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확장된 표현형은 리처드 도킨스의 개념이고, 책 이름이기도 합니다.</span></div> <div>간단히 설명하자면, </div> <div>종전까지 '표현형'이라고 하면 해당 생물체의 몸뚱이에 나타나는 특징을 가리키는데,</div> <div>생존이나 번식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가지 행동 및 그 행동의 결과까지 표현형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죠.</div> <div><br></div> <div>예를 들어</div> <div>어떤 동물에게 발톱이 좀더 길고 단단하며 아래로 휘어지게 하는 유전자가 있다고 치면, </div> <div>종전에는 길고 단단하고 휘어진 발톱 자체만을 그 유전자의 표현형으로 보았습니다.</div> <div>그런데 이 유전자에 따른 발톱 때문에 땅에 일정한 간격으로 다섯개씩 지표가 약간씩 파이고,</div> <div>여기에 특정한 식물이 적응해서 번성하는 효과를 가지게 된다면</div> <div>특정 식물 군락의 번성 역시 동물의 발톱유전자의 표현형으로 보아야 한다는 거죠.</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대표적으로 기생의 경우에 이런 전략이 많이 사용됩니다.</span></div> <div>애초에 기생은 다른 동물의 장기(?)를 자기 이익을 위해 조정하는 게 목적이므로 </div> <div>기생체의 많은 유전자들은 자기 몸이 아니라 다른 개체의 몸에서 그 효과가 드러나는 것이 많습니다.</div> <div>어떤 달팽의 기생충은 (자기가 양분을 뺏어먹어야 하므로) 달팽이의 껍질을 얇게 만드는 놈이 있습니다. </div> <div>이때 감염된 달팽이의 다른 달팽이보다 얇은 껍질은 기생충의 표현형이 되는 것이죠.</div> <div><br></div> <div>그런데 다른 개체에 대한 이런 조종 전략 - 다른 개체에 내 표현형을 발현시키려는 전략 - 은 기생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div> <div>같은 종 내에서도 처해있는 입장이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개체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 나타납니다.</div> <div>(여기서 처해있는 입장이나 상황은 개체의 차이 때문이 아니라 성별이나 연령 등 집단적인 차이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div> <div>안그러면 의사소통과 별 다를 게 없어보이네요.)</div> <div><br></div> <div>예를 들어</div> <div>어떤 동물들은 수컷끼리의 경쟁이 끝나고 나서 </div> <div>우승자 수컷이 특정한 행동을 취해야만 암컷의 배란이 시작되고 교미가 이루어집니다.</div> <div>이런 의미에서 암컷의 배란은 수컷 유전자의 표현형이라고 할 수도 있게 되지요.</div> <div><br></div> <div>핸디캡 이론으로 알려진 공작새와 같은 화려한 수컷의 꼬리도 같은 식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div>* 핸디캡이론 : 이따위 거추장스러운 꼬리를 달고도 멀쩡히 살아남은 개체는 킹왕짱이므로 교미에 성공 <div><br></div> <div>공작새 암컷의 유전자는 암컷의 뇌에 이런 생각이 발생하도록 명령을 내립니다.</div> <div>"배우자를 선택할 때 가장 크고 화려한 꼬리 깃털을 가진 놈을 골라라"</div> <div>오랜 시간의 성선택이 대물림된 결과 </div> <div>수컷의 유전자는 이런 명령을 내리게 되겠죠.</div> <div>"커플이 되고 싶다면 꼬리깃을 가능한한 크고 화려하게 만들어라." </div> <div> <div>그래서 수컷은 개체의 생존에 명백히 불필요하고 잡아먹힐 위험을 높이는 거추장스러운 꼬리깃을 만들게 됩니다.</div> <div><br></div> <div>이런 의미에서 수컷의 꼬리 깃털 또는 꼬리 깃털을 만드는 유전자 자체가 </div> <div>암컷의 배우자 선택 시스템을 관장하는 유전자의 확장된 표현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div> <div>(사실 인간 남캐가 사춘기 이후에 근육 자랑을 하고 온갖 똘짓을 하는 이유도 여캐의 조종 때문입니다.)</div> <div><br></div> <div>여기서 다른 문제가 발생하는데, </div> <div>공작새 수컷은 어쨋든 살아남아야 하니까 깃털을 무한히 키울 수가 없습니다. </div> <div>"번식을 하고 싶다면 꼬리깃털을 크고 화려하게 만들어라. 단, 니가 생존하는 게 우선이다."</div> <div>그래서 수컷 유전자의 명령은 이렇게 됩니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즉, 수컷 꼬리깃털의 크기를 놓고 암컷의 배우자선택유전자와 수컷의 생존유전자(? 대충 이해를..) 사이에 경합이 벌어지게 되고,</span></div> <div>그 경합의 결과가 현재의 꼬리깃털 크기라는 것입니다.</div> <div><br></div> <div>마찬가지로 세대 간 - 성체와 유아라는 필연적으로 구분되는 집단 간 - 에도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 인용을 하자면</div></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자식이 필요로 하는 것에 대해서는 자식 쪽이 부모보다도 때때로 잘 알고 있기 때문에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자연선택은 자식이 부모에게 자기의 상태를 알려주어 부모의 주의력을 끄는 것이 유리하게 할 것이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러나 일단 그러한 시스템이 진화해버리면 자식은 그 상황을 벗어나 그 시스템을 사용하기 시작한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자식은 굶주렸을 때뿐만 아니라 단순히 선택에 의해 결정된 부모의 급식량 이상으로 먹을 것을 원할 때도 울 수 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렇게 되면 이 신호의 사용법을 식별하는 부모의 능력이 선택상 유리하게 될 것이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자식의 입장에서는 가능한한 많은 양분을 섭취하는 것이 유리하고,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부모 입장에서는 자기도 먹고 살면서 자식에게 나눠 주어야 하니 무한정 양분을 퍼줄 수 없는 상황인 것입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 <div>비슷한 과정을 통해서</div> <div>임신 중인 태아는 아마도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태반을 통해서 최대한 많은 양분을 뽑아 쓰려고 할 겁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모체는 태아에 필요한만큼만 선별해서 주려 하면서 일정부분의 양분은 자기 몸을 지키는 데 사용하려 하겠죠.</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어느 쪽의 힘이 강할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모체의 체지방률이 20% 미만이면 임신이 안된다고 합니다.</span></div></div> <div><br></div> <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런데 사실 공작새의 암컷이나 수컷이나 알이나 자식들이나 모두 동일한 유전자 세트를 가지고 있습니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유전자는 자신의 상황 (자기가 들어있는 몸의 상황)에 따라 적당한 명령을 선별적으로 내리는 것이죠.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니가 암컷이라면 배우자를 고를 때 꼬리가 큰 놈을 골라라",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니가 수컷이면 꼬리를 생존한도 내에서 크게 키워라"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니가 애기라면 많이 울어서 최대한 양분을 뽑아내라."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니가 부모라면 아이에게 적당한 양분을 제공해라"</span></div> <div><br></div></div> <div>중요한 것은 '영양분을 뽑아간다'는 행위 자체는 일면 기생과 비슷할 수 있겠지만, </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어차피 그 유전자 세트는 자신의 것과 동일하며,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실제로 태아의 유전자 절반은 모체의 것이라는 겁니다.</span></div> <div>즉, 부모에게 양분을 제공받는 것은 본인 스스로도 과거에 성공적으로 수행했던 '우리 자신'의 생존 전략일 뿐입니다.</div> <div><br></div> <div>여기서 얘기는 끝이고,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조금 다른 얘기로</span></div> <div>어쨋든 태아가 가진 절반의 유전자는 자신의 것이 아니고, 원래는 본인이 생성한 단백질이 아닌 이상 이물질로 인식하는데 있습니다.</div> <div>여기에는 수컷의 개입이 이루어지는데요.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수정란이 (초기에는 혼자서 모체 조작을 위한 호르몬을 만들 수 없으므로)</span></div> <div>수컷이 정액과 함께 특정한 단백질을 분비해서 산모와 태아간의 갈등을 중재해서 착상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합니다.</div> <div><a target="_blank" href="http://goo.gl/1ubkc6">http://goo.gl/1ubkc6</a></div> <div><br></div> <div>생명에 대해 생각하면 정말 기적처럼 놀라운 점은 </div> <div>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모든 분들의 조상님들은 수억년에 걸쳐서 단 한번도 번식에 실패한 적이 없다는 겁니다.</div> <div>그런 점에서 오유는 ......</div>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