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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readers_4620
    작성자 : HuhGak
    추천 : 0
    조회수 : 237
    IP : 124.51.***.42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2/12/01 22:4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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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유과거] 산문 - 연하를 사귀는 남자의 비애

    오글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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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하를 사귀는 남자의 비애

    Written by HuhGak




     눈을 맞으며 그녀가 서 있었다. 어젯 밤 분명 문을 닫아놓고 잤음에도 느껴지는 찬바람에 짜증내며 떨어지지 않는 눈꺼풀을 억지로 떼어내자 보인 오늘의 첫 장면이었다.

    이불을 좀더 여미며 고개를 돌려 시계를 바라보니, 일곱시가 조금 넘은 일요일의 기상시간치고는 이른 시간이었다.

    “…뭐해.”

    나가면서 완전히 닫는걸 잊었는지 조금 열린 베란다문을 열고 베란다로 들어서니 옷에 가려지지 않은 얼굴과 팔에 차가운 바람이 확 불어왔다. 이미 베란다에 서있었던 그녀의 옷차림을 보자하니 그녀 또한 나와 같은 반팔차림이었다.

    “아, 일어났어요?”

    발그스레 물든 뺨이 올해 첫 눈에 흥분해서인지, 추워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귀여운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며 그녀의 뒤에서 목을 끌어안아 그 위에 고개를 기댔다. 놀란듯 잠깐 움찔하다가도 나에게 몸을 기대오는 그녀를 더욱 품에 끌어안았다.

    “…얼마나 밖에 있었던거야? 온 몸이 차갑네.”

    “한… 십분? 그 정도 밖에 안됐어요. 일어났더니 밖에 눈이 오길래…”

    자신을 걱정하는걸 아는건지 모르는건지 베실베실 웃더니 갑자기 몸을 확 돌려 팔을 내 허리에 감았다.

    “오빠…. 밖에 나가요 우리.”

    “나가서 뭐 하게. 초등학생도 아니고 눈사람이라도 만들게?”

    금방 자고 일어난지라 귀찮음 가득한 목소리에 실망한듯 ‘아…, 그래요…?’ 라고 대답하고는 말이 없는 그녀덕에 마음이 조금 흔들렸지만, 이런 눈 오는 날에 밖에 나가봤자 개고생밖에 할게 더 있나 싶다.

    “다시 자자, 지금 일곱 시 밖에 안 됐어.”

    삐졌다. 삐진 게 분명하다. 성격상 모난 말이나 원망섞인 말은 못하고 있지만 평소와는 다르게 돌아누워서 이쪽을 바라보지 않는것만으로도 확실했다.

    “어린애도 아니고, 삐졌냐?”

    그녀의 머리카락을 돌돌말아 잡아당기며 장난스레 물어도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이대로 두면 밖에 나가지 않아도 될지는 모르지만 나중에 일어나서도 원망섞인 눈길을 오늘 내도록 받을 것이다. 놔뒀다가 삐지는 게 아니라 화내는 게 되기 전에 풀어줘야 했다.

    “그렇게 밖에서 놀고싶었어?”

    억지로 그녀의 몸을 돌려 가슴에 끌어안고 묻자 놔달라는듯 버둥거릴뿐 역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오늘의 시위법은 아무래도 묵언인듯 했다.

    “너랑 노는것도 좋긴 한데, 난 이렇게 너랑 뒹굴거리는게 더 좋아. 특히 추운 날엔 더.”

    버둥거리던게 잠잠해 진게 효과가 있기는 있는것 같다. 유들유들하고 능글맞게 넘어가는걸 싫어하는 사람도 많지만, 그녀는 싫어하기는 커녕 나를 좋아하게된 이유 중 하나가 내 유들거리는 성격이니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끝까지 한마디도 안 할 거야?”

    “…그래, 끝까지 안 한다 이거지?”

    장난끼 섞인 목소리로 말하고 그녀의 이마에 살짝 쪽 하고 뽀뽀하고는 떨어졌다. 눈 위치를 맞추자 이번엔 분명 추워서가 아니라 부끄러움에 붉어진 뺨과 흔들리는 눈동자가 보였다. 다정하게 웃어주고는 그녀가 무슨 행동을 하기 전에 재빨리 입술에 살짝 키스하고선 말했다.

    “말 안 하고 있는건… 키스해달라는 뜻이지?”

    내가 생각해도 얄미운 웃음을 지으며 말하자 그녀가 더욱 얼굴을 붉히며 뭔가 말하려고 했다. 말하려 열린 입에서 소리가 날 수 없게 입술을 가져다 댔다. 밀어내려는듯 움직이는 팔을 붙잡고 다시 싱긋 웃어주자 서서히 닫히는 그녀의 눈이 보였다. 그녀의 눈이 완전히 닫힌것을 확인한 후에 나도 눈을 감고는 그녀의 입술에 집중했다.

    혀가 그녀의 입으로 넘어가 혀를 얽자 그녀는 조금 망설이는듯 하더니 함께 혀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금 야한 소리가 나자 그녀가 놀란듯이 움찔했지만, 나는 상관치 않고 더욱 그녀를 밀어붙였다. 그녀도 내 행동에 더욱 흥분한듯이 내 목을 끌어안아왔다.

    짙은 키스가 끝나고 입술을 서서히 떼자, 묘한 표정으로 내 목을 끌어안고 나를 바라보는 그녀가 보였다. 뭔가 더 원하는 표정이었지만, 미성년자인 그녀와 진도를 더 나간다는것은 왠지 찜찜했기 때문에 그저 그녀의 어깨에 이마를 대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아…. 넌 왜 아직 열아홉이냐.”

    투덜거리며 그녀를 꼭 끌어안자 그저 가만히 안겨있는 그녀에게 또다시 괜히 장난을 치고 싶어졌다.

    “음…, 아직도 대답 안 하네? 아직 부족해?”

    그러면서 어깨에 기댔던 머리를 들어 그녀의 귀를 살짝 핥았다.

    “힉!”

    놀란듯 괴상한 소리를 내는 그녀의 반응이 귀여워서 킥킥거리자 그제야 놀린다는걸 깨달은듯 했다.

    “ㄴ, 놀리지 마요!”

    “그치만…, 하는짓이 귀여워서 보고있으면 자꾸 장난치고 싶단 말이야.”

    그녀가 내 이런 성격에 약하다는걸 알기에 일부로 조금 얄밉게 말하자, 약았다면서 웅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약아서 싫어?”

    “…아뇨….”

    장난으로라도 거짓말을 못하는 그녀에게 흐뭇하게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자, 얼른 자자. 점심 먹고 집에 데려다 줄게.”

    어린애답게 쌔근쌔근 숨소리까지 내며 잘 자는 그녀가 깰 새라 크게 울리는 핸드폰을 쥐고 거실로 나왔다. 액정에 뜬 친구녀석의 이름을 원망스럽게 바라보고서는 초록색 전화기 아이콘을 밀었다.

    [“어, 일어났냐? 안받을줄 알았는데.”]

    “…그래, 일어났다 이 자식아. 넌 어쩜 그렇게 타이밍이 항상 안 좋냐.”

    짜증난 내 목소리에서 뭔가를 캐치했는지 친구녀석이 야유했다.

    [“오오~ 그 여고생 애인이랑 같이있나봐? 아침까지?”]

    “…네가 뭘 상상하는지는 알겠는데, 그런일 없었다.”

    [“에이, 뭘 쑥쓰러워 하고 그래, 도둑놈씨.”]

    “…도둑놈소리 들을 일 하기라도 하고 그런소리 들으면 덜 억울하겠네”

    [“…뭐냐, 너…. 그… 아침까지 같이 있었으면서 아무일도 없었다고?! 너 혹시 고ㅈ...”]

    “닥쳐, 좋은말로 할때.”

    아무래도 그녀의 나이가 신경쓰이는 와중에 염장을 지르는 이 눈치없는놈을 어떻게 해야 할까.

    [“그래 그래, 힘내라…. 넌 진짜 하는짓이랑 다르게 이런데서 소심하단말이야.”]

    “시끄러, 할말 없으면 끊어.”

    [“매정해라, 됐고, 오늘 오후에 시간 있냐? 술 한잔 하자.”]

    전화한 목적인듯한 얘기에 거절하려던 참에, 열린 방문틈으로 완전 무방비로 잠든 그녀가 보였다. 왠지 찹작한 기분이 들어 한숨을 푹 내쉬며 대답했다.

    “…그래.”







    [email protected]

    HuhGak의 꼬릿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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