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있을 수 있습니다. 이론적으로 0%라고 가정할 순 없는거니까요. 게다가 우리같은 일반인들은 정보도 제한될 수밖에 없고 여러모로 불리한 상태죠. 그래도 이거다! 저거다! 까지는 아니지만, 이럴 가능성, 저럴 가능성이 더 크다라고 판단할 수는 있습니다.
저는 대체로 이러한 일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큰 손'의 구체적인 능력이 얼마나 되어야 하는가를 먼저 생각해 봅니다.
삼천포지만 비슷한 예로 지구 온난화 가짜설이 있는데요. 쉽게 말해 차세대 에너지 추진그룹이 학계와 각국 정부를 조종해서 청정에너지 개발에 돈을 쏟아붇고 있다는 얘기죠. 문제는 이게 가능하려면 문제의 큰 손이 학계와 각국 정부에 대한 '석유 재벌'의 영향력을 간단히 압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나아가 석유재벌 자체의 반발까지 봉쇄해서 일반인들이 모르게 해야 한다는 겁니다. 미국 정계에서 가지는 석유 재벌의 힘을 생각해본다면 간단히 기각되는 얘기죠.
세 모자 엄마측의 얘기가 진실이고, 다른 모든 것이 조작되었다고 한다면 허목사측의 큰 손은 어떤 능력을 가져야 할까요?
일단 경찰을 간단히 농락할 수준이 되어야 합니다. 재판을 경찰이 하는 게 아니니, 검찰과 법원에도 연줄이 닿아야죠. 중요한 건 아웅다웅하는 사건의 한쪽 편을 들도록 하는 게 아니라 완벽하게 사건을 반대로 뒤집어서 날조할만큼 자기 말을 따르게 하는 겁니다. 제가 보기엔 별셋, 파란집, 국정원을 움직이는 것과 맞먹을 정도의 파워가 있어야 하겠네요.
그것이 알고싶다만 하나만 국한해서 보더라도 PD를 매수해야 하죠. 근데 프로그램 만드는 장면 보면 김상중씨는 대본 주는 대로 읽기만 한다고 치더라도 이것저것 조사하는 사람 포함해서 실제 내용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 대략 6-7명은 됩니다. 이 사람들을 완벽하게 장악을 해야 하고요. 이거 찍으러 다니는 스텝들도 다 장악을 해야 합니다. 인터뷰 장면도 쌩으로 조작해야 하니까 마을사람 등등도 다 매수해야 하죠. 표창원 교수를 비롯한 전문가들도 매수해야 합니다.
게다가 프로그램 자체는 PD만 매수해서 만들 수 있다고 쳐요. 2회 특집으로 내보낸다는 건 최소한 시사국장 정도는 포섭을 했다는 얘기가 됩니다. 사안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중대성을 볼 때 이 관련자들이 모두 이건이 발각되면 내가 매장된다는 정도의 생각을 가지고도 군말없이 다 참여했다는 말이 되겠죠. 그런데 이거 .. 삼성도 못해요. 그알에서 삼성도 깐 적이 있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뭐냐면 이 사건 자체가 인터넷 포털을 통해서 널리 알려졌다는 겁니다. 최초 게시글의 클릭 수가 30만가까이 된다고 들은 것 같습니다. 한참 이슈가 된 후에도 글삭되지 않았고, 지금은 본글은 삭제된 것 같지만 캡쳐글은 여전히 네이트에 떠돕니다. 유튜브에도 살아있고요.
만약 배후 인물로 지목된 게 별셋 회장님이라면 어떨까요? 모든 포털에서 모자 얘기만 나와도 빛의 속도로 삭제될 걸로 예상되는데 .. 허목사의 큰 손은 그건 못하는 모양입니다. 인터넷 포털은 장악이 안되는데 공중파 방송사는 완벽하게 장악했다? 말이 안되죠.
그러고도 남은 문제는 '연기력' 문제입니다. 큰 손이 세 모자를 위협해서 '거짓말을 하도록' 연기를 시키는 것 자체는 가능하다 칩시다. 그런데 '너희들이 원래 말하려던 내용을 말하되 태도나 호흡, 기타 감정표출을 통해 거짓말로 간파되도록' 말하라고 연기를 시킬 수 있나요? 그래서 범죄심리, 사건심리 전문가나 아동심리분석가 들이 그 연기에 낚여서 집단성폭행은 없었고 엄마가 좀 이상하다는 결론을 내리도록 유도했다는 겁니다. 이런 연기력은 돈이나 권력, 협박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고, 제 생각에는 아예 불가능합니다. (심리분석이라는 분야가 폐기되어야 할 수준)
물론 표창원 교수님을 비롯한 전문가들이 매수되어서 뻔히 보이는 징후를 무시하고 거짓말이라고 했을 수도 있긴 한데, 그런 경우라면 지금쯤 '심리학도 입니다. 현직 경찰입니다. 좀 이상하네요' 같은 글이 대거 쏟아져 나왔겠죠.
뭐.. 글이 막 길어졌는데, 이정도의 현실조작을 하려면 큰 손이 실제로 얼마만한 힘을 가져야 하고, 그걸 발휘해야 하는지 이 부분을 열심히 생각해보면 적어도 대형 낚시에는 조금 저항력이 생길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