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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남자, 역시 이상하다. 아무렇지도 않게 내 집까지 따라왔다. 물론, 오지 말라고 한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오라고 한 것도 아닌데 용케도 내 빠른 걸음을 놓치지 않고 악착같이 따라왔다. 그러고는 도리어 자기가 먼저 내 집 문을 열고는 들어와서 내 침대의 이불을 몸에 두르더니 모닥불을 피우고는 계속 모닥불만 바라보고 있다. 뭐라고 말해야 되는 건 아닐까?
“이보게. 여기 마실 거는 없나? 목이 좀 마르네만.”
허, 이제는 음료까지 달라고 한다. 어쩜 이리도 뻔뻔한 사람인가. 어이가 없어서 남자를 가만히 보고 있으니 나를 힐끔 보고는 대뜸 다그친다.
“아, 뭐하나? 마실 거 좀 달라니까?”
“예? 아, 예!”
나도 모르게 주겠다고 해버렸다. 이게 아닌데. 에이, 어쩔 수 없지. 주겠다고 한 거니까 찬장에 있는 우유라도 끓여 줘야겠다.
나는 부엌에 고이 모셔뒀던 우유 하나를 꺼내서 끓이기 시작했다. 보글보글 끓어가는 우유의 향을 맡아가며 어느 정도의 뜨거움과 적절한 우유의 향이 나기 시작했을 때, 나는 불을 끄고 나무 컵으로 우유를 건져내 향을 맡았다. 음, 아주 좋아. 이정도면 맛있게 마실 수 있겠어. 근데 나는 왜 생판 모르는 사람 때문에 이 귀한 우유를 끓이고 있어야 되는 거야?
“다 됐으면 어서 가져다주시게!”
“예? 아, 예!”
저음으로 울려퍼지는 남자의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압도당해 또 대답해버리고 말았다. 왠지 저 남자한테는 자꾸 압도당하는 느낌이다. 사람을 별로 보질 못해서일까? 누군가랑 대화하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자꾸 대화의 주도권을 빼앗기는 느낌이다. 내가 너무 소심한가?
후다닥 남자에게 컵을 가져다주니 남자는 한 모금 마시고는 만족하는 표정을 지었다. 당연하지. 내 비장의 우윤데. 그걸 모르는 사람한테 줘서 배가 아프기는 하지만.
“이 우유, 참 오묘한 맛이구먼! 달면서도 목에 달달함이 계속 전해지지 않고 깔끔하게 넘어가는군! 이거, 어느 소에서 짠 우유인가? 자네 집 근처에 소가 있지는 않았다고 생각하네만.”
“예? 소…아닌데…”
“허, 소 우유가 아니란 말인가? 그렇다면 염소 우유인가? 그럼 정말 극상의 염소를 쓴 모양이구먼, 그래?”
“예? 아…염소도…아닌데…”
“염소도 아니야? 그럼 뭔가? 내 이런 오묘한 맛은 처음 본다만. 좀 알려주게.”
그렇게 말하며 다시 한 모금 들이키는 남자에게 나는 미소를 지으며 쑥스러운 농담을 던졌다.
“제…모유요…”
“풉!?”
모유라고 말 한 순간에 남자는 내 얼굴에 그 귀한 우유를 친절하게도 입으로 뿌려주었다. 하…냄새가 좋다…. 따뜻하다…. 화가 난다….
남자는 굉장히 당황한 듯 허둥대며 손수건을 꺼내 내 얼굴을 닦아줬다.
“미, 미안하네. 내 카프셰한테 접대를 받아본 적이 없어서 이런 풍습에 대해 알지 못했다네. 그래서 그만 당황해서…아무튼 미안하네.”
“…괜찮아요.”
남자는 내 얼굴을 다 닦아주고는 다시 바닥에 앉아서 침묵을 지켰다. 아무리 뻔뻔해도 사람 얼굴에 우유를 뿜었으니, 역시 어색해져 버린 모양이었다. 하지만 내 잘못도 크다. 주도권에서 밀리는 분위기를 바꿔 보려고 한 농담이었는데, 어색하게 얘기 해버려서 오히려 판을 엎어버리고 말았다. 덕분에 방 안에는 어색한 고요만이 감돌고 있었다.
그렇게, 적막이 깊어져 갔다.
짧은 개그를 해보고 싶어서 써 보았는데, 마음에 드셨을지요? 참 괴랄한 이야기가 되어버렸네요.
귀하신 시간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컨디션 난조로 분량이 적은 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다음 편에서 더욱 더 열심히 써 내려가 보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댓글 작성은 회원만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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