 고교 졸업 후 추가적으로 최소 2-3년간 부모에게 생활비를 지원받아야 하는 높은 기회비용 때문에</div> <div><br></div> <div>개천에서 용나는 식의 계층이동은 아주 어려운 것이 프랑스사회입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또한 국가가 터치할 수 없는 사학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학교육 특성상, 프랑스 모델을 롤로 삼아 정책을 추진하거나 지지하는 것은 상당히 잘못된 것입니다.</div> <div><br></div> <div>프랑스의 경우 4-5개의 카톨릭계 학교들을 제외하면 모든 대학 (일반대학 + 그랑제꼴) 이 국립이기 때문에 전국적인 대학 평준화가 가능했던 것입니다.</div> <div><br></div> <div>사립대학이라는 대체재가 널린 우리나라에서 국공립만 통합한다면 그 결과는 서울대를 포함한 모든 국공립대의 하향평준화, 경쟁력 상실이 될 뿐입니다.</div> <div><br></div> <div>또한 갈 곳을 잃은 상위권 학생들이 연고대와 포스텍 카이스트 등으로 몰리면서 새로운 톱 대학이 등장할 것이고,</div> <div><br></div> <div>사립대학들이 톱으로 군림하게 되면 그나마 '서울대 입시요강'을 통해 조정되던 대입 정책도 점점 국가의 손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div> <div><br></div> <div>유럽식 모델은 분명 선진화된 모델이나, 그 배경을 무시하고 무작정 도입한다면 오히려 더한 화만 불러올 것이 불 보듯 뻔합니다.</div> <div><br></div> <div>많은 분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