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민아! 한숟갈이라도 먹어. 어제 저녁부터 한끼도 안먹었잖아. 응?" <div>방 밖에서 엄마가 나를 부르는 소리에 다시 이불을 뒤집어 썼다.</div> <div>올해로 3년째..</div> <div><br></div> <div>또 시험에 떨어졌다. 3년전 군에서 막 제대한 나는 학교를 복학할 것인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것인가란 주제를 놓고 많은 고민을 하였다.</div> <div><span style="line-height:1.5;font-size:9pt;">나는 긴 고민끝에 지방대 나와서 중소기업에 취직 하는 것 보다는 그나마 안정적인 공무원이 낫겠다는 결론을 내렸다.</span></div> <div><span style="line-height:1.5;font-size:9pt;">그렇게 공부하기를 3년.. 3년동안 지방직 국가직 가리지 않고 여러번 시험을 보았지만 번번히 합격 문턱에서 쓴잔을 마셨다.</span></div> <div><span style="line-height:1.5;font-size:9pt;"><br></span></div> <div>그리고 어제밤 또 한번의 불합격 소식을 들은후 모든 의욕을 잃어 버렸다. 정말 이번엔 될줄 알았는데...</div> <div>울다 지친 나는 새벽녘에 슬그머니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더 이상 부모님께 죄송해 얼굴을 보여드릴 낯도 없다.</div> <div><br></div> <div>정말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서 콱 죽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div> <div>예전에 '<span style="line-height:1.5;font-size:9pt;">자살하는 사람들은 정신이 나약해서 그런거야' 라는 아버지의 말씀이 문뜩 떠올랐다. </span></div> <div>그렇게 정처없이 길을 걷고 있던중 저 멀리서 희미한 불빛이 보였다.</div> <div><br></div> <div>357-1 ㅇㅇ순환</div> <div>우리동네 마을 버스였다. 무슨 이유에선지 모르겠지만 나는 끌리 듯이 그 버스에 올라탔다. 어디론가 멀리 떠나버리고 싶었다.</div> <div>버스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니 나와 기사 말고는 승객이라곤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div> <div>하긴 당연했다. 지금 시간대가 이러니..</div> <div><br></div> <div>어?</div> <div>이상했다. 시계를 보니 시간은 새벽 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보통 막차 시간은 11시정도로 알고 있었는데..</div> <div>연장 운행이라도 하나.. 더 이상 생각하기엔 머리가 너무도 복잡해서 그냥 멍하니 창밖만 바라 보았다.</div> <div><br></div> <div>'어쩌지.. 시험을 한번 더 볼까.. 아니 3년이나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도 안됐는데 1년 더 한다고 되겠어..</div> <div>그래 애초에 내 주제에 무슨 공무원이야.. 요즘 서울에 있는 대학 다니는 놈들도 합격 하기 힘든게 공무원 시험인데..</div> <div>학교나 복학할까.. 그건 싫은데..'</div> <div><br></div> <div>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던 것 같다. </div> <div>꿈을 꾸었다. 지독한 악몽</div> <div>누군가와 손을 잡고 강으로 빠지는 꿈이었다.</div> <div>나는 어떻게든 빠져 나오려고 했지만 그 사람은 내 다리를 붙잡고 끝까지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div> <div><br></div> <div>이게 악몽이라면 제발 깼으면 하는 순간 누군가 내 어깨를 살며시 흔들며 나를 깨웠다.</div> <div>"손님 종점이에요"</div> <div>눈을 떠 보니 기사가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div> <div>"아.. 죄송합니다."</div> <div><br></div> <div>주위를 둘러보니 내가 자고 있는사이 다른 승객들도 탔는지 사람들이 차례차례 버스에서 내리고 있었다.</div> <div>몇시인가 싶어 시계를 본 나는 이상함을 느꼈다. 22시 04분.. 분명히 새벽 1시에 이 버스를 탔는데..</div> <div>시계가 고장난건가 싶었지만 문뜩 창밖을 본 나는 흡소리가 입으로 나올정도로 놀랐다.</div> <div><br></div> <div>꿈에서 나온 그 강이었다. 그냥 비슷한 것이겠지라고 생각할수도 있었겠지만 </div> <div>내 느낌상 꿈에서 나온 그 강이 확실했다.</div> <div><br></div> <div>"내리세요"</div> <div><br></div> <div>기사는 나를 내려다보며 아무 음색없는 목소리로 읖조렸다.</div> <div><br></div> <div>"아저씨. 이거 이따가 다시 출발하죠? 요금 낼테니까 그냥 앉아 있을게요."</div> <div><br></div> <div>뭔가 느낌이 좋지 않았다. 무슨일이 있어도 여기서는 내리면 안될것 같았다.</div> <div><br></div> <div>"내리세요"</div> <div><br></div> <div>"아뇨. 제가 집에 급한일이 생겨서 돌아가봐야 할것 같은데요."</div> <div><br></div> <div>"내리세요"</div> <div><br></div> <div><div>"내리세요"</div></div> <div><br></div> <div><div>"내리세요"</div></div> <div><br></div> <div><div>"내리세요"</div></div> <div><br></div> <div><div>"내리세요"</div></div> <div><div>"내리세요"</div></div> <div><div>"내리세요"</div></div> <div><div>"내리세요"</div></div> <div><div>"내리세요"</div></div> <div><div>"내리세요"</div></div> <div><br></div> <div>...</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기사는 한참을 기계음처럼 말을 반복하더니 내 손목을 낚아 채서 문으로 끌기 시작했다.<br></div> <div><br></div> <div>손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div> <div><br></div> <div>"아아.. 아저씨 잠깐만요"</div> <div><br></div> <div>그 순간 돌아본 기사의 얼굴이 하얗게 변하더니 서서히 부풀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내리세요"</div> <div><br></div> <div><div>"내리세요"</div></div> <div><br></div> <div><div>"내리세요"</div></div> <div><div>"내리세요"</div></div> <div><div>"내리세요"</div></div> <div><div>"내리세요"</div></div> <div><br></div> <div>이미 그의 얼굴은 몇배는 부풀어 올랐고 군데 군데 실핏줄이 튀어 나와 도저히 눈을 뜨고 볼 수가 없는 상태였다.</div> <div><br></div> <div>"종점인데.. 내리셔야죠?"</div> <div><br></div> <div>기사의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나는 졸도 해버렸다.</div> <div><br></div> <div><br></div> <div>눈을 떠보니 나는 어제 그 버스를 탔던 정류장에 누워있었다.</div> <div>주위를 둘러보니 출근시간인지 정류장에는 학생들과 직장인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것 같았다.</div> <div><br></div> <div>'꿈 이었구나..'</div> <div><br></div> <div>꿈이라기에는 너무도 생생했지만 어제 그 일이 현실이라고 하는게 더 말이 되지 않았다.</div> <div>누군가에게 말해봤자 미친놈 취급만 당할것이다.</div> <div><br></div> <div>집으로 돌아가니 부모님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div> <div>"어디 갔었니? 나는 니가 이상한 생각이라도 한줄알고.."</div> <div><br></div> <div>"그냥 잠깐 친구 만나서 술한잔 하고왔어. 시험이야 한번 더 보면 되지 뭐"</div> <div><br></div> <div><span style="line-height:1.5;font-size:9pt;">엄마의 얼굴을 보자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웃으며 대답했다.</span></div> <div><span style="line-height:1.5;font-size:9pt;"><br></span></div> <div>거실에서는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div> <div><br></div> <div>'어제밤 22시경 승객 13명을 태운 버스가 강에 빗길에 미끌려 침수되 버스기사 박모씨를 포함한 승객 7명이 사망하였고</div> <div>6명이 실종되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경찰은 사고원인을 밝히며 실종자들의 수색을..'</div> <div><br></div> <div>내 손목에는 어젯밤의 일이 꿈이 아니라는걸 말해주듯이 시퍼런 멍이 들어 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