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스토리가 알차고 교훈을 가지며, 그것을 플레이어로 하여금 직접 생각해보도록 유도하는가?
2. 스토리에 충실하되 게임성도 잘 살렸는가?
3. 스토리텔링과 연출이 좋고 내용도 극적인가?
ㄱ. 플레인스케이프 : 토먼트
http://mirror.enha.kr/wiki/%ED%94%8C%EB%A0%88%EC%9D%B8%EC%8A%A4%EC%BC%80%EC%9D%B4%ED%94%84%20%ED%86%A0%EB%A8%BC%ED%8A%B8
말이 필요 없는 불후의 명작 RPG. 삼성전자에서 유통했으며, 삼성 직원 단 한명이 홀홀단신으로 1년이란 시간을 쏟아서 번역한 작품으로 유명합니다.
기억을 잃은 채 묘지에서 깨어난 주인공이 자신이 누구인가를 알기 위해 세상을 여행하며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리고 있습니다.
캐치프레이즈는 무엇이 인간의 본성을 바꿀 수 있는가? 이 질문의 답은 바로 여기에 있다...
엔진을 같은 걸로 써서 발더스게이트랑 비슷한데, 스토리에 비해 전투가 단순한지라 재미없다는 사람도 있긴 합니다. 반면에 게임을 하고 나면 발더스게이트, 나아가서 RPG 자체가 재미없어졌다는 사람도 있고요.
후속작 소식도 들립니다. 개발금을 모금했는데 역대 게임 모금 중 단시간만에 가장 많은 모금액을 모았다고 하니 전작의 인기가 대단하긴 대단했던 모양입니다.
ㄴ. 바이오쇼크 (1편)
법과 도덕이 결여된 경제, 과학은 무엇을 초래하는가. 그에 대한 물음과 또 그를 모태로 일어나는 여러 비극들을 보여주는 FPS입니다. 주인공은 비행기를 타던 도중 사고로 세상의 유명한 지성인들이 몰래 건설하여 이주한 "랩처"라는 해저도시에 불시착하고, 랩처를 개혁하려는 혁명가를 돕게 됩니다.
햇빛이 들지 않는 해저도시가 배경인지라 분위기도 상당이 어둡고, 이런 데 사는 사람들이라 플레이 내내 잔인한 꼴은 실컷 구경하게 됩니다. 조작이 좀 불편한 게 단점이지만 스토리만큼은 게임 안의 모든 요소, 이를테면 총탄을 파는 자판기 같은 사소한 부분에도 설정이 있을 정도로 완벽하며, 반전도 상당히 극적이고 신선합니다.
번역된 프리퀄 소설도 있으니 플레이 전후에 한번쯤 읽어보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후속작으로는 2, 3(인피니트) 편이 있습니다. 2편은 스토리면에서 상당히 빈약하고 3편은 본편과 큰 연관이 없습니다. 2편을 하실 거라면 DLC인 Minerva's Den을 꼭 해보세요.
ㄷ. 스펙 옵스 : 더 라인
사실주의적 현대전 혹은 근미래전 인칭슈팅게임이 난무하는 현시점에서 거의 유일하게 "전쟁의 참혹성과 그것을 겪는 군인의 심리"를 본격적으로 주제로 잡고 다루는 TPS입니다. 기상이변으로 인해 모래폭풍이 일어나 두바이를 뒤덮어 폐허로 만들고, 아프가니스탄에 있던 미 대령 존 콘라드는 두바이의 생존자들을 구출하러 가지만 결국 임무 실패를 알립니다. 플레이어는 이들을 구출하는 병정이 되어 그 곳에서 일어나는 비인간성을 목도합니다.
타 FPS와 비교할 수 없는 대사량을 자랑하며, 일방적인 진행이 아닌 멀티엔딩이 가능합니다. 근데 뭐가 됐든 현실은 시궁창입니다. 실제로 플레이 후 극도의 무기력함을 겪는 유저가 상당히 많으므로 멘탈 수습에 진지하게 주의하셔야 합니다. "이 시대의 게임들이 전쟁과 폭력을 가볍게 만들지만 이 게임은 전쟁의 폭력 그 자체를 게임 안에 담아 실제로 뼈저리게 겪도록 만든다. 그 아이러니함이 마냥 대단할 뿐" 라고 지인이 평가하더군요.
ㄹ. 핫라인 마이애미
사실 저는 이 게임을 처음 접할 때 개같은 난이도에 빡친 나머지 그닥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첫 번째 주인공 시점을 끝낸 후 접어뒀습니다. 하지만 해석을 보고 깨달았죠. 이 게임을 비유하자면 저는 수정으로 만든 바늘이라고 표현하겠습니다.
주인공은 두 명입니다. 나중의 한 명은 중요한 스포일러이니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첫 번째 주인공은 간소한 주거지와 꽤 값나가는 차가 있고, 본래는 살인이 익숙치 않지만, 일단 지령을 받고 나면 마스크를 쓰고 마피아를 죽이러 다니는 연쇄살인마가 됩니다. 문제는 이 이외의 신원이 전무하며, 지령의 동기도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이 주인공을 조작하여 뜻도 모르고 끝도 모를 살인청부들을 해결해나가야 합니다.
간단한 스토리에 간단한 게임처럼 보이지만, 진정한 교훈은 게임 표면 속에 꽁꽁 감춰져 있습니다. 당신은 사람을 죽입니다. 왜? 단지 마피아이기 때문에 죽어 마땅한 것일까요? 또한 당신은 아주 많~은 사람을 죽입니다. 어떻게? 당신이 단순히 주인공이기 때문입니까? 매번 일을 마치고 나면 당신은 가게에 들릅니다. 점원은 당신에게 여러 여가용품을 공짜로 줍니다. 이 세계는 당신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당신과 대적하는 자들 누구도 당신을 못 막으며, 당신은 값도 치르지 않고 여러 물건을 당연한 듯 받아갑니다. 당신이 주인공이기 때문입니다.
게임은 한 순간에 이런 진부한 클리셰를 뒤집어 엎습니다. 또 말하고자 하는 바를 직접적으로 제시하지 않습니다. 제작자의 의도가 이러하니 제가 달리 뭐라 말하면 몽땅 스포일러가 되겠군요. 어쨌든, 단 한가지 기억해야 하실 것은 이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을 때의 당신을 돌아보라는 겁니다.
몽환적인 분위기의 OST들도 하나하나가 수작들입니다. 후속작 소식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주제는 모르시는 편이 나을 겁니다. 본편과 후속작 모두를 스포일러하네요.
사실 5선으로 계획했는데 작성하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곧 자야겠습니다. 실은 정작 나머지를 뭘 써야할 지 몰라서 포기하는 거지만
금일 스팀 할인으로 디스아너드가 걸려있네요. 아싸!!!!!!!!!!!!!!!!!!!!!!!!!!!!!!!!!!!!!!!!!
얼른 사놓고 자야겠습니다. 투표 할인도 워낙 좋은 것들이 많아서 고민되는군요. 하고 싶었던 게임인 데이어스 엑스가 할인이니 전 그걸로 하려구요.
근데 여기까지 써놓고 보니 제가 이 글을 왜 썼는지 모르겠네요. 에라 모르겠다 존밤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